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rtified Cicerone 시험 준비의 모든 것
지난 3월 14일 수요일, 서울의 ‘공방’에선 국제적인 맥주 자격 중 하나인 공인 씨서론(Certified Cicerone)에 대한 시험이 있었다. 약 20여명 정도가 응시한 시험이었으며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기자 또한 그 중 한명이었다. 안타깝게도 아직 그에 대한 결과가 나오진 않았지만, 합격 여부에 대해 아주 비관적이게 느껴지진 않을 만큼은 시험을 치르고 나왔다. 결과야 어쨌든, 시험을 준비하면서 개인적으로 가장 답답했던 것 중 하나는 아직 우리나라는 Certified Cicerone이 14명에 불과한 만큼 한국인 입장에서의 시험 후기, 시험 준비법 등이 굉장히 부족했다는 것이다(사실 없다고 봐도 좋다). 따라서 후에 또 시험을 보게 될 누군가를 위해, 자세한 시험 준비 과정을 작성해 보았다.
Certified Cicerone이란 무엇인가
시험에 대한 내용을 적기 전에, Certified Cicerone이 어떤 자격인지에 대한 이해가 당연히 필요할 것이다. 일단 Cicerone은 맥주의 재료부터 양조, 보관, 서빙과 맥주 스타일, 음식과의 궁합 등 맥주 전반에 대한 포괄적인 이해를 요구하는 자격증명이다. 와인의 소믈리에와 통하는 부분이 굉장히 많으며, 실제로 ‘Tasting Beer’라는 유명 맥주 저서에선 ‘와인 소믈리에와 동등한(Equivalent) 프로그램’이라고도 소개하고 있다. 맥주에 대한 이해의 정도에 따라 가장 기초단계인 Certified Beer Server부터 다음 단계인 Certified Cicerone, 그 윗 단계인 Advanced Cicerone, 마지막 최고의 단계인 Master Cicerone으로 구분되어 있다.
이중 1단계인 Certified Beer Server는 취득 난이도가 비교적 쉬운 편이다. 맥주 전반에 대한 기본적인 내용들(각 맥주 스타일에 대한 간략한 배경지식, 상식적인 범위 내에서의 양조, 맥주 보관, 서빙 방법 등)이 주를 이루고 있다. 크래프트 펍에서 장기간 비어 서버로서 근무해봤거나, 열정적인 맥덕으로서 1~2년 이상 살아온 사람이라면 지금 당장 아무런 공부를 하지 않고 시험을 봐도 얼추 통과 할 수 있을 법한 난이도다. 시험비용은 약 7만원 정도이며 온라인으로 언제 어느 때나 30분정도만 시간을 투자하면 볼 수 있고, 전부 객관식 문제에 한국어 시험까지 지원하니 자신의 맥덕 지수가 어느 정도인지 궁금한 사람이라면 한번 시도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합격 시 조그마한 인증 배지도 배송해 주니 나름 뿌듯한 마음도 들고 말이다.
다음 단계인 Certified Cicerone은 당연하지만 Certified Beer Server보다 훨씬 폭 넓고 깊은 맥주에 대한 이해를 요구한다.
Cicerone 홈페이지의 소개에 따르면 Certified Cicerone에 대해 ‘이 자격증을 취득한 사람들은 맥주 및 맥주 서비스에 대한 견고하고 다방면의 지식을 가지고 있음은 물론 맥주의 품질과 정체성을 평가할 수 있는 기본적인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서술하고 있다. 이게 어느 정도 수준인가에 대해 Cicerone의 창립자인 Ray Daniels에게 직접 물었을 땐 ‘크래프트 맥주 펍을 운영 (Management)하기에 별다른 무리가 없을 정도의 전문성을 지닌 자격 증명’이라고 표현했으며 ‘어렵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그만큼 Certified Cicerone부터는 시험 난이도가 대폭 상승한다. 우선 시험 시간부터가 30분에서 4시간으로 증가한다. 이중 필기 시험이 2시간, 실기(Tasting) 시험이 1시간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후 Demo라 하는 실기 시험이 추가로 더 존재한다. 시험은 오로지 영어로만 보며, 객관식은 거의 없다시피 하고 주관식 단답형과 서술형 문제가 주를 이룬다. 아무래도 이 점이 한국인들이 가장 꺼려지는 부분일 텐데, 후술하겠지만 결과부터 말하자면 큰 걱정은 안해도 된다. 어쨌든 요약하자면 Certified Cicerone부터는 어느 정도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Certified Cicerone 시험 파헤치기
Certified Cicerone 시험은 Keeping and Serving Beer (25%) Beer Styles (25%), Beer Flavor and Evaluation (25%), Beer Ingredients and Brewing Processes (15%), Pairing Beer with Food (10%)의 총 5가지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이중 Keeping and Serving Beer, Beer Styles, Beer Ingredients and Brewing Processes 파트에서 서술형(Essay) 문제가 한 문제씩 나오며, Beer Flavor and Evaluation 파트의 25%에서 16.75%는 실기 Tasting 시험이 포함되어 있다. 합격 기준은 전체 성적에서 80%이상, 이중 Tasting 시험에서 70%이상의 점수를 획득해야 합격할 수 있다. 즉 필기에서 제아무리 고득점을 해도 Tasting에서 떨어지면 불합격이란 소리다.
