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시장 이끌고 세계에서 인정 받는 맥주, 카브루가 해냅니다
2015년 1월 한국 크래프트 맥주 업계에 전해진 소식에 모두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소규모 맥주 양조장 중 가장 규모가 컷던 카브루를 천하장사 소세지로 알려진 진주햄이 인수한 것. 당시 주류 사업에 경험이 없는 진주햄이 카브루를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을까 일부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그로부터 약 3년. 그 사이 카브루의 맥주 생산량과 직원수는 곱절 이상 늘어났다. 제2공장이 설립됐고 크래프트 맥주 업 계 최초로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 해썹(HACCP) 인증도 받았다. In January 2015, a shocking news surprised the Korean craft beer
그리고 언제부턴가 카브루가 맥주 축제에 참가할 때마다 부스에는 상기된 표정의 한 사람이 등장한다.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사람들에게 맥 주를 소개하는 그는 바로 카브루의 박정진 대표. 경기도 가평의 카브루 제2공장을 찾아 그와 카브루의 지난 3년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속이 꽉 찬 카브루 제2브루어리
카브루 제2공장에는 흔한 간판 하나 없다. 공장 마당에 높이 쌓여 있는 케그들이 이곳이 크래프트 브루어 리라는 것을 조용히 알려준다. 맥주 생산 본연의 업무와 관계 없는 것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다고 말하고 있는 것 같다. There is no sign at Kabrew’s second brewery. One
제2공장은 식품 생산 단계마다 위해 요소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해썹 인증을 받은 브루어리답게 투어를 할 때도 위생복, 헤어캡, 덧신을 착용해야만 한다. 온몸을 무장한 채 제2공장에 들어서자 ‘알차다’ ‘정갈하 다’라는 말이 절로 떠올랐다. 크고 화려하진 않지만 소박하면서도 쾌적한 환경이 돋보인다. 브루어리 1층 과 2층에 양조장비가 유기적으로 배치돼 있어 전혀 낭비하는 공간이 없어 보였다. 몰트와 홉 창고에서부 터 몰트 파쇄 공간을 거쳐 맥주 숙성실에 이르기까지 동선이 물 흐르듯이 자연스러웠다. 초가을 햇밤처럼 옹골차다.
이 제2공장에서는 1주에 30톤의 맥주가 생산되고 기존 제1공장에서 8톤이 생산돼 카브루는 연 7500케그 의 맥주를 생산하고 있다.
브루어리 투어 후 들른 연구실에서는 카브루의 현재와 미래를 엿볼 수 있었다. 다른 브루어리에서는 맥주 의 일부만 샘플링해서 검사를 하지만 카브루는 모든 배치의 단계마다 PH, 산도, 비중 등을 체크하고 관리 한다. 또 연구실에서는 카브루의 다음 맥주를 위한 연구개발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환경부와 계약을 통해 국산 효모를 배양하고 있는데 이 효모와 가평 토종 재료를 활용해 새로운 맥주를 만들 계획이다. 또 추후 병과 캔 맥주 생산을 위한 품질 시험도 진행되고 있다.
카브루의 성장, 그리고 변화
카브루는 박정진 대표가 취임하기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환골탈태’라고 할만큼 크게 변했기 때문이다. 박정진 대표는 14년간 종합상사, 증권사 등에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지난 2013년 가업인 진주햄의 대표이사 사장을 맡게 됐다. 동생 박경진 진주햄 대표이사 부사장과 함께 새로운 사업을 모색하다 크래프트 맥주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카브루를 인수했다.
“정말 절묘한 타이밍이었고 운도 많이 따랐습니다. 크래프트 맥주가 본격 성장을 시작하던 시점에 인수를 했죠. 제가 경영자로서 제일 잘 판단한 일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부푼 꿈을 안고 카브루 경영을 시작했지만 생각만큼 쉽진 않았다. 그동안 카브루는 규모에 비해 계약 양조물량이 많아 품질관리나 조직의 내실을 다질 틈도 없이 맥주생산에만 집중해왔던 터라 창업하는 심경으로 새로 만들어가야 했다. 한번에 큰 욕심을 부리기보다는 차근차근 기본부터 다지는 박 대표식 혁신이 시작됐다.
먼저 이전에는 없었던 영업, 전략마케팅, 디자인 조직을 신설해 조직의 모양을 갖췄다. 이에 따라 진주햄이 인수하기 전 15명이었던 카브루 직원은 38명으로 늘었다. 직원들의 역량 강화를 위해 매년 해외 브루어리 탐방 프로그램 등도 운영을 시작했다.
“무엇보다 품질관리(Quality Control) 부문 재정비에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카브루 맥주의 맛과 관리에 대해 시장의 신뢰를 얻는 게 급선무였으니까요. 품질 관리 단계를 매뉴얼화하고 관리자 실명제를 도입하는 등 변화를 꾀했습니다. 의무 사항도 아닌데 굳이 까다로운 해썹 인증을 받은 것도 같은 맥락에서였습니다.”
