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맥주 여행기 Na Zdravi!
맥주를 막 마시기 시작했을 무렵부터 체코엔 꼭 한번 가보고 싶었다. 1인당 맥주 음용량이 가장 많은 '맥주의 나라'라고 익히 들었기 때문이다. 미국인들이 1인당 평균 76ℓ, 우리나라 사람들은 37ℓ를 마신다는데 체코 사람들은 1인당 연간 약 170ℓ를 마신단다. 서쪽은 독일, 남쪽은 오스트리아와 맞닿아 있어 이번 여행에서 함께 둘러보기에도 좋았다.
프랑크푸르트에서 체코까지는 비행기로 이동했다. 두 도시는 육로로도 충분히 이동할 수 있지만 루프트한자, 또는 체코항공 직항을 통하면 좀 더 빠르고 편하게 움직일 수 있어 항공편을 선택했다. 체코에서 머물렀던 시간은 3박 4일, 프라하와 플젠 그리고 카를로비 바리까지 열심히 마시러 다녔다. 술꾼의 마음을 홀린 멋진 공간들을 소개한다.
여행자들의 성수(聖水)
스트라호프 수도원 양조장
프라하성은 체코의 수도인 프라하를 가로지르는 블타바 강의 서쪽 언덕에 자리 잡은 성으로 무려 천 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체코의 왕들과 신성로마제국의 황제들이 이곳에서 통치했으며, 지금은 대통령 관저가 자리하고 있다.
기네스북에 등재된 세계에서 가장 큰 성답게 성 비투스 대성당, 구 왕궁, 황금소로, 여름 궁전, 정원 등 둘러볼 곳만 여러 군데다. 잠깐 쉬어갈 곳을 찾는다면 단연 스트라호프 수도원 양조장을 추천한다. 한국 여행객들은 흔히 '수도원 맥주'라고 부르는데, 시내에서 22번 트램을 타고 Pohořelec 정류장에 내리면 한 번에 갈 수 있다.
스트라호프 수도원 양조장은 350석 규모로, 아주 넓은 편이지만 언제나 관광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자연스럽게 합석해 이야기를 나누거나, 이곳저곳에 털썩 주저앉아 편하게 마시는 모습을 볼 수 있다. 400년 전통의 맥주 양조장이라고는 하지만 '요즘 스타일'의 맥주도 많이 만들고 있다. 필스너, 바이젠뿐 아니라 IPA는 물론 뉴잉글랜드 스타일 맥주도 맛볼 수 있었다.
부른 배를 소화시키고 싶다면 스트라호프 수도원 도서관을 함께 둘러보자. 총 14만 권에 달하는 고서(古書)가 있는 공간으로, 도서관 천장의 프레스코화가 매우 아름답다.
최초의 황금빛 맥주가 탄생한 곳
필스너 우르켈 양조장
보헤미아 지역 (현재의 체코)에서 맥주로 가장 부흥했던 도시는 플젠(Plzen)이다. 1397년 플젠 시민 누구나 맥주를 만들고 팔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덕이다. 그러나 맥주의 대중화는 맥주 품질의 저하를 불렀고, 시민들은 질 낮은 맥주에 분노하며 무려 36배럴에 달하는 맥주를 광장에 쏟아 버리는 저항을 일으킨다.
더 나은 맛을 원했던 체코 사람들은 바바리안(현재의 독일 바이에른) 지역의 브루 마스터 요셉 그롤(Josef Groll)을 데려와 맥주를 만들게 했다. 요셉 그롤의 발효법은 플젠 지역의 연수(Soft Water), 자텍 지방의 사츠 홉(Saaz Hop), 그리고 모라비아 지방의 보리를 만나 '필스너 우르켈'을 탄생시켰다. 플젠(Plzen)에서 만든 맥주라서 '필스너(Pilsner)', 원조(Origin)라는 뜻에서 '우르켈(Urquell)'이란 이름이 붙었다. 이렇듯 보헤미아의 자부심이 가득 담긴 맥주지만, 일본 아사히(Asahi)에 매각되었다는 사실은 조금 아이러니하다.
