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키징은 나를 표현하는 수단! 브루펍의 파트너 이퀄스
패키징은 나를 표현하는 수단
기술로 무장한 친환경 기업, 브루펍의 파트너 이퀄스
정성스레 만든 맥주를 소비자들에게 전달하기 위해서 브루어리들은 제품을 포장해 시장에 선보인다. 병, 캔, 페트, 케그 등 소비자가 손쉽게 맥주를 구입할 수 있도록 포장하는 것을 패키징이라고 한다. 패키징은 그 기능과 소비자의 선호에 따라 변화해왔다. 과거에는 병맥주를 선호했지만, 현재는 캔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생산자의 입장에서는 캔이 빛이나 산소를 차단하여 맥주의 신선도를 유지하기가 유리하기 때문이고,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가볍고, 맥주를 마신 뒤 쓰레기를 배출하는 것이 용이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러한 패키징은 비단 맥주 브루어리만의 문제는 아니다. 음료를 취급하고, 유통을 원하는 입장에서 패키징은 항상 고민거리다. 비용이 만만치 않게 소요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고민을 함께하며 생산자의 규모나 유통에 대한 범위 등을 고려한 최적의 패키징 장비를 제공하고자 노력하는 곳이 있었으니, 바로 이퀄스다.
이퀄스를 창업한 조민우 대표는 처음부터 기계나 전자기기 분야를 공부한 것은 아니었다. 생명공학을 전공한 뒤 제약 분야에서 영업을 하던 그가 지인의 카페 영업을 도와준 것이 지금의 이퀄스를 시작하게 된 계기다.
“지인의 카페 영업을 도와주게 되었는데, 주변에 모델하우스가 많은 지역이다 보니 대량 배달 주문이 많았어요. 한 번 에 20~30잔 분량의 음료를 배달할 일이 많았지만, 그 당시에 별다른 패키징이 없었죠. 배달을 원활하게 할 수 있는 패키징이 없을까 고민을 하다 캔이 좋겠다고 생각한 것이 2016년 여름이었어요.”
2016년 겨울, 캔 관련 기계와 공캔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캔 포장을 위한 기계들은 수입품밖에 없었고, 공캔 역시 구하기가 어려웠다. 또한 캔 포장을 하는 캔시머의 가격이 너무 비쌌다. 한국에 있는 기술이 아니다 보니 비쌀 수밖에 없었다. 그것을 무너뜨리고 싶어 결국 직접 제품을 만들기로 했다. 처음에 혼자 사업을 시작하고, 리버스엔지니어링과 주변의 도움을 통해 실제로 제품이 나오기까지 6개월 정도가 걸렸다. 그렇게 만들어진 첫 제품은 울산의 화수 브루어리에 납품됐다. 커피숍을 보고 시작한 사업으로 만들어진 첫 번째 제품이 맥주 회사에 먼저 납품된 것이다.
조민우 대표는 캔시머가 생각보다 복잡한 구조는 아니라고 말한다.
“캔시머의 핵심 부품은 ‘시밍롤’과 ‘척’이라는 부품이에요. 이 부품만 생산하면 캔시머를 생산할 수 있죠. 캔마다 시밍롤의 설계가 달라지는데, 음료용 알루미늄 캔의 시밍롤과 척을 먼저 개발했어요. 인천에 시밍롤과 척을 생산하는 업체들이 있는데, 지금은 다 경쟁사가 됐어요. 그래서 처음 제품개발을 할 때 문래동의 철공소에서 시작하게 되었죠. 초반에 제품의 강도를 어느 수준까지 맞춰야 할지 몰라서 무조건 강하게 제작했어요. 이제는 데이터가 쌓이면서 개선되어 대기업에 납품할 수 있는 수준의 시밍롤과 척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EQUALS-S 캔시머>
해외의 캔시머 회사들을 보면 독자적인 캔시머의 구동방식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기존의 한국 제품들은 독자적인 구동방식을 보유하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캔시머에 사용되는 부품들을 조달해 조립하고 제품화하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이런 점을 개선하기 위해 이퀄스는 독자적인 구동 모듈을 개발했고, 이것을 바탕으로 기존 제품보다 소형화한 EQAULS S라는 신제품을 개발했다.
