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ne Brewing의 헤드 브루어 스티브 곤잘레스를 만나다
스톤의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전면에 ‘트루 인디펜던트 크래프트(True Independent Craft)’라는 문구를 스톤의 상징인 가고일(Gargoyle)이 마법을 걸듯이 리본으로 두르고 있다. 간결한 메세지지만 뜻하는 바는 결코 간단하고 쉽지 않음을 느낄 수 있다. ‘진짜 독립적인 크래프트 맥주’라는 뜻인가? 스톤은 어느덧 우리나라에서도 맥주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익숙한 브랜드가 되었지만 그들의 맥주를 마시면서 그것의 의미를 깊게 생각해보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비어포스트는 스톤의 심장, 미국 캘리포니아 에스콘디도(San Diego Escondido)에 가서 헤드 브루어 스티브 곤잘레스에게 궁금한 점들을 물어보기로 했다.
한국에 스톤 맥주를 독점 수입하고 있는 인터비어의 도움으로 헤드 브루어 스티브 곤잘레스와의 인터뷰를 성사시킬 수 있었다. 약속 장소를 ‘Stone Brewing World Bistro & Gardens’로 전달받고 서둘러 출발한 덕에 30분전에 도착했다.
여유롭게 주변을 둘러보고 인터뷰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나 해서 지나가는 직원에게 PR 매니저를 만나러 왔다고 하니 Stone Brewing World Bistro & Gardens가 다른 장소에 또 있다고 한다. 허겁지겁 북쪽으로 40분을 달려 다시 찾아 간 곳이 바로 ‘Stone Brewing World .Bistro & Gardens – Escondido’였다.
스톤은 샌디에이고에 있다고 간단하게 생각했다가 그곳에 있는 Stone Brewing World Bistro & Gardens – Liberty Station으로 갔던 것이었다. 초행길에 확인하지 않고 간 나의 실수였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스톤 맥주와 맛있는 음식 그리고 정원이 있는 컨셉의 공간인데 돌과 나무 그리고 물이 조화롭게 배치되어 있고 그 사이 사이에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져 있었다. 테이블 위에는 어떤 맥주를 놓아도 맛있을 것 같았고 사람들은 여유로워 보였다.
그곳에서 PR 매니저인 리지(Lizzy)와 헤드 브루어 스티브 곤잘레스가 맞아 주었다. 스티브는 친절하고 맥주를 마음으로 사랑하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스톤에서 공식 직함이 ‘Senior Manager of Brewing and Innovation’ 그러니까 양조와 혁신 수석매니저 정도가 되겠다.
이 직함은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이냐고 물으니 스톤의 새로운 맥주를 혁신적인 방법으로 고민하고 테스트 배치 매니저 역할을 하며, 오크통과 아로마에 대한 연구를 하고 미각 교육을 담당한다고 했다.
알고 보니 그는 경력이 25년 정도 되는 베테랑이었는데 그 중 약 10년 정도는 와이너리(Winery)와 디스틸러리 (Distillery)에서 와인을 만들고 위스키를 양조하면서 향기를 다루는 일을 했다고 한다. 특히 와이너리에서는 오크통을 많이 다루고 숙성되는 과정에서 다양한 환경의 변화를 통하여 파생되는 아로마에 대한 경험을 했고 그것이 지금 스톤 맥주를 디자인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고 한다.
시에라 네바다 브루잉에서 크래프트 맥주를 시작했다는 그에게 다양한 경력 중 어떤 것이 가장 자신과 잘 맞느냐 물으니 단연 크래프트 맥주를 꼽는다. 이유인즉 새로운 것을 개척할 수 있기 때문이란다. 와인이나 위스키에 비해서 맥주는 스타일도 다양하고 홉과 몰트, 효모의 다양한 조합으로 새로운 것은 만들어 낼 수 있어서 좋다는 대답이다. 특히 “스톤은 가장 혁신적인 브루어리 중 하나여서 여기서 일하는 것이 행운”이라고 했다. 아로마 즉 향기를 다루는 일은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것이 중요한가 궁금했는데, 어릴 때 할머니가 운영하시던 식당에서 자연스럽게 훈련이 된 것 같고 이후에 다양한 경험이 더해지면서 이런 능력이 만들어 지는 것 같다고 했다.
