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조 장비와 재료, 전문가가 있는 ‘맥주공방’
나만의 맥주 만들기에 매료된 사람들이 찾는 그 곳
양조 장비와 재료, 전문가가 있는 ‘맥주공방’
지난 6월 11일 서울 잠실 인근의 거리. 여름을 재촉하는 무더운 날씨인데도 젊은 20~30대 남녀가 삼삼오오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들이 향한 곳은 어느 허름한 건물의 지하. 안으로 들 어서니 편안한 조명과 모던한 인테리어로 잘 꾸며진 넓은 공간에 수도시설이 갖춰진 큰 테 이블들이 놓여있다. 이 곳은 양조 장비와 공간을 빌려서 맥주를 만들 수 있는 맥주공방 ‘아이 홉’. 이 날 모인 사람들은 대략 40여명. 그들은 소셜 액티비티 플랫폼 프립(Frip)을 통해 우연 히 맥주공방과 수제맥주를 만드는 이벤트를 알게 되었고, 난생 처음으로 자신만의 맥주를 빚 기 위해 기꺼이 주말에 이곳에 방문했다. 참가자 장우리 씨는 “요새 수제맥주를 골라 마시는 재미에 푹 빠졌는데 직접 만들 수 있다고 해서 호기심에 찾아왔다”며 “내 손으로 만든 맥주를 들고 친구들과 같이 한강공원으로 피크닉을 갈 생각에 벌써부터 설렌다”고 말했다.
내 손으로 직접 만들어 마신다
이런 사람들이 늘어남에 따라 내 손으로 맥주를 만들 수 있는 맥주 공방이 생겨나고 있다. 자가 양조의 인기 덕분에 전국 대도시를 중 심으로 맥주공방이 매달 하나 둘씩 생겨나고 있고 온라인 쇼핑몰 에서도 자가양조 관련 상품의 매출이 크게 증가했다. 물론 집에서도 충분히 맥주를 양조할 수 있지만 공방의 전문적인 장비와 넓은 공간을 활용할 수 있고, 맥주 스타일별로 적정 온도에 서 발효와 숙성까지 가능하기 때문에 공방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 는 것이다. 또 공방에서는 맥주 전문가들로부터 맥주 만들기에 대 한 도움도 받을 수 있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만들고 완성된 맥주 를 같이 나눠마실 수 있다는 점도 공방의 매력이다.
이 날 이벤트가 열린 아이홉 맥주공방의 홍인영 공동대표는 “현재 평일, 주말 상관 없이 모든 예약이 꽉 찬 상태”라며 “대기업에서 사 내 워크샵으로 맥주공방을 찾아 맥주를 만드는 등 독특한 맥주를 만들어 보고 싶다는 트렌드가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 대도시 중심으로 맥주공방 증가
국내 맥주공방의 중심지로 꼽히는 곳은 서울이다. 양조장비가 다 양하게 갖춰져 있어 전문가 못지 않은 식견을 뽐내는 자가양조 마 니아들이 주로 방문하는 옥수동의 소마를 비롯해 협동조합이 바 틀샵과 함께 운영하는 양재동 비어랩, 크래프트 맥주를 알아가는 일반인들을 위해 여러 이벤트를 운영하는 삼전동 아이홉 맥주공 방까지 취향과 목적에 따라 선택의 폭도 넓다.
홍인영 공동대표는 “크래프트 맥주를 처음 접한 20대 젊은 커플 부터 유명 포털사이트 카페인 맥주만들기동호회 회원들까지 다양 한 연령대와 성별의 사람들이 공방을 찾는다”면서 “초보 양조가들 이 처음에는 캔에 담긴 액상맥아추출물(LME)로 시작해서 점점 더 양조에 재미를 느껴 다양한 맥아, 홉, 효모, 장비를 사용할 줄 아는 준 전문가로 성장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크래프트 맥주가 인기를 끌면서 서울 이외에 다른 지역 대도시에 서도 맥주공방이 생겨나고 있다. 아직은 부족한 숫자이지만, 자가 양조문화가 널리 전파되는데 지방의 맥주공방이 지역 사랑방 구 실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를 통한 한국 크래프트 맥주 문화의 질 적 향상이 기대된다.
한물 갔다고 하지만 지금도 여전히 인기를 끄는 ‘쿡방’은 나만의 독특한 레시피로 창의적인 음식을 만드는 프로그램이다. 맥주가 물보다 맛있어지는 계절인 여름이 다가오고 있다. 편의점 맥주에 질렸다면 지금 맥주공방을 찾아가보자. 아직 인생맥주를 만나지 못했다면 그 맥주는 아직 태어나지 않은 것이다. 당신이 손으로 빚 어낼 달콤 씁쓸한 크래프트 맥주 한 잔이 또 다른 신세계를 경험하 게 해 줄 것이다.
EDITOR_오명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