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통계청 직원이 일년에 두 번씩 맥주를 싸 들고 한국에 오는 이유
맥주와 한국을 사랑하는 옌스 크리스티앙 링 씨와의 만남
비어포스트에 매달 ‘유럽 맥주 리포트’를 기고하는 그. 미켈러(MIKKELLER) 보틀샵 이벤트에서 ‘오늘의 맥덕(Beer Geek of the Day)’으로 뽑혀 공식 SNS에 떡하니 사진이 박힌 그. 분명 덴마크 코펜하겐에 사 는 거로 아는데 일년에 몇 차례씩 비어포스트 에디터 모임에 나타나 삼촌보다 더 자주 만나게 되는 그.
한국에 수입되지 않는 레이트비어 톱50의 핫한 맥주를 배낭 가득히 짊어지고 와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신나는 표정으로 맥주에 대해 설명하는 그. 더부스, 퐁당, 어메이징브루잉의 맥주 라인업을 줄줄 읊고 석 촌호수, 해방촌, 경리단, 가로수길 등 곳곳의 이름을 꿰고 있어 한국 맥덕들과의 대화에 전혀 이질감 없 이 합류하는 그. 벚꽃이 만개한 봄날 그를 서울 성수동 슈가맨에서 만났다.
Q 당신은 누구인가요?
A 저는 덴마크 통계청(Danmarks Statistik)에서 일하는 평 범한 공무원 옌스 크리스티앙 링(Jens Christian Ring)이 라고 합니다. 맛있는 맥주를 마시는 게 가장 즐겁고, 아 끼는 건 집에 모아둔 250여 병의 맥주입니다. 맥주만큼 한국을 사랑해서 2004년 이후 지금까지 한국에 스물세 번 왔어요. 1년에 두 번 꼴이네요.
Q 맥주에 빠지게 된 계기 가 있나요?
A 덴마크 사람들이 맥주에 관심을 갖게 된 건 7~8 년 전 미켈러가 정식으 로 매장을 차리고 본격 적으로 영업을 시작하면 서였는데요. 저도 다르지 않습니다. 그 당시 직장 동료 중에 많은 맥덕들 이 있어서 맥주를 더 적 극적으로 즐기게 됐어요.
Q 맥주를 어떻게 즐겨요?
A 직장에서 맥주 모임(Beer Club)을 결성해 같이 마시고 홈브루잉 대회에도 참가해 우승하는 등 동료들과 함께 즐기고 있어요. 또 개인적으로 맥주를 사 모아 묵히면서 하나씩 맛을 보는 것도 큰 즐거움이죠. 비어포스트 기고 글에서도 전했듯이 미켈러, 이블트윈, 투올 같은 브루어 리 이벤트에도 많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Q 보유하고 있는 맥주가 엄청나던데 어떤 기준으로 모으 나요?
A 엑셀로 맥주 재고(?)를 정리하는데 지금 정확히 258병 을 갖고 있네요. 레이트비어 평점 기준으로 97점 이상인 맥주를 원칙으로 하고 오래 묵혀도 되는 임페리얼 스타 우트나 발리와인, 쿼드루펠을 주로 쟁여요. 맥주만 보면 너무 욕심이 나서 한 달에 600~700달러 정도는 맥주 를 사거나 마시는 데 쓰는 것 같습니다.
“맥주의 매력은 무궁무진한 변동성”
Q 맥주의 어떤 면이 그렇게 좋은가요?
A 맥주의 매력은 뭐니 뭐니 해도 변화, 변동성 (variation)이라고 생각합니다. 세상에 정말 많은 맥 주가 있고 새로운 맥주가 끊임없이 등장하잖아요. 그런 것들을 마시고 좋은 맥주를 발견하는 게 정말 기뻐요. 또 많은 훌륭한 맥주들을 다른 주류에 비해 저렴한 가격으로 마실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죠. 35달러로 세계 최고의 와인은 살 수 없지만, 세계 최고의 맥주는 살 수 있잖아요.
Q 한국에는 어떤 계기로 관심을 갖게 됐나요?