한편 필스너 우르켈 양조장 투어는 약 100분간 진행되며 영어 가이드도 있다. 방문객 센터에서 양조장 버스를 타고 시간당 12만 병을 처리하는 병입 시설을 둘러본 뒤, 맥주 재료와 양조 과정에 대한 설명을 듣게 된다. 투어의 절정은 총 20㎞에 달하는 지하도에서 여과되지 않은 필스너 우르켈을 시음하는 시간! 오크 라거 캐스크에서 직접 뽑은, 여과하지 않고 살균되지 않은 신선한 필스너 우르켈을 마실 수 있다. 여유가 있다면 양조장 레스토랑에서 식사 한 끼 하는 것도 좋겠다. 체코 전통 음식으로 유명한 꼴레뇨, 굴라쉬, 스비치코바를 모두 맛 볼 수 있다. 크림 소스에 소고기, 크네들리키(체코 전통 빵), 크랜베리 소스 등을 곁들인 스비치코바는 단연 수준급이었다.
프라하에서도 크래프트 맥주를
피보바스카이 클럽
필스너의 본토라고 해서 '필스너' 맥주만 마실 수 있는 건 아니다. 프라하 플로렌스(Florenc) 역 근처에 있는 피보바스카이 클럽에선 전세계에서 생산된 240여 가지의 병맥주와, 체코산 크래프트 맥주 여섯 가지를 드래프트로 마실 수 있다. "체코에서 가장 다양한 맥주를 판매하고 있는 펍"이라는 설명이다. 탭 리스트는 자주 바뀌는 편인데 바이젠, 아이리쉬 스타우트나 아메리칸 IPA같은 평이한 맥주에서부터 뉴잉글랜드 IPA나 아메리칸 사워 에일처럼 트렌디한 맥주까지 두루 즐길 수 있게끔 구성한다. 체코 가정식과 다양한 오븐 요리를 안줏거리로 제공하고 있다.
이곳의 가장 큰 장점은 저렴한 가격. 체코산 크래프트 맥주 500㎖ 두 잔에 4,000원, 프렌치 프라이 한 접시에 2,300원 정도로, 프라하 중심가 물가의 반값 수준에 불과했다. 체코 크래프트 맥주와 체코 가정식을 즐기고 싶은 여행객들에게 추천하는 피보바스카이 클럽! 사슴, 타조 등 한국에선 쉽게 맛볼 수 없는 고기 요리도 맛볼 수 있으니, 과감하게 도전해보는 것도 좋은 재미가 될 것 같다.
맥도날드에서 버맥을
맥도날드는 진출한 나라마다 철저히 현지화한다. 우리나라에선 불고기 버거를 판매하는가 하면, 오스트리아에선 자국 상품인 레드불을 파는 식이다. 맥주의 나라답게 체코 맥도날드에서는 #버맥을 즐길 수 있다. 판매하는 맥주는 단연 필스너 우르켈이다. 그러나 현지 발음은 '필스너 우어크벨'에 가까워서 ‘필스너 우르켈’이라고 말하면 점원이 알아듣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어려운 체코 발음을 따라하기보단 맥주를 뜻하는 체코어인 ‘피보(Pivo)'라고 말하는 편이 낫다.
미슐랭 추천 레스토랑
체코는 물가가 저렴하기로 유명한 여행지다. 서유럽과 달리 렌터카 대여 비용부터 현지 체류비용, 고급 레스토랑, 고성 호텔 등을 합리적인 가격에 이용할 수 있다. 미슐랭 가이드 '추천' 레스토랑 또한 마찬가지. 2018년 현재 체코 프라하에는 1star 레스토랑 2곳과, 빕 구르망 7곳, 그리고 더 플레이트 20곳이 있다
EDITOR_박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