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가는 길이 대한민국 크래프트 맥주의 길 강서 맥주 만든 세븐브로이
우리가 가는 길이 대한민국 크래프트 맥주의 길 강서 맥주 만든 세븐브로이의 김강삼 대표를 만나다
지난해 말 마트 맥주 코너에 진열된 ‘강서’ 맥주. 파란 바탕에 심플한 한글 폰트를 활용한 라벨 디자인으로 소비자들의 시선을 끌었다. 그 동안 강 이름 등 한글로 된 맥주 이름은 있었지만 특정 지명을 맥주에 붙인 경우는 처음이었다. 사람들은 강서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궁금해했고, 블로그나 SNS에도 자주 등장했다. 올해에는 마트에 오렌지빛으로 무장한 ‘달서’ 맥주가 등장했다. 역시 사람들의 관심 속에 인터넷상에서 회자되고 있다. 한글 지명 맥주로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는 세븐브로이의 김강삼 대표를 만났다
한글 지명 네이밍으로 다시 태어나다
세븐브로이는 지난 2011년 하이트와 오비맥주에 이어 무려 77년만에 대한민국에서 맥주 제조 일반 면허를 취득한 기업 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이 외에 다른 맥주 제조사들은 규모에 제한이 있는 소규모 면허를 취득해 양조하고 있었다. 세 번 째였지만 하이트와 오비맥주가 일제 강점기의 조선맥주와 동양맥주를 기원으로 하는 것을 고려하면 일제 강점기 이후 첫 번째 맥주 제조 일반 면허다. 세븐브로이는 그 동안 두 대기업이 만들어오던 맥주와 맛과 향이 전혀 다른 인디아 페일 에일, 스타우트와 같은 맥주를 시장에 내놓으면서 대한민국의 새로운 맥주 역사를 열었다.
하지만 이러한 상징성이 지속적인 매출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강원도 횡성을 나타내는 너구리 캐릭터와 개성 없는 캔 디 자인 등이 브랜드 이미지 구축에 도움을 주지 못했다. 그러다 지난해 말 세븐브로이 본사가 있는 서울 강서구의 이름을 딴 강서 맥주를 내놨고, 이어 올해는 홈플러스와 협력해 달서 맥주를 선보였다. 한눈에 쏙 들어오는 한글 지명 라벨로 바 꾸면서 소비자들의 시선을 모을 수 있었다.
김 대표는 “세 번째 맥주 제조 기업으로 주목 받을 때 한글 네이밍 전략으로 소비자에게 각인됐다면 지금보다 브랜드파 워가 훨씬 올라갔을 것”이라며 “시행착오를 거쳤으니 이제 눈에 띄는 지역 네이밍을 계속 발굴해서 시장에 어필하겠다” 고 밝혔다. “
하우스맥주의 명맥을 잇다
김강삼 대표는 서울 발산역 인근 스카이라운지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하다 2002년 같은 건물 7층에 하우스맥주펍(브루 펍)을 열면서 이름을 세븐브로이로 정했다. 서울역 ‘트레인스’와 함께 두 개의 브루펍을 운영하면서 맥주 비즈니스에 눈 을 떴다. 이후 강원도 횡성에 브루어리를 완공한 데 이어 신용보증기금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했고 군납 맥주로까지 선정 되면서 저력을 과시했다.
외부에는 이렇게 화려한 모습으로 알려졌지만 실상은 여유롭지 못했다고 김 대표는 밝혔다. 가장 큰 위협 요소는 역시 세 금. 김강삼 대표는 “2011년에 면허를 받고 6년동안 누적 750만병을 판매했고 이에 따라 50억원 이상의 주세를 냈다”며 “매출의 반절 이상을 세금으로 내야 하니 판매량이 늘어나는 게 두려울 정도였다”고 말했다. 그는 “작년까지만 해도 세금 을 내기 위해 빚을 부지기수로 냈을 정도”라며 “출구가 안 보이는 상황이었다”라고 전했다.
지난 2015년 소규모양조장에 대한 과세표준이 낮춰졌지만 애초 마트, 편의점 등 소매 시장을 겨냥해 일반 면허를 받아놨 던 세븐브로이 입장에서는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이 거의 없었다. 현행 체제에서는 일반 면허를 받아야 소매점에 유통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 틈바구니에서 외로운 싸움을 하는 동시에 소규모 크래프트 브루어리와 시장에서 경쟁은 하면서도 세금 혜택은 못 받는 상황이 이어졌다. 군납을 시작한 것도 60만 군인에게 맥주를 공급한다는 자부심과 함께 군납 맥주는 면세라는 점이 적지 않게 작용을 했다.
