신혼여행을 맥주로 채우는 방법
신혼여행, 어디로 가야 하지?
신혼집, 웨딩홀, 스드메, 예물, 예단… 결혼 준비는 매 순간 선택의 연속이다. 인생 단 한 번뿐인 신혼여행을 앞두고서도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천혜의 자연환경과 더불어 안락한 휴식을 즐기고 싶다면 초호화 리조트나 풀빌라가 있는 휴양지가, 와일드한 경험을 하고 싶다면 남미나 아프리카가 제격이다.
하지만 맥덕이라면? 프라이빗한 리조트에 머물며 호젓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지만 조금 더 특별한 맥주를 맛보고 싶은 생각을 지울 수 없을 것이다. 만약 반려자도 당신과 같은 맥덕이거나, 무엇을 하든 군말 않고 지지해주는 스타일이라면 이런 고민은 전혀 할 필요 없다. 미국 포틀랜드든, 독일이든, 체코든, 아일랜드든, 벨기에든 간에 기쁜 표정으로 "OK"할 테니까.
아침부터 자정까지 알코올과 함께하는 황홀한 여정을 따르지 않을 이유가 있겠는가.
불행하게도 세상사는 꼭 마음처럼 풀리지 않는다. 내가 꿈꿔온 신행이 있듯 상대도(특히 여자라면) 더욱더 큰 로망을 갖고 있는 게 보통이다. 그렇지만 이정도 신혼여행이라면, 맥덕이 아닌 예비신랑·신부도 충분히 당신의 계획을 탐스럽게 생각할지 모른다.
내 생애 첫 유럽, 파리
우리 부부는 프랑스 파리를 선택했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은 모두 그만한 이유가 있다. 파리가 바로 그런 곳이다. 관광, 미식, 쇼핑, 그리고 낭만… 흠잡을 것 하나 없다. 에펠탑이 보이는 큰 창을 열고 맞이하는 파리의 아침, 루브르 박물관에서 맞이하는 석양, 반짝이는 야경을 배경으로 달콤한 저녁 식사를 하는 둘만의 오붓한 시간은 상상만으로도 잘 맞는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신혼여행을 맥주로 가득 채울 수 있을까.
TIP 1
한국에서 준비해야 할 것들
신혼여행 테마를 맥주로 잡았다면 유명 브루어리 한두 곳은 방문하게 될 것은 당연지사. 배우자가 맥주 양조에 대해 전혀 모르는 편이라면, 출국 전 국내 브루펍이나 브루어리 투어를 통해 함께 ‘예습’해볼 것을 추천한다. 간단한 홈브루잉 체험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야구 경기도 룰을 알고 봐야 더 재미있는 것처럼 맥주도 알고 마셔야 더 맛있으니까
TIP 2
현지인처럼 지내보기
항공권을 샀다면 어떤 숙소에서 묵어야 할지 또 한 번 선택의 순간에 봉착하게 된다. 우리 부부는 적어도 하루쯤은 에어비앤비든 레지던스 호텔이든 간에 취사 가능한 숙소에서 묵어볼 것을 추천한다. 현지인처럼 마트에서 식재료를 사와 부엌에서 요리해 먹는 건 소소하지만, 인상 깊은 추억으로 남기 때문이다. 레스토랑에서 파는 스테이크의 반도 안 되는 가격에 고기와 치즈를 사와 바틀샵에서 눈여겨봤던 와인과 맥주를 자유롭게 페어링해 마실 수 있다. 현지인 눈높이에서 바라보고 즐길 수 있을뿐더러 가격 부담도 덜 수 있어 좋다. 우리는 샤요궁에서 가까운 아파트를 빌려 지냈다. 매일 밤, 직접 구운 스테이크에 여행지 곳곳에서 사 온 맥주를 밤이 깊을 때까지 마시며 에펠탑의 눈부신 야경을 원 없이 구경했던 기억은 절대 잊지 못할 것 같다
TIP 3
한 끼 쯤은 근사한 식사를
달콤한 만찬을 위해 포털사이트에서 '파리 맛집'을 검색하는 건 시도하지 않는 편이 좋다. 어째 현지인은 아무도 찾지 않는, 한국인 관광객만 북적북적한 시장통 같은 레스토랑을 만나게 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 부부도 당했다.) 2015년 기준, 파리엔 미슐랭 원스타 72개, 투스타 14개, 쓰리스타 9개 레스토랑이 있다. 이곳에선 프렌치 코스와 완벽하게 마리아주를 이루는 식사를 만끽할 수 있다. 이왕 파리에 간다면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에서 그 품격을 느껴보는 건 어떨까.
