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몬스터, 아시아 대표 맥주가 되다
국제 대회에서 66개 메달 휩쓴 아트몬스터
It Has Swept 66 Medals in International Competitions
지난 2년, 브루어리는 그들의 일터인 동시에 모든 것이었다. 여덟 번의 계절이 지나는 동안 브루어리 한 켠의 실험 양조용 소형 장비는 한시도 쉴 틈이 없었다. 첫 맥주부터 호평을 받았지만 두 양조사의 완벽주의는 그 이상을 지향했다. 깔끔함을 살리기 위해, 풍미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마시기 편한 질감을 위해 그들은 밤낮없이 맥주에 매달렸다. 실험에 실험을 거듭하며 버린 맥주만 해도 수십 톤에 달한다. 더 많은 사람들이 더 좋은 맥주를 즐기도록 하겠다는 목표 하나로 쉼 없이 달려왔다.
아트몬스터 브루어리의 박진호 부사장과 제이슨 쿠 부장의 얘기다. 지난 2017년 11월 서울 종로구 익선동의 아트몬스터 직영 펍에서 직접 만든 맥주의 판매를 시작한 지 꼭 2년이 되는 날, 군포 양조장에서 이 둘을 만났다.
박진호 부사장과 제이슨 쿠 부장은 미국의 유명 양조 교육기관인 시벨 인스티튜트(Siebel Institute)에서 만나 의기투합했다. ‘맥주에 대한 열정’을 공통분모로 5년여에 걸친 레시피 개발 끝에 2017년 경기도 군포에 브루어리를 설립했다.
그로부터 2년. 다시 만난 그들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엿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어려 국제 맥주 대회에서 무려 66개의 상을 거머쥐며 맥주의 맛과 품질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시장에서 신뢰를 얻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시작한 맥주 대회 도전이었다. 처음 맥주를 출품했던 홍콩의 아시아 인터내셔널 비어 컴피티션(Asia International Beer Competition)부터 싱가포르의 아시아 비어 챔피언십(AisaBeer Championship), 호주 국제 맥주 대회(Australian International Beer Award)등에 이르기까지 끊임없는 수상 레이스를 이어갔다.
특히 아트몬스터는 전 세계 250여 개 양조장이 참가하는 세계 4대 국제 맥주 대회인 일본 인터내셔널 비어 컵(InternationalBeer Cup) 2019에서 9개의 메달을 휩쓸면서 주목을 받았다. 24년 역사의 인터내셔널 비어 컵에서 한 양조장이 9개 상을 받은 것은 역대 처음이다.
여러 대회에서 상을 휩쓸면서도 박 부사장과 쿠 부장이 정작 시상식에 참여한 것 은 단 한 번뿐이다. 그것도 콘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 방문한 태국 방콕의 SEABrew 현장에서 때마침 상을 받게 된 경우였다. 아트몬스터가 많은 상을 받은 비결은 다름 아닌 ‘맥주를 위해 오롯이 바친 노력과 시간’이었던 것이다. 그들은 “맥주에 투입할 시간이 부족해 시상식에 가 볼 여유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일본 대회에서 그들은 수많은 실험을 거듭해 맥주 레시피를 개발했다. 또 자동화된 양조 설비에 생산을 맡겨놓을 수도 있지만, 양조 과정내내 자리를 지키며 변수를 하나하나 체크하고 제어하는 등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 맥아, 홉, 효모와 같은 다른 맥주 재료보다 소홀히 하기 쉬운 물 관리에 있어서도 빈틈이 없다. 박 부사장은 “맥주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물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는 판단 아래 맥주에 따라, 계절에 따라 물의 성분을 다르게 맞춰 양조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아트몬스터의 맥주들은 한 걸음씩 완성도가 높아져 갔다. 그중에서도 특히 ‘운짱’ 필스너는 출품한 모든 대회에서 상을 받을 정도로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노블홉의 허브, 꽃 아로마가 살아있으면서도 깔끔하고 부드러운 마무리가 매력적인 맥주다. 제이슨 쿠 부장은 “필스너는 가장 기본적인 스타일이면서 완성도높게 만들기가 가장 어려운 맥주이기도하다”며 “전 세계 거의 모든 맥아, 홉, 효모를 활용해 테스트 배치만 50번 이상 진행했다”고 말했다.
사상 최다 수상을 했는데도 정작 수상자가 나타나지 않아 많은 사람이 의아해했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고 했다.
당화 과정에서 맥즙의 일부를 빼내 따로끓여 다시 섞어주는 디콕션(Decoction) 기법을 활용하는 것도 아트몬스터 필스너의 특징이다. 일반 당화 방식보다 양조에 한시간 반 이상이 더 소요되지만 맛있는 필스너를 만들기 위해 전 세계 필스너 명가(名家)들처럼 디콕션을 빼놓지 않는다.아트몬스터의 발걸음은 앞으로 더욱 바빠질 예정이다. 내년 맥주에 대한 주세 부과 체계가 종량세로 개편되는 것을 계기로 대대적인 변화를 앞두고 있다. 먼저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보고 양조 탱크 규모를 4배로 늘릴 계획이다. 또 소매점 등으로 맥주 유통망을 다변화하기 위해 병입장비를 들여놓고 원심분리기, 저온살균 설비 등도 설치한다. 이와 함께 와일드 에일, 배럴 에이징 맥주 등 스페셜티 맥주도 만들기 시작할 방침이다.
또 다른 차원의 진검승부도 앞두고 있다. 지금까지는 맥주를 대회 주최 측에 보내는 과정에서 품질 유지에 대한 우려로 일본, 홍콩, 싱가포르 등 아시아 지역 대회를 중심으로 출품할 수밖에 없었다. 내년 맥주 포장 장비를 들여놓은 이후에는 미국의 월드 비어 컵(World Beer Cup) 등에까지 도전할 계획이다. 월드 비어 컵은 최대 1만 개의 맥주가 출품되는 ‘메이저 중의 메이저’ 대회다.
블루베리 사워 맥주인 ‘창세기’ 역시 올해 출전한 맥주 대회에서 모두 수상했다. 지난 9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안 비어 챔피언십 2019에서 ‘부엉이 맥주’로 알려진 일본의 히타치노 네스트 등 쟁쟁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금메달을 따내기도 했다. 최근 내놓은 IPA ‘넘사벽’의 첫 배치가 상을 받은 것도 자랑거리다. 심코, 모자이크, 매그넘 등 인기 홉을 활용한 넘사벽 IPA는 쓴맛을 줄여 마시기 편하게 디자인했다.
아트몬스터의 노력은 맥주를 잘 만드는데 그치지 않는다. 소비자들이 맥주를 최상의 상태에서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하나의 목표다. 수입이나 유통 과정에서 본연의 맛과 향이 사라져버리는 맥주들과 달리 아트몬스터는 철저하게 냉장 유통을 하고 생산 후 10주 내 소비될 수 있도록 최대한 관리한다. 또 완벽하지 않다고 판단되는 맥주는 아예 출하하지 않고 유통과정에서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긴 맥주는 즉각 회수 조치한다.
아트몬스터의 세계 맥주 대회 도전은 그 자체로 목적이 아니라 소비자들에게 아트몬스터 맥주를 알리는 수단이다. 박진호 부사장은 “국제 대회 수상이 소비자들이 아트몬스터 맥주를 경험하게 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며 “한번 마셔본 사람들이 계속해서 아트몬스터 맥주를 찾고 누군가에게 추천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