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세의 자화상 by 렘브란트 판 레인 X 디아지오, 기네스
가을이 깊어지고 날씨가 쌀쌀해진다. 낙엽이 스산하게 날리는 이 계절, 낙엽이 날리는 소리에 왠지 싸하게 외로워진다.
방안에 박혀 책을 보거나 자신에 대해서 한 번쯤 곰곰이 생각해 보고픈, 그런 계절이다.
렘브란트만큼 자화상을 많이 남긴 화가도 없을 것이다.
젊을 때부터 노인이 될 때까지, 차례차례 남겨진 자화상을 보면 그 당시에 그가 어떤 삶을 살고 있었는지 표정에 아스라이 묻어 있는 듯 하다. 조용히 자신을 돌아보는 가을 남자에게 딱 어울릴만한 맥주로 기네스만한 맥주도 없다. 아무리 다양한 스타우트가 나와도 독보적인 위치를 잃지 않는 기네스 한 잔과 함께 램브란트의 그림을 감상해 보자.
100여점의 자화상을 남긴 화가, 렘브란트. 빛과 어둠을 극적으로 사용하여 ‘빛의 화가’라고도 불리는 렘브란트는 17세기 네덜란드에서 태어났다. 어릴 때부터 미술에 소질을 보인 그는 암스테르담에서 공부하고 이어 독립하여 작품 활동을 하다가 독특한 구도의 ‘툴프 박사의 해부학 강의’라는 작품이 호평을 받으면서 점점 유명세를 타게 된다. 탄탄한 기본기와 묘사력을 바탕으로 멋진 초상화를 그려낸다는 소문이 나며 당시 부유한 암스테르담 사람들이 수많은 초상화 의뢰를 하게 되며 당대에 꽤나 잘 나가는 화가로 자리매김한다.
제분업자의 아들이었던 그는 유명세를 바탕으로 명문가의 아내와 결혼하면서 사치스러운 삶을 살게 된다. 그러나 아내의 집안은 점점 흔들리고 오히려 렘브란트가 벌어들이는 돈을 아내의 친척들 이 빌려가는 형국이 되었다. 결핵에 걸린 아내의 병원비도 상당했지만 당시 가장 유망한 화가로 손꼽혔던 렘브란트는 자신이 더 벌 수 있다는 자신감에 사치스러운 생활을 계속한다. 그러나 반복되는 초상화 의뢰는 화가로서의 그를 만족시키지 못했다. 그림에 대한 새로운 시도와 열정이 대단했던 렘브란트는 외면만을 표현하는 작업에 점점 지쳐 인간의 내면을 표현하거나 철학이 담긴 그림을 그리려 시도한다. 안타깝게도 이러한 그의 시도는 평론가들에게 외면을 당하게 되고 잘 나가던 렘브란트의 경제 사정은 점점 기울게 된다.
혹자는 렘브란트의 자화상이 유독 많은 것에 대해서 모델을 쓸 돈이 없을 정도로 가난해서라고 말하기도 한다. 진실은 아무도 모르지만 렘브란트는 이 상황에서도 수많은 작품을 쉴새 없이 남긴다.
유화와 스케치 등 다양한 형태로 남겨진 그의 초상화들은 렘브란트의 생애를 알고 보면 다르게 보인다. 시시각각 변하는 그의 삶 속에서 자화상을 그릴 때,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34살의 자화상에 담긴 그의 모습은 성공한 젊은 화가로서의 자부심이 담겨있다. 그러나 화려했던 생활을 할 때 구매했던 집을 팔고, 묘지 터를 팔고, 두 아내를 떠나 보내고서 인생 막바지에 남긴 자화상은 퍽이나 쓸쓸하게 느껴진다.
찬 바람이 불고 낙엽이 뒹구는 11월. 날씨가 스산해지니 괜히 외로운 기분이 든다. 그렇다고 사람들을 만나러 가고 싶지는 않고, 집에서 조용히 맥주 한 잔 하면서 책을 읽거나 쓰지도 않던 일기를 써보고 싶은 기분이다. 이럴 때면 너무 가볍거나 맛이 쨍한 맥주보다는 부드럽고 무거운 스타우트 한 잔이 생각난다. 몰트를 구워서 진한 색을 낸 스타우트. 밀크 스타우트나 임페리얼 스타우트도 있지만 가장 잘 알려진 종류는 아일랜드에서 만들어진 드라이 스타우트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스타우트라는 기네스가 그 대표적인 드라이 스타우트다. 달지 않으면서도 특유의 무게감 있고 부드러운 질감이 일품인 기네스는 수많은 새로운 맥주들이 쏟아지는 지금에도 자신만의 영역을 확실히 하고 있는 맥주이다.
기네스의 창립자 아서 기네스는 1752년 고향에서 양조장을 작게 시작한 후, 1759년 아일랜드의 수도 더블린으로 가서 양조 사업을 키워보기로 결심한다. 그 해의 마지막 날 아서는 세인트 제임스 게이트의 작은 양조장을 빌린다. 아직도 기네스 역사를 이야기할 때 전설적으로 내려오는 계약기간은 무려 ‘9000년’. 큰 꿈을 가지고 시작된 더블린의 양조장에서는 지금도 엄청난 양의 기네스가 생산되고 있고, 다양한 나라로 수출되어 사랑 받고 있다.
특히 기네스는 맥주 자체뿐만 아니라 브랜드가 가지는 이미지로 많은 마니아들에게 지지를 받고 있다. 20세기 초 많은 미국의 라거 브랜드들은 젊은 사람들이 모여 즐겁게 건배를 나누고 빠르게 맥주잔을 비워내고 즐기는 광고를 틀었다. 그러나 기네스는 이와 정반대로 자신감 넘치는 한 남자가 조용한 바에서 이야기를 나누거나 자신만의 철학에 대해 말하는 광고를 꾸준히 보여준다. 무겁고 고급스럽고 도전적인 기네스 브랜드의 이미지는 이 때부터 굳건히 형성되어 지금까지도 그만의 독특한 아이덴티티를 유지하고 있다.
이렇게 자신만의 이미지와 철학을 가지고 있는 맥주다 보니, 기네스는 혼자만의 사색을 하는 시간에 너무나도 잘 어울린다. 짙은 색의 – 기네스 브랜드의 목소리를 빌자면 “A very dark side of ruby”,
매우 짙은 루비색의 기네스 한 잔과 함께 가을밤 혼자 앉아서 사색의 시간을 가져보자. 렘브란트가 자화상을 남기며 한 해 한 해의 인생을 차곡차곡 남겼듯이, 저물어가는 올해를 보며 일기라도 한번 써보는 것은 어떨까? 막막한 기분이 든다면 기네스를 한 모금 더 넘겨보자. 부드러운 깊은 맛에 어느새 글이 ‘술술’ 써질 테니 말이다.
EDITOR_비어캣(Beerk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