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로 꿈꾸는 자들을 위한 은신처 압구정로데오의 바틀샵&펍 ‘계몽’
‘계몽’이라 하면 떠오르는 게 하나 있다. 어릴 적 내 책장을 가득 채웠던 소년소녀 세계 문학전집 시리 즈 출판사 이름이 바로 계몽출판사였다. 그 때부터 계몽은 나에게 환상과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해 준 무언가였고, 내 인생의 연결고리와 같은 단어였다. 어른이 되고 맥주의 세계를 알게 되면서 푹 빠져버 린 지금, 서울 압구정 바틀샵&펍 ‘계몽’도 그렇게 나에게 다가왔다.
꿈꾸는 자들의 아지트, 계몽
BOTTLE&TAP HOUSE라는 커다란 간판과 아기자기한 그림이 눈에 띄는, 노랑과 파랑이 어우러진 당장 인스타에 사진을 올려야 할 것만 같은 계몽의 첫인상은 봄날 화단에서 만난 팬지꽃 같았다. 압구정 골목을 화사하게 만든 계몽은 2017년 3월 8일 문을 열었다.
왜 하필 이름을 ‘계몽’으로 지었을까? 한자리에 모여 브레인 스토밍을 하며 이런저런 이름이 오고 가다 직원 하나가 ‘계몽 어때?’라고 했는데 만장일치로 한순간에 정했다고. ‘몽’이라는 음절을 생각 해보면 꿈, 판타지 등 여러 의미가 떠오르지만 맥주를 세상에 널리 알리고 보급하고자 하는, 계몽 한다는 의미가 가장 크다고 한다.
어른이 되고 보니 ‘꿈’이라는 단어가 낯설어진 지 오래다. 퇴근 후 맥주 한 잔이 나를 위로하는 시간, 편하게 맥주 를 마시며 자유를 만끽하고 또 다시 힘을 내자며 지친 하루를 위로하며 내일이란 희망을 꿈꿀 수 있게 해 주는 아지트. 우리가 찾는 펍과 바틀샵이 이런 곳이면 얼마나 좋을까? 이러한 소망을 그대로 담아낸 계몽은 바로 맥 주로 꿈꾸는 자들을 위해 태어난 아지트다.
계몽을 차리다, 일구다, 꾸리다
2016년 겨울 공사를 시작한 계몽은 기존 의류 매장으로 사용하던 건물을 최대한 활용했는데 먼저 간판과 입구 전 면은 계몽의 메인 칼라인 그레이, 네이비, 엘로우 세 가지 색을 활용하여 도색했다. 좁은 골목에서도 눈에 띄는 이 곳은 밤이 되면 한층 더 아늑해지는 조명으로 아지트의 분위기를 더한다. 각 층별 트렌디하게 꾸며진 계몽은 총 세 가지 컨셉으로 고객들을 맞이한다. 지하 1층은 어두운 조명을 중심으로 한 인테리어로 고객 들이 보다 더 아늑하게 모임을 할 수 있는 은신처 컨셉으 로 조성했다.
1층은 맥주를 사랑하는 이들의 시선과 발길을 머물게 하는 바틀샵과 탭룸을 운영하는 공간으로 각양각색의 바 틀과 드래프트 맥주를 시음해 볼 수 있는 탭을 가지고 있다. 다양한 소비자 층을 위해 색깔별로 맥주 스타일별로 디테일하게 바틀을 소개하는 센스도 발휘했다. 2층은 건축원자재인 유로폼을 리폼하여 제작한 테이블들을 배 치하고, 맥주와 치킨과 관련된 키치적인 액자로 인테리어를 더했다. 더불어 2층에 위치한 야외 테라스는 계몽에 서만 누릴 수 있는 유니크한 공간이다.
계몽, 한겨레 맥주학교를 만나다
계몽을 준비하면서 다양한 맥주 관련 정보와 수업들과 서적들을 찾으러 다녔지만, 그들을 진정한 맥덕으로 거 듭나게 한 건 바로 한겨레 맥주학교. 계몽 스텝들은 모두 한겨레 맥주학교 1학년, 2학년을 수료한 동문들이다. 지난 겨울, 한겨레 맥주학교 강의를 통해 맥주의 전문적인 지식과 더불어 다양한 맥주 스타일과 페어링을 공부 하며 실제 계몽 운영에 관한 팁과 메뉴얼들을 익혔다고.
