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즙 만들기 : 매싱의 온도와 맥주
맥아(몰트)에 더운 물을 부어 녹말을 당화시켜 맥즙을 만드는 과정인 매싱(담금)에 대해 과학적인 이해를 돕고자 한다.1 지금까지 홈브루어들은 맥주 관련 강의나 서적에서 65℃ 정도로 매싱을 해야 한다는 내용을 습득했겠지만 왜 65℃가 적당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모르고 있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인퓨젼(Infusion)과 디콕션(Decoction)의 차이
매싱의 온도를 이해하기에 앞서 우선 두 가지 매싱의 방법을 알고 가야 한다. 첫 번째는 맥아를 우려내 당을 추출하는 인퓨전 (Infusion) 방법이고 또 하나는 맥아를 끓이는 방식인 디콕션(Decoction) 방법이다. 인퓨전은 매시턴(당화조)에서 당화를 하는 방법이다. 다소 굵게 분쇄한 맥아를 Hydrator를 통해 물과 섞어 약간 죽 같은 느낌의 매시 상태를 64~67℃ 사이에서 만들어, 만들고자 하는 맥주의 종류나 특성에 따라 30분에서 2시간반 정도 매시 휴식기를 준다. 이어 맥즙을 받을 때 순환시켜서 맑게 한 뒤 바로 끓임조로 이송을 하는 방식이다. 추가 맥즙은 스파징(물을 추가하여 맥아의 남은 당분을 회수하는 공정)을 75~80℃ 사이로 진행하여 추출한다.
디콕션은 인퓨전 방식에 비해 분쇄를 더한 맥아에 물을 비교적 더 많이 섞어서 매시가 죽보다는 미숫가루 음료 느낌으로 추출된다.
디콕션 방식은 3개의 통을 사용하는데 섞음조, 끓임조, 그리고 라우터조가 필요하다. 최초에 매시를 목표 온도 35℃ 근처로 만들어서 1/3을 끓임조로 이송하여 끓인 다음 다시 매시에 섞어서 온도를 50℃ 정도로 올리고 그 다음 또다시 1/3을 끓임조로 이송하여 끓인 뒤 다시 매시에 섞는 방법을 하면서 65℃까지 올린다. 마지막에 이를 한번 더 진행하여 76℃ 정도까지 온도를 높인다. 효소 불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해서다.
필자가 사용하는 방법은 인퓨전 방식이며 대부분의 현대 양조장들이 이 방식을 사용한다. 디콕션의 경우 온도별로 추출하기 때문에 온도별 맥아에서 추출되는 물질들을 최대로 추출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고 끓이는데 들어가는 에너지열이 매우 많이 소모되므로 시간과 열에너지를 절약의 관점에서 점점 줄어들고 있다.
디콕션 방식의 장점
많이 활용되지는 않지만 디콕션 단계별로 얻어지는 장점을 안다
면 브루잉의 대한 이해의 폭을 확대할 수 있고 인퓨전 방식에서 신경 써야 하는 항목들을 알게 된다.
우선 디콕션으로 양조할 경우 1) 저온(50~55℃)에서 최대로 추출되는 Soluble Nitrogen(용해 가능 질소)을 얻을 수 있다. 효모가 발효할 때나 재생성될 때 거의 모든 부분에서 질소가 사용된다. Soluble Nitrogen가 적게 추출될 경우 발효가 더디거나 발효가 마무리 안 되면서 다이아세틸(Diacytl)이 만들어지거나 감염돼 이취(불필요한 맛이나 향)를 발생시킬 수 있다. 그리고 Soluble Nitrogen이 충분해야 입에 질감(마우스필)도 좋아지고 맥주 따랐을 때 헤드 거품 안정도도 개선이 된다. 이러한 Soluble Nitrogen은 65℃에서는 적게 추출된다.
