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 과세체계의 개편에 관한 공청회 리뷰
종량세 전환의 첫 걸음을 딛다
2019년 6월 5일 발표된 정부의 세법 개정안에는 주세 부과체계를 종량세로 개편하는 내용도 포함되었다. 당초 4월 말로 예정되었던 주세법 개편안은 이번 세법 개정안 발표 이틀 전인 6월 3일 양재 aT센터에서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주최로 열린 「주류 과세 체계의 개편에 관한 공청회」에서 홍범교 한국 조세재정연구원 연구기획실장의 발표 내용이 상당 부분 반영되었다.
이준규 경희대학교 경영대학 교수의 사회로 강성태 한국주류산업협회 회장, 경기호 한국막걸리협회 수석부회장, 성명재 홍익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양순필 기획재정부 환경에너지세제과 과장, 이종수 ㈜무학 사장, 임성빈 한국수제맥주협회 회장이 토론패 널로 참석했다.
정부의 주세 부과 체계 개편이 본격적으로 논의가 되기 시작한 것은 2017년부터로 수차례에 걸친 공청회 등 여론 수렴과정과 지난해 여름 개편안 발표 직전 무산된 끝에 이번에 발표되었다. 이에 이번 개편안에 포함된 주세법 개정안의 내용을 살펴보고 향후 주류시장 변화를 예측해보기 위해 공청회에서 발표된 내용을 살펴보고자 한다.
종량세 도입 논의의 배경과 목적
주세 과세체계의 개편에 관한 문제의식은 국산 맥주와 수입 맥주 과세체계의 역차별 문제에서 출발했다. 우리나라 주류 소비의 60% 정도를 차지하는 맥주 시장에서 국산 맥주의 경우 출고가에 판매관리비, 적정 이윤 등이 포함되지만 수입 맥주의 경우 수입 신고가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이다. 수입 맥주의 시장 점유율이 높아지며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고자 주세 과세체계의 개편 논의가 시작되었다. 그러나 주세 과세체계의 개편이 맥주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결과적으로는 전 주종의 주세 과세체계 개편으로 이어질 수 있는 시발점이라는 면과 함께 맥주 산업 내에서도 이해 당사자 간 이해관계가 극명히 갈리며 진행에 난항을 겪었다. 이에 주세 과세체계 개편은 맥주만의 문제가 아닌 전 주종의 과세체계 개편 이후 시장 상황을 예측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 조금 더 넓은 범위에서 그 효과를 예측하고 향후 변화 방향을 설계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다. 이번 공청회 역시 전 주종에 걸친 과세체계 전환 이후의 제품 가격변화를 바탕으로 시장 상황 변화를 예측하는 내용이 포함되었다. 또한 종가세는 주류의 가격을 기준으로 과세하기 때문에 소득 재분배 효과가 있는 반면, 종량세는 주류의 양 또는 알코올 분에 비례하여 과세하는 것으로 음주의 사회적 비용에 대한 교정을 취지로 하는 것에 더 부합한다는 면이 있다. 이와 같은 차이로 인해 최근 들어 강조되고 있는 음주의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한 노력에 종량세가 더욱 잘 맞는 측면이 있다.
우리나라 주류시장은 국세청 내부자료 기준 맥주가 전체 주류 시장의 45.64%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그다음으로는 희석식 소주가 37%, 탁주가 13.37%로 그 뒤를 따른다. 이중 맥주는 최근 5년간 연평균 국내 출고 수량이 감소하고 있으며, 그 자리를 수입 맥주가 대체해가고 있다. 소주 시장의 경우 2017년 증류식 소주와 희석식 소주 합계 출고량은 기준 도수 환산 출고량을 기준 주류시장 점유율은 약 24%다. 세부적으로는 증류식 소주의 시장점유율이 점차 증가하는 가운데 희석식 소주의 2017년 시장 점유율은 2012년 24.2%에 비해 0.4%p 감소한 23.8%로 나타나고 있다.
탁주는 기준 도수 환산 출고량 기준 2017년 시장 점유율은 10.3%로 2012년 11.4%에 비해 1.1%p 감소했다. 2011년 국내에서 막걸리 붐이 출고량이 최고조에 달했으나 이후 지속해서 감소하고 있으며, 수출 역시 지속적인 감소세가 나타나고 있다. 타 주종의 경우 과실주를 제외한 나머지 주종의 시장 점유율은 1% 미만이며, 이중 기타 주류만이 시장점유율의 꾸준한 상승을 나타내고 있다.
주세 과세체계 개편의 가장 큰 목적은 주세의 목적 변화를 들 수 있다. 종가세가 소득 분배 기능의 우수성에 주안점을 둔 과세체계라면 주류에 대한 종량세는 주류의 외부효과를 교정하는 것을 우선으로 한다. 주류의 경우 알코올 함량이 외부성의 정도를 결정짓는 요소이므로 이에 따라 매기는 종량세가 외부효과를 교정하는 데 보다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도 종량세 방식의 주세 부과체계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종량세 개편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외부효과 교정을 하되 소비자 후생을 최우선시하여 현재 대중주로 자리 잡고 있는 소주와 맥주 등 세부 주종의 세수 부담 증가가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는 제약조건 아래에서 종량세 전환논의가 추진되었다. 또한 음주의 사회적 비용의 교정에 있어서도 실질적으로 주세만으로 사회적 비용을 충당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도 고려되었다.
주종별 주세 징수 현황과 종량세 전환 시 세 부담 변화
주종별 실제 주세 징수 현황을 살펴보면 2017년 기준 주정을 포함한 총 주세 납부 세액은 3조 2,754억원이며, 이 중 맥주는 1조 6,356억원으로 49.9%를 차지한다. 뒤이어 희석식 소주가 38%, 위스키가 3.9%, 과실주가 2.9%를 차지하고 있다. 탁주의 경우 출고량 기준 3위를 차지하는 주종이지만 주세율이 5%에 불과해 전체 주세 징수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6%에 불과하다.
