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May 11, 2018

대한민국 크래프트 맥주의 길은

2018

비어토크 – 한국 맥주를 말하다

The road for Korean craft beers in 2018

2018년 국내 크래프트 맥주 업계는 규제 완화로 인한 브루어리들의 증설과 시장 확대가 전망된다. 올해 소규모 맥주 제조자의 시설 상한선이 현행 75k리터에서 120k리터로 상향 조정되고 과세표준 인하 생산량 구간도 높아진다. 또 소규모 제조자 맥주의 마트, 편의점 등 소매점 판매가 허용되고 맥주에 넣을 수 있는 재료도 확대된다. 주세법 시행령 등 관련 제도가 1분기 개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개정으로 기존 브루어리들의 증설이 속도를 내는 한편 지난해에 이어 전국에 10여 개의 새로운 브루펍들이 문을 열 것으로 보인다.이와 함께 2월 9일 개막하는 평창 동계 올림픽이 국산 크래프트 맥주를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이에 대해 강원도 소재 브루어리들은 올림픽을 겨냥한 마케팅 계획을 세우고 있다. 또 코리아 크래프트 브루어리는 지역 특산물인 강원도 산 옥수수와 옥수수수염을 활용한 평창 맥주를 내놓기도 했다. 2018년 이후 한국 크래프트 맥주 시장에 대해 윤정훈 플래티넘 맥주 부사장과 김정하 바네하임 대표, 김재현 플레이그라운드 브루어리 이사와 의견을 나눴다.



다양성의 확대

Expansion of diversity

업계 대표들은 2018년 국내 크래프트 맥주 업계가 브루어리 숫자나 맥주의 다양성 측면에서 한층 풍성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김재현 플레이그라운드 브루어리 이사는 “새로운 브루어리들이 등장하고 2017년에 문을 연 실력파 브루어리인 아트몬스터, 미스터리, 와일드웨이브 등에서 더욱 다양한 맥주가 나올 것 같다”고 기대했다. 김정하 바네하임 대표는 “시장 규모에 비해 브루어리 수가 너무 많다는 의견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전국에 브루어리가 250개는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 정도 숫자가 돼야 서로 뭉쳐서 제도를 바꿀 힘을 기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또 “브루어리와 맥주 종류가 다양해져야 펍들도 특색 있는 라인업을 갖출 수 있다”며 “현재 펍은 과열 상태인데 크래프트 맥주 종류가 적다 보니 차별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양적인 면에서도 소규모 맥주 제조자 면허의 시설 상한선이 상향 되면서 증설을 진행하는 브루어리들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각 업체별로는 협업과 변신의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플래티넘은 새해 벽두 대대적인 변화를 모색한다. 윤정훈 부사장은 “솔직히 증평 공장에서 맥주를 생산한 지난 4개월은 성공이라고 말하기 어렵다”며 "다시 한번 계기를 만들기 위해 연초 기업 CI에서부터 맥주 패키지, 마케팅 전략까지 모든 것을 혁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플래티넘은 뼈를 깎는 심정으로 자체 구조조정을 실행하고 있다. 그는 “플래티넘의 자체적인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원부자재를 많이 쓰면서 매출의 50%를 세금으로 내는 우리나라의 주세법 아래서는 그 어떤 중형 브루어리도 쉽게 시장에서 자리 잡을 수 없다”고 어려운 상황을 전했다. 플레이그라운드는 더핸드앤몰트 등 다른 브루어리와의 협업을 준비하고 있고 김정하 바네하임 대표는 지난 15년간의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펍 운영 노하우를 널리 알리는 역할을 할 방침이다.