맥주 라인업도 눈에 띄게 다양화됐다. 분기마다 직원들을 대상으로 콘테스트를 열어 선정된 레시피로 맥주를 생산한다고 한다. 이를 통해 코코넛포터와 피치에일 등이 탄생했고 최근 출시한 더블IPA도 이런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다. 맥주 양조는 이인길 부장이 총괄하고 있다.
카브루, 세계 맥주 대회 금상
‘맥주 품질 관리’와 ‘다양성 확보’ 두 가지 축이 원활하게 돌아가면서 카브루 맥주에 대한 평가 역시 크게 달라지고 있다. 최근 출시된 더블IPA의 경우 시트라, 콜럼버스, 센테니얼, 아마릴로, 심코 등 6종의 홉을 적절히 활용한 맛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국산 크래프트 맥주 중 가장 도수(10.5%)가 높으면서도 알코올 부즈가 느껴지지 않고 싱그러운 과일과 풀, 스파이시한 향을 즐길 수 있다.
여기에 카브루 IPA는 독일 뮌헨에서 열린 2017 유러피안 비어스타(2017 European Beer Star)에서‘Traditional India Pale Ale’ 부문 금상을 차지해 국제적으로 품질을 인정받기도 했다. 유러피안 비어스타는 2004년 시작해 14년 전통을 이어온 유럽 최대 맥주 전문 품평회로 올해는 총 46개국의 2,151개 맥주가 출품됐다. 처음 이 대회에 참가한 카브루는 가장 경쟁이 치열한 Traditional IPA 부문에서 최고의 맥주로 꼽혔다. 이번 대회에서 금상을 받은 브루어리는 세계 15개에 불과하다.
제3공장으로 혁신을 이어간다
카브루의 변화들이 하나하나 쌓이면서 자연스럽게 양적 성장도 따라오고 있다. 제2공장이 가동된 지 2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벌써 생산용량이 가득 차 제3공장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다. 박정진 대표는 “제2공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 부지를 매입했고 장비 설치 등을 거쳐 내년 2분기면 3공장에서 맥주를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며 “75kl 규모로 시작하되 소규모 맥주 생산용량 관련 주세법 개정 후 120kl까지 늘릴 수 있도록 설계할 예정”고 밝혔다. 현재는 케그만 생산하고 있지만 3공장에서는 병, 캔도 생산해 소규모 양조장 맥주의 소매점 유통 규제가 풀리면 신속하게 대응할 방침이다.
맥주 스타일 면에서도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박 대표는 “페일 에일, IPA 등 대중적인 스타일에 집중하는 큰 기조는 바뀌지 않겠지만 크래프트 맥주 회사로서 카브루만의 스타일로 새로운 것을 보여줄 것”이라고 전했다. 이런 계획에 따라 제3공장에서는 국산 효모와 지역 재료를 활용한 맥주, 사워, 배럴 에이징 맥주등의 양조를 시작할 예정이다.
“한국의 크래프트 맥주 산업이 지금보다 훨씬 더 성장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최소 맥주 시장의10%까지는 갈 수 있을 겁니다. 그 시장을 카브루가 리딩해 나가기 위해 투자하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박정진 대표는 시장을 키우기 위한 ‘크래프트 맥주 문화 확산’도 카브루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보고 있다.
카브루는 지난 2015년부터 매년 가평수제맥주 축제를 개최하고 있고 올 10월에는 홈브루잉 대회도 개최한다. 박 대표는 “크래프트 맥주 회사로서 정체성을 보여주고 국내 맥주 산업에 기여하고자 홈브루잉 대회를 개최키로 했다”며 “우승자에게는 해외 홈브루잉 대회 참가 비용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가 한국수제맥주협회 부회장을 맡은 것도 국내 크래프트 맥주 시장의 전체적인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서다.
그는 “크래프트 맥주가 커가는 시장이다 보니 역동적인 면에서 재미를 느낀다”며 “크래프트 맥주가 한국에서 하나의 산업이 되고 더 큰 가치를 줄 수 있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것도 의미 있게 느껴진다”고 밝혔다. 인터뷰가 마무리될 즈음 그는 “5년 후 대한민국 크래프트 브루어리 Top3는 어디일 것 같습니까?”라고 되물었다. 답을 들은 그는 신념과 긍정, 그리고 자신감이 넘치는 목소리로 말했다.
“저는 Top3 안에 반드시 카브루가 포함될 것으로 믿습니다. 카브루가 한국을 대표하는 맥주로 세계에 나가고, 세계에서 인정받는 크래프트 맥주가 될 것입니다.”
EDITOR_황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