본격적인 시험 준비에 앞서, Certified Cicerone을 준비하기 위해 꼭 필요한 자료 4가지가 있다. 바로 Certified Cicerone® Syllabus 와 Randy Mosher의 ‘Tasting Beer’, 2015 BJCP Style Guideline, Draught Beer Quality Manual(줄여서 DQM)이다. Syllabus는 Cicerone시험의 교과서이자 가이드라인 역할을 하는 필수적인 자료이다. Cicerone 홈페이지에서 쉽게 다운받을 수 있다. 다만 Certified Cicerone시험은 단순히 Syllabus에 있는 내용뿐만 아니라 그 곁가지에 달린 내용들 또한 굉장히 많이 나오므로 Syllabus가 필수적인 것은 맞지만 충분한 것은 절대 아니다. 때문에 이를 보완해 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Randy Mosher의 ‘Tasting Beer’이다.
‘Tasting Beer’는 Certified Cicerone시험의 모든 파트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담고 있으므로 ‘Tasting Beer’에 언급된 내용 중에 Syllabus 와 겹치는 내용이 있다면 추가적인 정보와 더불어 반드시 숙지해주 는 것이 좋다. 나머지는 이후 추가적으로 후술하겠다.
1.Keeping and Serving Beer
Keeping and Serving Beer는 말 그대로 맥주를 보관하고, 서빙 하는 것에 대한 내용을 담고있다. 언뜻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가장 어렵고 준비하기 까다로운 파트를 꼽아보라 하면 나는 주저 없이 이파트를 꼽을 것이다(아마 대다수의 시험 응시생들도 이에 공감할 것이다). 왜냐하면 맥덕들에게 있어 가장 낯선 파트이기 때문이다. 우선이 파트에선 올바른 맥주 보관 및 따르는 법(Pouring), 깨끗한 잔 확인법 같은 기본적인 것과 더불어 드래프트 시스템(한국식으로 표현하자면 생맥주 시스템)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요구한다. 케그부터 가스 시스템, 비어라인 시스템, 푸셋, 커플러 등 각각의 장비에 대한 이해는 물론이거니와 적정 관리 방법, 문제 발생 시 해결 방법까지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드래프트 시스템 관리는 커녕 맥주를 따라본 적조차도 없을 테니 애초부터 쉽지가 않은데, 아직 다양성이 없고 단조로운 한국의 드래프트 시스템 뿐 아니라 (보통)본 적도 없는 미국의 다양한 드래프트 시스템까지 알아야 하니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 거기다 야외 파티에서, 혹은 영국의 리얼 에일(Real Ale)과 같은 특수한 경우의 드래프트 시스템마저 알고 있어야 한다. 더 문제인 것은 이 파트에서 서술형 문제가 하나 나오므로 이중 일부 내용으로 A4용지 한바닥을 영어로 가득 써내려 가야 한다는 것이다. 직접 3분간 영어로 말해가면서 커플러나 푸셋을 분해, 청소, 조립하는 과정을 시연해야 하는 DEMO 실기시험은 덤이다.
이런 까다로운 파트이다 보니 가장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Syllabus에 적힌 내용만 가지곤 어림도 없다. Cicerone 홈페이지를 통해 Draught Beer Quality Manual(DQM)을 찾아서 다운받고, DQM의 거의 모든 내용을 암기해야 한다. 그리고 시간이 들긴 하지만 공부를 하다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구글링을 해서라도 의문을 충분히 해소하고 가는 것이 가장 좋은 공부 방법이다. 또 자주가는 펍이 있다면 실례를 무릅쓰고서라도 꼭 한번쯤은 드래프트 시스템을 구경해보도록 하자. 공부하기가 훨씬 수월해질 것이다. 물론 펍에서 일하는 분들에겐 해당사항이 없겠지만 말이다.
