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프트 맥주 업계 주요 정책 과제 주세법과 맥주 시장의 미래
2017.04.30
주세법은 맥주를 포함한 주류의 생산 장소에서부터 장비, 검사, 생산, 유통 및 소비에 이르는 전 과정을 규정하고 있다.
우리가 맥주를 소비하는 데 있어서 절대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주세법인 것이다.
주세법은 1949년 제정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많은 변화를 거쳐왔다. 비어포스트는 Batch 005호(2016년 4월)에서 ‘주세법 개정과 크래프트 맥주의 봄’이라는 글을 다뤘다. 당시 2002년 소규모 맥주 제조자와 관련된 법령 개정으로부터 소규모 맥주 제조자에 대한 과세표준을 세분화하고, 맥주 병입반출을 허용하는 2016년 2월 주세법 시행령 개정에 이르기까지의 내용을 소개했다. 이와 더불어 크래프트 맥주가 우리나라에 소개된 이후 주세법 개정으로 인한 크래프트 맥주 시장의 변화가 진행되는 과정도 설명했다. 그리고 1년이 지난 2017년 4월, 주세의 체계에 관한 논의를 통하여 맥주 시장의 성장을 위해 필요한 제도적 뒷받침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한다.
2010년대에 들어서며 크래프트 맥주를 비롯해 보다 좋은 재료 혹은 많은 원료를 투입해 만든 맥주가 국내 시장에 소개되고, 2014년 이후 국내에도 소규모 브루어리가 증가하면서 주세 부과 체계의 개편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내 소규모 브루어리의 경우 대량생산보다는 다품종 소량생산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맥주를 선보이고 있고, 대기업에 비해 생산량당 비용이 높아 가격 경쟁력 확보가 쉽지 않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볼 때 맥주시장의 다양성 확보 및 맥주 시장의 발전을 위한 우선적인 과제가 주세 부과 체계의 변화다.
현행 주세 종가세 구조
주세는 주류에 부과되는 세금으로 우리나라에서는 희석하여 음용할 수 있는 에틸알코올인 주정과 함께 알코올을 1%이상 함유하고 있는 음료에 대해 부과되고 있다. 맥주를 비롯한 주류에 대한 세금 부과의 기준이 되는 과세표준은 제조원가와 제조원가의 10%에 해당하는 통상이윤을 더한 금액으로 통상가격이라고 한다.
1949년 주세법 제정 당시 주세의 부과 체계는 종량세였다. 그러나 1968년부터 청주, 소주 및 맥주에 대해서 과세 방식이 종가세로 전환되었고, 1972년부터는 모든 주류에 대해 종가세로 전환되었다. 이러한 흐름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으며, 주정을 제외한 모든 주류에 대해 종가세 방식의 과세가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에서는 주류에 대하여 주세 외에도 교육세, 부가가치세 등이 부과된다. 교육세의 경우 주세가 70% 이상일 경우 주세의 30%, 70% 미만의 경우 주세의 10%에 해당하는 금액이 부과된다. 또한 과세표준에 주세와 교육세를 더한 금액의 10%가 부가가치세로 부과된다.
70~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맥주는 우리나라에서 고급 주류로 취급 받았다. 주로 고소득층이 마시는 주종으로 위스키, 브랜디와 같은 높은 알코올 도수의 증류주와 비슷하게 인식되었다. 시간이 흐르며 소득이 증가하고, 많은 사람들이 마시는 술이 되면서 현재는 소주와 함께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마시는 주류 중 하나가 되었다. 맥주의 주세 역시 이와 같은 흐름과 함께 하는데 1996년까지만 해도 주세가 150%에 이르렀으며 이후 점차 경감되어 2007년부터 현재와 같은 72%의 주세가 부과되고 있다.
맥주의 주세는 통상가격의 72%가 부과된다. 또 주세 부과액의 30%에 해당하는 교육세, 그리고 통상가격과 주세, 교육세를 모두 더한 가격의 10%에 해당하는 부가가치세도 부과된다. 이로 인해 과세표준이 1,000원일 경우 세금만 과세표준의 112.96%인 1,129.6원에 이른다. 이러한 세금 구조는 우리나라의 주류에 대한 과세 구조가 가격을 기초로 한 종가세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구조는 과세표준의 가격이 상승할수록 세금의 상승 폭이 더 크게 나타나게 되며, 제조 원가가 높을수록 더욱 불리한 구조를 가지게 된다.
종량세가 알코올로 인한 사회적 비용 낮추는 데 효과적
종가세는 과세 대상의 가격을 과세표준으로 하여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출고 가격이 높아질수록 부과되는 세금의 총액 역시 상승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종가세는 높은 가격의 제품에는 높은 세액을, 낮은 가격의 제품에는 낮은 세액이 부과됨으로써 제품 가격에 따른 과세의 수직적 형평성에 기여하고, 제품의 상대가격을 유지할 수 있으며 인플레이션에 따른 실질 세수 보전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가격에 근거한 세금 부과체계로 인해 제품 특성이나 알코올 도수에 따른 과세가 이루어지지 어려우며, 동일 물품이라고 할지라도 부과되는 세액이 달라질 수 있고, 높은 세액을 회피하기 위한 가격 조작의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단점이 있다.