TIP 4
맥주 쇼핑은 자연스럽게
그 어떤 고급 와인이라고 하더라도 미식 욕심을 충분히 채우기는 힘들다. (아무렴, 맥덕인데!) 이럴 땐 파리 로컬 맥주로 아쉬움을 달래는 게 당연지사.
Ratebeer.com에 접속해 Place → 여행 국가 → 도시 순으로 클릭해보자.
가장 평점이 높은 브루어리, 바, 바틀샵, 그리고 식당을 살펴볼 수 있다.
이때 관광지와 가까운 펍에서 점심이나 저녁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일정을 고안해보자. 퐁피두 센터에 간다면 La Cave a Bulles에서 유럽 크래프트맥주를 사고, 몽마르트르에 간다면 El Tast에서 프랑스 로컬 맥주를 구입하는 거다. 그리고 한국인 점원이 있을 정도로 파리에서 가장 핫한 쇼핑 명소인 몽쥬약국에 간다면 Brewberry 펍에서 맥주 한 잔 하는 식이다. 최대한 자연스럽게, 상대의 계획과 로망을 크게 방해하지 않는 것이 당신의 목표다.
Ratebeer와 함께라면 일상적인 신혼여행도 조금 더 '맥덕스럽게' 바꿀 수 있다.
TIP 5
날 배려해 준 당신에 대한 선물
관광지와 음식, 그리고 맥주 사진은 카메라에 담지만 정작 두 사람 모습은 셀카가 아니고서야 남기기 힘든 것이 현실. 현지의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살려 촬영하는 허니문 스냅으로 아쉬움을 달래보자. 일명 파파라치 사진으로 불리는 허니문 스냅은 요즘 결혼 준비 리스트에서 리허설 사진 만큼이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필수 옵션이다. 영화에서 보던 거리가 모두 스냅사진의 배경이 되기에 더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간단한 가이드까지 받을 수 있으니 더욱 알찬 시간을 보낼 수 있음은 물론이다. 에펠탑을 배경으로 맥주를 마시는
모습을 남겨둬도 재미있겠다.
TIP 6
낭만을 찾아 다른 도시로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특히 파리에 일주일 이상 머무를 계획이라면) 베르사유, 지베르니, 리옹 등 근교 도시에 다녀와도 좋다. 하지만 더 다양한 맥주를 마시고 싶다면 국경을 넘어 벨기에에 다녀오는 건 어떨까? 일반 여행자에겐 재미없는 도시겠지만, 수천 가지 맥주가 기다리고 있는 벨기에는 맥덕들에겐 천국이나 다름없다. 기차(탈리스)로 파리에서 한 시간 반 정도면 벨기에의 수도 브뤼셀에 도착한다. 브뤼셀은 반나절이면 둘러볼 수 있을 정도로 작고 아담한 도시. 남는 시간(?), 그러니까 반나절 정도는 칸티용 등 세계 유수의 브루어리 투어를 하며 보낼 수 있다. 하루 이틀 여유가 더 생긴다면 브뤼헤, 겐트 등 인근의 소도시에 방문해보자. 동화 속 낭만을 느낄 수 있을뿐더러 파리나 다른 대도시에서 맛볼 수 없었던 더욱 귀한 맥주도 접할 수 있다.
NO 맥주여행! YES 신혼여행!
사실 어디로 갈지, 어떤 일정을 세울지는 철저히 두 사람의 몫이다. 원하는 대로 자유롭게 계획하되 이 여행은 어디까지나 미래를 함께 만들어갈 배우자와의 여행이라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각자의 스타일에 맞지 않는다면 아무리 좋은 여행지도 만족스럽지 않을 수 있다.
“자기야, 나 피곤해. 숙소로 들어가자”
A “브루어리 한 군데 더 가기로 했잖아.” (×)
“이왕 왔는데 이건 다 마셔봐야지” (×)
“그래? 얼른 들어가서 쉬자” (◦)
여행지에서 다양한 맥주를 맛보고 느끼는 것 역시 중요한 일이지만, 그보다 함께 여행하는 배우자와 소통하고 상황에 맞춰 서로 생각을 조율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신혼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건 숙소도 맥주도 아닌 함께 하는 사람과 보내야 하는 그 시간 자체라는 점을 새 출발을 앞둔 모든 예비부부가 유념했으면 좋겠다.
맥덕들이 탐낼 만한 유럽 신혼여행지 Best 5
- 낭만이 있는 도시 프랑스 ‘파리’
- 동유럽의 낭만을 가득 담아 체코 ‘프라하’
- 펍 문화의 정수를 느낄 수 있는 영국 ’런던’
- 수천 가지 맥주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
- 옥토버페스트의 고장 독일 ‘뮌헨’
EDITOR_박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