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심사에 숨겨진 이야기
상업적 또는 홈브루잉 맥주 대회는 대부분 소비자와 홈브루어들에게 숨겨진 내막이 무엇인지 모른다는 점에서 궁금증을 자아낸다. 이번 기회에 대회의 무대 뒤에 숨겨진 과정에 대한 궁금증을 조금이나마 풀어보려고 한다.
공식적인 맥주 경연대회는 미국에서 지미 카터(Jimmy Carter) 대통령이 홈브루잉을 합법화하고, 찰리 파파지안(Charlie Papazian)이 1978년에 미국 홈브루어 협회(American Homebrewers Association, AHA)를 창설하면서 시작되었다. 4년 후, 찰리 파파지안이 GABF(Great American Beer Fest)를 처음으로 개최하였고,
1987년에 GABF 맥주 대회가 처음으로 열렸다. 99종의 맥주가 출품되었고, 7명의 심사단이 심사하였다. 30년이 지난 지금, 7000종 이상의 맥주가 출품되며 250명 이상의 심사관이 GABF 맥주대회에 참가한다.
무언가를 심사할 때, 무엇보다도 기준을 정하는 게 중요하다.
BJCP(Beer Judge Certification Program)은 심사관들에게 맥주를 심사할 기본이 되는 기준을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 가이드라인은 지난 30년 동안 광범위한 역사적 연구-고서의 해석, 현 소비시장의 트랜드, 다른 위원들과의 공동작업-를 통해 많은 부분이 수정되었다. 필자가 미국에서 여름휴가 동안 Kentucky Common historical beer style의 가이드라인을 작성하는 책임자를 만난 적이 있다. 그에게서 독일 이민자들이 작성한 오래된 양조일지를 번역하는 일, 맥주 관련 오래된 신문 기사를 읽는 일, 각 맥주가 유행했던 시절에 구할 수 있었던 재료 및 양조시스템에 관한 연구를 하는 일 등에 대해서 들을 수 있었다. 이러한 연구 후, 그는 150년 전에 생산된 맥주의 맛과 향을 알기 위해 습득한 지식을 사용해 본인이 보유한 홈브루잉 장비로 맥주를 재현해본다고 한다. 맥주를 심사할 때 심사관들이 이용하는 이러한 가이드라인에는 이처럼 많은 시간, 생각 및 노력이 들어간다.
심사관이 맥주를 심사할 때, 맥주의 이취를 찾으려고 할 뿐만 아니라, 그 맥주가 얼마나 가이드라인에 맞는지를 심사한다. 강한 홉향은 IPA에게 기대되고 좋은 향이나, 독일식 헤페바이젠 스타일에는 맞지 않는다. 같은 맥락에서, 강한 에스테르 및 페놀 향은 헤페바이젠에게는 필수적이나 웨스트코스트 IPA에게는 맞지 않는다.
특정한 스타일의 맥주에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노력—같은 스타일 맥주를 종류별로 다양하게 시음이 필요하다.
이것은 여러 종류의 스타우트를 맛보기 위해 아일랜드에 가거나, 트리펠이 신선할 때 어떠한 맛이 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벨기에로 휴가를 떠나기에 좋은 핑곗거리가 될 수 있다.
맥주 맛을 보고, 그 맥주가 어떻게 하면 더 나아지는지를 진단하려 고 노력하는 점에서, 좋은 심사관이 되는 것은 어느 정도는 좋은 의사가 되는 것과 비슷하다. 출품된 맥주 중에서 가장 좋은 맥주를 찾고 상을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말로 중요한 것은, 특히 홈브루잉 대회에서, 참가자들에게 어떻게 하면 맥주가 더 나아질 수 있는지에 대한 정직한 피드백을 주는 것이다. 당신이 만든 맥주를 친구들에게 나눠줄 때는, 친구들은 공짜 맥주를 받아서 기쁜 마음과 당신에게 상처를 주기 싫어하는 마음 때문에, 정직한 피드백을 받기 힘들다. 모든 제대로 된 맥주 경연대회에서는 모든 출품 맥주들이 익명으로 심사관에 의해 평가되기 위해 애쓴다. 모든 심사관이 완벽하지는 않고 몇몇 심사관들은 특정 결점에 대해 과도하게 비판적이다. 따라서, 심사관들이 실수를 절대 안 할 거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본인의 맥주 양조 기술을 향상 시키기를 원하는 사람들은 맥주에 대한 많은 피드백을 받기 위해 여러 대회에 같은 맥주 레시피를 보낸다. 그리고 만약, 여러 명의 심사관이 당신의 맥주에 같은 피드백을 주었다면, 그 맥주는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 편이 맞다. 몇몇 대회에서 참가자들에게 피드백을 주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맥주의 품질을 높이는 것보다 대회에서 이기는데 초점을 두게 만들 뿐 만 아니라, 참가자들이 맥주의 품질을 높일 수 있는 기회마저 제공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심사관들이 빠지는 함정 중의 하나는, 맥주의 좋은 점을 발견하는 것을 잊어버리고 오직 나쁜 점만을 찾으려고 노력한다는 것이다.
