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와 6차산업 수제맥주가 일자리를 만든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라 불리는 요즘, 느닷없이 ‘맥주와 6차산업’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쓰는 이유는 맥주가 생산과 유통이라는 단편적인 흐름으로 소비되는 시대에서 이제는 다양한 분야로 파생되어 새로운 직업이 많이 창출되기 때문이다.
대기업이 생산하고 그들에 의해서 유통되는 맥주만 소비하던 시대에는 생각하기 어려웠던 맥주와 주변 산업이 크래프트 맥주의 시대에는 어떻게 발전하고 있는지, 우리는 이에 대해서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이야기하고자 한다.
먼저 ‘6차산업’이 생소한 분들을 위해서 잠시 검색해보면 6차 산업이란 ‘1차 산업인 농수산업과 2차 산업인 제조업, 그리고 3차 산업인 서비스업이 복합된 산업’을 말한다. 예컨대, 유치원 또는 초등학교 아이들이 종종 체험학습으로 가는 고구마 캐기나 딸기 수확 체험이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고구마를 재배해서 유통하는 것보다 수확 체험이라는 체험형 관광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아이들에게 책으로만 보던 농업을 직접 체험하게 함으로써 교육의 효과를 느끼게 할 뿐만 아니라, 기존의 유통시스템에 의존하는 것보다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모델이 6차 산업인 것이다.
정리하자면 1차산업(농수산업) X 2차산업(제조업) X 3차산업(서비스업) = 6차산업이 된다. 혹자는 1,2,3을 모두 더해도 6차산업이 된다고 하지만, 시너지 측면에서 곱하기로 표현하는 것이 바람직하겠다. 더하기로 할 때는 1차가 빠지면 5가 되지만 곱하기로 할 때는 0이 된다. 6차 산업에서는 어느 산업이 소홀하거나 빠지면 그 자체가 성립되기 어렵기 때문에, 더하기보다는 곱하기의 개념이 복합 산업을 표현하기 좋겠다.
자 그럼 이제 6차산업을 맥주와 접목해 보자. 맥주를 만드는 재료인 보리와 밀 등의 곡물, 그리고 홉은 땅에서 재배되어야 나오는 산물이다. 즉 1차산업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대부분의 맥주 양조용 몰트(보리의 싹을 틔워서 말린 것)를 수입에 의존하지만 이미 여러 곳에서 우리 보리를 이용해서 맥주를 만드는 것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있다. 특히 충북음성에 있는 청년 농부 4명이 우리 보리를 재배하고 몰트화(Malting)1)하는 과정에 도전하고 있으며, 긍정적인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또한 맥주 양조에 없어서는 안 되는 홉(Hops)도 여러 지역에서 재배되고 국내 생산 홉으로 맥주를 만들어 소비자들에게 신선한 맥주를 공급하고 있는 단계에 이르렀다.
충북 제천의 뱅크크릭 브루어리는 솔티마을이라는 곳에 작은 맥주 양조장을 만들고 주변에 홉을 재배하기 시작하여, 이제는 마을 전체가 홉을 재배할 정도로 농촌의 풍경을 바꾸기도 한다. 뱅크크릭을 운영하는 홍성태 대표는 ‘솔티마을은 고추 농사가 주력이었는데, 작년(2017년)부터 마을 작목반과 협의해서 홉 농사를 늘려가고 있고, 홉을 수확하여 양조장에 공급하면 고추를 생산할 때 보다 농가 수익이 많아질 수 있다’고 한다. 또한 홉 재배 마을을 보기 위해 방문하는 사람들이 많아져 조용하던 시골 마을이 활기에 넘친다고 한다. 양조장을 방문해서 맥주를 맛보고, 맥주를 사 가는 사람들이 늘어나니 그야말로 ‘일석삼조’의 효과를 누리고 있다고 한다.
