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생맥주집을 찾는 꿀팁!
김맥덕 씨는 주말을 맞아 친구와 함께 맥주집을 찾았다. 맥주 서브하는 곳을 힐끗 본 김 씨는 이내 약간은 실망한 듯 생맥주(드래프트)가 아닌 병맥주를 주문한다. 친구가 왜 병맥주를 주문했느냐고 묻자 “이 집은 드래프트보단 병맥주가 더 맛있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김맥덕 씨가 이렇게 판단한 배경은 무엇일까?
같은 맥주지만 같은 맥주가 아니다
일반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생맥주라고 부르는 맥주는 스테인리 스 혹은 플라스틱 등으로 되어있는 큰 통(케그)에 담겨있는 맥주 다. 드래프트 맥주라고 부르기도 하는 이 맥주는 병이나 캔맥주와 는 달리 별도의 연결 장비와 호스를 이용해 맥주를 추출하며, 비어 탭을 통해 맥주를 직접 잔에 담는다. 이 맥주가 ‘진짜 살아있는 생 (生)맥주인가’는 차치하더라도 어떤 가게에 가면 같은 맥주인데도 더 풍부한 맛과 향을 뽐내기도 하고, 어떤 가게에서는 밍숭맹숭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또 어떤 곳에서는 알싸한 청량감이 강하게 느 껴지는 반면 부드러우면서도 맥주가 가지는 고유의 풍미가 살아 나기도 한다. 이러한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는 결국 관리와 서브 방 법의 차이에서 찾을 수 있다. 그러나 맥주를 마시는 입장에서 어 떻게 관리하는지, 청소는 얼마나 자주 하는지, 탄산감은 어떻게 조 정하는지를 일일이 알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생맥주를 조금 더 맛 있고 신선하게 제공하는 집들을 구별하는 방법은 없을까? 물론 완벽하진 않지만 가게에 들어서면서부터 자리에 앉아서까지 시선이 닿는 곳을 조금만 주의 깊게 살펴보면 맥주가 맛있을지를 알 수 있 는 힌트는 있다.
맛있는 맥주의 적은 온도와 직사광선
맥주는 온도의 변화, 특히 고온에 노출되는 것과 함께 햇빛과 같 은 직사광선에 노출되는 것에 취약하다. 케그에 담긴 맥주는 빛이 100%에 가깝게 차단되지만, 햇빛이 닿으면 맥주의 온도가 상승 하게 된다. 고온에 노출된 맥주는 빠르게 풍미가 하락하며 맥주 안
의 단백질 성분 응고에 의한 혼탁이 발생할 위험이 급격히 증가한 다. 맥주의 신선도 유지를 위해서는 냉장 보관하는 것이 좋다. 따 라서 매장 안에서 상온에 맥주를 보관하는 곳보다는 맥주 케그를 냉장 보관하는 곳의 맥주가 더 신선할 확률이 높다.
급속냉각기보다 맥주냉장고
생맥주를 마시러 가서 맥주를 어디에서 따르는지를 보면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박스 형태의 급속냉각기, 두 번째 는 타워가 있는 케그레이터, 세 번째는 벽에 비어탭만 있는 워크인 방식이다.
급속냉각기는 상온의 맥주를 냉각 코일을 통과시키면서 맥주를 차갑게 만드는 방식으로 주로 ‘호프집’이라고 부르는 맥주 전문점 이나 치킨집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이 방식은 맥주를 케그에서 추출할 때 적정 압력보다 강한 압력이 필요할 수 있어 과탄산 문제 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과 냉각기 청소 및 관리가 쉽지 않다는 단 점이 있다. 또한 냉각 코일의 길이가 길어서 케그에서 빠져나온 맥 주가 비어탭에 이르기까지 상당히 많은 양이 고여 있을 수 있다. 반면 맥주를 상온에 보관할 수 있어 보관 장소의 제약이 덜하고 장 비의 비용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케그레이터와 워크인 방식은 주로 크래프트 맥주를 취급하는 곳 에서 볼 수 있는데, 맥주를 냉장상태로 보관한 다음 별도의 냉각장 치 없이 차가운 맥주를 바로 추출한다. 타워 형태는 하부의 냉장고 에 맥주를 보관하고 케그를 연결해 서브하는 방식이며, 워크인은 별도의 냉장 룸에서 케그를 연결해 벽에 설치된 비어탭으로 맥주 를 따르는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을 사용할 경우 급속냉각기에 비 해 케그에서부터 비어탭까지의 호스의 길이가 짧아 맥주 추출시 의 압력을 과도하게 높이지 않아도 된다. 맥주 역시 냉장상태로 보 관되어 있어 상온에 보관된 맥주에 비해 변질의 가능성이 낮고, 직 사광선의 차단에도 용이하다. 반면 맥주를 서브하기 위해 케그에 담긴 맥주를 충분히 냉각해야 하므로 여분의 재고를 확보하고 있 어야 한다는 보관상의 단점이 있다
특히 맥주가 고온에 노출될 수 있는 여름의 경우, 맥주 맛의 변질 위험 외에도 맥주에 녹아 있던 탄산이 고온으로 인해 용해도가 떨 어져 과도하게 거품을 발생시킬 수 있다. 따라서 급속냉각기를 사 용하는 것에 비해서 케그레이터나 워크인 방식으로 서브되는 맥 주가 상대적으로 더 신선할 수 있다.
