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산 가스 압력 조절이 만드는 맥주 맛의 차이
케그 속 맥주가 탭으로 올라오기까지
케그(Keg)에는 보통 20~30리터 정도의 맥주가 담겨있다. 케그 에 담겨있는 맥주는 당연히 병맥주나 캔맥주와 달라서 그냥 뚜껑 이나 캔의 탭을 열 듯이 단순하지 않다. 케그에서부터 탭에 이르기 까지의 맥주 추출 구조는 우리가 펍이나 일반 생맥주집에 가서도 쉽게 볼 수 없는 숨겨진 곳의 구조다. 이 구조를 알아봄으로써 맥 주를 맛있게 추출하여 즐길 수 있는 시스템에 대하여 알아본다.
케그에 담겨있는 맥주를 서브하는 시스템은 보통 두 가지 방식으 로 되어있다. 첫 번째는 보통의 생맥주를 판매하는 곳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방식으로 ‘케그-디스펜스헤드-급속냉각기-탭’으로 이어 지는 급속냉각기를 이용하는 방식이다. 비교적 단순한 방식으로 시설이 쉬운 반면 맥주를 실온에 놓아두는 경우가 많아 빠른 판매 가 아닐 경우 맥주의 과탄산 문제가 발생할 확률이 높아지는 위험 성이 있다. 두 번째는 요즘 크래프트 맥주 전문 매장에서 쉽게 볼 수 있는 10~40개의 멀티탭(multi-tab)을 가진 방식이다. 많은 맥주 케그를 냉장 보관할 수 있는 워크인 쿨러(walk-in cooler) 내에서 맥주 급 속냉각기 없이 바로 매장의 탭(tab)으로 연결한다. 크래프트 맥주 전문매장에서는 많은 종류의 맥주가 서빙되며, 한 통의 맥주가 며 칠에 걸쳐 판매 될 수도 있으므로 냉장보관이 필수적이다. 또한 냉 장보관을 하더라도 적절한 탄산 압력을 항상 유지해야 맥주의 품 질이 유지될 수 있다. 그렇다면 케그에 들어 있는 맥주를 가급적 품질의 손상 없이 서브 하기 위한 방법 중 탄산가스 압력 조절방법을 알아보자. 그리고 그 라인들이 위생적으로 관리를 하려면 어떤 방법이 있는지 등의 맥 주 추출 시스템의 청소방법에 대해서 알아본다.
맥주 케그의 탄산가스 압력은 어떻게 조절하는가?
맥주를 케그에서 추출할 때는 탄산가스가 사용된다. 탄산가스가 케그 안의 맥주를 탭까지 밀어 주는 것이다. 맥주 스타일에 따라 혹은 맥주 제조사에 따라 맥주가 가지고 있는 탄산의 함량은 달라진다. 따라서 맥주 추출을 위한 적절한 탄산가 스의 압력도 달라져야 한다. 추출을 위한 탄산가스의 압력과 맥주 의 압력이 다를 경우 압력은 평형을 이루려고 하게 된다. 따라서 추출을 위한 탄산의 압력이 맥주의 탄산 함량에 비해 높을 경우 맥 주에 탄산이 녹아들어 과탄산이 될 수 있고, 반대의 경우 맥주의 탄산이 빠져나가 밍밍한 상태가 될 수 있다. 그러므로 맥주에 용해 되어 있는 탄산의 양에 따라 추출을 위한 탄산의 압력이 조정되어 야 한다.
이 원리는 온도와 기체의 용해도와의 관계와 함께 맥주 케그로부 터 맥주를 따르는 탭까지 연결된 호스의 길이와 직경에 따라 다르 게 고려되어야 한다. 첫 번째는 맥주의 온도와 탄산의 용해도이다. 기체가 물에 녹는 양은 온도가 높아질수록 적어지고, 온도가 낮을 수록 많아진다. 즉, 맥주에 녹을 수 있는 탄산의 양은 맥주의 온도 에 따라 다르고 밀폐되어 있는 케그 안의 맥주 역시 온도에 따라 녹아 있는 탄산의 양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 케그에 담겨 있는 맥 주의 온도가 높아지면 맥주에 녹아 있던 탄산가스의 일부는 케그 의 상부로 빠져나와서 통 전체의 압력을 높여 주게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원리에 의해서 맥주의 탄산가스양과 상부의 탄산압력 이 같아져서 더 이상 압력이 변하지 않게 되는 포인트를 평형압력 이라고 한다. 맥주의 탄산량이 같더라도 온도가 상승하면 평형압 력이 상승하게 된다.