남양주에 위치한 핸드앤몰트 브루어리는 홉을 수확하는 시기에 ‘홉 수확 체험’ 행사를 통해서 홉을 책이나 인터넷으로만 봤던 사람들에게 직접 수확하는 경험을 나누고 수확한 홉을 바로 양조장으로 가져가 양조를 한다. 마지막으로 맥주를 마신다. 소비자들은 하루의 짧은 시간동안 1차산업과 2차산업 그리고 3차산업을 동시에 경험한다. 6차산업을 체험하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마을에서 홉을 재배하고 그것을 맥주 양조장에서 수매해서 맥주를 만들고 사람들은 맥주를 찾아오니 이것이 바로 6차산업이라 할 수 있겠다. 홉 재배(Hop farming)는 남양주, 제천, 전북 부안 등에서 농장 규모로 재배하고 있어 신선함이 경쟁력이 될 수 있는 로컬 크래프트 맥주와 신선한 맥주를 찾는 소비자들에게 좋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맥주와 6차산업 그리고 일자리 창출
대형 공장과 설비를 갖춘 대형 맥주 회사들은 생산 시설 대부분을 자동화하여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고 오히려 반대의 경우가 생길 수 있으나, 수제맥주 양조장은 사람이 필요하다. 2018년 7월 현재 어림 잡아 전국에 100개 정도의 수제맥주 양조장이있는 것으로 추정하는데, 양조장마다 5명의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됐다고 보면 이미 500명의 신규 고용이 이루어진 셈이다.
뿐만 아니라 이것을 6차산업의 개념으로 확대해보면 홉과 보리를 재배하는 1차산업으로 뛰어든 회사 또는 사람들의 규모가 대략 10개 남짓임을 통해 추정해보면 3차산업인 서비스업은 제조업의 최소 10배는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2) 양조장이 100개면 맥주를 판매하는 펍과 보틀샵 등의 매장은 1,000개, 3명씩만 고용을 해도 3천 개의 일자리가 필요한 셈이다. 이렇듯 맥주를 기존의 대기업 생산, 유통, 서비스의 관점에서 보면 단순하지만, 전국에 수제맥주 양조장이 늘어나면서 직접적인 맥주의 판매뿐만 아니라 맥주와 관련된 다양한 산업군의 비즈니스 모델이 생기고 일자리가 생기게 되는 것이다.
맥주는 1960년대 경제가 어렵던 시절에 사치품으로 분류되어 양주와 더불어 가장 많은 주세를 내게 되었으며, 이후 대중주로 주세의 주요 세원이라는 명목하에 정책적으로 불리하게 대우를 받는 것이 사실이다. 대기업이 시장을 독과점하면서 신규 사업자가 진입하기 거의 불가능한 시장이었다. 2002년 월드컵을 계기로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에게 다양한 맥주를 선보이고자 하우스 맥주를 허락했으나 외부 유통이 되지 않아 발전 가능성에 한계가 있었다. 2014년에 이르러 주세법 개정으로 소규모 양조장에서 생산된 맥주의 외부 유통이 가능해지면서 비즈니스로 도전해 볼 만한 영역이 된 것이다. 그사이 많은 양조장이 생기고 많은 젊은 사람들이 브루어가 되고 싶어 하며, 맥주로 꿈을 꾸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미국에서는 크래프트 맥주 시장이 전체 맥주 시장의 20%에 육박하면서 브루어리가 6000개가 넘게 생겼다. 이 산업이 가져온 고용 창출 및 경제효과는 우리가 꼭 눈여겨봐야 한다. 또한 미국이 주도한 크래프트 맥주 산업은 전 세계로 수출되고 있다.
시작은 다소 늦었지만, 우리나라의 수제 맥주는 충분히 아시아 국가에서 경쟁력 있는 상품으로 발전 가능하기 때문에 외화벌이의 좋은 수단이 될 수 있다.
이제 맥주는 획일적으로 생산 및 유통해서 호프집, 치킨집과 같은 곳에서 판매되는 단순한 시장이 아니라 하나의 발전 가능성이 많은 산업군으로 분류하고 1차, 2차, 3차 산업이 복합적으로 맞물려 발전하여 새로운 비즈니스와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는 문화 소비재 산업으로로 보고 시대에 맞는 정책이 나와야 한다.
맥주는 6차 산업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