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크래프트 맥주 시장 잔치는 끝났다.
헤드라인, 추측 & 과잉반응
올해도 미국 크래프트 맥주 시장은 빅뉴스들로 가득했다. 크래프트 맥주 소식을 전하는 기사에서 매출, 합병, 파산, 감소, 포화, 독립 등 모든 키워드가 등장했다. 이러한 크래프트 맥주 시장의 키워드가 어떤 의미이며 앞으로 한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데이터
데이터는 정의에 따라 다르다. Brewers Association는 크래프트 맥주의 정의를 내렸지만 문제가 없는 정의는 아니다. 크래프트 맥주를 생산하던 브루어리도 인수합병으로 인해 더이상 ‘크래프트 맥주’가 아닌 경우가 되기도 하고, BA에 의하면 크래프트 맥주 생산자가 아닌 곳들도 여전히 ‘크래프트’ 맥주를 생산하고 있다. IRI & Nielson와 같이 자체적으로 크래프트 맥주를 정의하여 미국 내에서의 크래프트 맥주 판매를 분석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어느 출처의 데이터를 보아도 미국에서 막강했던 크래프트 맥주 성장이 멈추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경기 순환
경기 순환은 전체적인 경제 활동 수준이 주기적으로 상승과 하강을 반복하는 현상이다. 지난 15년간 크래프트 맥주 시장은 매년 10% 정도의 성장률을 보였다. 2008~2009년의 경기 침체 중에도 그리고 그 후 더디게 나타났던 성장 시기에도 크래프트 맥주는 성장을 보였다. 그러나 올해 매출 데이터는 상이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왜?
이러한 현상에 있어서는 소비자 결정에 대한 분석과 같이 추측과 견해일 뿐이지만, 매우 다양한 요인이 작용한다. 주요 요인은 다음과 같이 3가지로 분석된다.
• 최대 시장점유율에 도달
• 언제까지나 쿨한척 할 순 없다
• 과잉 공급
최대 시장점유율
미국에서 판매되는 모든 맥주의 20% 정도는 ‘크래프트 맥주’다.
한국으로 따지자면 약 1% 정도로 볼 수 있다. 20% 시장점유율이란 매우 큰 비율을 말한다. 다시 말해, 이는 삼성이 한국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율과 비슷하다.
해당 시장점유율이 최대치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인구통계, 마케팅 어필 및 소비자 선호/동향을 포함한 다양한 요인들 때문이다.
소비자 인구통계: 크래프트 맥주는 일반적으로 ‘대기업’ 라거에 비해 비싸다. 한국에 비하면 미국의 주세율이 높지는 않으나 여전히 큰 영향을 미친다. Busch Light와 같은 대기업의 저가 맥주 30팩은 약 13.00달러 정도된다. 이는 고급 크래프트 맥주 6팩 가격과 비슷하다. 이러한 가격대의 맥주를 구매하지 못하는 소비자층뿐만 아니라 30팩을 구매할 수 있는 13달러로 6팩 맥주를 구매하지 않는 소비자층은 많다.
마케팅 어필: 한국과 비교하여 미국에서 크래프트 맥주를 구매하는 소비자층은 매우 다르다. 미국에서의 주 소비자는 40대, 중산층의 백인 남성이다. 약 67%의 미국 크래프트 맥주 소비자는 남성이다.
이와 비교하여 한국의 크래프트 맥주 소비자의 60~70%는 여성이며 30대에 가깝다. 미국에서 크래프트 맥주에 관심이 증가했던 이유 중 하나는 아버지 세대와는 다른 맥주를 마시고 싶어 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제 그 세대가 아버지 세대가 되었고 자녀 세대는 동일한 이유로 다른 걸 찾고 있다. 소수 민족과 여성 소비자에 관심을 끌지 못한다면 더 이상의 큰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소비자 선호/동향: 처음 크래프트 맥주는 새로운 힙한 대상으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더이상 새로울 것이 없어져버렸다. 오히려 최근 다시 클래식한 알코올 음료가 등장하는 걸 볼 수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국에서 제대로된 칵테일을 찾기란 거의 불가능했다. 증류주, 특히나 위스키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클래식 칵테일 분야 또한 부활하고 있다. 항상 꾸준한 인기가 있었던 와인또한 최근 스파클링과 로제 분야에서 큰 성장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하드 소다(hard soda)’ 및 ‘하드 셀처(hard seltzer)’라는 새로운 알코올 음료와 더불어 ‘하드 사이다 (hard cider)’ 분야가 커지면서 소비자들의 선택권은 그 어느때보다 넓어졌다.