품질에 눈 뜨는 소비자

Customers start to look for quality

다양성 확보와 함께 맥주 품질의 상향 평준화도 업계에서 기대하고 있는 부분이다. 지난 2014년 소규모 제조자 맥주의 외부 유통이 허용되고 2015년 중반부터 신생 브루어리들이 대거 등장했다. 2018년 4년 차를 맞은 브루어리들이 경험을 기반으로 품질 높은 맥주를 선보이고 경영의 효율성을 한층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는 것이다. 김재현 이사는 “기존 업체들 중에서 카브루, 맥파이의 맥주 품질이 기대 이상으로 올라갔다”며 “그동안 일부 맥주들이 부재료나 홉의 힘을 빌려 잠시 각광을 받았다면 이제는 브루어리들이 발효를 깔끔하게 하는 부분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2018년에도 맥주 완성도를 높이지 못하는 브루어리는 심각한 위기를 맞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소비자의 입맛이 그만큼 높아져 이제는 흥미 위주의 단순히 주목을 끄는 마케팅만으로는 살아남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일부 품질 향상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브루어리들이 크래프트 맥주의 확산에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한 관계자는 “지난해 맥주 축제에서 가장 인기를 얻은 맥주의 완성도가 너무 떨어지는 것을 보고 걱정이 됐다”며 “주최 측에서도 그 사실을 인지하고 있으나 워낙 매출이 잘 나오기 때문에 축제에서 빼지 못한다는 말을 들은 적도 있다”고 전했다. 브루어리뿐 아니라 유통 과정에서 펍들의 맥주 관리도 중요한 포인트다. 일부 프랜차이즈 펍이 맥주 가격을 낮추는 데만 골몰하고 품질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이는 장기적으로 시장에 독이 된다.

소매점 유통 허용의 허와 실

The good and bad of distribution in small retail stores

2018년에는 소규모 맥주 제조 면허를 가진 브루어리가 마트, 편의점, 슈퍼 등 소매점에 맥주를 유통할 수 있도록 제도가 바뀌게 된다. 그동안 소매점에는 일반 맥주 제조자 면허를 가진 세븐브로이, 코리아크래프트브류어리, 플래티넘 맥주 등만 맥주를 공급할 수 있었다. 이에 대해 소규모 브루어리들이 ‘시장을 키울 수 있는 기회’라는 시선이 있기도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대다수다. 먼저 소규모 맥주 제조 브루어리의 재정적인 측면이 거론된다. 소규모 브루어리 중 고품질의 캔입이나 병입 장비를 갖출 수 있는 곳이 거의 없다는 부분이다. 산소를 완벽하게 차단해 맥주 맛의 변질을 막을 수 있는 패키징 장비는 수 억 원에서 수십억 원을 호가한다.

또 지속적으로 전국 유통을 할 만큼의 생산 용량을 갖춘 곳도많지 않다. 또 패키징 장비를 마련했더라 하더라도 수익을 낼 수 있는 유통망을 확보하는 것도 쉽지 않다. 지난해 캔맥주 2종을 편의점에서 유통했던 플래티넘의 윤정훈 부사장은 “4캔 1만 원이 자리 잡은 편의점 맥주 시장에서 크래프트 맥주가 가격 구조를 맞추는 게 쉽지 않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대형 마트의 경우 크래프트 맥주의 원가에도 못 미치는 가격 조건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아 자본력이 떨어지는 소규모 브루어리는 더욱 접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 업계 전문가는 “정부에서 크래프트 맥주 활성화를 위해 제도를 개선해준 것 같지만 실상은 거리가 있다”며 “규제가 풀리더라도 소규모 맥주들이 곳곳의 소매점에서 판매되는 데에는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지역명 네이밍의 퇴조

Decline of local naming

맥주의 지역명 네이밍에 있어서는 ‘한때의 유행’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초반에는 눈길을 붙잡았지만 이제는 너도나도 맥주에 지역명을 붙이다 보니 신선함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2016년 강남 페일 에일과 강서 맥주를 시작으로 달서, 전라, 해운대, 서빙고에 이어 최근의 평창까지 지역명을 붙인 맥주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 김정하 대표는 “마케팅도 진정성이 없으면 효과는 한순간에 불과하다”며 “지역명을 쓰려면 기본적으로 그 지역에 브루어리가 있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는 이상 장기적인 측면에서는 지속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윤정훈 부사장은 “강서가 마트에 나왔을 때 소비자들이 신선하다며 골라 들었지만 이제 평창, 해운대라는 이름만 보고 초이스 하지는 않는다”며 “2018년에는 이런 유행이 시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장 점유율 10%는 언제

When will the market share hit 10%?