맛있는 맥주는 잔에 담겨져야 완성된다
어떤 시스템을 사용하느냐, 맥주를 어떻게 보관하느냐 만큼 중요 한 것이 맥주가 따라지는 잔이다. 잔은 사람들의 입이 직접 닿는 곳인 만큼 잔의 상태가 중요하다. 여기서 잔의 상태란 잔을 얼마 나 깨끗하게 관리하느냐와 함께 잔의 온도 역시 포함한다. 맥주의 잔을 깨끗하게 세척하고, 관리하는 것과 동시에 맥주 잔의 온도 역 시 중요하다. 라거의 경우 섭씨 5도 이하의 온도에서, 에일의 경우 8~12도 정도의 온도일 때 최상의 맛을 낸다. 만약 무더운 여름에 상온에 있던 잔에 맥주를 따르면 어떻게 될까? 차가운 맥주가 맥 주 잔을 식히는 만큼 맥주의 온도는 높아지게 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관리
맥주를 마시기 위해 처음 찾는 곳이라면 맥주 관리를 어떻게 하 고 있는지 눈으로 좇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곳은 생맥주가 맛 있어’라고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는 곳의 공통점을 꼽는다면 빠 른 맥주의 회전율과 함께 눈에 보이지 않는 관리가 철저하다는 것이다.
펍 F64의 변성진 대표는 “맥주를 관리하는데 있어서 맥주가 지나 가는 라인 관리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요령 피우지 않고 원칙을 정해 관리하고 있다. 라인의 경우 최소 일주일에 3번 이상은 살균 세척기를 이용해 세척해서 세균이 자랄 수 있는 여지를 없 앤다”고 했다. 현재 워크인 냉장고를 이용한 시스템으로 15종의 맥 주를 운용하고 있는데, 30개의 비어탭을 준비해서 맥주가 서브되 는 비어탭을 주기적으로 교체하면서 청소한다고 했다. 또한 “같은 종류의 맥주를 마시더라도 맥주의 맛에 혀의 감각이 무뎌질 수 있 다. 맥주의 맛을 더 잘 느낄 수 있도록 두 번째 잔의 맥주를 주문할 때 입안을 헹굴 수 있는 물을 함께 제공하고 있다”는 말도 전했다. 맛있는 생맥주는 맥주의 맛도 중요하지만 맥주의 맛을 잘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링고의 이상태 대표는 ‘맥주가 지나가는 모든 곳에 대한 청소는 기 본중의 기본’임을 강조하며 생맥주의 경우 매장으로 맥주가 입고 될 때부터 판매로 이어지는 과정 전체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맥주가 차로 배송되어 오는 만큼 배송 중에 진동에 노출되 고, 냉장차로 운반을 한다고 하더라도 입출고 과정에서 적정 온도 를 벗어날 수 있기 때문에 생맥주가 입고되면 적정 온도에서 1-2 일 정도 안정화 시키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안정화 과정을 거쳤느냐에 따라 맥주의 맛이 다르게 느껴진다며, 특히 벨기에 맥주의 경우 안정화가 더 중요하다고 했다. 서브하는 단계에서는 맥주의 스타일과 종류에 따라 적정한 온도와 적합한 추출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다양한 맥주를 취급 하는 만큼 맥주마다 적정온도가 달라서 개별 맥주마다 온도 조절 이 용이한 케그레이터 방식을 선호한다. 기네스의 경우 10~12도 정도의 온도의 냉장고에 케그를 두고 급속냉각기를 이용해 7~9 도 정도가 되도록 맥주를 추출해야 기네스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 다”고 했다. 이상태 대표는 온도와 함께 탄산가스와 질소의 배합도 맥주의 맛을 살리는데 중요한 요인이며, 이를 위해 맥주마다 가스 배합과 추출을 위한 압력을 달리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맥주 역시 우리가 마시는 음식이라는 관점에서 보이지 않는 부분 에 대한 청결을 유지하며, 각 맥주에 적합한 서브 방법을 선택하 고, 실행하는 곳은 그렇지 않은 곳과 비교해 맥주 맛이 좋을 수밖 에 없다. 결국은 맛있는 맥주를 전하기 위해 노력하는 곳의 맥주가 더 맛있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맛있는 생맥주를 마시고 싶은가? 그렇다면, 좋은 품질의 맥주를 제공하기 위해 고민하고 타협하지 않고 노력하는 사람을 찾으면 된다. 그런 사람이 있는 곳이라면 틀 림없이 최고의 생맥주를 마실 수 있을 것이다
EDITOR_장명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