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에 특별한 맛을 부여하는 효모: 브레타노마이세스 (브렛 맥주)
브루어는 호기심이 많아 항상 새롭고 흥미로운 재료를 찾게 된다.
요즘 들어 눈에 들어오는 Red-X 몰트를 사용한 Red IPA와 한국수제맥주협회에서 선보인 ‘깻잎 한 잔’이 좋은 예가 아닐까 싶다. 스페셜 몰트, 과일, 채소, 그리고 스파이스의 영역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탐구될 것이란 건 자명하다. 이러한 다양한 재료 중 모험적인 브루어들의 추종을 받는 재료는 야생 효모로, 이를 활용하여 새롭고 흥미로운 맛이 탐구되고 있다. 브렛(Brett)이라 흔히 불리는 브레타노마이세스(Brettanomyces)는 효모의 한 속으로, 사카로 마이세스 세레비지에(Saccharomyces cerevisiae)와는 뚜렷하게 다르다. 브루어들에게 브레타노마이세스는 새로운 효모는 아니다.
이미 수백년 동안 그 존재를 알고 있었으나 많은 브루어들이 브렛을 많이 활용하기 시작한 건 불과 10여년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브레타노마이세스라는 효모는 1906년 칼스버그 브루어리에서 처음 발견되었으나, 맥주가 나무 케그에 보관되어 있는 동안은 맥주의 맛에 필수적인 요소로만 여겨졌다. 라틴어로 브레타노마이세스는 “영국 곰팡이”란 뜻으로 번역되는데, 이는 영국 캐스크 맥주에서 처음 검출되었기 때문이다. 점차 브루어리들이 위생적인ㅡ발효와 병입 기술을 도입하고, 효모의 순수배양을 사용하면서 맥주에서 브레타노마이세스 발견이 점차 줄어들었다. 사실 브레타노마이세스의 영향은 맥주 브루어들보다는 와인 양조자들 사이에서 50년 전에 이미 많이 알려져 있었다. 와인 양조자 입장에서는 베럴이 브렛에 오염되어 원하지 않는 시골의 마구간스러운 맛이 날까 우려했지만, 한편으로 어떤 와인 양조자들은 오히려 와인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했다. 러시안 리버의 헤드브루어이자 사워 맥주 양조의 손꼽히는 전문가인 비니 실루조(Vinnie Cilurzo)는 와인 양조자 가족에서 성장하면서 맥주계에서 브렛이 유명해지 전에 이미 이 효모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이 야생 효모에 대한 지식을 살려 맥주계에서 가장 상징적인 브렛 맥주인 러시안 리버의 생티피케이션(Sanctification)을 만들어냈다.
브레타노마이세스는 청소나 살균이 어려운 편이고 일부 브렛으로부터 비롯되는 맛이 매우 불쾌할 수 있기 떄문에 양조자들 사이에서는 아직 두려움의 대상이다. 브렛의 특징이 몇 가지 예로는 파인애플, 핵과류, 식초, 가죽, 연기, 담배, 마구간, 배설물, 그리고 말 땀등이 있다. 물론 몇 향미나 풍미는 음료를 통해 만나기에 반갑지않게 보일 수 있으나, 블루치즈나 김치처럼 적당한 양으로는 오히 려 맛을 좋게 할 수 있다. ‘Cooked’의 저자인 마이클 폴란(Michael Pollan)은 이렇게 약간은 부패되고 변형된 음식을 점차 좋아하게 되는 현상을 일종의 변태스러운 매력으로 표현한다. 브렛의 향미와 맛은 죽음과 부패를 연상시키지만 이상하게도 우리는 그 점에 끌리게 된다.