현재 국내 크래프트 맥주 시장 규모는 국내 맥주 시장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과연 언제쯤 시장점유율 10%까지 커질 수 있을까. 전체 맥주 시장 규모에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가정하면 10% 점유율은 4700억 원 수준이다. 김재현 플레이그라운드 이사는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변화가 빠르기 때문에 7~8년 안에 크래프트 맥주의 점유율이 10%를 돌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김 이사는 “2~3년 안에는 크래프트 맥주 인지도가 높아지고 브랜드 몇 개가 시장에 큰 반향을 일으킬 것 같다”며 “그 수요가 갑자기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 고 말했다. 김정하 대표 역시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김 대표는 “규제만 풀리면 5년 안에 10%를 달성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윤정훈 부사장은 “클라우드 맥주를 웬만한 업장에서 다 볼 수 있는데 클라우드의 점유율이 맥주 시장의 4%”라며 “크래프트 맥주의 4%도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장밋빛 전망을 경계했다. 그는 “전 세계에서 크래프트 맥주가 시장점유율 10%를 넘은 곳은 오직 미국뿐”이라며 “미국의 경우 1979년부터 크래프트 맥주가 시작돼 30여 년 만에 얻은 수치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크래프트 맥주 시장의 비중은 2016년 말 현재 12.3%로 집계됐다. 윤 부사장에 따르면 미국 Brewers Association에서 당초 2020년에 시장점유율 20%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했었는데 현재는 어려울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특히 “크래프트 맥주 기반이 탄탄하다고 평가받는 일본의 크래프트 맥주 비중이 고작 2%”라며 “우리나라 같은 종가세 구조에서는 더더욱 시장점유율을 늘리기가 어렵다”고 신중한 전망을 내놨다.
향후 크래프트 맥주 업계도 결국은 ‘부익부 빈익빈’으로 가게 될 것이라는 시각도 제시했다. 윤 부사장은 “현재 국내 크래프트 맥주 점유율이 0.5%라고 하면 1000명 중 5명이 크래프트 맥주를 마시는 것이고 그 중 3명은 상위 3개 맥주를 마실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또 “크래프트 맥주는 자본만 있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기술과 열정까지 있어야 한다”며 “크래프트 맥주 사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막연한 장밋빛 정보가 퍼지지 않으면 좋겠다. 진실된 정보를 얻고 사람들이 이 시장에 들어와야 시장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2018

비어토크 – 한국 맥주를 말하다

The road for Korean craft beers in 2018

2018년 국내 크래프트 맥주 업계는 규제 완화로 인한 브루어리들의 증설과 시장 확대가 전망된다. 올해 소규모 맥주 제조자의 시설 상한선이 현행 75k리터에서 120k리터로 상향 조정되고 과세표준 인하 생산량 구간도 높아진다. 또 소규모 제조자 맥주의 마트, 편의점 등 소매점 판매가 허용되고 맥주에 넣을 수 있는 재료도 확대된다.
주세법 시행령 등 관련 제도가 1분기 개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개정으로 기존 브루어리들의 증설이 속도를 내는 한편 지난해에 이어 전국에 10여 개의 새로운 브루펍들이 문을 열 것으로 보인다.이와 함께 2월 9일 개막하는 평창 동계 올림픽이 국산 크래프트 맥주를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이에 대해 강원도 소재 브루어리들은 올림픽을 겨냥한 마케팅 계획을 세우고 있다. 또 코리아 크래프트 브루어리는 지역 특산물인 강원도 산 옥수수와 옥수수수염을 활용한 평창 맥주를 내놓기도 했다. 2018년 이후 한국 크래프트 맥주 시장에 대해 윤정훈 플래티넘 맥주 부사장과 김정하 바네하임 대표, 김재현 플레이그라운드 브루어리 이사와 의견을 나눴다.



