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Oct 14, 2019

기후변화, 지속가능성, 그리고 맥주

기후변화, 지속가능성, 그리고 맥주 이미지 종가세 vs 종량세

Climate Change, Sustainability, and Beer

The Task Against Climate Change Facing Beer

지구가 더워지고 있다. 2019년 들어 첫 여섯 달은 역사상 가장 높은 기온을 기록했고, 이번 7월 역시 같은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지구온난화는 단지 날씨가 따뜻해지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지구의 온도가 상승하면 폭염과 가뭄을 비롯해 이례적인 기후 현상의 빈도가 증가한다. 우리가 극한이라 여기는 기준이 변화할 것이며, 이는 물과 식량, 그리고 무엇보다 맥주의 양과 질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역사상 가장 강렬한 더위를 대비하는 지금의 한국에서, 우리는 기후변화로 일상이 변하고 있으며, 지속가능한 세상을 만들지 않는 이상 이러한 추세가 계속될 것임을 알아야 한다.

지난 몇 년 사이 등장한 ‘지속가능성’이란 개념은 사실 수 세기 전 생겼다. 지속가능성은 가장 단순하게는 ‘연속해서 존재할 수 있는 능력’으로 설명할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인류가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공존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물론 환경과학이나 개발학 수업도 아닌 맥주 잡지에서 지속가능성의 이론에 대해 – 17세기 유럽에서 자원 개발을 위해 만들어졌고, 1987년 브런트랜드 보고서가 ‘지속 가능한 발전’이란 표현을 처음 사용했다든가 –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여기선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주제, 즉 지속가능성이 맥주에 어떤 의미인지를 이야기해보려 한다.

맥주 앞에 놓인 기후변화의 과제

The Task Against Climate Change Facing Beer

양조는 물, 보리, 홉, 효모, 그리고 열등의 자원을 생각보다 많이 소모하고, 쓰레기도 많이 배출하는 공정이다. 양조장이 발전함에 따라 자원을 소모하는 과정이 점점 더 효율적으로 바뀌지만, 그것이 자원의 지속성을 보장하진 않는다. 기온 상승과 계속되는 가뭄은 전 세계의 보리와 홉 재배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며, 특히 벨기에, 영국, 체코 등 양조 강국에 이러한 피해가 더 크게 다가올 것이다. 밀, 쌀, 수수 등 다른 곡물을 대체재로 사용하지도 못 할 것이다. 극단적 기후는 모든 곡식의 재배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사라지는 것의 대체재 마저 소멸하는 시점에서, “빵이 없다면 케이크를“ 먹으면 된다는 마리 앙투아네트의 악명높은 발언은 성립할 수 없다. 전 세계 보리 생산량 중 맥주에 쓰이는 것은 1/4정도라고 하지만, 만일 전체 곡물량이 감소한다면 더 중요시 되는 사료 시장에 곡물이 우선 공급될 것이다. 결국 양조용 보리는 비대칭적으로 감소하고, 맥줏값은 필연적으로 상승하게 될 것이다.



단순히 따져볼 때 가격 상승은 소비의 감소로 연결된다. 기후변화가 이어지면 전 세계 맥주 섭취량은 감소할 것이며, 특히 영국과 중국같이 맥주 소비량이 높은 국가에서는 10% 이상의 감소도 예상할 수 있다. 크래프트 맥주 역시 예외는 아니다. 대기업이 생산하는 라거 계열 맥주보다 값도 비싸고 자원도 더 많이 소모하기에, 크래프트 맥주 양조자나 소비자 모두에게 자원의 부족은 더 큰 영향을 줄 것이다.

다행히도 양조 업계는 이러한 문제를 인지하고 있으며 변화하는 환경에 대처하려고 노력 중이다. 지속가능한 기업, 즉 산업이 환경과 사회에 끼치는 영향을 파악하고 미래를 위해 노력하는 기업이 되는 과정은

쉽지 않다. 특히 수천 년의 역사가 있는 업계에선 부수적인 난관이 따라올 수밖에 없다. 하지만 맥주 업계는 모든 역경을 넘고, 고착한 산업이 어떻게 전략과 기술혁신으로 지속가능성을 위해 변화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되었다. 기업형 대형 양조장부터 신생 소규모 양조장까지, 세계 곳곳의 양조장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에너지와 자원을 둘러싼 사회적 문제를 분석하고 공유하며 이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크래프트 맥주를 위해

