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calOct 16, 2019

농업에 다가가는 크래프트 맥주

농업에 다가가는 크래프트 맥주 이미지 맥주보리

오미자, 밤, 솔 등 국산 농산물들이 잇달아 맥주로 탄생하고 있다. 전국의 브루어리들은 주변 농가에서 재배한 곡물, 과일 등을 활용한 맥주를 활발하게 출시 중이다.
로컬 브루어리로서 대기업 맥주나 수입 맥주와 다른 정체성을 만들어가기 위해 국산 재료를 사용하는 것이다. 또 최근 3~4년 사이 국내 브루어리 수가 급증해 100개를 넘어선 가운데,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개성을 담은 맥주로 차별화하려는 전략으로 도 풀이할 수 있다. 주변 농민, 상인과의 협업으로 지역 시장에서 탄탄한 입지를 다져야 장기적인 성장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있기도 하다.
이런 이유로 소규모 브루어리에서 국산 농산물을 활용해 맥주를 만드는 것은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지역 특산물이 맥주 부재료로

Local flavour in local beer

브루어리들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지역의 특산물을 맥주의 재료로 활용하고 있다.
카브루는 지난해 12월 경기 가평산 포도를 부재료로 넣은 가평 상큼 에일(Grape Sour)을 출시했다. 알코올 도수 4.5%인 아메리칸 와일드 에일로, 가평 축령산 인근 유진농원에서 무농약으로 재배한 포도를 즙으로 만들어 숙성 과정에 사용했다.

가평에 세 곳의 브루어리를 운영하는 카브루는 그동안 잣, 솔방울 등 가평 대표 농산물을 활용한 맥주 개발에 힘써왔다. 그중 가장 반응이 좋았던 부재료인 포도를 가지고 수차례 시험 배치를 만들고, 가평수제맥주축제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시음을 진행해 의견을 반영한 끝에 가평 상큼 에일이 탄생했다.
카브루 관계자는 “해당 지역과 연결고리 하나 없이 맥주에 지역 이름을 붙이는 경우들과 달리, 카브루는 가평산 재료를 쓰지 않은 맥주에는 가평이라는 이름을 붙이지 않는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크래프트 브루어리는 지역을 기반으로 진정성 있게 지역민들과 상생해야 커나갈 수 있다”며 “카브루가 주민들과 함께 가평수제맥주축제를 개최하는 것도 같은 이유”라고 밝혔다.

경북 문경에 자리 잡은 가나다라브루어리는 일찌감치 지역 특산물인 오미자를 활용해 맥주를 빚어 문경 지역 맥주로서의 이미지를 굳혔다. 또 버드나무 브루어리는 브루어리가 있는 강릉시 사천면의 미노리에서 수확한 쌀을 40% 이상 사용해 ‘미노리 세션’을 만들고 있고, 강릉의 상징인 소나무의 솔을 첨가한 ‘파인 시티 세종’ 등도 양조한다. 바이젠하우스의 ‘밤마실’ 역시 공주의 특산물 밤을 활용했다.



농업 정책 당국,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는 농산물 활용 맥주도 있다. 농업진흥청은 미스터리브루잉과 손잡고 국산 품종인 ‘하홍’ 복숭아와 ‘홍아람’ 포도로 맥주를 만들었다. 미스터리브루잉의 이 맥주들은 상품성이 떨어지는 과일을 맥주 재료로 활용했다는 데서 의미를 더한다. 가평군과 카브루도 가평산 친환경 쌀로 만든 세종 스타일 맥주를 상반기 출시할 예정이다.

주요 재료는 여전히 수입 일색

Main ingredients are still mostly imported

이처럼 맥주 업계에서 활발하게 국산 농산물을 활용하고 있지만, 국산 농산물이 주로 부재료의 역할에 그치고 있다는 점은 아쉽다. 보리(맥아), 홉, 효모와 같은 맥주의 주재료는 여전히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맥주의 주원료 중 수입산 사용량은 95%(농림축산식품부 2015년 통계)에 이른다. 수입산과의 가격 경쟁에 밀려 국내에서 재배되는 맥주보리와 홉의 물량은 대폭 줄어든 상태다.
일부 지역에서 맥주보리와 홉이 재배되고 있지만, 가격과 품질면에서 널리 확산되기는 어려운 구조다. 제주도 차원에서 재배한 맥주보리로 만든 맥주는 크래프트 맥주 시장에서 존재감이 거의 없다.
홉의 경우 뱅크크릭브루잉, 고릴라브루잉, 핸드앤몰트 등 일부 브루어리들이 자체 홉 농장을 운영하고 있지만 최신 유행 홉은 라이선스 제한 등으로 재배하기 어려워 수입산을 쓸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농업과 맥주가 손잡으려면

