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수제맥주 협회 첫 공식 맥주 깻잎 한 잔 세종
맥주를 맛있게 마시기 위해서 중요한 것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좋은 레시피와 좋은 재료, 한치의 오차 없는 생산 과정, 맥주의 품질을 지켜줄 수 있는 유통 등을 꼽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올바른 푸어링, 적절한 온도 관리, 깨끗한 잔 등 올바른 서브 방법에 초점을 맞추는 이도 있을 것이다. 물론, 이 모든 과정이 중요하다.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신선한 맥주’가 아닐까? 한 잔의 맥주가 내 손에 들어오기까지 복잡하고 오랜 유통 과정을 거치는 것보다 내가 사는 지역, 혹은 국내에서 만드는 로컬 맥주가 더 신선한 것이 아닐까?
Drink Local 프로젝트
우리나라 크래프트 맥주 시장은 2016년 300억에 이어 2017년 400억 규모로 성장했다. 이와 더불어 2018년에는 맥주 제조면허수가 12년만에 100개를 넘어설 전망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국내 크래프트 맥주 산업은 과거에 비해 보다 경쟁이 치열해 지고 있으며, 수입 맥주 역시 물밀 듯 밀려 들어오고 있다.
경쟁이 점차 심화되고 있는 크래프트 맥주 시장에서 로컬 브루어리가 살아남는 방법은 무엇일까? 각자 치열한 경쟁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제로섬 게임을 하는 것이 정답은 아닐 것이다.
치열하게 싸우기보다는 서로 도우며 함께 나아가는 것이 보다 좋은 해결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공감과 ‘맛있는 지역 맥주를 만들겠다’는 공통적인 마음이 모여 “Drink Local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Drink Local 프로젝트는 2018년 국내 수제맥주협회의 주요 프로젝트로 지난 1월 수제맥주협회 회원 브루어리 총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 되었다. 이 프로젝트의 목표는 국내 수제맥주 시장의 광역적 활성화와 수제맥주 협회의 인지도 확산을 목표로 한 것이다. 구체적인 프로젝트의 방향으로 Drink Local 프로젝트에 부합하는 맥주를 선정하고 맥주를 양조할 대표 브루어리를 선정해 공동 양조를 해 완성된 맥주를 공동 판매 및 홍보하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의 첫 번째 결과물로 전국 11개 브루어리가 참여해 핸드앤몰트 양조장에서 양조한 ‘깻잎 한 잔 세종’이 탄생하여 3월 9일 런칭 되었다.
깻잎 한 잔 세종
Drink Local 프로젝트의 첫 번째 맥주인 깻잎 한 잔 세종은 국내 최초로 홉을 대신해 깻잎을 넣은 상업 맥주로, 맥주의 필수 재료이자 맛과 향에 중요한 영향을 주는 ‘홉’을 최소화하고,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친숙한 깻잎을 넣은 맥주다. 세종이 지닌 스파이시함과 청량한 탄산감이 깻잎의 알싸한 향과 조화를 이루는 맥주이기도 하다.
이 맥주가 탄생하게 된 계기는 깻잎에 삼겹살을 싸 먹다가 “홉 대신 깻잎으로 맥주를 만들면 어떨까?”라는 생각에서부터다. 1년 동안 시험 양조를 거듭하며 깻잎의 양을 점점 늘리면서 최적의 맛을 찾아가는 과정을 거쳐 탄생하게 된 깻잎 한 잔 세종은 홉과 깻잎의 비율이 0.5:9.5로 홉의 비중을 최소화 하는데 성공했다. 이렇게 탄생한 깻잎 한 잔 세종은 깻잎 특유의 알싸한 맛과 향이 세종 특유의 향과 조화를 이루어 한국적인 느낌을 잘 드러내는 맥주다.
Drink Local 프로젝트는 현재 진행형이다. 이 프로젝트의 두 번째 수제맥주협회 공식 맥주는 일산에 위치한 플레이그라운드 브루어리에서 양조된다. 또한 11개 브루어리가 참여한 첫 번째 맥주보다 더욱 다양한 브루어리가 참여할 예정이다. Drink Local 프로젝트는 우리나라의 크래프트 양조장들이 협업해서 맥주를 선보였다는 사실보다 우리나라의 크래프트 맥주를 널리 알리기 위해 각 지역의 로컬 브루어리들이 힘을 합쳤다는데 더 큰 의의가 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크래프트 맥주를 알고 마시는 것이 지금의 상황에서 치열하게 살아남기 위한 경쟁을 하는 것보다 낫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점이 더욱 중요하다. Drink Local 프로젝트의 두 번째 맥주를 기다리며, 우리나라 크래프트 맥주가 더 널리 알려지고, 더욱 많이 마셔지는 그날을 위해 외쳐보자. Drink Local!
EIDTOR_장명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