For Sustainable Craft Beer

그 움직임을 주도하는 것은 미국 크래프트 양조장들의 상업조합인 Brewer’s Association (BA)이다. BA는 지속가능성을 위한 양조장의 노력을 추적할 수 있는지 표와 보고체계를 만들고, 이를 개선할 도 구를 개발했다. 또한 물, 전기, 열, 공기 등 을 지속가능하게 관리하도록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신생 양조장을 위한 건축 지침서를 출판했으며, 매년 벤치마킹 보고서를 통해 업계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활동을 양조장 규모별로 분류하여 보고한다. BA의 이러한 노력에 수많은 양조장이 동참하고 있으며, 그중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양조장도 포함되어 있다. 시에라 네바다와 제스터 킹이 좋은 예이다.


캘리포니아 치코와 노스캐롤라이나 밀스 리버에서 양조장을 운영하는 시에라 네바다는 지속가능성 부서를 운영하는 등 창업 초기부터 지속가능성을 위해 힘써 왔다. 그들은 BA와 Leadership in Energy and Environmental Design이 제공하는 가이드라인을 통해 자사 맥주가 지속 가능성 기준에 부합하는지 확인한다. 최근 밀스리버에 건설한 양조장에서는 태양광 전지를 이용해 자체 전기를 생산하고, 폐기물의 81%를 재활용하며 물 사용량을 맥주 대비 3.5:1까지 줄였다. 시에라 네바다의 지속가능성을 담당하는 Cheri Chastain은 현재 BA에서도 지속가능성 위원회의 위원장을 맡고 있다.




텍사스에 있는 제스터 킹 양조장은 남다른 행보를 자랑하는데, 지속가능성에 대한 접근 역시 그에 빠지지 않는다. 2016년 여름, 제스터 킹은 양조장 주변58에이커(23.4만 제곱미터, 약 7만 평)를 경작하기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이곳에서 맥주에 사용하는 각종 과일과 곡물을 재배한다. 농작물을 직접 재배하여 신선한 작물을 사용할 뿐 아니라 양조에서 나오는 부산물과 화석연료의 사용을 줄인다. 진정한 의미에서 ‘팜 하우스 양조장’인 제스터 킹은 향후 수년간 농장과 재배 품종을 늘릴 계획이다.

지속가능성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미국 양조장만이 아니다. 영국의 ‘Toast Ale’은 버려진 빵을 모아 만든 맥즙으로 양조한 것인데, 그로 인해 발생한 수익금을 음식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려는 비영리 단체에 전부 기부하기도 한다. 한국과 가까운 사례로는 일본 토쿠시마의 Rise & Win 양조장이 있다. 2010년대 초반에 설립된 이 곳은 파손된 타일과 기존 건축물의 폐기 부품 등으로 양조장을 건설해 자원 순환의 원칙을 새로운 단계로 끌어올렸다. 또한 주스를 만들고 남은 유코열매(일본귤의 한 종류)껍질을 양조에 활용하고, 양조 후 스펜트 그레인을 그래놀라 등 제과를 만드는 데 사용한다.