다양성의 확대

Expansion of diversity

업계 대표들은 2018년 국내 크래프트 맥주 업계가 브루어리 숫자나 맥주의 다양성 측면에서 한층 풍성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김재현 플레이그라운드 브루어리 이사는 “새로운 브루어리들이 등장하고 2017년에 문을 연 실력파 브루어리인 아트몬스터, 미스터리, 와일드웨이브 등에서 더욱 다양한 맥주가 나올 것 같다”고 기대했다. 김정하 바네하임 대표는 “시장 규모에 비해 브루어리 수가 너무 많다는 의견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전국에 브루어리가 250개는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 정도 숫자가 돼야 서로 뭉쳐서 제도를 바꿀 힘을 기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또 “브루어리와 맥주 종류가 다양해져야 펍들도 특색 있는 라인업을 갖출 수 있다”며 “현재 펍은 과열 상태인데 크래프트 맥주 종류가 적다 보니 차별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양적인 면에서도 소규모 맥주 제조자 면허의 시설 상한선이 상향 되면서 증설을 진행하는 브루어리들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각 업체별로는 협업과 변신의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플래티넘은 새해 벽두 대대적인 변화를 모색한다. 윤정훈 부사장은 “솔직히 증평 공장에서 맥주를 생산한 지난 4개월은 성공이라고 말하기 어렵다”며 "다시 한번 계기를 만들기 위해 연초 기업 CI에서부터 맥주 패키지, 마케팅 전략까지 모든 것을 혁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플래티넘은 뼈를 깎는 심정으로 자체 구조조정을 실행하고 있다. 그는 “플래티넘의 자체적인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원부자재를 많이 쓰면서 매출의 50%를 세금으로 내는 우리나라의 주세법 아래서는 그 어떤 중형 브루어리도 쉽게 시장에서 자리 잡을 수 없다”고 어려운 상황을 전했다. 플레이그라운드는 더핸드앤몰트 등 다른 브루어리와의 협업을 준비하고 있고 김정하 바네하임 대표는 지난 15년간의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펍 운영 노하우를 널리 알리는 역할을 할 방침이다.

품질에 눈 뜨는 소비자

Customers start to look for quality

다양성 확보와 함께 맥주 품질의 상향 평준화도 업계에서 기대하고 있는 부분이다. 지난 2014년 소규모 제조자 맥주의 외부 유통이 허용되고 2015년 중반부터 신생 브루어리들이 대거 등장했다. 2018년 4년 차를 맞은 브루어리들이 경험을 기반으로 품질 높은 맥주를 선보이고 경영의 효율성을 한층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는 것이다. 김재현 이사는 “기존 업체들 중에서 카브루, 맥파이의 맥주 품질이 기대 이상으로 올라갔다”며 “그동안 일부 맥주들이 부재료나 홉의 힘을 빌려 잠시 각광을 받았다면 이제는 브루어리들이 발효를 깔끔하게 하는 부분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2018년에도 맥주 완성도를 높이지 못하는 브루어리는 심각한 위기를 맞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소비자의 입맛이 그만큼 높아져 이제는 흥미 위주의 단순히 주목을 끄는 마케팅만으로는 살아남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일부 품질 향상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브루어리들이 크래프트 맥주의 확산에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한 관계자는 “지난해 맥주 축제에서 가장 인기를 얻은 맥주의 완성도가 너무 떨어지는 것을 보고 걱정이 됐다”며 “주최 측에서도 그 사실을 인지하고 있으나 워낙 매출이 잘 나오기 때문에 축제에서 빼지 못한다는 말을 들은 적도 있다”고 전했다. 브루어리뿐 아니라 유통 과정에서 펍들의 맥주 관리도 중요한 포인트다. 일부 프랜차이즈 펍이 맥주 가격을 낮추는 데만 골몰하고 품질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이는 장기적으로 시장에 독이 된다.

소매점 유통 허용의 허와 실

The good and bad of distribution
in small retail stores

2018년에는 소규모 맥주 제조 면허를 가진 브루어리가 마트, 편의점, 슈퍼 등 소매점에 맥주를 유통할 수 있도록 제도가 바뀌게 된다. 그동안 소매점에는 일반 맥주 제조자 면허를 가진 세븐브로이, 코리아크래프트브류어리, 플래티넘 맥주 등만 맥주를 공급할 수 있었다. 이에 대해 소규모 브루어리들이 ‘시장을 키울 수 있는 기회’라는 시선이 있기도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대다수다. 먼저 소규모 맥주 제조 브루어리의 재정적인 측면이 거론된다. 소규모 브루어리 중 고품질의 캔입이나 병입 장비를 갖출 수 있는 곳이 거의 없다는 부분이다. 산소를 완벽하게 차단해 맥주 맛의 변질을 막을 수 있는 패키징 장비는 수 억 원에서 수십억 원을 호가한다.