“음료나 식품 산업은 장치산업이에요. 결국 규모의 싸움이죠. 규모를 가져가려면 소비자가 접근할 수 있는 가격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구동 모듈을 독자적으로 개발해 양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 소비자가 접근 가능한 가 격의 제품을 만들 수 있도록 투자를 했어요.”
양산화를 위해서는 모든 부품의 표준화가 필요하다. 즉, 생산 라인의 공정에서 제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마치 수공예 제품이 공장에서 생산되는 표준화 제품으로 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조민우 대표는 대기업이나 공장에서만 쓰는 캔시머가 아니라, 어디에나 두고 쓸 수 있는 캐쥬얼한 제품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소상공인들이 더 쉽게 패키징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 업소뿐만 아니라 가정에서도 직접 만든 수제음료를 포장해서 선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수동으로 구동할 수 있는 모델도 계획하고 있다.
종량세 시대를 맞아 패키징에 대한 크래프트 브루어리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브루펍의 경우라면 더욱더 그렇다. 패키징을 위해 한정된 공간을 할애하기도 어렵고, 패키징을 위한 설비에 투자하기도 어렵다. 상업적인 유통을 위한 패키징 설비를 마련하려면 소형 브루펍의 양조 장비를 구입하는 것만큼, 혹은 그 이상의 비용이 소요된다. 이러한 비용은 유통시장의 진입장벽으로 작용한다. 결과적으로 소비자의 접근성도 떨어지게 된다. 이퀄스는 소형 캔입 장비가 필요한 회사들을 위해 맨코스(MANCOS)를 소개하기로 했다.
맨코스는 미국 트윈 몽키스(Twin Monkeys)사의 제품으로, 제품과 설비의 중간단계에 놓인 캔입 장비다. 약 1㎡의 공간만 있다면 설치가 가능해 공간이 부족한 소형 브루어리나 브루펍에 적합하다. 분당 10캔의 맥주 필링과 캔시밍을 할 수 있으며, 추가 장비를 통해 캔의 공급, 질소 맥주의 캔입과 라벨링 등도 자동화할 수 있다. 맥주의 산화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용존 산소는 30ppb 이하라서 맥주의 산화취를 방지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한다.
“현재 국내 브루펍 중에는 테이블 캔시머를 쓰고 있는 곳이 많아요. 하지만 테이블 캔시머로는 맥주 산화 등의 문제 를 막을 수 없어 맥주 유통에 한계가 있죠. 그래서 초기에 장치에 대한 진입 장벽을 낮춰서 유통시장 진입을 가능하 게 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이 장비를 소개하게 되었어요”
한국의 음료 시장은 점차 세분화되며 다양해지고 있다. 대기업이 생산하는 음료 외에도 중소기업, 혹은 소규모 공방등에서도 자체 음료를 생산한다. 따라서 맥주뿐만 아니라 맨코스와 같은 소형 장비가 필요한 음료 시장은 많다. 예를들어 크래프트 커피, 각 지방자치단체의 발효음료, 발효차, 중소기업의 기능성 음료, 콤부차 등 패키징에 부담이 있어 시장에 상품을 유통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곳이 많다.
“맥주 못지않게 한국의 음료 시장은 다양해요. 그런데 예전부터 제품을 만들어왔어도 패키징의 한계를 넘지 못해서 시장이 크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패키징이 어렵다 보니 소비자에게 음료라는 상품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는 것이죠. 게다가 패키징이 개선되면 새롭게 부가가치를 창출할 기회가 생기기도 해요. 예를 들어 양봉 농가의 경우, 패키징이 개선된다면 꿀을 유리병에 담아 판매하는 것보다 꿀차를 제조해서 판매함으로써 부가가치를 더 높일 수 있죠. 제대로 된 패키징과 유통을 위해서는 살균 등을 포함해 설비 투자가 크게 필요합니다. 맨코스는 그 전 단계인 소규모 유통에 필요한 제품이에요.”