지속가능성의 출발은 지역사회로부터

The Sustainability Starts from the Local Engagement

아쉽게도 한국 양조장 중 지속가능성과 환경친화적 접근으로 명성을 얻은 곳은 아직 없다. 한국에서는 지속가능성이 아직 생소한 개념이어서인지, 아니면 지속가능성을 위한 투자가 과하다고 여겨서 인지 모르겠으나, 양 측면 모두 개선의 여지가 있다. 지속가능성과 기후변화는 그 영향력 덕분에 빠르게 대중적, 사회적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사회적 압박으로 인해 산업 전반이 더 친환경적이고 효율적 이며 지속가능한 운영을 하게 될 것이고, 양조장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지속가능성에 드는 비용 부담에 관해서는 작년에 “지속가능성 맥주에 지불할 용의1”라는 제목의 연구가 보고되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소비자의 약 60%가 조금 더 높은 비용을 지불해서라도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만든 맥주를 구매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연구는 또한 이들이 “소비자이자 지구의 관리인으로서 자신의 소비 행위와 책임을 자각하고 있다.” 라고 밝혔으며, 크래프트 맥주의 소비자뿐 아니라 ‘카스’나 ‘테라’ 등 대기업 맥주의 소비자 역시 ‘녹색’ 제품에 대해선 더욱더 높은 비용을 지불할 의향이 있다고 보고했다. 따라서 지속가능성 추구는 수익성이 있을 뿐 아니라 새로운 고객을 유입할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지난 몇 십 년간 많은 발전이 이뤄졌지만, 양조장과 양조 공정에 영향을 끼치는 환경적, 경제적 난관은 아직도 무수히 많다. 하지만 희망은 있다. 지속가능성은 세계적 영향력만큼이나 지역적 참여가 중요하다. 서울에 있는 작은 브루어리에서 벨기에 수도원까지, 지속가능성을 실천하는 작은 사례들은 어디에나 있을 것이다. 크래프트 맥주는 본질적으로 지역사회와 깊게 연결되어 있다. 비록 쉽게 알아차리지 못할지라도, 환경을 존중하는 마음은 모든 양조사와 그들이 창조하는 맥주에 깊이 내재해 있다. 누군가의 마음을 얻는 방법으로 한잔의 맥주보다 좋은게 없을 것이다. 모두에게 지속가능성의 열정과 변화의 바람을 불어넣을 산업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맥주 산업일 것이다.


큰 관점에서 본다면 기후변화가 가져올 홍수, 태풍, 그리고 해수면 상승 등의 문제 앞에서 맥주는 아주 작은 사안이다. 맥주 부족 현상은 사소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사실은 수백만 세계 시민의 삶의 질을 뒷받침하는 사회적 안정제가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 미국의 금주법 시대를 생각해보라. 밀주를 사고 팔며 세력를 키우던 조직범죄의 전성기이지 않았는가. 기후변화의 영향이 모두에게 피해를 주듯, 맥주를 향한 사랑도 전 세계가 공유한다. 앞으로도 계속 차가운 맥주와 치킨을 먹고 싶다면, 지속가능성을 위한 움직임 이야말로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임을 인지하고 지역 양조장을 고무해야 한다. 그들의 도움이 없다면, 당신의 다음 잔이 마지막 잔이 될지도 모른다.

국내 최초 국제 맥주 산업 박람회

Climate Change, Sustainability, and Beer

The Task Against Climate Change Facing Beer

지구가 더워지고 있다. 2019년 들어 첫 여섯 달은 역사상 가장 높은 기온을 기록했고, 이번 7월 역시 같은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지구온난화는 단지 날씨가 따뜻해지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지구의 온도가 상승하면 폭염과 가뭄을 비롯해 이례적인 기후 현상의 빈도가 증가한다. 우리가 극한이라 여기는 기준이 변화할 것이며, 이는 물과 식량, 그리고 무엇보다 맥주의 양과 질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역사상 가장 강렬한 더위를 대비하는 지금의 한국에서, 우리는 기후변화로 일상이 변하고 있으며, 지속가능한 세상을 만들지 않는 이상 이러한 추세가 계속될 것임을 알아야 한다.

지난 몇 년 사이 등장한 ‘지속가능성’이란 개념은 사실 수 세기 전 생겼다. 지속가능성은 가장 단순하게는 ‘연속해서 존재할 수 있는 능력’으로 설명할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인류가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공존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물론 환경과학이나 개발학 수업도 아닌 맥주 잡지에서 지속가능성의 이론에 대해 – 17세기 유럽에서 자원 개발을 위해 만들어졌고, 1987년 브런트랜드 보고서가 ‘지속 가능한 발전’이란 표현을 처음 사용했다든가 –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여기선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주제, 즉 지속가능성이 맥주에 어떤 의미인지를 이야기해보려 한다.

