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축제 기획사 GMEG의 이해정 대표 인터뷰
맥주로 일탈을 꿈꾸다
한국 크래프트 맥주 산업이 서울과 부산을 중심으로 발달하면서 타 도시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브루어리 접근성이 용이하지 않다. 최근 다른 지역들에서도 브루어리가 여럿 생겨나고 있지만, 대구에는 지역을 대표할만한 브루어리가 아직 없다. 그래서 대구의 맥덕들은 국내 브루어리들의 신선한 맥주를 가까이에서 즐길 수 없는 부분이 항상 아쉬웠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7월 12일부터 15일까지 대구 맥덕들의 아쉬움을 풀어줄 ‘코리아크래프트비어쇼(KCBS)’가 대구 수성못에서 열렸다. 코리아크래프트비어쇼는 국내 크래프트 맥주 저변확대를 돕고 국내 우수 수제 맥주를 한자리에서 손쉽게 접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기획된 행사이다. 이외에도 ‘신촌 맥주 축제’, ‘바앤펍쇼 (Bar&Pub Show)’등 다양한 주류 관련 전시와 축제를 기획하고 있는 GMEG의 이해정 대표를 만났다.
기획자가 되기까지
GMEG(Global MICE Experts Group)의 MICE는 회의(Meeting), 포상관광(Incentives), 컨벤(Convention), 전시회(Exhibition)의 머리글자를 딴 용어로, 폭넓게 정의한 전시·박람회와 산업을 말한다. 이해정 대표는 미국 네바다 주립대학교에서 전시 컨벤션을 전공했다. 졸업 요건에 1200시간 이상의 인턴십이나 자원봉사 등의 조건이 포함되어 있었는데 이를 관련 직종에서 수행하며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대구가 고향인 그는 한국으로 돌아와 11년간 대구 전시 컨벤션 센터에서 국제회의, 전시회 기획, 이벤트 기획 등의 업무를 맡아 근무했다. 이후 GMEG을 설립해서 전시회 기획, 대행, 해외전시 바이어 매칭 등의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 그리고 현재 동덕여자대학교의 Global MICE 연계·융복합 전공 겸임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기획자의 자질 좋은 기획이란?
이해정 대표는 기획자의 자질에 대해 “기획자는 creator(창조하는 사람)일 수도 있지만, organizer(조직화하는 사람)이기도 해요. 머릿속의 생각을 체계적으로 정리 할 수 있어야 하죠. 그래야 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하는 데 있어 문제가 생기더라도 당황하지 않고 행사를 계획대로 진행 할 수 있어요.”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남들과 다른 축제를 만들려는 노력과 creative(창의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말랑말랑한 뇌와 끈기도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가 생각하는 좋은 기획이란 ‘참가하는 모든 꼭지짓점들이 즐겁게 즐길 수 있는 그림이 나오는 기획’이라고 한다. “축제는 사실 일탈이에요. 내가 이런 사람인데, 조금 다른 사람으로 변신할 수 있는 것이 축제죠. 참가 업체나 브루어리 사람들도 평소에 일하던 곳을 벗어나서 재미있게 놀았으면 좋겠어요.”
축제 기획자와 크래프트 맥주의 첫 만남
그가 크래프트 맥주를 처음 접한 것은 미국에 있을 때였다. 2000년 초 미국에서 만난 크래프트 맥주는 ‘맥주가 이렇게나 다양하구나.’라는 놀라움을 주었다고 한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지인이 크래프트 맥주 업계에 있어 자연스럽게 크래프트 맥주를 즐기게 되었다. 지인을 통해 알게 된 크래프트 맥주 업계 사람들이 개척되지 않은 시장에 뛰어들어서 청춘을 바쳐 양조와 마케팅을 하는 모습이 멋있어 보였다. 하는 업이 전시 분야이기 때문에 ‘크래프트 맥주 업계 분들과 맥주를 활용한 전시나 행사를 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게 됐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크래프트 맥주 문화를 효율적으로 홍보하고, 재미있게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야외 페스티벌을 기획하게 되었다. 현재 GMEG의 축제기획 분야에서는 유일하게 맥주 축제만 기획하고 있다.
맥주축제 준비를 위한 1,2,3
맥주 축제는 야외에서 하는 축제이기 때문에 24시간 안정적인 전기 공급을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맥주는 서브 온도가 중요하기 때문에 냉장시설에 문제가 없도록 전력을 제공하는 것에 힘쓰고 있다. 게다가 맥주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푸드트럭과 같은 형태로 음식들을 제공하기 때문에 축제를 주최하는 측에서 대표성을 띠고 식음 영업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래서 현재 GMEG의 사업자등록증에는 일반음식점업도 신고되어있다. 그 외에도 음주하는 축제이기 때문에 안전사고에 더욱 유의하고 있다. 모든 안전사고에 대해 주최측이 책임을 지기 때문에, 행사 기간 내내 24시간 안전요원을 배치한다.
맥주 축제는 지역 상권과 상호이익을 가져갈 수 있도록 행사를 기획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행사가 진행되는 지역에서 마찰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신촌 맥주 축제가 열리는 연세로 같은 경우 지역 상권과 아주 근접해 있다. 그래서 지난번 신촌 축제 때는 주변의 펍이나 레스토랑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지도를 만들어서 축제참가자들에게 배포했다. 축제가 끝나더라도 주변의 가게로 갈 수 있도록 유도하려는 목적이다. 이 외에도 공동 부스를 제공하거나 판매를 지원하는 등의 상생 프로그램을 항상 고민하고 있다.
대구의 첫 번째 크래프트 맥주 축제!
대구 수성못 상화동산에서 7월 12일부터 15일까지 4일간 열린 ‘코리아 크래프트 비어쇼’에는 총 9개의 브루어리와 15개의 푸드트럭이 참가했다. 수성못은 대구광역시 수성구에 위치한 수변 공원으로 가족 나들이나 데이트 장소로 사랑받는 대구 명소이다. 이곳에서는 매년 비치발리볼 대회가 열리는데, 수성 구청으로부터 GMEG의 맥주 축제를 함께해볼 것을 제안받았다. 대구에서 처음 진행하는 크래프트 맥주 축제였지만, 이해정 대표의 고향이기도 하고 장소 문제도 해결되어 행사 기획은 큰 어려움이 없이 진행되었다.
대구에는 미군기지가 위치하다 보니 행사에 외국인들이 많이 참여했다. 그리고 수성못에서 운동하던 시민들이나 데이트하던 커플들도 많이 방문했다. 올해는 비치발리볼 대회와 함께 축제를 진행했지만, 참여자들의 반응이 기대 이상으로 좋아 내년부터는 단독 행사 진행을 계획하고 있다. 이번 축제 기간동안 대구의 폭염 때문에 고생을 많이 해서 내년에는 봄이나 가을에 축제를 개최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