브레타노마이세스는 보통 양조에 사용되는 효모에 비해 두 배 정도 더 많은 유전자를 가지고 있어, 양조용 효모가 섭취하지못하는 요소까지도 분해할 수 있다. 브렛의 부작용은 존재하는 모든 당류를 먹어치워 지나치게 밋밋하거나 맥주를 굉장히 드라이하게 만들 수 있다. 이런 특징으로 브렛맥주는 병입 후에도 오랜 기간 동안 천천히 발효 과정을 거쳐 과한 탄산을 생성하기도 한다. 브레타노마이세스는 불쾌하거나 아무런 맛이 없는 화합물을 대사 할 수 있어 오히려 좋은 향미나 풍미로 만들어준다. 디아세틸은 버터 맛과 혀에 미끌거리는 느낌을 주는 흔한 이취의 원인이다. 브레타노마이세스는 이 화합물을 에너지원으로 대사하여 그 특유의 이취를 제거해준다. 벨기에의 체리 사워 맥주인 크릭의 풍미 중 대부분은 과일 씨의 아무런 맛이 없는 화합물을 브렛 효모가 복합적인 맛으로 바꾸어 맥주의 깊은 맛을 더해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특징 외에도 브레타노마이세스를 제거하기 힘든 이유는 효모에 마치 갑옷을 입히듯 세척 화학 약품으로부터 보호막 역할을 하는 생물막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브레타노마이세스가 한번 양조 장비에 침입하게 되면 제거하기 매우 어렵다. 보통 임페리얼 스타우트와 같은 깔끔한 맥주에 사용되는 오크 베럴 같은 경우 나무에 브레타노마이세스 감염이 자리 잡기까지 3-4번 정도는 사용이 가능하다. 물론 이런 베럴로 좋은 맥주는 계속 만들어 낼 수 있다. 다만 쿰쿰하지 않은 맥주를 만들기에는 적합하지않다.
브레타노마이세스는 이토록 사용하기 무서운데 브루어들은 도대체 브렛의 어떤 매력에 빠진 것일까?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브레타노마이세스는 맥주 자체를 계속해서 진화하는 진정으로 살아있는 유기체로 거듭나게 해준다는 것이다. 브레타노마이세스는 산소를 제거하는데 탁월해서 맥주가 오래되 묵고 골판지와 같이 변하는 것을 방지하고 홉 아로마를 더욱 신선하고 더 오래 유지 시켜준다. 브렛은 낮은 pH에서도 살 수 있고 사카로마이세스 보다 복합당 분해에 탁월하여 병입 후에도 오랜 기간 동안 맥주에 변화를더 해준다. 오르발이 바로 쿰쿰한 맥주에 회의적이었던 사람들을 쿰쿰한 맥주 팬으로 바꾸어 놓은 맥주다. 오르발은 매우 독특한 맥주이나, 구지 분류를 하자면 매우 드라이하고 호피하며 씁쓸한 세종으로, 브레타노마이세스 브뤼셀렌시스로 마무리되는 맥주다. 병입 직후에는 상대적으로 깔끔하면서 씁쓸한 맛이 있지만 드라이 호핑에서 비롯된 홉 아로마가 명확히 드러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브레타노마이세스로 인해 맥주가 드라이 해지면서 에스테르와 페놀이 추가적으로 생성되고 반면에 씁쓸한 맛은 줄어들게 된다. 물론 오르발의 두 버전 모두 맛있는 맥주이나 동시에 매우 다른 성격을 띈다.
만약 대거 생산되는 라거 양조의 주 초점이 통제와 특정 수치를 맞추는 작업이라면 브레타노마이세스를 사용한 양조라면 그 반대이다. 즉, 브루어의 통제가 아닌 자연에게 맡기는 과정이라 볼 수 있다. 이러한 양조의 차이는 각 맥주 스타일을 양조하는 나라에 따라 나타난다. 맥주순수령의 독일은 재료의 사용과 양조 과정의 통제 있어 더 보수적인 성향을 보이며, 몇 백만 리터의 맥주를 생산하여도 일정한 맥주의 맛을 만들어낸다. 반면에 벨기에 브루어들은 병마다 다른 맛을 내는 미생물에 기꺼이 양조의 결과물을 맡긴다.
BJCP 가이드라인에 해당되는 브렛 맥주는 크게 두 카테고리로 나뉜다: 전적으로 브레타노마이세스로 발효된 맥주, 아니면 양조용 효모로 발효 과정을 거치고 마지막에 브레타노마이세스를 첨가한 맥주. 놀랍게도 오로지 브레타노마이세스로만 발효 과정을 거친 맥주는 일반적으로 브레타노마이세스를 발효 과정 끝무렵에 넣은 맥주보다 깔끔한 맥주를 만들어낸다. 이는 브레타노마이세스가 경쟁할 다른 효모가 없어 보다 좋은 환경에서 활동을 할 수 있어 마지막에 브레타노마이세스를 추가하는 맥주 대비 과일향의 에스테르와 스파이시한 페놀 생성이 적다. 브렛 맥주 중 가장 흔한 스타일은 IPA와 벨기에 스타일이다. 특정 브렛 종은 강한 열대 과일맛과 아로마를 만들어 내어 새로운 홉 종과 잘 어우러진다. 브렛이 산화 작용을 줄여주기 때문에 일반 IPA 대비 홉 아로마가 조금 더유지될 수 있다. 과일 및 스파이시한 브렛 종은 세종 종과 유사하게 드라이하면서 풍미가 깊은 맥주로 거듭나게 해준다.