패키징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이퀄스는 그중에서 왜 하필 캔에 주목했을까? 조민우 대표는 알루미늄 캔을 이용해 만들어가는 캔 문화를 이야기한다.
“제품 설계와 관련된 것 중에서 ‘cradle-to-cradle(요람에서 요람으로)’이란 개념이 있어요. 어떤 자원을 채취해서 소비하고 난 뒤, 다시 그 자원이 가치를 잃지 않고 순환되는 방식을 말해요. 알루미늄 캔으로는 그것이 가능합니다. 자원순환 사이클은 크게 ‘오픈 사이클’과 ‘클로즈드 사이클’로 나뉘는데, 오픈 사이클은 자원이 순환하되 순환 과정에서 그 등급이 점차 낮아지는 것을 말해요. 플라스틱을 사용한 뒤 그것을 재활용해 기름을 뽑아낸다거나 하면, 재활용은 되지만 폐기물이 발생하는 거죠. 반면 클로즈드 사이클은 자원이 제품으로 만들어지고 순환하며 원래의 자원으로 되돌릴 수 있어서 그 가치가 감소하지 않는 것을 말해요. 보크사이트에서 알루미늄을 제련해서 만든 알루미늄 캔이 다시 알루미늄이란 소재가 되는 거죠. 실제로 현재 사용되는 알루미늄 캔의 80% 이상이 1800년대에 채취된 알루미늄이라고 해요.”
조민우 대표가 이야기하는 캔 문화는 결국 자원을 단순히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자원의 재순환이라는 관점을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 인지하고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다. 그 자원의 하나인 알루미늄으로서 ‘캔 문화’를 말하고 있다. 캔문화가 보급이 되려면 대중적 접근성이 좋아야 한다. 결국 편리하게 만들고 소비할 수 있는 패키징이 필요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캔시머 제품들을 소개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러한 문화를 만들어가는 데 걸림돌이 되는 것이 캔의 유통이다. 현재 국내에서 공캔을 제작하려면 대량 발주가 필요하다. 소량을 생산한다고 해서 비용이나 가동시간이 크게 줄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공캔의 특성상 부피가 크고가벼워 물류비가 많이 소요되는 것도 있다. 이러한 요인은 공캔을 소량 발주 시 제품의 단가가 높아지는 결과로 이어지고, 결국 소비자의 접근성을 떨어뜨리는 결과로 이어진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이퀄스는 고심하고 있다.
이퀄스는 올해 직원 수를 20명까지 늘리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또한 단순히 캔입만이 아니라 라벨링 시설이 없는 업체의 라벨링을 대행하고 있기도 하다. 이 모든 것은 결국 음료 제조업체들이 힘들여 만든 제품을 널리 알릴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국내에는 아직 패키징과 관련한 전문가들이 많이 없어요. ‘직원 20명’이란 말은 회사 내에서 패키징 전문가를 키우고, 저변 확대를 위해 힘쓰고 싶다는 의미이기도 해요. 맥주를 잘 만들었는데 알리지 못한다면 결국 좋은 맥주는 알려지지 못하고 숨어있게 되는 거잖아요. 패키징은 IT산업에서 콘텐츠를 알리기 위한 플랫폼과 같다고 생각해요.”
조민우 대표는 패키징이란 사람들에게 제품을 더 잘 전달하고, 잘 알리기 위한 도구라고 이야기한다. 또한 자신이 무엇을 만드는지, 어떤 생각을 하는지를 제품을 통해 알리는 표현 수단이라고 말한다. 단순히 제품을 캔에 넣어 담는 것을 넘어 라벨링 과정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상품’으로 재탄생 시키는 것이 이퀄스가 생각하는 패키징이다.
Editor 장명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