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프트 맥주와 내츄럴 와인이 통하는 길, 뱅베(Vin.V) 김은성 대표를 만나다
향기에 취해 잠시 시간을 잃어버리고 과거와 미래의 경계가 되는 어느 지점에서 행복의 유희를 탐하고 있었다. 크래프트 맥주와 내추럴 와인의 경계는 그렇게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지만 그러한 구분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한 모금 입에 넣으면 나를 에덴 동산으로 끌고 가는 건 매 한가지인데…
프랑스의 자그마한 브루어리에서 생산하는 맥주가 있다고 해서 찾아간 전주에서 그렇게 경계가 모호한 시간을 보내게 된 것은 순전히 그 때문이다.
투박해 보이지만 섬세한 감각을 가지고 있는 그는 전주의 그 유명한 ‘베테랑 칼국수’의 오너이자 내추럴 와인과 크래프트 맥주를 수입하는 ㈜뱅베의 대표이다.
전혀 연관이 없을 것 같은 칼국수와 내추럴 와인 그리고 크래프트 맥주를 어떻게 동 시간의 비지니스로 진행하고 있는지 사뭇 궁금했다.
“철모르는 20대에 소리에 미쳐서 오디오를 찾아 듣기 시작했어요, 자연스럽게 오디오 좋아하는 사람들과 어울려 정보도 교환하고 친목을 쌓으며 술을 자주 마시게 됐는데 그 중에 한 분이 와인을 좋아해서 와인을 나눠 마시면서 시작됐죠”
그렇게 청각에서 미각으로 감각이 옮겨지게 되고 닥치는 대로 와인을 마시다 보니 어느덧 또래들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 와인을 많이 마셨더라는 김은성 대표는 아버지가 하시던 칼국수 집을 물려받기로 결심한다. 부모님이 운영하시는 데 한계를 느끼셨고 본인과 태생이 같은 77년부터 시작한 베테랑 칼국수를 그렇게 없어지게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판단하여 아버지에게 바닥부터 배우고 5년동안 집중해서 식당 경영 수업을 한 후 현재 전주 본점과 서울 고속터미널점, 잠실 롯데몰점 등 3개 점을 운영하기에 이르렀다.
전주하면 비빔밥과 콩나물 국밥 그리고 베테랑 칼국수를 꼽을 정도로 유명한 맛집으로 자리매김 하면서 김대표는 그동안 하고 싶은 일을 하기로 마음 먹는데 그것이 바로 와인이다.
회사 이름 뱅베(Vin.V)의 뱅(Vin)은 와인을 뜻하고 베(V)는 베테랑에서 가져왔다고 한다. 자신이 하고 싶은 와인과 가업의 아이덴티티를 살린 절묘한 네이밍이다
그런데 와인은 와인인데 내추럴 와인(Natural wine)은 무엇인지 궁금했다.
“내추럴 와인은 집 된장 같은 거라 이해하면 쉽습니다. 된장이 상용화 되면서 대량생산, 유통하기위해서 많은 첨가물을 넣게 되는데요, 집 된장은 만들고 유통하기에 어려움이 있지만 맛의 깊이는 훨씬 좋잖아요. 일반 와인도 대량 생산, 광역 유통하기 위해서 여러 화학 첨가물을 넣는게 공공연한 사실인데요, 프랑스에서 법적으로 허용된 첨가물이 200 여종이 된다고 하고 유명 와이너리도 보통 30종 정도의 첨가제를 사용한다고 합니다. 이와 반대로 어떠한 화학 분무제와 인공비료, 농약도 쓰지 않고 포도를 재배하며, 양조장에서 포도는 자연 효모로만 발효시키는 자연 그대로를 존중하는 방법으로 생산한 와인이 바로 내추럴 와인 입니다.”
농약이나 화학비료, 첨가물이 개발되기 이전의 옛날 방식, 자연이 주는 그대로의 방식으로 만들어진 진짜 클래식 와인이라고 첨언한다.
“제가 생각하는 맛있는 음식은 최소한의 조작을 거쳐서 원재료의 특성을 충실히 표현하거나 아주 세련되게 조리된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내추럴 와인은 포도가 자란 땅의 기운과 포도 자체의 맛을 잘 느낄 수 있는 맛있는 음료입니다.”
2016년 11월에 설립하여 이제 갓 돌을 넘긴 회사인 뱅베는 늦게 시작한 만큼 비슷한 와인으로 승부를 하는 것은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하고 다른 수입사가 쉽게 접근하기 어려웠던 내추럴 와인에 집중하며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가고 있다.
그렇게 내추럴 와인 생산자들을 찾아 다니던 중 그들 사이에 소문난 맥주가 있다고 해서 찾아간 맥주 양조장이 바로 브라쓰리 데 브아홍(Brasserie des Voirons)이다.
프랑스와 스위스의 국경인 사부아 지역에 위치한 이 브루어리는 뤼쌍쥬(Lucinges)의 맑고 깨끗한 지하수에 유기농 곡물과 홉, 자연 효모만을 이용한다. 오랜 기간 내추럴 와인 양조자들과 교류하며 쌓은 친분으로, 내추럴 와인 양조자들이 와인의 발효 및 숙성을 위해 사용하던 오크통을 받아서 사용하는 프랑스 내 유일한 맥주 생산자이다. 내추럴 와인이 숙성되던 오크통에 남은 효모는 깨끗하고 상쾌한 산미를 만들어 주기 때문에 맥주라기보다는 뛰어난 샴페인이나 생기 있는 내추럴 와인 같은 섬세하고 강한 기포와 산미를 준다.