2. Beer Style
이 파트는 맥덕들에겐 꽤나 익숙한 파트일테니 공부하는 것 자체엔 큰 무리가 없다. 문제는 공부할 분량이 다른 파트에 비해 굉장히 많다는 점이다. 그렇다 보니 평소에 스타일 공부를 안 해온 사람들에겐 공부에 가장 많은 시간이 걸리는 파트이다.
스타일은 기본적으론 Syllabus에 제시되어 있는 것만 공부하면 된다. 주로 기준으로 삼는 것은 2015 BJCP Style Guideline(차후 새로운 버전의 BJCP가 나오면 바뀔 것이다)이므로 2015 BJCP중 Syllabus에 제시되어 있는 스타일만 골라서 공부하도록 하자. 다만 Certified Beer Server때처럼 간략히만 알고 있으면 안 되고, 꽤나 디테일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 그것도 숫자 하나하나까지 말이다.
실제로 시험에서도 외관, 풍미, 특징 재료, 양조상 특징 같은 기본적인 내용은 물론이고 역사, 발생지역, IBUs, ABV범위, 상업적 예시(Commercial Example)까지 가리지 않고 다 물어본다. 다만 공부하는 것에 시간이 오래 걸릴 뿐이지 시험문제 자체가 어렵진 않으므로 충분한 시간만 투자한다면 나중가선 가장 맘 편하고 쉬운 파트가 될 것이다.
3. Beer Flavor and Evaluation
이 파트는 약간의 필기와 대부분의 Tasting 시험으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필기는 크게 어렵지 않다. 맥주 평가 시 고려해야할 점 및 주의사항에 대해 숙지하고, Syllabus에 제시된 단어들을 모두 암기하고, 각각의 단어(특히 이취)에 대해 약간씩만 심화된 내용을 알고 있으면 크게 문제될 부분은 없다. 심화 내용도 Randy Mosher 의 ‘Tasting Beer’에 나오는 Tasting 관련 내용들을 숙지하고 있는 정도면 추가적인 공부는 따로 필요 없을 것이다.
가장 문제되는 부분은 역시 Tasting 시험이다. Tasting은 3가지 타입의 문제가 나오는데 하나는 향과 맛을 보고 어떤 이취인지 맞추는 문제, 두 번째는 맛을 보고 어떤 스타일이 더 적합할지 선택하는 문제, 세 번째는 맥주를 맛보고 이 맥주가 서빙되기 적합한 맥주인지, 아니라면 왜 아닌지 이유와 원인을 설명하는 문제이다 (Cicerone 홈페이지에 가면 Sample Test가 있으니 참고하도록 하자). 사실 이 파트는 정말 반복적인 숙달 외엔 방법이 없다. 특히이취의 경우, 사람마다 특정 맛에 대해 민감한 정도가 정말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어떤 이취는 코만 슬쩍 대봐도 굉장히 쉽게 감지되는가 하면 어떤 이취는 아무리 맡고 마셔 봐도 도저히 느껴지지 않기도 한다. 그러니 이취에 대해 숙지할 때까지 Off-flavor Tasting 모임엔 자주 참석하는 것이 좋고, 그래도 안 된다면 따로 Offflavor Kit를 주문하여 스스로 공부하는 수밖에 없다.
그래도 한 가지 팁을 주자면 각각의 이취마다 자신만의 표현, 자신만의 판별법을 만들어 두는 것이 좋다. 가령 DMS나 Acetaldehyde의 경우는 휘발성이 강한 물질이기 때문에 입에 넣고 가글을 하게 되면 입안에서 휘발되어 향이 굉장히 강하게 느껴진다. 초산의 경우는 혀양 옆과 혀 아래쪽에서 좀 더 강하게 느껴지므로 긴가민가하다면 그쪽으로 맥주를 흘려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참고로 이 팁들은 필자가 직접 고안해낸 방법이므로 사람마다 느끼는 것이 다를 수 있다). 이런 식으로 각 이취별 자신만의 팁을 작성해 보면 막상 시험 때가 되어 긴장했을 때 차분히 문제를 풀어가는 데에 도움이 된다.
