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어 소믈리에와 치킨 소믈리에가 추천하는 크래프트 맥주x치킨 페어링
치킨과 맥주, 꿀조합으로 더 맛있게
대한민국에 맥주가 소개된 이래 최고의 음식 페어링을 꼽으라면 단연 ‘치킨’이다. 어릴 적 부모님이 사오신 통닭 한 마리에 온 가족이 행복해하던 기억은 누구나 가지고 있을 터. 바삭한 닭다리에 시원한 맥주 한잔을 곁들여 드시던 부모님의 모습은 지금도 잊지 못 할 추억이다. 그 때 그 시절 그저 큼지막하게 튀겨지곤 했던 치킨은 1990년대 후반부터 환골탈태하기 시작했다. 대형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생겨났고, 다양한 조리법과 맛으로 무장하여 ‘요리’에 가까운 치킨도 여럿 나타났다. 그야말로 치킨의 전성시대가 활짝 열린 것이다.
한류 열풍을 일으키며 전세계로 뻗어나간 대한민국의 대표 먹거리 치킨에 아쉬운 점이 딱 하나 있다면 그에 어울리는 맥주와의 궁합을 아직 제대로 만나지 못했다는 것. 밍밍하고 시원하기만 한 생맥주 한 잔도, 세계적인 요리사 고든 램지가 극찬하던 그 맥주에 소주를 타먹는 것도 지금 비어포스트를 읽고 있는 당신에게는 성이 차지 않는다. 저마다 독특한 매력을 뽐내는 이 땅의 치킨에는 당연히 그에 어울리는 맛과 향의 맥주를 찾아줘야 한다.
크래프트 맥주와 치킨의 놀라운 화학적 결합을 발견하고 널리 전파하기 위해 따뜻한 이불 속에서 치킨을 먹게 해주는 배달앱 배달의민족을 서비스하는 ‘우아한형제들’과 비어포스트가 뭉쳤다.
11월 중순 어느 날, 서울 송파구 우아한형제들 사옥에 크래프트 맥주와 치킨의 궁합을 논할 어벤저스가 모였다.
맥주의 다양한 풍미를 예민하게 감지해 어울리는 치킨을 찾아낼 비어 소믈리에로 크래프트 펍 비어탭세븐의 손상역 대표가 나섰다. 되멘스 비어 소믈리에 과정을 밟은 손상역 대표는 치킨 프랜차이즈 본사에 근무한 경력도 있어 이번 이벤트의 적임자로 꼽혔다.
치킨 전문가로는 김미정 씨가 자리했다. 김미정 씨는 올 7월 배달의민족이 개최한 ‘제 1회 치믈리에(치킨 소믈리에) 자격시험’에서 수석을 차지해 치킨 애호가 사이에서 큰 화제가 된 ‘치킨계의 아이돌’이다. 모두 500여명이 응시한 치믈리에 자격시험에서 김미정씨는 필기와 치킨의 맛과 향을 감별하는 실기에서 고르게 점수를 따 42점 만점에서 35점을 얻어 최고 득점을 했다.
이번 크래프트 맥주와 치킨 페어링 평가 대상은 프랜차이즈 치킨 4종과 대형 마트에서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는 크래프트 맥주 6종이다. 점심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배달의민족 앱으로 주문한 치킨들은 온기를 가득 품고 지체 없이 도착했다.
간장 양념에는 감칠맛 있는 세종, 맵단에는 역시 깔끔한 페일 라거 오명석 비어포스트 에디터(이하 에디터) 맥덕(맥주덕후)과 치덕(치킨덕후)을 대표하는 두 분을 모셨다. 평소 어떤 치킨을 즐겨 드시는지 궁금하다.
손상역(이하 손) 가족들과 함께 자주 시켜먹는 건 아내가 좋아하는 교촌치킨이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것은 튀김옷이 두꺼운 둘둘치킨이다. 한 주에 한 마리는 먹는다.
김미정(이하 김) 브랜드를 따라가기 보다는 끌리는 메뉴를 선택한다. 최근에는 노란통닭의 깐풍치킨과 후라이드 반반을 즐긴다. 주 3~4회 치킨을 먹는데 브랜드별로 좋아하는 메뉴가 생기더라. 다양하게 시도하지만 결국 귀결되는 건 후라이드 치킨이다.(웃음) 에디터 페어링을 시작해보자. 첫 번째 치킨은 교촌치킨의 반반콤보(간장+레드)다. 교촌치킨 특유의 마늘 간장 맛과 매콤하게 맛이 밴 날개, 다리의 조합이다. 출출한 늦은 밤, 기어코 배달의민족 앱을 열게 만드는 메뉴이기도 하다.
손 교촌치킨의 간장소스는 감칠맛과 짠맛이 공존한다. 감칠맛은 향이 은은한 세종이 어울린다. 짠맛에는 씁쓸한 IPA가 기분 좋은 조화를 이룬다.
간장 양념에는 감칠맛 있는 세종, 맵단에는 역시 깔끔한 페일 라거
김 짭잘한 간장맛이라서 그런지 가볍고 산뜻한 라거가 좋았다.
손 (교촌레드를 먹어보더니) 매콤한 게 고춧가루의 매운 맛이다.