강서 맥주로 마케팅에 성공했지만 한글 지명 네이밍을 하면서 남모르는 속앓이도 많이 했다. 김강삼 대표는 “최근 해외에 브루어리를 짓거나 해외 브루어리에 위탁 생산을 하면서 한글 이름을 마케팅 포인트로 삼고 있는 맥주들과의 경쟁이 너 무 힘들다”고 토로했다.
미국, 중국 등에서 생산해 국내로 수입하는 더부스브루잉, 플래티넘 등의 맥주가 세븐브로이에 큰 위협으로 다가오는 것 은 국내 생산과 해외 생산 맥주에 대한 세금 체계가 다르기 때문이다. 수입맥주에 대해서는 수입원가에 관세를 더한 부분 이 과세표준이 되는 구조지만, 국내 맥주의 과세표준이 되는 원가에는 재료비, 인건비, 판매관리비, 임대료까지 모두 포함 된다. 국내 생산 맥주는 모든 비용에 세금이 매겨지는 셈이다. 여기에 112%에 달하는 세율(주세, 교육세, 부가세 포함)이 적용되면 수입 맥주에 대해 가격 경쟁력을 상실한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해외 생산 맥주에 한글 이름이 붙어있다 보 니 시장에서는 국산 크래프트 맥주로 인식한다”며 “해외 생산 맥주들이 가격 경쟁력을 토대로 펍이나 소매점에서 공격적 인 마케팅을 하는데 당해낼 재간이 없다”고 밝혔다.
“한국 이름을 내건 맥주라면 적어도 이 땅에서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엄연히 해외 브루어리에서 만들어 수입한 맥 주인데 국산 크래프트 맥주 행세를 하고 심지어 세계에도 널리 알려져 있는 국내 지명까지 붙이는 것은 소비자를 기만하 는 겁니다. “
시행착오는 끝났다… 이제는 세계로 간다
세븐브로이는 다시 한번 신발끈을 고쳐 매고 더 넓은 시장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먼저 ‘품질제일주의’를 모토로 맥주의 맛과 질을 높이기 위해 혼신을 다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맥주 관련 연구개발을 위해 정부 지원을 받아 R&D센터도 개설 했다.
이런 노력을 기울이는 가운데 생맥주군을 생산하는 자회사인 세븐비어가 대중들로부터 자금을 모으는 크라우드펀딩 방 식으로 3억원 유치에 성공했다. 원래 2억원을 모집할 예정이었지만 투자가 몰려 3억원으로 늘렸다. 기존 국내 브루어리 들의 크라우드펀딩과 달리 지분투자 방식 크라우드펀딩으로 200여명의 개인주주가 세븐비어의 지분 3%를 보유하게 됐다. 해외에서의 성과도 서서히 나오고 있다. 중국, 홍콩, 사이판에 수출하고 있고, 중국 상하이에 두 곳의 세븐브로이 펍을 열 었다.
세븐브로이 경영만으로도 힘에 부치지만 업계가 함께 성장하기 위해서 풀어야 할 문제에는 적극적 으로 나설 생각이다. 김 대표는 “크래프트 맥주야 말로 투자를 늘리고 일자리를 늘리는 산업”이라며 “맥주에 대한 세금 제도가 조금만 바뀐다면 산업이 크게 도약하고 고용 역시 폭발적으로 늘 것”이라고 강조했다
종가세 구조의 주세를 종량세로 바꾸는 것이 최종 목표지만 단기적으로 쉽지 않다면 1단계로 일부 비용을 공제해주는 방 안도 찾아볼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인건비가 원가에 들어가기 때문에 브루마스터 월급을 많이 주면 세금이 올라간 다. 직원 월급 더 줬다고 세금 내야 하는 상황인데, 이 업계에 좋은 일자리가 생기고 고급인력이 계속 들어오려면 빨리 개 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15년동안 업계에서 부침을 겪으면서도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지는 않았다. 대한민국 1호 맥주 제조 기업의 사명감 으로 ‘우리가 대한민국 크래프트 맥주의 길을 만든다’고 끊임 없이 가슴에 새겨왔기 때문이다. 그는 “늘 롤러코스터를 타 면서도 놓을 수 없는 것은 스토리를 만들어내고 사람들을 끌어 당기는 맥주의 힘 덕분”라고 말했다. 이어 “차근차근 성장해서 세븐브로이가 크래프트 맥주 1호 상장기업이 되겠다”는 그의 말에서 대한민국의 힘이 느껴 졌다.
EDITOR_이인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