브레타노마이세스가 발효 과정 마지막에 또는 병입 시 추가되는경우 브렛으로만 만들어진 맥주 보다 향미와 풍미가 더 강한 맥주로 만들어진다. 이는 브렛이 pH가 더 낮고 알콜 함량이 더 높아 브렛이 생존하기 어려운 환경으로, 활동량이 적고 부산물 생성이 증가하게 된다. 이러한 양조 과정을 거친 맥주는 브렛으로만 만들어진 맥주보다 성장하고 섭취할 수 있는 잔당의 여유가 있기 때문에 맥주는 시간이 지날 수록 더 많이 변하게 된다. 일반 양조 효모에도 다양한 종이 있듯, 브레타노마이세스에도 다양한 종이 존재한다. 세종과 독일 바이젠의 맛 차이를 생각해보자. 두 맥주 모두 사카로마이세스 세레비지에로 만들어지지만 매우 다른 맛의 맥주가 만들어진다. 일부 브렛 종은 브렛으로만 발효를 할 경우에 더 적합하고, 반면 일부 브렛 종은 맥주를 더 복합적이게 만들기 위한 2차풍미의 재료로 사용하기 적합하다. 오르발은 후자로 브렛을 사용한 가장 좋은 예다. 미치 스틸은 그의 인디아 페일 에일에 대한 책을 통해, 대부분의 IPA는 탄산 없이 인도로 보내졌다고 한다. 인도로 보내지는 과정에서 오크 베럴에서 브레타노마이세스를 통해 2차 발효를 거치면서 도착할 쯤에는 풍부한 탄산에 홉 아로마가 유지된 상태였다고 한다. 브레타노마이세스를 이런 방법으로 사용하는 데 있어 아직 많은 실험의 여지가 있다. 물론, 브루어들은 계속해서 맥주 맛의 한계가 어디까지 인지 도전할 것이다.
지난 5년 간 크래프트 비어 양조는 어마어마하게 성장했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성장은 사워 맥주다. 부산에 위치한 와일드웨이브 브루잉은 사워 맥주 전문으로, 현재 한국에서는 유일하게 브렛 위주의 맥주를 만드는 양조장이다. 현재 이 양조장에서 만드는 맥주 중 8종은 브렛을 사용하고 있다. 브렛으로만 만든 올 브렛 IPA의 경우 100% 브레타노마이세스만으로 1차 발효를 거치며, 과일과 홉을 활용하여 맛을 극대화 시킨다. 그 외의 대부분의 맥주는 브레타노마이세스를 2차 발효에 추가하는 방식을 택하고있고, 몇 종류는 맛의 깊이를 더하기 위해 와인 베럴을 활용하고 있다. 설레임 와일드는 대표 맥주인 사워 에일에 젖산균을 더해 브레타노마이세스의 쿰쿰함을 더했고, 오팔 세종은 세종에 과일과 브레타노마이세스를 더해 베럴에 숙성시킨 맥주다.
와일브웨이브의 브루어들은 브레타노마이세스를 활용한 양조를 모험이라고 표현한다. 이준표 헤드브루어는 원하는 맥주 프로파일에 도달하여 판매할 수 있는지를 결정하기 위해 꾸준히 브렛의 발효 과정을 확인한다. 이런 과정은 짧게는 3개월에서 길게는 1년 까지도 걸린다. 판매 여부는 결국 브루어의 감각으로 결정된다. 와일드웨이브의 브루어들은 일반 발효 맥주와 브렛 맥주 사이에 교차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장비 세척 및 정리에 대해 매우 세심한 주의를 기울인다. 와일드웨이브는 사워 및 쿰쿰한 맥주 이외에도 일반 발효 맥주를 생산하고 있다. 이러한 맥주 맛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브렛 맥주와는 별개의 장비와 발효조를 사용한다. 만약 아직 브렛 맥주를 시도해보지 않았으나 궁금하다면 보틀숍에서 오르발을 구매하거나 와일드웨이브의 맥주를 파는 곳을 찾아가보자. 이 특별한 재료가 맥주에 어떤 변화를 가져다 주는지 놀랄 준비를 하시길.
EDITOR_ Jared Ha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