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aury Kervyn과의 인터뷰, 두체스 드 부르고뉴에 대해 파헤쳐 보다
두체스 드 부르고뉴(Duchesse de Bourgogne, 이하 두체스)는 플랜더스 레드 에일(Flanders Red Ale)이라는 비교적 흔치 않은 스타일의 맥주임에도 불구하고 한국 시장에서 입지를 잘 다진 맥주이다. 덕분에 3월 29일, 두체스를 독점 수입하는 The VIN CSR은 ‘두체스 모먼트(Duchesse Moment)’라는 주제로 두체스를 생산하는 페어해게 브루어리(Verhaege Brewery)의 수출 및 세일즈 총괄 담당자인 Mr. Amaury Kervyn과 함께 두체스의 국내 첫 공식 행사를 개최했다. 그와의 인터뷰를 통해 플랜더스 레드 에일에 대해, 그리고 두체스는 어떤 맥주인지에 대해 알아보았다.
우리나라는 아시아 최초로 사워 맥주 전용 펍이 생기고 사워를 주력으로 한 양조장도 생기는 등 사워 맥주에 대한 인지도가 날로 높아 가고 있는 상황이긴 하지만, 아직도 사워 맥주가 꽤나 마니악한 맥주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두체스는 우리나라 수입맥주시장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일반인들을 사워 맥주에 입문 시키려 할 때, 맥덕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맥주 중 하나가 바로 두체스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Amaury는 ‘밸런스’를 이유로 들었다.
“두체스는 단맛과 신맛의 조화가 완벽한 맥주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두체스가 세계에서 가장 밸런스가 좋은 사워맥주라 생각해요. 이 밸런스를 유지하기 위해 우리는 굉장히 많은 노력을 들이죠.”
두체스 드 부르고뉴는 직역하면 ‘부르고뉴 지역의 공작부인’이라는 뜻이다. 이는 두체스의 라벨에 그려져 있는 실존인물인 15세기 부르고뉴 공국의 마지막 상속녀 ‘메리 드 부르고뉴 공작부인’을 지칭하는 말이다. 그녀는 부르고뉴 공국을 상속받고, 신성로마제국의 막시밀리안 황제와 정략결혼 하여 신성로마제국의 영토가 거대화 하는 것에 일조하나 25세에 낙마하여 요절했다는, 안타까운 사연을 지니고 있다. 그런데 이들은 왜 이 맥주의 이름을 하필 ‘부르고뉴 공작부인’이라 지었을까.
“그녀는 비극적으로 죽었지만 국민들에겐 많은 사랑을 받았어요. 벨기에 인들은 그 이름에서 행복과 여유 있는 느낌이 들곤 하죠. 우리 맥주를 통해 사람들이 그러한 감정을 느끼도록 하고 싶었어요. 또한 저희가 만드는 맥주는 굉장히 역사적이 면서 전통적인, 오래된 스타일의 맥주에요. 그렇기에 저희 맥주의 이름으로도 정통성이 있는 것을 쓰고 싶었죠.”
두체스로 대표되는 맥주 스타일인 ‘플랜더스 레드에일’은 와인과 맥주의 중간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는 독특한 맥주다. 적당한 신맛과 단맛의 조화, 체리류의 붉은 과일의 풍미, 푸더(Foeder, 나무통)에서 비롯된 나무의 풍미까지 느낄 수 있는 개성 있는 맥주이기에, 그 제조법 또한 굉장히 궁금했다. “플랜더스 레드 에일은 기본적으론 에일 효모를 이용하여 만든 앰버 에일입니다. 때문에 갓 만든 원주는 구리색을 띄고 있죠. 이 맥주를 근처 지역에서 와인을 묵히는데 사용 됐던 푸더에 넣어 숙성시키면 푸더 안쪽의 레드와인의 색이 녹아들어 점점 붉은색으로 변하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플랜더스 레드 에일이 독특한 붉은색을 띄는 이유죠. 푸더 안쪽엔 다양한 균들이 살고 있습니다. 이 균들이 푸더 안에 넣어준 맥주에 존재하는 당분을 먹고, 신맛과 독특한 풍미를 만들게 됩니다. 이때의 온도는 보통 13~15도 정도가 되죠. 저희는 이 과정에서 어떠한 균이나 산도 추가적으로 넣어주지 않습니다. 또한 매주 금요일마다 각각의 푸더내부 맥주의 상태를 직접 맛보면서 검사하고, 잘못된 맥주는 모두 버립니다. 저희는 아티잔(Artisan, 장인) 브루어리니까요.
그렇게 만들어진 맥주들을 블랜더가 섞게 됩니다. 최소 2개월간 푸더에서 숙성 시킨 맥주부터 18개월동안 푸더에서 숙성 시킨 맥주까지 다양한 맥주들을 맥주 상태에 따라 블랜딩 하죠. 맥주의 맛은 푸더에서 얼마나 오래 숙성 시켰는지, 어느 정도 크기의 푸더에서 숙성 시켰는지, 얼마나 오래된 푸더에서 숙성을 시켰는지에 따라 맛이 서로 다릅니다. 때문에 저희 블랜더들은 항상 균일한 맛의 두체스를 고객들에게 선보이기 위해 모든 하나하나의 병마다 굉장한 노력을 들입니다. 고객들이 기억하고 있던 그 때의, 그 두체스의 맛을 전달하기 위해서 말이죠.“
이처럼 플랜더스 레드 에일은 미생물과 푸더의 상태에 따라 굉장히 많은 영향을 받는 맥주다. 때문에 미생물에 대한 관리와 푸더의 관리, 그리고 위생과 안전에 대한 관리가 더욱 중요한 맥주다. 이에 대한 관리는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을까.
“저희는 모든 푸더를 벨기에의 생물학 기관에 검사를 맡깁니다. 거기서 푸더 내부에 안 좋은 균이 존재하는지 등 안전성에 대해 검사를 하죠. 그리고 병입 전의 맥주도 모두 연구소로 검사를 보냅니다. 쓰고 난 푸더도 단순히 물만을 이용한 세척 뿐만 아니라 여러 생물학적 처리를 거치게 됩니다. 때문에 저희 맥주는 자연발효를 함에도 굉장히 안전합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이 시간과 경비를 꽤나 잡아먹긴 하지만 말이죠.”
비록 짧은 시간의 인터뷰였지만 두체스를 향한 장인정신과 자부심은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이는 그 정도로 두체스에 많은 애정과 노력을 쏟고 있음을 반증하기도 하는 것이고 말이다. 100여년이 넘는 역사를 거쳐 오면서 두체스가 지금과 같이 플랜더스 레드 에일의 대표 격이 될 수 있었던 건 이러한 이들의 대를 이어온 열정 덕분일 것이다.
EDITOR_김정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