Agriculture meets beer

국산 재료 활용이 맥주 업계의 트렌드를 넘어 농업과 함께 발전하는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정책, 가공 기술 등이 종합적으로 연계돼야 한다.



농업과 맥주가 상생하기 위해 무엇보다 적극적인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 업계 안팎의 의견이다. 그중에서도 맥주의 지역특산주 지정은 중요한 이슈다.

현재 맥주의 경우 전체 곡물량의 20% 이상을 쌀로 사용할 경우 72%의 세율을 30%로 감면받을 수 있다. 그러나 쌀 이외의 국산 재료를 사용할 경우에는 혜택을 볼 수 없다.
막걸리, 증류식 소주 등 다른 주류가 지역 재료를 일정 비율 이상 사용하면 전통주의 한 종류인 지역특산주로 지정돼 세금을 감면받는 것과 다른 점이다. 맥주, 위스키, 브랜디 등의 주종은 지역특산주 영역에서 제외돼 있다.
한국수제맥주협회 관계자는 “맥주에 국산 재료를 활용하면 주세 경감을 해주거나 전통주처럼 온라인 판매를 할 수 있도록 하는 형평성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정책 당국 차원에서 단순히 국산 품종을 개발하고 재배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맥주 재료로 널리 사용할 수 있도록 가공 기술도 육성해야 한다. 보리를 맥주 재료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몰팅(보리를 발아시킨 후 건조하는 과정)과 로스팅 과정이 필요하다. 맥주 업계 관계자는 “국산 농산물을 맥주 재료로 가공하는 것은 농업을 맥주로 연계해 6차 산업화하기 위해 필수적인 과정인 만큼 정책 차원의 관심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농업에 다가가는 크래프트 맥주 이미지

오미자, 밤, 솔 등 국산 농산물들이 잇달아 맥주로 탄생하고 있다. 전국의 브루어리들은 주변 농가에서 재배한 곡물, 과일 등을 활용한 맥주를 활발하게 출시 중이다.
로컬 브루어리로서 대기업 맥주나 수입 맥주와 다른 정체성을 만들어가기 위해 국산 재료를 사용하는 것이다. 또 최근 3~4년 사이 국내 브루어리 수가 급증해 100개를 넘어선 가운데,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개성을 담은 맥주로 차별화하려는 전략으로 도 풀이할 수 있다. 주변 농민, 상인과의 협업으로 지역 시장에서 탄탄한 입지를 다져야 장기적인 성장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있기도 하다.
이런 이유로 소규모 브루어리에서 국산 농산물을 활용해 맥주를 만드는 것은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지역 특산물이 맥주 부재료로

Local flavour in local beer

브루어리들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지역의 특산물을 맥주의 재료로 활용하고 있다.
카브루는 지난해 12월 경기 가평산 포도를 부재료로 넣은 가평 상큼 에일(Grape Sour)을 출시했다. 알코올 도수 4.5%인 아메리칸 와일드 에일로, 가평 축령산 인근 유진농원에서 무농약으로 재배한 포도를 즙으로 만들어 숙성 과정에 사용했다.

가평에 세 곳의 브루어리를 운영하는 카브루는 그동안 잣, 솔방울 등 가평 대표 농산물을 활용한 맥주 개발에 힘써왔다. 그중 가장 반응이 좋았던 부재료인 포도를 가지고 수차례 시험 배치를 만들고, 가평수제맥주축제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시음을 진행해 의견을 반영한 끝에 가평 상큼 에일이 탄생했다.
카브루 관계자는 “해당 지역과 연결고리 하나 없이 맥주에 지역 이름을 붙이는 경우들과 달리, 카브루는 가평산 재료를 쓰지 않은 맥주에는 가평이라는 이름을 붙이지 않는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크래프트 브루어리는 지역을 기반으로 진정성 있게 지역민들과 상생해야 커나갈 수 있다”며 “카브루가 주민들과 함께 가평수제맥주축제를 개최하는 것도 같은 이유”라고 밝혔다.