매운 치킨은 맛과 향이 강한 맥주를 곁들여주면 맛이 더 살아난다. 포터와 먹으니 제격이다.
김 (IPA를 마셔보더니) 매운 치킨은 씁쓸한 맛의 맥주와 잘 어울리지 않는 듯 하다. 맥주를 잘 마시지 못해서 쓴 맛이 너무 도드라진 다. 오히려 가벼운 라거가 잘 어울린다.
에디터 두 번째 치킨은 BBQ의 ‘매달구’다. 이국적인 향신료의 풍미가 독특하며 매콤함과 달콤함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손 타바스코 같은 매운맛이 돋보인다. 교촌 레드의 고춧가루 매운맛과는 다르다. 매달구는 라거와 잘 어울리며, 시간만 허락한다면 이 자리에서 윙 50개도 먹을 수 있겠다.(웃음)
김 국산 윙을 사용했다는 게 보인다. 사이즈가 딱 먹기 좋다. 칠리나 타바스코의 알싸한 매운 맛이라 이븡ㄹ 중화하기 위한 시원하고 가벼운 맥주라면 뭐든 좋겠다.
시즈닝 치킨도 IPA와 함께라면
에디터 다음은 네네치킨의 스노윙치즈다. 치킨 위에 눈꽃이 내린 듯 부드럽고 진한 치즈 시즈닝 덕분에 마니아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김 BHC의 뿌링클과 신경전이 있던 제품이다. 각 치킨 브랜드마다 치즈 가루의 맛이 다르다. 체다 맛이 얼마나 강한지, 치즈임에도 불구하고 담백한지, 치즈 맛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지에 따라 스타일을 구분할 수 있다.
손 치즈의 꿉꿉함이 세종과 잘 어울린다. 세종은 벨기에의 농주라는 명성답게 우리네 막걸리와 유사한 발효 맛이 있지 않나. 그런 점에서 치즈 시즈닝이 세종과 궁합이 좋다.
김 스노윙은 특유의 달달한 맛 때문에 먹다 보면 질려서 많이 먹지 못했었다. 그래서 6개월에 한 번 정도 먹곤 했다. 달달하기만 해서 지루했는데 의외로 IPA와 페일에일이 혀를 잘 씻어주었다. 드디어 스노윙을 자주 먹을 수 있는 방법을 찾은 것 같아서 기쁘다.(웃음)
에디터 다음은 BHC의 ‘핫후라이드’ 치킨이다. 매콤한 시즈닝을 사용해서 먹다 보면 입 안이 화끈해진다고 한다.
김 BHC는 후라이드 치킨에 굴곡(웨이브)이 많다. 겉에서 보기에는 바삭한데 실제로 먹으면 그렇지는 않다. 튀김옷이 촘촘하며 딱딱하지 않아서 한국 사람들이 좋아할 만하다.
손 일반 밀가루로 튀김옷을 사용하면 딱딱해지는데 이 치킨은 그렇지 않다. 밀가루와 전분, 양파, 마늘가루를 고루 섞은 파우더가 사용되었다. 기름향이 강하기 때문에 치킨의 육향을 느끼기는 어렵다. 입 속을 부드럽게 정리해주는 헤페바이젠이 잘 어울린다.
김 손이 차가울 정도로 시원한 라거가 제격이다. BHC 핫후라이드 치킨은 은은하게 오래가는 매운 맛인데 라거와 같이 먹으니 얼얼함이 싹 사라졌다. 느끼함도 줄어들어서 좋다.
‘Best of Best’ 교촌레드X포터, 네네치킨 스노윙치즈XIPA
에디터 역시 페일 라거가 가장 무난하게 치킨과 어울리는 맥주로 꼽혔다. 그렇다면 가장 추천하는 조합은 무엇인가?
손 교촌 레드와 포터를 꼽겠다. 짠맛이 나는 소스로 기본 베이스를 하고, 그 위에 매운맛 소스를 동시에 발라서 그런지 쌉쌀한 맛이 일품인 시에라네바다 포터와 슈나이더 탭7이 잘 어울린다. 맛이 상승하는 효과가 있었다.
김 네네치킨 스노윙치즈와 IPA다. 평소 치킨은 그 자체만으로 완벽하다고 생각해서 맥주는 좀처럼 즐기지 않았다. 오히려 맛을 해친다고 판단해 탄산수를 마시곤 했다. 그런데 스노윙에 펑크IPA나 대강 페일 에일을 곁들이니 즐기는 재미가 생겼다. 지루함이 사라졌다.
에디터 당신에게 치맥이란?
손 치킨은 반드시 크래프트 맥주와 함께 드셔야 한다. 한국의 치킨은 무수히 많은 맛과 향을 자랑한다. 당연히 그에 어울리는 맥주가 있다. 페어링의 재미를 즐기는 문화가 널리 전파되었으면 좋겠다.
김 앞으로 시도해 볼만한 조합이다. 사실 맥주를 잘 마시지 못해 제대로 맛보는 건 오늘이 처음이다. 치킨마다 어울리는 다양한 맥주가 있다는 점에 놀랐다. 앞으로 치맥을 하러 갈 일이 있으면 반드시 따라 가야겠다.(웃음)
EDITOR_오명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