언제까지나 힙할 순 없다
앞서 설명한 것과 같이 크래프트 맥주가 성장할 수 있었던 요인중 하나는 크래프트 맥주가 새롭고 흥미로운 분야였을 뿐만 아니라 ‘아버지 세대’가 마시는 것과는 달랐기 때문이다. 크래프트 맥주가 성장하면서 산업으로 자리 잡았고 이제는 경쟁력까지 높아졌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로 인해 안타깝게도 크래프트 맥주 산업 내에서의 동료애가 사라지면서 순수함까지도 사라지게 되었다. 크래프트 맥주 산업이 변화를 겪는 동안 소비자층도 변화하면서 ‘맥덕'도 변화를 겪었다. ‘맥덕'은 아마도 항상 크래프트 맥주 소비자 중 매우 소수의 숫자이겠지만, 그만큼 크래프트 맥주에 대한 열정이 강하다.
맥덕들은 비록 맥주에 대한 입맛은 일반적이지는 않지만 대부분 크래프트 맥주 산업에 대한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고 더 많은 사람들을 크래프트 맥주에 끌어들였다. 그러나 최근 몇 년, 흔히 맥덕들이 ‘맥주 비평가'로 변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긍정적으로 바라보기 보다는 허점을 찾기 바빠졌다. 그런 부정적인 모습에 일부 소비자들은 크래프트 맥주에 등을 돌렸다.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미국 크래프트 맥주는 크래프트 맥주의 힙한 경쟁력을 잃었다.
과잉 공급
미국에는 현재 6,000개의 브루어리가 있고 여전히 그 숫자는 증가하고 있다. 미국의 어느 마켓에 가도 수백가지의 크래프트 맥주가 진열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대형 주류전문점에는 3,000가지 이상의 다양한 맥주가 마련되어 있다. 이 중 몇 맥주는 정말 좋은 맥주지만 또 그렇지 않은 맥주도 있다. 좋은 맥주도 있지만 종류가 너무 많아지면서 보관기간이 길어져 맛이 없는 맥주가 되기도 한다. 20년 전, 10가지의 다양한 맥주가 마련되어 있는 펍을 찾기란 어려웠다. 이제는 20가지 맥주의 탭이 꽂힌 곳이 일반화되었고 심지어 100가지 맥주의 탭이 있는 마련되어 있는 펍도 있다.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맹점은 소비자들이 이런 현상을 주체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가볍게 맥주 한잔을 즐길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 이제는 맥주를 고르기가 어려워졌다. 물론 깊은 고민을 한 만큼 좋은 맥주를 찾게 되는 경우도 있지만 또 항상 그렇지도 않다. 대부분의 사람은 어려운 결정을 하기 싫어한다. 따라서 이러한 고민을 하기보다 아예 다른 쪽으로 관심을 바꾸게 된다.
한국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되는가?
솔직하게 말하자면 큰 의미는 없다고 생각한다. 미국에서 크래프트맥주가 ‘합법화'된건 1979년이었고, 한국에서는 2014년에 ‘합법화'되었다. 현시점에서도 한국에서는 법적 규제로 인해 크래프트 맥주를 일반 마켓에 판매할 수 없다. 미국에서는 크래프트 맥주의 시장점유율이 20%이나 한국은 1%의 시장점유율 밖에 되지 않는다. 과거와 비교하여 현재 변화가 빠르게 나타나고 있지만 미국에서 크래프트 맥주 산업이 자리 잡는 데는 40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한국에서 크래프트 맥주는 계속해서 성장하고 현재보다 큰 시장점유율을 차지하면서 성숙해질 때까지는 많은 우여곡절을 겪게 될 것이다. 그 시장점유율이 5%가 될지, 10%가 될지, 아니면 15%가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한국에서의 크래프트 맥주는 한국만의 크래프트 맥주 산업이 될것이다. 미국과 같은 다른 국가에 대한 시장분석의 가치는 영감을 받고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함이라 볼 수 있겠다.
EDITOR_제임스 포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