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양조자협회(BA) 마크 스나이더 해외시장개발 프로그램(EDP) 매니저 인터뷰
크래프트의 의미가 궁금한가요?
크래프트 맥주와 관련한 흔한 논쟁 거리가 있다. 바로 크래프트 맥 주가 무엇인가에 관한 것이다. 크래프트 맥주라는 말을 세계에 퍼 지게 한 미국양조자협회(Brewers Association)의 정의에 따르면 크래프트 양조자는 ▲소규모(Small, 연간 600만 배럴 미만 생산) ▲독립(independent, 지분의 25% 미만만 외부에서 보유) ▲전통 (Tradition, 대부분의 매출이 전통 양조 방식으로 양조한 맥주에서 나옴)의 요건을 만족해야 한다.
BA는 이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브루어리에는 의결권 있는 회 원사의 지위를 주지 않는다. 또 크래프트 맥주 시장 통계에서도 해 당 브루어리를 제외한다.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지분의 25% 이상을 대기업이 사게 되면 그 브루어리 맥주는 더 이상 크래프트 맥주가 아닌가. 어제까지 크래 프트 맥주를 생산했던 밸러스트포인트와 구스아일랜드, 레프트핸 드, 파이어스톤워커, 라구니타스는 계약서에 사인하자마자 커머셜 맥주를 만드는 것인가? 반대로 사모펀드에 지분의 23%를 넘긴 브 루독의 맥주는 그대로 크래프트인가?
2017국제맥주및기기설비산업전에서 비어포스트가 마련한 ‘코리 아 크래프트 비어 컨퍼런스’에 연사로 참석한 마크 스나이더 BA 해외시장개발 프로그램(Export Development Program) 매니저를 직접 만나 궁금증을 풀어봤다. 크래프트의 정의뿐 아니라 BA가 어 떻게 미국 크래프트 맥주 업계를 통합하고 상생할 수 있도록 이끌 어 나가고 있는지, 현재의 이슈는 무엇인지 등을 두루 물었다
마크 스나이더 매니저의 이 한마디로 크래프트 정의에 대한 오해 와 혼란이 정리됐다. 시각을 맥주에서 브루어리로 옮기니 모든 것 이 명쾌해진다. BA는 본래 소규모로 양조하는 사람들의 이익을 위 해 뭉친 조직이다. 따라서 BA의 정회원이 될 수 있는 양조자의 자 격을 일종의 정관처럼 정해놓은 것뿐이지, 크래프트 맥주와 여타 맥주 사이에 선을 그어두고 ‘크래프트 맥주는 이런 조건을 만족해 야 한다’고 정의한 게 아니란 것이다.
이런 기조 아래 AB인베브, 밀러 등 대기업과 대기업에 인수된 소 규모 브루어리 등이 모두 BA에 참여한다. 그러나 의사 결정에 참 여할 수 있는 투표권은 BA가 정의한 크래프트 브루어리에 해당 하는 멤버에만 준다. 슈나이더 매니저는 “BA의 설립 목적은 미 국 크래프트 브루어와 그들의 맥주와 양조 열정을 촉진하고 보호 하기 위한 것이고, BA의 미션은 ‘of brewers, for brewers and by brewers’라고 요약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BA는 맥주 생태계를 둘러싼 모두를 품고 있다. 역사는 75년 전 으로 거슬러간다. 1942년 발족한 소규모양조장위원회(Small Brewers Committee)를 BA의 모태로 본다. 이후 BA가 본격적인 형태를 갖춘 것은 1978년 지미 카터 대통령이 홈브루잉을 허용 하면서다. 1978년 미국 홈브루어협회(American Home Brewers Association)가 만들어지고 2005년 두 개로 갈라져 있던 양조자 협회가 합해지면서 현재의 BA로 탄생했다.
BA에는 2017년 3월 기준 9000곳이 넘는 기업 또는 개인 회원이 가입해 있으며 이중 6000곳 정도가 브루어리로 구성돼 있다. 나 머지는 도매상, 소매상, 개인 등이 차지한다. 스나이더 매니저는 “BA는 일반 홈브루어부터 업계 종사자들에 이르기까지 모든 멤버 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며 “이 모든 것이 크래프트 브루잉 커 뮤니티의 일부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BA의 재원은 Craft Brewers Conference(CBC), Great American Beer Festival(GABF), SAVOR와 같이 BA가 주최하는 컨퍼런스, 전 시회, 맥주 축제에서 대부분 나온다.
BA의 빅이슈는 세금 감면
BA는 크래프트 브루어리를 포함한 맥주 생태계에 실질적인 도움 을 줄 수 있는 방안들을 모색한다. 회원사들이 맥주 재료에 관한 정보, 제조 및 유통과 판매에 대한 법률 등을 알 수 있도록 최신 정 보를 업데이트하고 발 빠른 시장 통계로 비즈니스에 도움을 준다.
그는 “최근 홉의 수요가 급증해 브루어리들이 어려움을 겪을 때 BA에서 홉 농장과 브루어리 사이에 다리를 놓아 계약 재배를 할 수 있도록 독려했다”며 “브루어리는 안정적으로 홉을 수급할 수 있게 됐고 홉 농장도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할 수 있어 모두에게 도 움이 됐다”고 밝혔다. 예전에는 작은 브루어리에서는 다양한 품종 의 홉을 구하기가 어려웠는데 이런 계약재배가 늘어나면서 여러 가지 홉으로 맥주를 양조할 수 있게 됐다. 또한 크래프트 맥주 업계를 위한 입법 활동도 BA의 중요한 역할이 다. 현재 집중하고 있는 BA의 가장 큰 정책 이슈는 ‘연방 주세 하 향 조정’이다. 의회에 소규모 브루어리의 초도 생산량 6만 배럴에 한해 1배럴(약 160리터)당 7달러인 연방 주세를 절반인 3.5달러로 줄여달라는 청원 운동을 벌이고 있다. 생산량과 관계 없이 가격에 세금을 매기는 한국과 비교할 때 현재도 세금이 낮은 수준이지만 더욱 낮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소규모 브루어리에 세금 혜택을 주면 가격이 합리적이면서 도 품질 높은 맥주가 많이 만들어지고 결국 소비자가 혜택을 보게 돼 모두가 행복해진다”라고 밝혔다.
마크 스나이더 매니저는 지난 1996년부터 BA에서 일한 BA의 살 아있는 역사다. 대학에서 불어불문학을 전공하고 프랑스 유학을 다녀온 그는 국제물류회사에서 근무하다가 BA를 창립한 찰리 파 파지안(Charlie Papazian)의 출간 작업을 돕기 위해 BA에 합류하 게 됐다. 그가 진두지휘하고 있는 해외시장개발 프로그램은 미국 크래프트 맥주를 해외의 유통업체와 소비자에 교육하고 홍보하는 다양한 활동을 한다. 이를 위해 한국을 비롯한 해외의 주요 시장에서 무역 전시회, 시음회, 교육 세미나 및 각종 문화행사를 기획하고 운영하 고 있다.
BA의 터줏대감인 그에게 맥주란 무엇일까. “생계(livelihood)이자 사람을 사귀는(socialize) 수단, 그리고 열정(enthusiasm)”이라고 대답한 그는 잠시 후 “맥주는 내 인생”이라고 무게 있게 말했다.
EDITOR_황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