4. Beer Ingredients and Brewing Processes
이 파트는 홈 브루잉에 대해 공부해왔고, 여러 번 양조를 해본 분들에겐 굉장히 쉬운 파트이다. 약간의 디테일을 요구하긴 하지만 홈 브루잉 상식 수준을 넘어가는 어려운 내용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Certified Cicerone이 양조자들을 위한 시험은 아니다 보니 말이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양조를 계속 공부해온 사람들에 한해서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겐 골치 아픈 파트가 될 수 있다. 낯선 단어가 다소 등장하는데다가 단순 암기가 아닌 충분한 이해가 필요한 파트이기 때문이다. 이 파트가 공부하기 힘들다면 역시 ‘Tasting Beer’를 참조하도록 하자. 실제로 ‘Tasting Beer’에 언급된 것 이상의 내용은 나오지 않으니 굳이 양조서적을 찾아서 공부하는 등의 노력까진 하지 않아도 된다.
5. Pairing Beer with Food
아마 모든 파트 중 가장 난해하고 막막한 파트일 것이다. 요리와 맥주의 맛은 무수히 많고, 사람 입맛도 제각기 다 다르거늘 이를 어찌 일일이 다 공부한단 말인가. 하지만 그 때문에 오히려 문제는 크게 어렵지 않다. 논란이 될 만한 소재는 어느 정도 배제 하고 원론적인 내용만을 다룬다고 보면 된다. Syllabus와 ‘Tasting Beer’에서 크게 벗어나는 내용은 나오지 않으며, 배점이 큰 응용문제가 있긴 하지만 그 원론적인 부분을 근거하여 설득력 있게만 글을 쓰면 된다. 그러니 너무 큰 부담을 가지진 말자.
추가적인 팁
Cicerone 홈페이지엔 Certified Cicerone Sample Exam(실제 2009년 당시 기출문제이다)이 있으니 어떤 느낌으로 시험이 구성되어 있는가를 보고 싶다면 이를 참조하면 된다. 다만 이 샘플테스트는 최근의 시험에 비하면 굉장히 쉬운 편이므로 이것만 보고 시험 준비를 어설프게 했다간 시험 때 꽤나 정신적 타격을 입을 것이다. 아마 시험 보는 사람들의 수준이 높아지다 보니 시험 난이도도 같이 상승시킨 듯하다.
앞서 언급한 Certified Cicerone® Syllabus는 나라별로 여러가지 버전이 존재한다. 홈페이지에서 가장 쉽게 찾을 수 있는 Syllabus는 미국판이며, 3 tier system과 같은 미국 맥주시장에만 해당되는 내용이 조금 들어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엔 해당 사항이 없는 내용이기 때문에 이를 공부하긴 조금 억울한 감이 있는데, 때문에 International판 Syllabus가 따로 존재한다. 우리나라에서 보는 시험은 당연히 International Syllabus를 기준으로 출제하므로 홈페이지에서 이를 찾아서 공부하면 된다. 다만 찾기가 다소 어려워서 모르는 분들이 많기에 굳이 이렇게 언급을 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미국 등 다른 나라에서 시험을 보는 분들이라면 그 나라에 맞는 버전의 Syllabus를 찾아서 공부하면 된다.
영어가 고민인 분들이 많을 텐데, Cicerone은 국제적인 시험인 만큼 비영어권 나라들에 대해선 배려를 많이 해주는 편이다. 사전에 요청하면 필기시험 시간을 2시간 더 주기도 하고, 시험장에 영한 사전을 따로 준비해주기도 한다. 서술형 문제도 문법적인 부분이 다소 안 맞더라도 의미만 통하면 최대한 배려를 해주겠다는 대답도 받았다(심지어 필요시 절이 아닌 구로만 써도 된다고 한다). 그리고 사실 Certified Cicerone을 공부하기로 마음먹은 사람 정도의 영어실력이라면 크게 문제될 것이 없을 것이다. 영어가 진심으로 자신 없는 사람이라면 공부 시작조차 힘들 테니 말이다.
어느 정도 공부가 이루어졌다면 Quizlet(퀴즐렛)이란 어플을 활용하도록 하자. 여러 Cicerone 준비생들이 Cicerone 관련 문제들을 많이 마련해 놓았으니 말이다. 문제를 풀다 보면 스스로 어느 부분이 부족한지를 깨달을 수 있다. 문제를 풀다가 ‘설마 이런 게 나오 겠어?’ 싶은 문제가 있더라도 가볍게 여기지 말자. 실제로 그런 문제가 나오기도 한다는 것을 필자가 직접 겪고 왔으니 말이다.
EDITOR_ 김정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