A 매우 오래된 이야기에요. 제가 10대였을 땐데 아는 선생님이 한국 아이 세 명을 입양하셨어요. 한 명은 저랑 동갑이어서 더 친밀하게 느껴졌던 것 같아요. 그때 한국을 알게 됐고 우연한 계기에 1979년에 발 행된 한국 책을 접하게 되면서 관심이 많아졌습니 다. 한국 역사에 대한 책이어서 한국 상황을 조금이 나마 알 수 있게 됐어요. 그 후에 홍콩에서 만난 한국인 여자친구를 보러 2004년 한국에 처음 오게 됐습니다.
사람에 대한 정이 한국으로 이끌어
Q 휴가 때마다 한국에 올 정도로 한국에 애정을 갖는 이유가 뭔가요?
A 간단하게 요약할 수 있어요. 바로 ‘사람’ 때문입니 다. 한국 사람들은 모두 친절하고 나이스하고 금새 친구가 될 수 있어요. 한국에 지속적으로 오다 보니 친구들도 많이 생겼고 그 친구들을 만나러 또 자주 오게 되는 선순환이랄까요. 한국 친구들도 저를 만 나러 덴마크를 방문하곤 해요. 집으로 초청해서 아 껴둔 맥주를 함께 마시죠. 한국에 올 때마다 20일 이상 머무는데도 친구들을 만나기에 시간이 부족해요. 또 한국에는 가볼 곳도 많고 즐길 것도 정말 많아서 언제 와도 좋습니다. 이번에는 벚꽃 축제를 구경하면서 봄을 즐겨보려 고 해요. 다음 휴가지도 당연히 한국입니다!
Q 모름지기 맥덕이라면 벨기에나 독일, 미국에 가야 하는 것 아닌가요?
A 제가 사는 코펜하겐에서는 원하는 맥주를 신선한 상태로 모두 주변에서 구할 수 있어요. 전 세계의 좋 은 맥주가 다 코펜하겐으로 들어오니까요. 그래서 해외에 맥주를 마시러 나갈 이유가 별로 없습니다.
한국 크래프트 맥주의 발전을 보는 것도 큰 재미
Q 한국 맥주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세요?
A 몇 년 사이에 한국 크래프트 맥주 수준이 정말 많 이 높아졌어요. 올 때마다 점점 좋아지고 있어 놀 라게 됩니다.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맥주가 맘 에 들고, 개별 맥주로는 더부스의 헤이쥬드가 맛 있었어요. 매년 미켈러가 여는 미켈러 비어 셀 레브레이션(MIKKELLER BEER CELEBRATION COAPENHAGEN 2017) 행사에 더부스도 초청됐던 데, 덴마크 맥덕들한테 어떤 평가를 받을지 궁금하 네요
Q 덴마크 크래프트 맥주 시장과 어떤 점이 다른가요?
A 덴마크에서는 브루어리끼리, 아니면 브루어리와 다 른 업계 간 협업이 많은데 한국은 별로 없는 것 같 아요. 힐팜스테드(Hill Farmstead)의 브루마스터 숀 힐(Shaun Hill)이 덴마크의 여러 브루어리에서 일했 다든지, 미켈러가 쓰리플로이드(Three Floyds)와 컬래버래이션을 하는 것과 같은 같은 일들이죠.
Q 세계 최고의 맥주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A 제게 최고의 맥주는 시가 시티 브루잉(Cigar City Brewing)의 임페리얼 스타우트인 후나푸 (Hunahpu’s)에요. 계피, 고추, 바닐라빈, 카카오닙 등을 넣어 양조한 후 배럴에 숙성한 맥주로 엄청나 게 복잡한 풍미를 보여줍니다. 정말 놀라운 맥주에 요.
Q 맥덕으로서 꿈이 뭔가요?
A 꿈이라고 할만한 건지 모르겠어요. 그저 좋은 맥주 를 많이 마시고 싶다는 거죠 뭐. 좋은 한국 친구들 과 계속해서 교류하면서 맥주를 즐기고 싶어요.
옌스 크리스티앙 링 씨는 이번에도 덴마크에서 맥주 20여병을 가져와 한국 친구들과 나눴다. 반년쯤 후 늘 그랬다는 듯 이 비어포스트 에디터 모임 자리에 자연스럽게 앉아있을 그. 맥주로 세상이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몸으로 보여주는 것 같다. 옌스가 전해주는 유럽 맥주의 이야기를 계속 기대해본다.
EDITOR_황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