타고난 것보다 후천적으로 재능이 개발된 셈이니 누군가 향기에 아직 둔감하다고 느낀다면 꾸준히 더 노력하면 안 될 것도 없겠다. 건물 곳곳에 붙어 있고 모든 스톤 맥주에 새겨져 있는 가고일은 옛날에는 악귀를 막아주는 상징으로 전해져 왔는데 오늘날 스톤의가고일은 모든 인공적인 재료들을 막아주는 상징이라고 했다. 인공적인 재료와 인스턴트 음식이 넘쳐나는 작금의 시대에 스톤은 그들의 맥주와 음식에는 어떠한 인공적인 재료가 사용되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고 한다. 가고일은 결국 스톤의 순수한 품질을 지키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스티브가 생각하는 크래프트 맥주는 무엇일까? “크래프트 맥주는 우선 우수한 품질의 재료를 사용하고 쉬운 것과 타협하지 않고 오직 최고만을 추구하는 것이다. 최고의 홉을 고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반드시 홉 농장에 직접 방문해서 홉의 냄새를 맡고, 만져보고, 농장주를 만나서 홉의 상태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홉의 신선함이 맥주의 질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으므로 신선도에 주의를 많이 기울인다. 따라서 맥주를 유통할 때에도 모두 냉장 차량을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크래프트 맥주는 그런 것이다.” 스티브는 이야기는 하는 동안 여러 차례 신선함(Freshness)에 대해서 강조했다. 신선하게 만들고 신선한 상태로 소비자에게 전달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한다고 했다. 얘기를 나누면서 우리나라도 언젠가는 근처의 홉 농장에서 신선한 홉을 충분히 구매하여 신선한 IPA를 양조하고 유통할 수 있는 때가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인터뷰하는 동안 물론 맥주가 빠질 수 없는 일이다. 스톤의 헤드브루어와 스톤 현장에서 마시는 생맥주는 그간 내가 느끼지 못했던 풀향기와 과일, 꽃향기, 초콜릿, 카라멜 아로마를 한껏 선사해 주었다. 스톤을 대표하는 스톤IPA는 요즘 유행하는 IPA에 비해서 고전적이냐는 질문에 1년 반 전에 레시피를 한번 변경했다고 한다. (이것은 맥주병을 보면 확인할 수 있다고 하니 스톤 IPA를 마실때 한번 확인해보기를 바란다.
어쩐지 최근 스톤IPA가 맛이 좋아졌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이유가 있었다. 뉴질랜드, 호주에서 구한 홉을 추가하여 열대 과일과 멜론향을 디자인했다고 한다. 더불어 스톤은 새로운 맥주를 위해서 지속적으로 노력하는데 100여개의 홉에 대한 DB를 가지고 있고 새로운 홉도 연구하고 있다. 여러 종류의 오크통에 맥주를 숙성해보고 새로운 향과 맛, 다른 느낌을 주기 위하여 많은 실험을 하고 있는데 이것은 재미있기도 하지만 매우 힘든 작업이라고 스티브는 강조했다. 이제 트루 인디펜던트 크래프트(True Independent Craft)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감이 오지만 그래도 확실하게 듣고 싶어서 물었다. 옆에 있던 리지가 대답했다. “우리는 우리의 크래프트 맥주 팬들에게 선택권을 주고 싶다. Independent는 선택의 폭을 넓히는 것이다. 상업화되고, 산업화된 환경에서는 선택의 폭이 적다. 혁신적이고, 신선한 크래프트 맥주를 제공하기 위하여 스톤은 독립적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그렇다. 그들의 ‘인디펜던트’는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을 의미할 뿐 아니라 인공적인 것과 상업적인 것들로부터의 독립을 강조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이 진정한 크래프트(True Craft)라고 말하는 것이다. 끝으로 스톤의 헤드 브루어로서 대한민국의 브루어가 되고 싶은 많은 젊은 친구들에게 조언을 해달라고 하니 스티브는 주저하지 않고 ‘배움’을 강조했다. “프로가 되고 싶으면 공부를 해라.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경험을 쌓아라” 올해로 21주년을 맞은 스톤 브루잉은 미국의 대표적인 크래프트 브루어리다. 미국 전체 6,000여 개의 크래프트 브루어리 중 9위에 랭크될 만큼 지금은 큰 회사지만 그것이 절대 하루 아침에 쉽게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 소중한 시간이었다. 아직은 시작 단계에 있는 우리나라 크래프트 맥주 산업의 빠른 변 화가 너무 조급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20년이 지난 후 우리나라에도 스톤 같이 ‘트루 인디펜던트 크래프트’ 정신을 지키면서 성장하는 맥주 회사가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