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엔 책 한 권, 술 한 잔
정신없이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몸은 고되지만, 그제서야 온전히 나만을 위한 시간이 시작된다. 한 권의 책과 한 잔의 술. 나를 위해 이보다 더 완벽한 페어링(Pairing)이 또 있을까. 괜스레 미소가 지어지는 편안한 공간에서 오로지 나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하다.
‘독서의 계절’이라는 이미지를 이어오고 있는 가을 덕분인지 책맥(책과 맥주)이 뜨고 있다. 몸속에 알코올이 서서히 퍼지며 읽어 내려가는 한 구절, 한 문장이 가슴에 깊이 아로새겨진다. 조금은 소홀했던 나 자신과의 대화를 시작한다.
그렇게 켜켜이 쌓이는 생각과 고민은 또 다른 하루를 위한 작은 위안이 된다.
여기 책과 술을 벗 삼아 내 안의 나를 만날 수 곳들이 있다. 올가을에는 책 한잔 어떠세요?
책바, Chaegbar
심야의 연희동. 노란 불빛 아래에서 밤늦도록 책 넘기는 고요한 정적이 낯설지 않은 곳. 누군가 책과 술을 함께 즐기기에 최적의 장소가 어디냐고 물어본다면 단연컨대 답은 ‘책바(Chaegbar)’다. 대기업을 다니다가 문득 주말 이틀을 기다리는 삶에 회의감을 느끼고, 그 길로 퇴사를 결심, 군 시절부터 꿈꿔왔던 공간을 만든 정인성 대표는 책바의 가장 큰 매력을 ‘편안함’으로 꼽았다.
“책바가 제2의 집처럼 편안한 공간이었으면 좋겠어요. 자신만의 감수성을 즐길 수 있는 그런 공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래서일까 책바는 낮은 조도의 조명이 은은하게 공간을 채우고, 그 사이를 부드러운 재즈 선율이 메우고 있다. 바텐더를 겸한 정대표가 추천해주는 술 한 잔과 함께 책을 읽고 있으면 번잡했던 일상이 조금씩 정리가 되는 듯했다. 무심한 듯한 조용함 속에서 위로를 받고 싶다면 책바를 추천한다.
페어링하기 좋은 책맥 추천:
헨리 데이빗 소로의 ‘윌든’ & 밸러스트 포인트의 스컬핀윌든 호숫가에 오두막을 짓고 살았던 작가의 유유자적한삶이 잘 반영된 작품이에요. 이 책을 읽을 때면 낚시광이었던 그를 기억하며 밸러스트 포인트(Ballast point)의 스컬핀(Sculpin) IPA를 마십니다.
응답하라, 성수제맥주
풋풋했던 우리의 어린 시절 추억에 응답하고 싶다면 ‘성수제맥주’를 추천한다. 조금은 혹독한 사회 속에서도 때 묻지 않은 아날로그(아재) 감성을 담은 슈가맨 2호점이 뚝도시장에 문을 열었다. 일명 ‘말도 안 되는 프로젝트’로 뜬금없는 조합(시장과 크래프트 맥주)을 실현해 냈다. ‘뚝도 시장’은 동대문, 남대문과 더불어 서울 3대 시장 중 하나였지만, 2000년 초반에 대형마트가 들어온 후 서서히 쇠퇴했던 곳이기에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다. 하지만, 시장 먹거리와의 페어링은 사람들의 배고픔과 추억을 채워주기에 충분했다. 언제든 자신의 순수했던 추억에 응답하고 싶다면 성수제맥주를 방문하면 된다. 시장 인심처럼 웃는 모습이 푸근한 사장님이 반겨줄 것이다.
그리고 슬램덩크 전 시리즈가 있다는 사실은 안 비밀 ^^
페어링하기 좋은 책맥 추천:
슬램덩크 & 화수 브루어리 바닐라 스타우트
내가 좋아하는 일을 내 마음대로 한다.’ 퇴근길 책한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온전히 내 마음대로 해 본 적이 얼마나 있을까? 마포구에는 오로지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로 소박한 공간을 채운 분이 있다. ‘퇴근길 책한잔’ 대표인 김종현 씨는 첫 만남부터 여유로움이 느껴졌다.
책 한 권부터 전체적인 인테리어 작업까지 자기만의 색깔들로 채워놓은 공간에서 어느 누가 마음이 조급해지겠는가. 일방적인 행복의 기준을 정해 강요하는 요즘 사회에서 그의 여유로움은 부러워질 수밖에 없었다.
자신처럼 이 공간에서만큼은 편안함을 즐길 수 있도록 다른 이들을 위한 세심한 배려 또한 잊지 않았다. 책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맥주는 물론, 한잔 상영회, 책 한잔 낭독회 등 다양한 이벤트들도 즉흥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온전히 나만을 위한 공간이 필요하다면 퇴근길에 책 한잔하러 가자. 페어링하기 좋은 책맥 추천:더쿠 잡지 & 클라우드 발행인이 원하는 주제들을 다루는 자유롭고, 독특한 잡지. 만화책 보듯이 즐기기 좋아요
페어링하기 좋은 책맥 추천:
더쿠잡지 & 클라우드
EDITOR_오명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