모든 맥주는 수작업으로 만들어지며, 특히 뤼그 스페시알(Lug Speciale) 라인은 매 6개월이나 매 1년마다 1~2 바리끄 만이 만들어져 수량이 지극히 한정적이다
양조장은 바바라와 크리스토프 부부가 같이 운영하는데, 두 사람은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삶을 지향하는 공통점이 있다.
바바라는 유명한 와인 상인 버나드 지라드의 딸로서 20년 이상 내추럴 와인을 사랑해 왔다. 그녀는 파리 국립음악원의 발레리나였으나 부상으로 은퇴한 후 아버지의 회사에서 내추럴 와인을 거래했다. 다소 극단적인 자연주의자의 그녀는 모든 과일과 채소를 제철이 아닐 때 수확하지 않으며, 자연적으로 얻은 식품만을 소비한다. 이러한 고집에서 부아홍의 모든 맥주를 고집스럽게 모든 작업을 수작업으로 진행한다.
남편 크리스토프는 오랫동안 파인 다이닝 신에서 요리한 셰프이다.
2003년부터 르 보뇌흐 당 르 프레(Le Bonheur dans le Pré)라는 식당을 열어 100% 내추럴 와인으로만 와인 리스트를 구성하고 오직 사부아 지역의 제철 식재료 만을 사용한 자연적이고 독특한 메뉴로 열정 가득히레스토랑을 운영했다. 2013년부터 그는 브라쓰리 데 부아홍을 인수하여 자연주의 요리와 같은 열정으로 가장 자연적이며 뛰어난 맥주를 만든다.
이러한 지역적 특성과 맥주를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니 이 맥주는 그 자체가 내추럴이고 크래프트 (Craft)라는 구분이 필요 없다는 생각이 든다.
“술도 음식인데, 맛없는 음식을 먹을 이유가 없죠. 소주는 맛이 없어서 일부러 마시지는 않습니다. 맛있는 음식 찾는 마음으로 따라가다 보니 크래프트 맥주까지 만나게 되었습니다.
내추럴 와인과 크래프트 맥주의 공통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단숨에 “맛있어요”라고 대답하는 그는 “내추럴 와인은 아직 생소해서 호불호가 있지만 익숙해지면 일반 와인으로 돌아가기 어려워져요. 마치 홍어처럼 맛을 알면 알수록 진한 것을 찾게 되듯이 내추럴 와인도 그렇게 됩니다.”
좋은 재료와 충분한 시간을 기다려 얻은 맥주 한잔을 마시며 내추럴 와인을 만드는 사람들의 자연과 상생하려는 마음을 읽으며 생각한다.
더 많이, 더 빨리 생산하려고 훼손한 자연으로부터 더 맛있는 음식을 얻기를 원하는 것은 인간의 헛된 욕심이라고.
맥주와 와인 그리고 우리의 삶이 크게 다르지 않다.
브아홍 맥주 종류 및 스타일 소개
Lug Blanche 밀 맥주로서 쓴맛이 없고 거품이 적으며 신선한 산미가 가득한 맥주이다. 여름 계절 요리들과 특히 잘 어울리며, 가금류, 생선, 샐러드에 이상적인 청량한 맥주이다.
Lug Blonde 보리 70%에 밀을 섞어 금색으로 구운 뒤 양조한 맥주로서 자연스러운 산미와 쓴 맛의 균형이 완벽하다.
Lug Brune 이 맥주는 내추럴 와인 효모로 와인처럼 양조된 뒤 내추럴 와인 바리끄에서 와인처럼 숙성된 맥주이다. 고소하게 볶은 코코아와 커피의 향기가 가득하여 초콜릿이나 커피 또는 향신료로 만든 디저트와 함께 식사의 끝을 장식하기에 적당하다.
Lug Speciale 이 맥주는 한정 수량으로 매 시즌 특별하게 양조되는 맥주들이다.
Lug Speciale Vermouth 베르무스에 들어가는 허브와 향신료를 넣어 침출한 맥주이다. 쑥과 허브 향기로 인해 양고기와 특히 잘 어울리는 묵직하고 향이 짙은 맥주이다.
Lug Speciale Hysope 성경에 많이 등장하는 히솝 허브를 침출한 맥주이다. 히솝은 홉이 쓰이기 전 고대 맥주에 많이 쓰이던 허브로 고대의 맥주를 복원한 맥주라고 할 수 있다. 쌉쌀한 허브 향기가 향긋하며 음식과 매칭 없이도 홀로 즐기기 적당한 균형 있는 맥주이다.
Lug Speciale Bitter 맥주 양조 후 숙성 과정에서 특별한 품종의 작은 오렌지를 침출하여 오렌지 껍질의 향과 맛을 녹인 맥주이다. 상쾌한 산미와 사랑스러운 오렌지 향기가 어울리는 섬세하고 여성적인 맥주이다.
EDITOR_이인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