2) 또한 50~55℃에서는 높은 온도에 비해 단백질과 베타글루칸의 분해가 더 잘 된다. 디콕션의 낮은 온도에서 단백질 분해가 더 잘되어 인퓨전에 비해 맥즙에 단백질양이 줄어든다. 이에 따라 홉의 특성을 좀더 잘 살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마지막에 핫 브레이크(Hot break)라 불려지는 트룹(양조하고 월풀한 뒤에 바닥에 모이는 단백질, 지방, 찌꺼기 덩어리) 또한 인퓨전 방식보다 덜 생성된다. 그래서 담금조에 가열 기능이 있는 장비들은 실제로 50℃ 정도에서부터 매싱을 시작해서 온도를 높이는 경우도 많지만 결국에는 시간이 많이 걸려서 인퓨전 방식을 쓰되 부족한 부분들을 보완하는 첨가제를 사용하는 방법이 점점 더 채택되고 있다. 현대 양조업에서는 하루에도 몇 번씩 양조를 하는 양조장이 많으며 매싱 시간이 오래 걸릴 경우 채산성이 급격하게 떨어지므로 맛을 유지하면서 최대한 빠른 시간 내 양질의 맥즙을 추출하는 것이 목표가 되고 있다. 실제로 복잡하게 디콕션 방식으로 했을 때와 65℃ 정도 온도에 인퓨전 방식을 채택했을 때 차이가 나타나는 항목은 맥즙 점성이 인퓨전이 좀더 높고, Soluble Nitrogen이 조금 부족하고 Amino Nitrogen(아미노 질소)이 약간 부족하다는 점뿐이다.
단점은 그것밖에 없다 보니 현대 양조에는 단백질 분해가 조금 더 적은 인퓨전에는 Copper fining류의 제품을 통해서 단백질의 침전을 돕고, 조금 부족한 질소와 아미노산은 효모 영양제를 추가하여 보완한다. 이렇게 되면 빠른 시간 안에 디콕션 방식 수준의 맥즙을 만들 수 있게 된다.
참고로 맥아에는 알파 아밀라아제와 베타 아밀라아제 두 가지 효소가 있는데 알파는 68~75℃ 사이에서, 베타는 54~65℃ 사이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을 한다. 하지만 알파는 발효가 잘 안 되는 복합당을 만들고, 베타는 발효가 잘 되는 단순당을 만든다.
맥주 맛을 좋게 하는 맥즙 만들기 팁
1) 충분히 끓여라 – 배조(Kilning)가 덜된 맥아를 사용하거나(필스너 몰트) 아주 많이 볶아진 맥아를 사용하게 될 경우 끓임을 충분하게 해야 이취가 덜 발생한다. 이취 중에서 유명한 DMS 역시 S-methylmethionine으로부터 발생되는데 이는 맥아에 있는 methionine으로부터 합성되어 발생한다. DMS는 열에 의해서 제거가 되므로 약하게 볶은 맥아에만 살아남게 된다. 그래서 충분한 끓임으로 제거가 되고, 또한 끓임으로 마이야르(Maillard) 휘발성 물질중에 하나인 2-acetylthiazole를 날려버릴 수 있다. 이 또한 맥주에서 10ppb 이하의 수치를 가져야 오프를 발생시키지 않는다.
2) 스파징 때 PH와 온도를 주의해라 - 맥아에서 추출되는 수백 개 성분 중에서 알데하이드 케톤(aldehyde-ketone), 아민(amines) 그리고 황을 포함하는 성분들과 페놀들이 있다. 스파징을 하면 이러한 안 좋은 맛들이 추출될 수 있는데, 75℃ 수준으로 스파징하고 PH를 5.5 수준으로 하게 될 경우 맥즙의 안정성이나 맛을 개선할수 있다.
3) 교반을 과격하게 하지 말라 - 교반을 하게 되면 지질(리피드)과 탄닌 추출이 이뤄져 불필요한 맛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교반을 과격하게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고도수 맥주 양조하기
고도수 맥주는 아무래도 시작하는 플라토(°P)1가 20 이상이다 보니, 맥즙을 만들 때 더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 많다. 플레이그라운드브루어리가 선보였던 Triple IPA도 20.7°P로 시작된 맥주였다.