점수에 상관없이 참가자들이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채점표는 정직하고 정확하여야 하며, 또한 용기를 북돋아 주어 채점표를 받는 즉시 참가자들이 더 나은 맥주를 만들고 싶어지게 만들게 하는 것이다. 필자는 지난 4년 동안 대구 스타우트 스맥다운(Smackdown)을 주관해왔고, 심사관들에게 채점표를 작성할 시 최대한 많은 공감을 가지고 작성해 달라고 부탁해왔다.
어떠한 경연대회나 최고의 중점 사항은 윤리적인 부분이다. 대회를 윤리적으로 운영하는 것은 대회 주관자의 몫이다. 일반적으로, 본인이 출품한 맥주와 같은 분야에 속해 있는 맥주를 심사할 수는 없지만, 같은 대회에서 다른 분야로 출품된 맥주는 심사할 수 있다. 몇몇 최고의 BCJP 심사관은 어떻게 그들 자신의 맥주를 냉정하게 판단하고 향상시키는 법을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맥주 또한 잘 만든다. BJCP 의장인 고든 스트롱(Gordon Strong)은 NHC(National Homebrew Competition)에서 유일하게 3번 ‘올해의 홈브루어’상을 받은 인물이다. 몇몇 최고의 경연대회들은 매년 열리고, 그들의 명성을 계속해서 쌓아가고 있다.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대회들에는 사람들이 다음 해에 참가를 안 하고 그러한 대회들은 서서히 사라진다.
대부분의 경연대회에서는 최소한 2병의 출품작을 요구하며, 필자 역시 심사를 하기 전까지는 그 이유를 몰랐었다. 실제 대회에서, 심사관들은 2, 3명이 한 팀을 이뤄서 약 2시간 동안 8~12종류의 맥주를 맛본다. 이렇게 함으로써, 심사관들은 적은 맥주를 맛보고 상대적으로 많은 시간을 피드백을 적는데 할애할 수가 있다. 맥주 심사관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직업이라는 농담이 있지만, 실제로 12가지의 임페리얼 스타우트, 몇몇은 맛보기에도 좋지 않은 것들을 연속해서 마시고 분석하는 데에는 큰 노력과 집중력이 필요하다. 심사는 말없이 진행되므로 심사관 간에 점수를 매기는 데에 있어서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모든 심사관이 심사를 끝내면, 맥주에 대한 토론 및 시험관들 사이의 점수 차이가 7점을 넘기지 않도록 점수를 조정한다. 맥주에 대한 장점 및 단점, 또는 때때로 다른 심사관이 잡아내지 못한 이취에 대한 토론을 한다. 심사관들은 그중 상위 3개의 맥주를 뽑는다. 작은 대회에서는 이 세 맥주가 1, 2,3등을 차지하지만 큰 대회에서는 mini best of show(BOS) 라운드로 넘어간다. 매우 큰 대회에서는 같은 스타일의 맥주, 예를 들어 American IPA를 여러 팀이 맛본다. 그리고 각 팀에서 최고로 뽑힌 IPA가 mini best of show 라운드에서 경쟁한다. 이러한 대회에는 첫 번째 라운드, 두 번째 mini-best of show 라운드 및 최종 best of show 라운드를 위한 총 3병의 맥주가 필요하다. Best of show 라운드는 가장 경험이 많은 심사관들이 스타일과 기술적인 부분에서 분야별 본보기가 될 수 있는 우승작을 선별한다.때때로, 사람들은 왜 맥주 대회에 비용이 드는지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협회를 위한 돈벌이 수단으로 치부한다. 진실은 맥주 대회를 개최하는 데 있어서 많은 숨은 비용이 존재한다. 심사관들이 술 취하지 않는 상태로 심사하도록 양질의 식사를 제공, 가이드라인 및 채점표 출력, 연필, 명판 및 메달 구매, 상품 배송, 심사관들이 심사 포인트를 얻기 위해 대회 등록, 또한 큰 대회의 경우 장소 대관 등의 비용이 발생한다.
만약 당신이 맥주 심사관에 대해 흥미가 있다면, 이번 연도에 몇몇 대회가 열리며 운영진들은 도움이 손길이 필요하다. 심사관이 아니더라도 심사관 테이블에 맥주를 날라주는 도우미 역할로 참여를 할 수도 있다. 대회 내부 진행 상항을 볼 기회이며 종종 심사관들이 맥주를 맛보게 하거나, 심사관이 되는데 필요한 정보를 주기도 한다. 만약 당신이 대회에 한 번도 안 나가 본 홈브루어라면, 대회 참가를 해봐라. 대회 참가에 흥미가 있는 홈브루어가 없었더라면, 맥주 대회가 가능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필자의 경우 참가자들을 모집하는 것보다 맥주 심사관을 찾는 일이 더 쉬웠다. 만약 당신이 심사관이 되는 데 관심이 있다면, 매년 열리는 BJCP 시험공부를 지금부터 시작해보자!
EDITOR_Jared Ha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