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넓고 맛있는 술은 많다 - 주류 수입사 BWI 권갑중 대표 인터뷰
주류 수집 취미에서 맥주 수입업까지
작년에 새로 생긴 수입사 BWI는 벨기에 맥주, 폴란드 맥주, 그리고 스코틀랜드 맥주뿐 아니라 헝가리 와인과 그리스 전통주 등 독특한 세계주류를 수입한다. 아닌 게 아니라 'BWI'라는 이름은 Beer, Wine, Whisky 그리고 International의 약자다. 수입사를 차리기 전 전혀 다른 분야의 일을 했다는 권갑중 대표는 어떤 계기로 이런 다양한 술을 취급하게 되었을까. 그 첫 단추는 1999년 영국에서 시작한 주재원 생활이었다.
재직하던 회사의 업무를 위해 영국에서 지내게 된 권 대표는 한국과는 달리 다양한 종류의 술을 판매하는 영국의 구멍가게(corner shop)를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
“영국으로 떠날 당시만 해도 국내 맥주시장에는 하이트와 카스 두가지가 다였어요. 그런데 가끔씩 한국에 들어올 때마다 점점 마트에 진열된 맥주의 종류가 다양해지는 것을 느꼈어요. 주로 ‘기네스’같은 외국 기업의 맥주가 늘어났죠. 그래서 한국도 수입 주류시장이 커지는 모양이라며 신기하게 생각했어요. 하지만 그때만 해도 직접 수입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없었어요.”
퇴직 후 한국에 돌아와 새로운 사업거리를 찾던 권 대표는 외국엔 있는데 한국엔 없는 게 무엇일까 고민했다. 그는 잦은 출장과 여행으로 얻은 경험과 회사에서 익힌 세일즈 및 판매전략 노하우를 살리는 방법을 떠올렸다.
“전세계에서 안 가본 곳이 거의 없을 정도로 많이 돌아다녔어요.
공항 면세점에 들르면 항상 그 나라의 술을 파는 것을 보면서, 나라별 술을 모아 국내에 소개하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개인적으로 방문한 나라의 술을 모으는 취미도 있었어요. 술을 사모아 진열장에 전시해 놓으면 나라별로 각기 다른 라벨이 보기에도 멋있고, 그나라에서 만든 추억을 회상할 수 있어 좋거든요. 전세계의 술을 골고루 가져다 한국 시장에 소개한다면 재미있는 비즈니스가 되겠다고 생각하여 수입사 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BWI의 맥주
권 대표는 맥주 수입을 고려할 때 직접 맥주 맛을 보고, 해당 국가와 양조장을 방문하여 관계자와 논의를 거친다고 했다. 또한 최종적으로 수입을 결정하는 데는 해당 맥주 회사의 역사와 장인정신을 중요하게 본다고 한다. 그 분야에서 인지도가 높거나 국제대회에서 수상을 한 경우도 좋다.
“실제로 들여오는 제품들이 나름대로 그 분야에서는 독보적인 위치를 인정받은 회사의 제품들이에요. 인지도와 브랜드 가치가 있거나 회사 규모가 큰 제품을 위주로 들이고 있습니다.”
현재 BWI의 주력 맥주 라인업은 세 종류로, 각기 다른 성격과 스토리를 갖고 있다. 벨기에 아베이(Abbaye) 맥주 생 푀이앵(Saint Feuillien)은 아일랜드 출신 수도사를 기리는 옛 수도원에서 만들어지기 시작하여 유서 깊은 역사를 자랑한다. 롬자(Lomza)는 폴란드 동부의 아름다운 도시 이름을 딴 지역 맥주로, 크래프트 맥주는 아니지만 대기업에 인수되지 않은 유럽 맥주회사 중 가장 큰 축에 속한다고 한다. 그리고 스코틀랜드 하비스톤 브루어리의 올라 덥(Ola Dubh) 시리즈는 포터를 위스키 통에서 숙성하여 만든 맥주다.
“주류의 상품성에는 두 가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첫 번째는 스토리, 두 번째는 맛이죠. 그 두 가지가 접목되어야 시장성이 있다고 판단합니다. 맛만 좋아서도 안 되고, 스토리만 있어서도 안 돼요. 현재 들여오는 제품 모두 나름대로 두 가지를 충족한다고 생각해요.”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는 7월에 마시기 좋은 맥주를 묻자, 누구나 부담없이 마실 수 있는 폴란드 맥주 롬자 엑스포트와 생 푀이앵 수도원에서 출시한 밀맥주인 그리젯 블랑슈 비오(Grisette Blanche Bio)를 더운 여름에 시원하게 마시기 좋은 맥주로 소개했다
“생업으로서의 맥주 수입업, 신중하게 고려해볼 것”
“이 일로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재미있게 살자는 생각이 컸죠.”.
맥주 관련 경험 없이 수입사를 차린 그는 ‘혹시나 맥주가 안 팔리면 나 혼자 다 마시려 했다’라며 우스갯소리를 했다.
“맥주 수입업에 뛰어들면서 먹고 사는데 지장이 생기는 상황이었다면 시작하지 않았을 수도 있어요. 저의 경우는 영국에서 비즈니스를 하며 만들어 놓은 수입이 기반이 되었기 때문에 별 문제는 없었지만, 만약 이 일로 생계를 유지해야 한다면 아주 신중하게 고려해봐야 할 것 같아요.”
그는 높은 주세로 인해 아직까지 크래프트 맥주가 대중화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크래프트 맥주 수입을 생업으로 삼기엔 만만치 않을 것이란 생각을 전했다. “수입 크래프트 맥주를 취급할 때 가장 큰 어려움이 주세가 높다는 점이에요. 주세가 수입가의 72%고, 이밖에도 교육세를 비롯해 각종 세금이 뒤따르잖아요. 처음에 수입을 할 때는 '공장도 가격'만 보고 무조건 한국에서 '4개에 만 원' 가격으로 팔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국내에 물건이 들어오자마자 세금 붙이고, 라벨 붙이고, 운송료를 지불하다 보면 공장도 가격의 3배는 되어야 수입사 원가가 나와요. 거기다 수입 마진을 붙이고, 도매상과 소매상을 거치다 보면 실제 소비자에게 닿는 가격은 공장도 가격과 5배까지 차이가 나게 되더라고요.”
자체 판매 매장 운영 계획
권갑중 대표는 자체 매장을 운영하며 수입하는 맥주를 직접 판매 할 생각도 하고 있다. 오로지 유통할 목적으로만 대량 수입을 한다.
면 상황이 녹록지 않겠지만, 만약 자체 매장에 수입한 물건을 직접 판매한다면 유통비용도 줄이고 쌓인 재고를 소진하여 회전율을 높일 수 있고, 결과적으로 소비자와 수입사 모두 윈윈(win-win)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맥주창고’ 또는 ‘주류창고’라고 할 만한 매장을 운영해서 일반 소비자들이 박스 단위로 저렴한 가격에 구입해갈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해볼 생각이 있어요.” 장기적으로 수입하는 술의 종류가 많아지면, 전국 대도시에 직영 매장을 갖추어 유통하고 싶은 생각도 있다고 밝혔다.
EDITOR_홍희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