경북 문경에 자리 잡은 가나다라브루어리는 일찌감치 지역 특산물인 오미자를 활용해 맥주를 빚어 문경 지역 맥주로서의 이미지를 굳혔다. 또 버드나무 브루어리는 브루어리가 있는 강릉시 사천면의 미노리에서 수확한 쌀을 40% 이상 사용해 ‘미노리 세션’을 만들고 있고, 강릉의 상징인 소나무의 솔을 첨가한 ‘파인 시티 세종’ 등도 양조한다. 바이젠하우스의 ‘밤마실’ 역시 공주의 특산물 밤을 활용했다. 농업 정책 당국,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는 농산물 활용 맥주도 있다. 농업진흥청은 미스터리브루잉과 손잡고 국산 품종인 ‘하홍’ 복숭아와 ‘홍아람’ 포도로 맥주를 만들었다. 미스터리브루잉의 이 맥주들은 상품성이 떨어지는 과일을 맥주 재료로 활용했다는 데서 의미를 더한다. 가평군과 카브루도 가평산 친환경 쌀로 만든 세종 스타일 맥주를 상반기 출시할 예정이다.



주요 재료는 여전히 수입 일색

Main ingredients are still mostly imported

이처럼 맥주 업계에서 활발하게 국산 농산물을 활용하고 있지만, 국산 농산물이 주로 부재료의 역할에 그치고 있다는 점은 아쉽다. 보리(맥아), 홉, 효모와 같은 맥주의 주재료는 여전히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맥주의 주원료 중 수입산 사용량은 95%(농림축산식품부 2015년 통계)에 이른다. 수입산과의 가격 경쟁에 밀려 국내에서 재배되는 맥주보리와 홉의 물량은 대폭 줄어든 상태다.
일부 지역에서 맥주보리와 홉이 재배되고 있지만, 가격과 품질면에서 널리 확산되기는 어려운 구조다. 제주도 차원에서 재배한 맥주보리로 만든 맥주는 크래프트 맥주 시장에서 존재감이 거의 없다.
홉의 경우 뱅크크릭브루잉, 고릴라브루잉, 핸드앤몰트 등 일부 브루어리들이 자체 홉 농장을 운영하고 있지만 최신 유행 홉은 라이선스 제한 등으로 재배하기 어려워 수입산을 쓸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농업과 맥주가 손잡으려면

Agriculture meets beer

국산 재료 활용이 맥주 업계의 트렌드를 넘어 농업과 함께 발전하는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정책, 가공 기술 등이 종합적으로 연계돼야 한다.



농업과 맥주가 상생하기 위해 무엇보다 적극적인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 업계 안팎의 의견이다. 그중에서도 맥주의 지역특산주 지정은 중요한 이슈다.

현재 맥주의 경우 전체 곡물량의 20% 이상을 쌀로 사용할 경우 72%의 세율을 30%로 감면받을 수 있다. 그러나 쌀 이외의 국산 재료를 사용할 경우에는 혜택을 볼 수 없다.
막걸리, 증류식 소주 등 다른 주류가 지역 재료를 일정 비율 이상 사용하면 전통주의 한 종류인 지역특산주로 지정돼 세금을 감면받는 것과 다른 점이다. 맥주, 위스키, 브랜디 등의 주종은 지역특산주 영역에서 제외돼 있다.
한국수제맥주협회 관계자는 “맥주에 국산 재료를 활용하면 주세 경감을 해주거나 전통주처럼 온라인 판매를 할 수 있도록 하는 형평성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정책 당국 차원에서 단순히 국산 품종을 개발하고 재배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맥주 재료로 널리 사용할 수 있도록 가공 기술도 육성해야 한다. 보리를 맥주 재료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몰팅(보리를 발아시킨 후 건조하는 과정)과 로스팅 과정이 필요하다. 맥주 업계 관계자는 “국산 농산물을 맥주 재료로 가공하는 것은 농업을 맥주로 연계해 6차 산업화하기 위해 필수적인 과정인 만큼 정책 차원의 관심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EDITOR 황지혜
TRANSLATOR 전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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