종량세의 경우 제품의 특성이나 알코올 도수에 따른 과세가 쉽고 제품의 고급화에 기여하는 바가 크며, 세금 회피를 위한 가격 조작의 유인이 적고 과세 행정이 간편하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제품 가격에 상관없이 수량에 대해 세금이 부과되므로 과세의 수직적 형평성이 훼손되고, 제품간 상대가격의 변화를 유발할 수 있으며, 인플레이션을 적절하게 반영하지 않고 경직적으로 운용할 경우 화폐가치 하락으로 인한 실질세수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한편 맥주시장의 관점에서 살펴보면 종가세 체계에서는 다양한 맥주를 선보이기 힘들다. 더 많은 양의 원료를 사용하거나 대량생산 방식에 적합하지 않은 맥주를 생산할 경우, 과세표준인 통상가격이 상승하게 되므로 더 많은 세금을 부담하여야 한다. 또한 다품종 소량 생산방식을 취하고 있을 경우 생산 비용이 높아져 시장에서 경쟁력을 얻기 힘들며, 제품의 고급화보다는 공정의 개선과 생산 비용의 절감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맥주 산업의 성장과 다양성의 확보와 함께 전체 각 주류의 특성에 따른 형평성 재고 등을 고려할 때 현재의 종가세 체계에서 종량세 체계로의 전환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
OECD 국가 대부분 종량세 채택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우리나라와 멕시코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은 주세의 부과 체계를 종량세에 기반하고 있다. (터키와 호주는 종량세와 종가세가 혼합되어 있음) 구체적으로 알코올 도수 또는 맥주의 당도에 따른 차등 및 일부 고도수 주류에 대한 누진적인 세율 부과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들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종량세에 바탕을 두고 있다. 맥주에 대한 과세 방식을 살펴보면, 미국의 경우 1배럴당 18달러를 기본 세율로 하되 200만배럴 이하를 생산하는 양조자의 최초 생산분 6만 배럴까지는 배럴당 7달러의 세금을 부 과하고 있다.1) 영국의 경우에는 헥토리터 단위로 맥주가 함유하고 있는 알코올 도수당 18.37파운드를 기본 세율로 하되 1.2-2.8%의 알코올을 함유하고 있는 저도수의 경우 알코올 도수당 8.1파운드, 7.5%를 초과하는 맥주의 경우 기본세율 에 알코올 1%당 5.48파운드를 추가로 징수한다.1) 일본은 킬로리터 단위로 과세하고 있는데 맥주의 경우 22만엔을 부과하고 있으며, 발포주류의 경우 맥아비율이 50% 이상 또는 알코올 10도 이상의 경우 22만엔, 알코올 도수 10도 미만의 발포주류 중 맥아비율이 25% 이상인 경우 178,125엔, 25%미만인 경우 134,250엔을 부과하고 있으며, 알코올 도수 10도 미만 의 기타 발포성 주류에 대해서는 8만엔을 부과하고 있다.2) 벨기에의 경우 헥토리터 단위로 최종 상품의 플라토(°Plato) 당 2.0043유로를 부과하고 있다.
종량세 전환 시 세수 감소분 미미
기존의 우리나라에서 이루어진 주세의 과세 방식에 대한 연구에서는 종가세와 종량세 중 어느 과세 방식이 우월한지와 함께 각 주종별로 상이한 주세율을 산정한 근거에 대한 서술을 포함하고 있다. 특히 주종별 주류 산업에 미치는 영향과 조세수입의 안정성의 측면이 현재의 주세 체계 및 세율이 결정되는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연구들에서는 주세 세수 감소와 함께 고가 제품에 대한 실효세율의 하락, 수입 주류에 대한 비차별성, 주류간 상대가격 변화 등을 종량세 의 문제점으로 설명하고 있다
.4) 조세 정책을 수립하는데 있어서 고려되는 요인 중에서 안정적인 세수의 확보라는 목표는 매우 중요하다. 그러한 면에서 전체 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중요한 요인이 된다.
2015년 기준 우리나라의 내국세 징수액은 총 185조2,400여억원에 이른다. 이 중 주세는 전년대비 13.17% 증가한 3조 2,227억여원으로 전체 내국세의 1.74%에 그친다. 2011년부터 매년 주세의 내국세 대비 비율을 살펴보면 1.5%-1.8%정도로 높지 않은 편이다.