설비에 따라 추출이 차이가 나기 때문에, 보통 두 가지 방법을 쓴다. 하나는 단순히 맥아를 두 배 정도 넣고 더 적은 양의 맥즙을 추출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15°P 정도의 맥즙을 끓여서 1/3의 물을 증발시킬 경우 22°P 정도의 맥즙이 된다. 대부분 고도수 맥주는 당도를 어느 정도 남겨서 3~5°P 이상 알코올 부즈에 발란스를 맞추려고 한다. 발란스가 필요한 이유는 대부분 맛을 좋게 하기 위함인데, 고도수는 부즈가 너무 튀는 것을 싫어하는 소비자 성향이 있어서 발란스 잡는 것이 각 브루어의 숙명이기도 하다. 첫 번째 방법은 단순히 맥아를 많이 넣는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각 장비에 따라 한계 효용치가 있기 때문에 이를 먼저 아는 것이 중요하고 대부분 맥아 2.5배 이상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담금조가 여분이 있는 곳에서는 최초 당즙을 월풀조에 받아 놓고 14°P 정도 맥즙을 계속 받아 끓여서 합하는 경우도 있다. 고도수 맥주는 굉장히 점성이 높아 바디를 줄이기 위해 설탕이나 포도당 등을 10% 미만으로 넣는 경우도 많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포도당을 첨가하는 것을 선호하며 이를 통해 음용성을 높인다. 포도당을 쓰다 보니 고도수 맥주는 대부분 높은 온도(66.5~67.5℃)로 당화를 하는 경우가 많다. 충분한 당이 나오기도 하고 어차피 모든 당을 발효시킬 것이 아니라서 알파 아밀라제 영역의 복합당도 같이 추출하려고 한다. 맥즙 추출 이후에는 모든 게 배가 된다고 생각하면 되는데 기존에 썼던 IBU의 1.25에서 1.5배로 설정하는 것이 좋고, hop utilization도 줄어서 홉이 거의 4배 들어간다고 보면 된다. 대략 13°P에서 시작되는 알코올 함유량 5% 맥주를 70 IBU로 하기 위해 180g의 홉을 썼다면 20°P 이상의 맥주는 300g 가까이 홉을 써야 하고, 고도수 맥주는 대부분 숙성을 어느 정도 하기에 IBU를 더 늘리는 것이다. 쉽게 이해하자면 5% 스타우트에서 25 IBU의 씁쓸함이 일년 묵은 10%짜리 임페리얼 스타우트에서는 대략 70 IBU 정도 되어야 비슷한 느낌이 날 것이다.
다음으로는 이스트를 준비하는데 대부분의 이스트는 고도수 맥주를 발효할 수 있지만 재생되어서는 안되며 Fermentis사의 US-05, White Labs의 WLP001, WYEAST의 Wyeast 1056도 이러한 고도수 맥주의 발효를 곧잘 한다. 참고할 사항은 원래 쓰던 효모양의 4배를 쓰는 것이 좋다.
이제 피칭이 끝났으면 산소를 반드시 넣어줘야 한다. 산소가 충분히 맥즙 내에 있어야 효모가 개체수를 늘리고 발효를 잘 이끌 수 있기 때문이다. 첫 번째로 끓인 맥주를 식히고 발효조로 넘길 경우 상업 양조는 산소를 부글부글 끓을 정도로 넣어야 하고 홈브루잉은 어항펌프 같은 걸로 산소를 넣어줘야 한다. 고도수에 도전할 것이라면 반드시 펌프를 구매를 권한다. 정식으로 스톤으로 산소를 주입하는게 아니라면 펌프가 1~2만원선 수준이므로 구매를 권하며, 다른 방법으로는 실질적으로 산소가 투입이 잘 되지 않는다.
앞서 말한 곳에서 효모를 4배 정도 넣기 때문에 효모가 금방 산소를 다 섭취하고 바로 호기성 환경에서 혐기성이 된다. 이 단계가 소위 말하는 lag phase라고도 불리우는데 호기성 환경에서 혐기성 환경으로 바뀌기 전까지(약 1~2일)산소를 조금 불어넣어줘도 알코올 생성량이 많이 없기 때문에 호기성 환경이 연장되고 효모가 적절하게 재생성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또한 발효가 더디면 Half gravity(20°P 에서 시작해서 4P°P 에 마무리하는 맥주라면 간극이 16P°P 이며 그걸 반으로 나누면 8°P 따라서 20°P-8°P =12°P) 지점까지는 산소를 불어 넣어줘도 되는데 다이아세틸이 발생할 수 있어 당도가 2°P 정도 떨어질 때까지만 불어 넣어주는 것을 권장하고, 발효가 잘 진행되면 굳이 산소를 추가할 이유가 없다. 그렇게 완성된 맥주는 컨디셔닝이 대부분 오래 걸리기 때문에 마음 편하게 보관을 하는 것이 좋다.
EDITOR_김재현 플레이그라운드 브루어리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