전체 세수에서 주세 징수액이 차지하는 비율은 1966년 9.1%였으나 2017년 기준으로는 총 내국세 중 1.31%로 그 비중이 현저히 감소했다. 실제 맥주의 제세금 현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현재 국내 생산 맥주의 과세표준은 1189.24원으로, 이에 따른 주세 납부세액은 856원이다. 반면 수입맥주의 경우 과세표준은 1061.84원, 주세 납부세액은 864.52원이며, 합계 평균 주세 납부 세액은 840.62원이다. 이에 따라 실질 세금 증가가 없는 세수 중립적인 종량세 전환을 가정했을 때, 현재 국내 시장 맥주시장 점유율이 가장 높은 맥주 3사의 맥주 용기별 세 부담은 다음과 같다.
세수 중립적 종량세 전환을 가정할 경우 출고 시 사용되는 용기별로 주세의 증감이 다르게 나타난다. 캔의 경우 28.94%의 주세 감면 효과가 있는 데 반해 병, 케그, 페트 등은 주세가 상승한다. 특히 우리가 흔히 생맥주라고 부르는 케그 용기의 경우 주세가 62.45%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은 차이는 「주세법 시행령 제 21조 용기 대금과 포장비용 등의 계산」에 명시된 내용에 따라 케그는 병, 캔, 페트와는 달리 과세표준 산정에 재사용 가능한 케그의 경우 가격이 포함되지 않아 상대적으로 과세 표준이 낮게 설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빈용기보증금을 받는 일반적인 스테인리스 케그의 경우 과세표준 산정에 포함되는 비용으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타 주종의 경우에도 세수 중립적인 종량세 전환을 적용하는 것을 기반으로 한 시나리오가 제시되었다. 이에 따라 탁주는 현행 주세 납부세액 수준인 1L당 40.44원이 제시되었으며, 탁주와 맥주를 제외한 발효주류의 경우, 발효주별 현재 주세 납부수준 또는 각 주종의 출고 수량 가중평균 금액을 일괄 적용하는 안이 제시되었다. 또한 증류주는 희석식 소주와 위스키 등을 포함하고 있다는 점과 국제 통상 문제가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여 희석식 소주의 주세 납부세액을 기준으로 1L당 947.52원을 종량세액을 결정하되, 알코올 도수 21도를 초과하는 경우 1도 1리터당 45.12원을 적용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기타 주류는 대체로 평균 알코올 도수가 5-6도 정도임을 감안해 맥주와 유사한 수준으로 종량세를 부과하는 방안과 함께 분류를 세분화하여 탁주, 발효주, 증류주에 포함하여 종량세율을 부과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종량세 전환 시나리오
홍범교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연구기획실장은 우리나라 주세 제도가 약 50년간 종가세 체계를 유지하면서 나름의 균형 상태를 유지하고 있음을 언급했다. 이에 주류 업계에서는 제도의 변화로 새로운 균형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확실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주세 과세체계를 종량세로 전환하는 방안을 세 가지로 제안했다.
첫 번째 방안은 맥주만 종량세로 전환하는 것이다. 현재 국산 맥주와 수입 맥주 간의 과세표준이 다른 것이 조세 중립성을 훼손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조세 중립성의 회복을 위해 종량세의 전환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 방안은 맥주와 더불어 탁주도 종량세로 전환하는 것이다. 탁주가 종량세로 전환될 경우 상대적으로 고급 원료인 국산 쌀 등을 사용한 고품질의 탁주가 증가하여 소비자의 선택권이 확보되며 업계에서도 찬성하는 입장이라는 것이 종량세 전환에 긍정적이다. 마지막으로 전 주종을 종량세를 전환하되 맥주와 탁주 등 일부 주종을 제외한 나머지 주종들은 일정 기간 시행 시기를 유예해 시장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을 제시했다.
이어진 패널 토론과 객석 토론에서는 막걸리, 전통주 등에 있어서 종량세 전환과 함께 불필요한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단순히 종량세 전환으로 주류 산업이 개편되는 것이 아니라 주류 산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과도한 행정규제나 법의 개정이 수반되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날 발표된 주세 과세체계 개정안이 세수 중립성을 지키고, 가격 변동을 최소화하면서 소비자 후생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여러 가지 제약조건 속에 만들어진 것으로 미흡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이날 참석한 소규모 맥주 제조 종사자들은 종량세 전환에 찬성하는 입장을 보였으나 이전처럼 시행 시기가 표류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를 보였다.
한편 6월 5일 기획재정부는 「경제활력 제고를 위한 주류 과세체계·승용차 개소세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개정안에는 맥주 및 탁주의 종량세 전환 방안이 포함되었다. 맥주의 경우 세수 중립적인 수준에서 1L당 830.3원의 종량세액이 제시되었는데 이는 2017-18년 평균 주세액 수준으로 이틀 전 열렸던 공청회에서 제시되었던 840.62원보다 낮은 수준이다. 이에 따라 생맥주, 페트, 병맥주의 경우 각각 1L당 311원, 27원 16원의 주세 부담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캔맥주의 경우 1L당 291원의 세 부담이 감소하는 것으로 발표했다. 또한 세율의 물가 연동제를 도입해 물가 상승에 따른 실질 세수를 보전하기 위해 주세율을 매년 소비자 물가상승률(CPI)에 연동해 조정하는 방식으로 도입한다는 것이다. 이번 주세법 및 교육세법의 세법 개정안은 2019년 9월 정기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며, 빠르면 2020년 초부터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