이러한 면을 볼 때 조세수입이 감소가 예상되더라도 그 감소로 인한 전체 내국세의 감소폭은 미미하며, 물가상승에 따른 탄력적 적용을 통해 상쇄할 수 있는 수준이다. 게다가 종량세는 알코올 도수별 차등 과세가 용이해서 세수 보전을 위한 보완 대책의 마련도 어렵지 않다. 따라서 종량세로의 전환에 있어서 주세의 감소보다는 주세의 죄악세적 성격과 함께 관련 산업에 대한 영향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대로 종량세 구조의 주세는 종가세에 비해서 알코올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데 효과적이다. 특히 맥주의 경우 종량세 체계 하에서 소비자의 다양한 기호를 충족시킬 수 있는 제품의 다양화와 고급화를 통해 시장의 확대의 기회가 증가한다. 또한 기존의 고도수 주류 위주의 소비 행태를 주류의 알코올 도수별 차별 과세 등의 방법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저도수 주류 중심으로 유도할 수 있어 알코올로 인해 발생하는 부정적인 외부효과를 감소시키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
맥주 주세율 하향 조정도 검토해야
더불어 다른 주류와 비교해 맥주에 부과되는 주세율이 타당한가에 대해서도 검토가 필요하다. 주세는 죄악세의 성격도 가지고 있다. 죄악세란 도박, 음주, 흡연 등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소비를 억제하기 위한 세금을 말한다. 주류의 경우 과도한 음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 비용이 존재한다는 면에서 주세는 죄악세의 성격을 포함하고 있다. 따라서 비교적 알코올 함유량이 높은 주류에 대해 높은 세율을, 알코올 함유량이 낮은 주류에 낮은 세율을 적용시키는 것이 일반적인 원칙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탁주는 5%, 약주, 과실주 및 청주는 30%, 위스키, 소주 등을 포함하는 증류주와 기타주류 그리고 맥주는 72%의 세율을 적용 받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 많이 소비되는 주종인 소주와 맥주의 경우 과세표준의 72%에 이르는 주세가 부과되고 있는데, 알코올 함유량이 적은 맥주와 알코올 함유량이 높은 소주에 대해 동일한 세율을 적용하는 것은 알코올로 인한 사회적 비용의 유발이라는 측면에서 불합리한 면이 있다.
OECD에서 발간한 Health at a Glance 2015에 따르면 2013년 우리나라의 1인당 알코올 소비량은 8.7리터로 2000년 8.9리터에 비해 0.2리터 감소했고, OECD 34개국 평균 8.8리터에 약간 못 미치는 수준이지만, 2014년 OECD자료를 기준으로 하면 9.0리터로 소폭 상승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세계보건기구(WHO)에서 발표한 Global Status report on alcohol and health 2014에서는 2010년 기준 전체 순수 알코올 섭취량1) 3.7리터 중 알코올 도수가 비교적 높은 증류주를 통한 섭취가 95%를 차지하며, 맥주를 통한 섭취가 5%에 그친다는 자료를 내 놓았다.
따라서 주세가 가지는 성격 중 죄악세의 측면에서 살펴보면 높은 알코올 도수를 가지는 주류가 사회적 비용 유발 가능성이 높으므로 저도주인 맥주에 비해 비교적 높은 알코올 도수를 가진 소주, 위스키, 브랜디 등의 증류주에 상대적으로 높은 세율을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다.
맥주시장의 성장은 많은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 맥주와 관련된 맥아, 홉 등의 재배를 통한 농업의 성장과 함께 브루어리와 관련된 지역 사회의 일자리 창출, 관광 상품으로써의 역할 등이 그것이다. 종량세로 바뀐다면 양질의 재료로 다품종 소량생산을 하는 맥주 브루어리의 성장에 발판이 될 수 있다.
주세의 부과 체계 변화에 대한 논의는 주류에 대한 시선의 변화와도 연결되어 있다. 과거 주류는 주류별, 가격별 주된 소비계층이 소득에 의해 비교적 명확히 구분된다는 인식과 함께 대중주로서의 세수 확보가 함께 고려되었다. 맥주의 경우 과거 고급주로 분류되어 1996년까지 150%에 이르는 높은 주세가 부과되었으며, 이후 점차 세율이 인하되었으나 대중주로써 비교적 안정적인 소비량이 발생한다는 이유로 세수의 확보 차원에서 증류주와 같은 72%의 고율의 주세가 부과되고 있다.
주류의 소비행태 변화, 최근 알코올로 인한 사회적 비용에 대한 관심의 증가는 개별 주류의 특성에 따른 과세에 대한 요구 역시 증가시키고 있다. 또한 맥주만이 아닌 주류 소비로 인한 외부불경제의 교정을 위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현재의 종가세 체계를 개편할 필요가 있으며, 이러한 관점에서 주세의 부가체계의 변화는 현 시점에서 심도 있게 논의되어야 할 문제이다.
EDITOR_장명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