한겨레 맥주학교를 만나지 않았으면 어떠했을까? 실제 바리스타로 근무하다 계몽을 운영 중인 한아름 선임은 커피를 마실 때 가장 싫어하는 맛이 신 맛이었는데, 가장 좋아하는 맥주 스타일은 사워 에일이라 했다. 맥주를 알기 전 절대 몰랐을 미각의 경험을 한겨레 맥주학교를 통해 알게 됐고 맥주가 커피만큼 내 인생에 의미가 있고, 심오하며 재미가 있음을 충분히 느끼고 있다고 했다.
계몽 캐릭터 몰티(Malty)
계몽을 둘러보면 아기자기한 놀이동산의 기념품 샵을 떠올리게 된다. 벽면을 가득 채운 재미난 포스터의 주인 공은 바로 계몽의 캐릭터 몰티(Malty). 맥주의 원재료인 몰트에서 이름을 착안한 몰티는 35살 맥주를 좋아하는 직장인 남성을 표현했다. 실제 몰트의 피부 톤에 맥주병을 거꾸로 놓은 듯한 얼굴로 늘상 맥주에 흠뻑 취해 있는 몰티는 보는 순간 웃음을 자아낸다.
몰티가 주인공인 포스터들은 실제 맥주를 마신 직원들의 시음평을 바탕으로 디자인하고 제작하여 유쾌한 계몽 만의 스토리를 만들어 내고 있다. 현재 탭룸에 소개되어 있는 윗비어(Witbier) 셀리스 화이트(Celis White)는 몰 티가 낙하산을 타고 오렌지 풍선들과 함께 구름 위 산책을 하고 있는 모습으로 표현돼있다. 마치 셀리스 화이트 특유의 오렌지향을 맛 본 몰티가 신나서 구름 위로 날아가는 흥겨움을 재해석한 듯하다.
파이어스톤 워커 유니온 잭 IPA(Firestone Walker Union Jack IPA)는 파이어스톤 워커 브루잉의 시그니처인 사 자와 곰 사이에서 하와이안 훌라춤을 추며 맥주를 서빙하는 몰티와 ‘RISE UP & KEEP GOING’이란 캐치 프레이 즈로 눈길을 끌었다.
몰티 전용잔과 캘린더는 계몽 오픈 기념 프로모션으로 제작되어 큰 관심을 끌었으며 올해에는 몰티를 캐릭터화 한 티셔츠, 에코백, 병따개 등을 제작하여 MD 사업을 적극적으로 펼칠 계획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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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몽의 또 다른 차별성은 바로 어느 바틀샵보다 트렌디한 감각을 살렸다는 점이다. 이곳 지 하와 2층에는 직원이 상주하지 않는다. 심지어 시계조차 없다. 편안하게 맥주를 마실 수 있 는 공간에서의 시간과 추억이 가장 우선이며 방해 요인을 최대한 주지 않아야 한다는 그들 의 철학이 돋보인다.
또한 1층에서 선불 결제를 하고 진동 벨이 울리면 받아가는 시스템으로 운영 중이다. 이태원 펍을 중심으로 퍼져 나간 선불 결제를 계몽에서도 활용 중인데 흡사 외국 펍에서 맥주를 마 시는 듯한 이국적인 정취를 더한다. 2017 트렌드 코리아에서 말한 ‘적당한 불편’이 실제로 반 영되고 있는 공간인 셈이다.
현재 계몽에는 100여종의 바틀이 구비되어 있으며 희귀맥주, 큰 바틀, 한정판 등을 계속하 여 구축하여 판매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곳의 메뉴 또한 무겁지 않게 치맥을 즐길 수 있도록 치킨 1조각부터 4조각까지 주문할 수 있다. 오리지날 치킨 외에도 통날개, 치킨 크로렛, 감자 튀김, 치즈&아몬드 및 사이드 메뉴까지 모두 직접 레시피를 개발하여 직접 조리해 선보인다.
책맥을 하러 온 싱글, 옹기종기 모여앉은 세 모녀, 퇴근한 직장인들…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치맥 코스인 압구정 펍&바틀샵 계몽. 탤런트 권혁수와 김지수가 단골로 자주 찾기도 한다는 계몽이 모든 맥주 마니아들이 꿈을 꿀 수 있는 아지트가 되는 그 날까지 오래도록 만날 수 있 길 바라 본다.
EDITOR_오윤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