또 지속적으로 전국 유통을 할 만큼의 생산 용량을 갖춘 곳도많지 않다. 또 패키징 장비를 마련했더라 하더라도 수익을 낼 수 있는 유통망을 확보하는 것도 쉽지 않다. 지난해 캔맥주 2종을 편의점에서 유통했던 플래티넘의 윤정훈 부사장은 “4캔 1만 원이 자리 잡은 편의점 맥주 시장에서 크래프트 맥주가 가격 구조를 맞추는 게 쉽지 않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대형 마트의 경우 크래프트 맥주의 원가에도 못 미치는 가격 조건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아 자본력이 떨어지는 소규모 브루어리는 더욱 접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 업계 전문가는 “정부에서 크래프트 맥주 활성화를 위해 제도를 개선해준 것 같지만 실상은 거리가 있다”며 “규제가 풀리더라도 소규모 맥주들이 곳곳의 소매점에서 판매되는 데에는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지역명 네이밍의 퇴조

Decline of local naming

맥주의 지역명 네이밍에 있어서는 ‘한때의 유행’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초반에는 눈길을 붙잡았지만 이제는 너도나도 맥주에 지역명을 붙이다 보니 신선함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2016년 강남 페일 에일과 강서 맥주를 시작으로 달서, 전라, 해운대, 서빙고에

이어 최근의 평창까지 지역명을 붙인 맥주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 김정하 대표는 “마케팅도 진정성이 없으면 효과는 한순간에 불과하다”며 “지역명을 쓰려면 기본적으로 그 지역에 브루어리가 있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는 이상 장기적인 측면에서는 지속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윤정훈 부사장은 “강서가 마트에 나왔을 때 소비자들이 신선하다며 골라 들었지만 이제 평창, 해운대라는 이름만 보고 초이스 하지는 않는다”며 “2018년에는 이런 유행이 시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장 점유율 10%는 언제

When will the market share hit 10%?

현재 국내 크래프트 맥주 시장 규모는 국내 맥주 시장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과연 언제쯤 시장점유율 10%까지 커질 수 있을까. 전체 맥주 시장 규모에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가정하면 10% 점유율은 4700억 원 수준이다. 김재현 플레이그라운드 이사는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변화가 빠르기 때문에 7~8년 안에 크래프트 맥주의 점유율이 10%를 돌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김 이사는 “2~3년 안에는 크래프트 맥주 인지도가 높아지고 브랜드 몇 개가 시장에 큰 반향을 일으킬 것 같다”며 “그 수요가 갑자기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 고 말했다. 김정하 대표 역시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김 대표는 “규제만 풀리면 5년 안에 10%를 달성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윤정훈 부사장은 “클라우드 맥주를 웬만한 업장에서 다 볼 수 있는데 클라우드의 점유율이 맥주 시장의 4%”라며 “크래프트 맥주의 4%도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장밋빛 전망을 경계했다. 그는 “전 세계에서 크래프트 맥주가 시장점유율 10%를 넘은 곳은 오직 미국뿐”이라며 “미국의 경우 1979년부터 크래프트 맥주가 시작돼 30여 년 만에 얻은 수치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크래프트 맥주 시장의 비중은 2016년 말 현재 12.3%로 집계됐다. 윤 부사장에 따르면 미국 Brewers Association에서 당초 2020년에 시장점유율 20%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했었는데 현재는 어려울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특히 “크래프트 맥주 기반이 탄탄하다고 평가받는 일본의 크래프트 맥주 비중이 고작 2%”라며 “우리나라 같은 종가세 구조에서는 더더욱 시장점유율을 늘리기가 어렵다”고 신중한 전망을 내놨다.
향후 크래프트 맥주 업계도 결국은 ‘부익부 빈익빈’으로 가게 될 것이라는 시각도 제시했다. 윤 부사장은 “현재 국내 크래프트 맥주 점유율이 0.5%라고 하면 1000명 중 5명이 크래프트 맥주를 마시는 것이고 그 중 3명은 상위 3개 맥주를 마실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또 “크래프트 맥주는 자본만 있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기술과 열정까지 있어야 한다”며 “크래프트 맥주 사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막연한 장밋빛 정보가 퍼지지 않으면 좋겠다. 진실된 정보를 얻고 사람들이 이 시장에 들어와야 시장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DITOR 황지혜
PHOTOGRAPHER 이인기
TRANSLATOR 안소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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