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도가 맥주의 품질을 좌우한다
“그 맥주가 맛있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지만, 정작 맥주를 마셨을 땐 맥주에 대한 떠들썩한 칭찬을 이해할 수 없었다.”
당신은 얼마나 많이 이 얘기를 많이 들어왔으며 또 자 신 스스로 해왔는가? 당신은 바로 당신이 먹었던 맥주 가 맛없는 배치 중 하나라고 느꼈거나, 그 맥주를 맛 본 사람들 모두가 맥주에 대해 끔찍한 취향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실제로 당신이 맛 본 그 맥주는 브루어리에서 갓 나왔 을 때 아주 맛있었을 가능성이 높으며 당신이 마셨을 때쯤 망가졌을 것이다.
“무엇이 맥주를 망쳤는가?
맥주를 망친 데에는 많은 이유가 있을 수 있지만 가장 가능성이 높은 이유는 바로 열이다.
과학 수업
루이 파스퇴르라는 이름을 아마도 중학교나 고등학교 과학 수업 때 들어봤을 것이다. 파스퇴르는 프랑스의 화학자이자 미생물학 의 아버지로 불리는데, 그의 업적 중 하나는 맥주 양조업과 와인 산업을 부흥시킨 효모와 발효에 대한 이해를 도왔다는 것이다. 또 한 그는 1864년에 저온 살균 공법을 개발했는데, 저온 살균이란 음식 또는 음료를 50도에서 60도 사이에서 가열하는 공법으로 부 패를 야기하는 박테리아를 아무런 맛의 변화 없이 제거하는 방법 이다. 흔히들 우유에만 저온 살균이 사용된다고 생각하지만 1864 년 이전에는 우유에 사용된 적이 없으며 파스퇴르는 애초에 와인 과 맥주를 위해 저온 살균법을 발명해 냈다.
1900년대 중반 즈음, 전 세계 대부분의 맥주에 저온 살균법이 사 용되었다. 이는 콜드체인 유통이 없었던 때 장거리 유통을 가능케 하면서 대형 브루어리들이 생겨나게끔 했다.
냉장과 크래프트 맥주
150년 전에 이미 파스퇴르가 상한 맥주를 방지할 해결책을 고안 했음에도 불구하고 왜 우리는 지금 크래프트 맥주에 있어서 냉장 의 중요성을 얘기하고 있을까? 대부분의 크래프트 맥주는 저온 살 균이 되어있지 않다는 점이 간단한 답이 될 수 있겠다. 크래프트 맥주가 저온 살균을 선택하지 않는 이유는 이에 따른 장점도 있지 만 단점도 있기 때문이다. 가장 큰 단점은 저온 살균이 홉과 같은 주요 원료의 향을 감소시키며 대체로 맥주의 맛 또한 밍밍하게 만 든다는 것이다. 특정 크래프트 맥주는 저온 살균 공법을 사용하지 만 당신이 만약 IPA나 페일 에일이 갖고 있는 화사한 열대과일 또 는 축축한 송진 향을 생각한다면 이와 같은 맥주는 저온 살균 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안타깝게도, 브루어리들이 저온 살균보다 는 맛과 향을 우선시 함에 따라, 맥주를 다루는 데 있어서는 더욱 더 적합하고 민감한 방법이 필요하게 되었다.
캘리포니아 주립대학교 데이비스(UC데이비스)의 양조공학과 찰 리 뱀포스 교수가 만든 위의 그래프에서 보다시피, 온도와 맥주는 강한 반비례 관계에 있다.
이는 온도가 높을수록 산화와 단백질 분해 같은 화학 반응이 빠 르게 일어나기 때문인데 스테이크를 냉장고에 넣는 대신 식탁 위 에 올려 놓지 않는 이유와 같은 원리다. 이와 같은 화학 반응은 모 든 온도에서 일어나지만 10도가 조금 넘어가기 시작하면 가속화 된다. 산화가 일어나면 맥주에서는 소위 ‘종이 상자’, ‘젖은 신문지’, ‘썩은 과일’ 혹은 ‘삶은 옥수수’ 맛이 나게 되며 단백질 분해가 일어 나면 단백질은 맥주의 부유물에서 나오게 되어 그 때부터 맥주 병 안을 떠다니거나 바닥에 가라앉는 덩어리의 모습을 띈다.
맥주의 질을 유지하려면 맥주를 최대한 긴 시간 동안 차갑게 유지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많은 크래프트 브루 어리들에게 3도에서 5도 사이의 온도를 유지하는 냉장 유통이 필 요한 것이다. 위의 그래프에서 보다시피, 이와 같은 온도에서 맥주 를 보관하게 되면 브루어리의 신선도를 몇 달간이나 유지할 수 있 다. 그러나 맥주를 며칠 동안만이라도 30도에서 보관하게 된다면 빠른 속도로 질의 저하를 가져와 맥주를 망치게 된다.
이는 120일 된 맥주를 5도에 보관하게 된다면 15일이 된 맥주를 30도에 보관한 맛과 동일한 맛을 내게 된다는 뜻이다. 그러니 유 통기한도 중요하지만 적절한 보관방법이 맥주의 맛에 더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내 맥주는 망가졌다...
당신이 그토록 찾던 맥주의 맛을 앗아간 유력한 범인은 이제 밝혀 졌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한국의 맥주 전체가 저온 살균되 었다는 것은 기억해야 할 사실이다. 크래프트 맥주를 적절하게 관 리하기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려면 돈과 시간이 필요하다. 우리는 맥주를 마시는 일반 소비자들에게 잘 관리된 맥주와 잘 관리되지 않은 맥주의 차이를 알려줘야 한다. 맥주에 대한 소비자들의 지식 이 한 데 합쳐지면 맥주를 좋은 상태로 관리하는 것에 대한 요구가 있을 것이다. 어찌됐든, “나쁜 맥주를 마시기엔 인생이 너무 짧다.”
EDITOR_제임스 포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