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화장품, 정말 효과가 있는 걸까?
맥주와 뷰티 아름다움에 빠진 맥주의 세계
아름다움에 대한 관심은 시대와 인종을 초월한다. 이를 반증하듯 뷰티 산업은 거대한 글로벌 산업 중 하나로 자리 잡았으며 지속적인 성장세에 있다. 올 초 종편의 한 유명 요리 프로그램에서 평소 건강에 관심이 많기로 잘 알려진 연예인이 등장해 ‘맥주 효모’를 언급하자 세간의 관심이 폭발했다. 그는 꾸준하게 맥주 효모를 챙겨 먹는 이유로 탈모 해소를 꼽았다. 다수의 건강 및 생활 정보 프로그램에서 ‘30초 만에 맥주 헤어팩 만들기’, ‘직접 만드는 수제 맥주 샴푸’, ‘남성을 위한 맥주 거품 클렌저’ 등을 집중적으로 다루자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 장악은 물론이고 사람들의 구매 문의가 빗발치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현재 온라인 쇼핑몰과 소셜커머스에서는 누구나 쉽게 맥주 효모 가루를 구할 수 있을 정도다. 올 초 국내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인 와디즈에서는 애쉬로렌 맥주 샴푸가 345%의 성공률을 기록하며 펀딩을 종료했다. 칼스버그는 덴마크 화장품 업체 우르테가든과의 콜라보레이션으로 자사 맥주를 활용한 ‘칼스버그 비어 뷰티’ 제품을 한정판으로 런칭해 큰 인기를 얻었다. 일본 아사히맥주와 산토리 그룹은 맥주 효모를 활용한 안티에이징 화장품을 출시하면서 주류 제조를 넘어 미용 분야로도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동안 매일 즐겨 마시던 맥주가 단순히 식음료가 아닌 기능성 화장품으로 쓰인다는 점이 흥미를 끄는 요인이 아닐까. 맥주 화장품에는 효모만 쓰이는 것이 아니라, 홉 추출물이나 실제 맥주가 사용되기도 한다. 체코와 독일, 그리고 중국 등지에서는 이미 샴푸뿐만 아니라 핸드크림, 향수, 입욕제, 바디 워시 등 ‘맥주 화장품’에 대한 활발한 연구와 상품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람들은 궁금증을 가진다. 맥주로 만든 화장품이라니. 쿰쿰한 술 향이 나진 않을까? 얼마나 꾸준히 써봐야 할까? 정말 여기 쓰이는 성분이 효과가 있는 걸까?
몇 주 전 프라하에 신혼여행을 다녀온 친구가 맥주 샴푸와 핸드크림을 선물하며 “패키지도 너무 예쁘고, 맥주라서 네가 생각나더라. 여기 유명하대.”라는 말을 덧붙였다. 자주 가는 미용실에서 맥주 효모 찌꺼기를 구해달라고 부탁을 받거나, 외국 출장을 다녀온 지인들에게 비슷한 선물을 했거나 대형마트나 로드샵에서 맥주병 모양의 바디젤과 팩을 봤다는 일화도 심심찮게 들을 수 있었다. 심지어 국내 대형 화장품 기업 A사에서 출시한 바디워시에는 ‘맥주로 스파하세요’ 라는 카피와 함께 자사 제품에 스타우트, 페일 에일, 스파클링 에일 등의 이름을 붙이기까지 했다.
먹지 마세요. 피부에 양보하세요. 라는 전설적인 광고 카피를 떠올려보자.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소비되는 음료 중 하나인 맥주는 오랜 역사를 가진 천연 음료로, 비타민과 각종 무기질을 비롯해 단백질과 다양한 영양소를 가지고 있다. 맥주는 네 가지 원료인 홉, 맥아, 효모 그리고 물로 구성되는데, 그 중에서도 홉은 싱그럽고 다채로운 향기를 품은 꽃이자 예로부터 탈모 예방과 항 알레르기 약초로서 쓰인 역사가 있다. ‘맥주 효모’는 맥아를 가공해 만든 맥즙을 발효한 뒤 맥주를 여과한 후 분리 건조한 효모를 일컫는다. 맥주 효모에는 우유와 계란, 닭고기보다 월등한 단백질 함량이 있는 걸로 알려져 있다.
단백질은 머리카락을 구성하는 주된 성분인데, 단백질 섭취가 부족하면 우리 몸은 모발로 가는 단백질을 우선적으로 제한해 탈모를 악화시킨다. 또한 맥주 효모에는 비타민 B군 중에서도 모발 비타민이라고도 불리는 비타민 B7인 ‘비오틴’이 풍부하다. 비오틴은 모발을 건강하게 만들고 성장을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실제로 탈모에 좋다고 알려진 검은콩이나 깨 등에도 비오틴이 많이 함유되어 있다. 그 외 셀레늄, 베타글루칸, 미네랄 등 맥주 효모의 다른 성분 역시 피부와 모발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 걸로 알려져 있다.
대표적인 맥주 소비국이자 생산국인 체코와 독일에서는 이미 맥주 화장품을 비롯해 맥주를 활용한 뷰티 산업이 활발하게 이루어져 있다. 과거 여성들이 피부 미용을 위해 맥주로 목욕을 한걸로 알려진 독일의 맥주목욕탕은 유럽 내에서도 인기 있는 관광상품으로 통한다.
비슷한 유럽식 목욕 문화를 가진 체코와 오스트리아, 폴란드에서도 맥주 스파의 개수가 증가하고 있으며 흑맥주나 필스너를 채워주거나 목욕 중간에 홉 송이를 넣어주는 등 이색적인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아이슬란드에 위치한 비요르뵈딘 비어 스파는 로컬 브루어리의 맥주를 활용할 뿐만 아니라 욕조 바로 옆에서 맥주를 내려 마실 수 있는 탭 서비스로도 유명하다. 또한 체코는 전국 곳곳에서 맥주 화장품 프랜차이즈 샵을 찾을 수 있으며, 이는 관광 수출 상품 중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실제로 배럴에서 바로 뽑아낸 맥주를 제품에 응용하거나 맥주 효모를 베이스로 홉 외에도 장미, 라벤더 등 다른 허브들을 블렌딩해 맥주 화장품에 대한 대중적 접근성을 강화함으로써 지속적으로 쓸 수 있도록 만들었다.
맥주 화장품은 단순히 주류제조와 유통에만 한정되어 있던 맥주 시장을 좀 더 확장해 나가는 데 의의가 있다. 더 나아가 맥주 소비층을 확대하고 맥주의 재료들이 산업 내에서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하기도 한다.
맛도 좋은데 몸에 바르고 씻어도 좋은 맥주라니. 구미가 당기지 않는가. 더 나아가 맥주가 가지고 있는 천연 원료와 효능이 알려질수록 시장 내 긍정적 인식의 순환을 기대할 수도 있다. 맥주는 많이 마실수록 숙취를 부르지만 맥주 샴푸는 쓰면 쓸수록 머리카락에 작게나마 도움이 될 테니 말이다. 그러나 맥주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이여, 이것만은 잊지 말자. 아름다워지기 위한 불변의 법칙은 건강한 음식을 먹고, 크게 많이 웃고, 적당한 운동을 하며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데 있다는 사실을.
EDITOR_조호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