A: 평형압력으로 맞추어 놓은 경우 B: 상부압력이 평형압력보다 낮은 경우-맥주내의 탄산이 상부로 올라간다. C: 상부압력이 평형압력보다 높은 경우-상부의 탄산가스가 맥주로 녹아 들어가게 된다. ※ 맥주 케그 1통을 1-2시간 만에 모두 소진할 수 있다
두 번째로 케그의 출구부터 탭까지의 호스 길이와 직경에 유의해 야 한다. 일반적으로 케그의 맥주 추출에 사용되는 호스의 직경은 3/16인치에서부터 1/2인치까지 다양하다. 직경이 가늘어질수록 맥주가 추출되어질 때 압력손실이 일어나게 된다. 호스를 통과한 맥주가 탭에서 압력이 거의 0에 가깝게 되면 거품이 과도하게 나 지 않게 되고, 맥주 컵을 기울이면서(혹은 세우면서) 원하는 거품 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추출속도에 있어서는 약 8초에 500cc정도가 적당하다고 하는데, 만일 호스의 직경은 작은데 길이가 너무 길 경우 맥주를 밀어내는 압력의 손실이 커서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반대의 경우에는 맥주가 호스를 통과하는 압력이 커서 탭에서 쏟 아져 나와 거품이 많이 일어날 수도 있으므로 전문가에게 호스의 길이와 직경을 결정할 수 있도록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좋다.
※ 압력이 0에 가까워진다는 것은 물리학적으로 오해 받을 소지 가 있어 gauge pressure임을 밝힌다
만약 1층이나 지하에 맥주를 보관하면서 2층 또는 3층에서 맥주 를 추출할 경우, 혹은 급속냉각기와 같이 냉각수 챔버에 직경이 작 은 코일이 길게 있을 경우 부득이하게 압력을 높여야 하는데 이는 과탄산의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격막 펌프(diaphragm pump) 형 태의 비어 펌프(beer pump)를 사용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
청소를 주기적으로 해야 맥주 맛이 유지 된다는 것은 이제 원만한 맥주 애호가들은 알고 있을 것이다. 실제로 맥주에는 홉, 단백질, 효모, 탄수화물 등의 여러 가지 맥주의 구성물질이 존재하며, 특히 크래프트 맥주에서는 그 양이 더욱 많으므로 주기적인 청소가 더 욱 중요해진다.
청소는 케그와 호스를 잇는 디스펜스 헤드부터 맥주를 따르는 탭 에 이르는 구간에 대하여 청소가 필요하며, 청소방법에는 물청소 와 약품청소방법이 있다. 우선 물청소는 매일 영업이 끝나면 케그 로부터 디스펜스 헤드를 분리하고, 맥주를 모두 따라낸 후, 물 라 인을 연결하여 10~20분정도 통과시킨다. 그리고 물도 모두 따라 낸 후 다음날 영업을 하면 된다.
약품청소는 시중에 나와있는 산성 세척제(가성소다 병행도 가능) 를 이용하여 1~2주에 1회씩 청소를 하는 것이 좋다. 추가로 스폰지 볼을 사용하기도 한다. 청소한 다음날 첫 잔은 반드시 맛을 보고 신맛이나 이취 등이 나지 않는지 확인해야 한다.
물위에 떠있는 백조는 우아하고 여유로워 보이지만 물 위에 떠 있 기 위해서 물에 잠긴 발은 끊임없이 물장구를 치고 있다. 맥주 역 시 다르지 않다. 우리가 보는 것은 탭에서 맥주가 잔에 따라져서 우리의 앞에 놓아지는 것이지만, 맛있는 맥주 한 잔을 전달하기 위 해 뒤에서는 끊임없이 관리하고, 청소하는 과정이 이루어지고 있 다. 각 부품들과 장비들을 점검하고, 탄산압력을 세심하게 조절하 며, 깨끗이 청소하는 일상적인 과정이야말로 우리가 마시는 맛있 는 맥주 한 잔을 위한 노력이며, 맛있는 맥주를 제공하고자 하는 마음이다.
EDITOR_성훈(브루웍스 아카데미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