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맥주와 김치 안주의 조화 코펜하겐 브루펍 ‘브루스’에 가다
미켈러와 쓰리 플로이즈가 시내 중심가에 텍사스풍의 브루펍 ‘와피그’를 열기 전까지 코펜하겐의 몇 안되는 브루펍들은 수년간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쳐 왔다. 와피그는 수준 높은 맥주와 음식으로 순식간에 성공 신화를 이룩해냈다.
이러한 와피그의 선방이 투올(To Øl) 운영자와 미켈러의 맥주/칵테일 바인 미크로폴리스의 공동 운영자들의 합작을 불러 브루스(브루스는 탄산처리 과정에 서 생겨나는 거품을 말한다) 브루펍의 탄생을 가져온 것이 아닐까 한다. 브루스 브루펍은 코펜하겐의 다문화지역인 Nørrebro에 위치한 옛날 공장 건물안에 자리한다.
2016년 5월 브루스가 문을 열었을 때 친구들 몇 명과 가보았다가 손님들 대부분이 고등학생이거나 허세 가득한 젊은이들뿐인 것을 보고 금방 도망쳐 나왔던 기억이 있다. 이 때문에 브루스를 꽤 오랫동안 멀리 했었고, 맥주 페스티벌 등에서나 브루스 맥주를 맛보았었다.
그러던 와중에 덴마크에 살고 있는 미국인 맥덕 친구인 스캇이 브루스에서 점심 식사 한 번 하자고 여러 번 말을 하기에 지난 달 드디어 브루스를 다시 한 번 찾아 보았다. ‘스폰탄’이라고 불리는 브루스 내 레스토랑 구역에 발을들인 순간 나의 편견은 흔적도 없이 녹아버렸다. 커다란 창문 사이로 비치는 환한 빛에 스칸디나비아식 인테리어가 더해진 레스토랑의 분위기는 따뜻했고, 실내 곳곳에 흩어진 배럴이 마치 브루어리나 배럴 룸에 들어와 있는듯한 착각을 일으켰다.
브루스에는 33개의 탭이 있는데 그 중 24개는 맥주용, 나머지 9개는 칵테일용이라고 한다. 한 종을 제외한 모든 맥주는 투올나 브루스에서 만들어진 맥주였고, 칵테일은 클래식한 칵테일부터 듣도 보도 못한 희한한 칵테일까지 다양하게 갖추어져 있었다.
코펜하겐 기준으로 보면 맥주 리스트는 평이했지만 음식 메뉴는 상당히 훌륭했다. 음식의 스타일은 굳이 말하자면 아시아 영향을 받은 노르딕 키친 스타일이었는데, 스캇과 내가 이 날 선택한 김치를 곁들인 베이컨 치즈 트러플 버거와 한국식 고추장 땅콩 치킨윙은 한국인도 찬사를 보낼 만한 수준이었다.
이 날은 오픈 첫 날 바글거렸던 허세 가득한 어린 친구들이 보이지 않았지만, 다른 맥덕 친구들에 따르면 금요일이나 토요일 저녁에는 브루펍보다는 잘나가는 바의 성격이 강해지기 때문에 피하는 것이 좋다고들 한다.
브루스/스폰탄에서 기분 좋은 한 시간을 보내고 부른 배를 두드리며 나오면서 우리가 낸 돈은 500DKK(약 85,000원) 정도다. 맥주 두 잔, 버거 두 개, 한국식 치킨윙, 그리고 추가한 김치까지 포함한 가격이었다. 나오기 전 둘러 본 브루스 보틀샵은 투올은 물론이고 미국 대형 브루어리의 맥주들도 괜찮은 가격에 판매하고 있었다.
EDITOR_Jens Christian R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