맥주 앞에 놓인 기후변화의 과제

The Task Against Climate Change Facing Beer

양조는 물, 보리, 홉, 효모, 그리고 열등의 자원을 생각보다 많이 소모하고, 쓰레기도 많이 배출하는 공정이다. 양조장이 발전함에 따라 자원을 소모하는 과정이 점점 더 효율적으로 바뀌지만, 그것이 자원의 지속성을 보장하진 않는다. 기온 상승과 계속되는 가뭄은 전 세계의 보리와 홉 재배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며, 특히 벨기에, 영국, 체코 등 양조 강국에 이러한 피해가 더 크게 다가올 것이다. 밀, 쌀, 수수 등 다른 곡물을 대체재로 사용하지도 못 할 것이다. 극단적 기후는 모든 곡식의 재배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사라지는 것의 대체재 마저 소멸하는 시점에서, “빵이 없다면 케이크를“ 먹으면 된다는 마리 앙투아네트의 악명높은 발언은 성립할 수 없다. 전 세계 보리 생산량 중 맥주에 쓰이는 것은 1/4정도라고 하지만, 만일 전체 곡물량이 감소한다면 더 중요시 되는 사료 시장에 곡물이 우선 공급될 것이다. 결국 양조용 보리는 비대칭적으로 감소하고, 맥줏값은 필연적으로 상승하게 될 것이다.



단순히 따져볼 때 가격 상승은 소비의 감소로 연결된다. 기후변화가 이어지면 전 세계 맥주 섭취량은 감소할 것이며, 특히 영국과 중국같이 맥주 소비량이 높은 국가에서는 10% 이상의 감소도 예상할 수 있다. 크래프트 맥주 역시 예외는 아니다. 대기업이 생산하는 라거 계열 맥주보다 값도 비싸고 자원도 더 많이 소모하기에, 크래프트 맥주 양조자나 소비자 모두에게 자원의 부족은 더 큰 영향을 줄 것이다.

다행히도 양조 업계는 이러한 문제를 인지하고 있으며 변화하는 환경에 대처하려고 노력 중이다. 지속가능한 기업, 즉 산업이 환경과 사회에 끼치는 영향을 파악하고 미래를 위해 노력하는 기업이 되는 과정은 쉽지 않다. 특히 수천 년의 역사가 있는 업계에선 부수적인 난관이 따라올 수밖에 없다. 하지만 맥주 업계는 모든 역경을 넘고, 고착한 산업이 어떻게 전략과 기술혁신으로 지속가능성을 위해 변화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되었다. 기업형 대형 양조장부터 신생 소규모 양조장까지, 세계 곳곳의 양조장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에너지와 자원을 둘러싼 사회적 문제를 분석하고 공유하며 이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크래프트 맥주를 위해

For Sustainable Craft Beer


그 움직임을 주도하는 것은 미국 크래프트 양조장들의 상업조합인 Brewer’s Association (BA)이다. BA는 지속가능성을 위한 양조장의 노력을 추적할 수 있는지 표와 보고체계를 만들고, 이를 개선할 도 구를 개발했다. 또한 물, 전기, 열, 공기 등 을 지속가능하게 관리하도록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신생 양조장을 위한 건축 지침서를 출판했으며, 매년 벤치마킹 보고서를 통해 업계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활동을 양조장 규모별로 분류하여 보고한다. BA의 이러한 노력에 수많은 양조장이 동참하고 있으며, 그중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양조장도 포함되어 있다. 시에라 네바다와 제스터 킹이 좋은 예이다.

캘리포니아 치코와 노스캐롤라이나 밀스 리버에서 양조장을 운영하는 시에라 네바다는 지속가능성 부서를 운영하는 등 창업 초기부터 지속가능성을 위해 힘써 왔다. 그들은 BA와 Leadership in Energy and Environmental Design이 제공하는 가이드라인을 통해 자사 맥주가 지속 가능성 기준에 부합하는지 확인한다. 최근 밀스리버에 건설한 양조장에서는 태양광 전지를 이용해 자체 전기를 생산하고, 폐기물의 81%를 재활용하며 물 사용량을 맥주 대비 3.5:1까지 줄였다. 시에라 네바다의 지속가능성을 담당하는 Cheri Chastain은 현재 BA에서도 지속가능성 위원회의 위원장을 맡고 있다.




텍사스에 있는 제스터 킹 양조장은 남다른 행보를 자랑하는데, 지속가능성에 대한 접근 역시 그에 빠지지 않는다. 2016년 여름, 제스터 킹은 양조장 주변58에이커(23.4만 제곱미터, 약 7만 평)를 경작하기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이곳에서 맥주에 사용하는 각종 과일과 곡물을 재배한다. 농작물을 직접 재배하여 신선한 작물을 사용할 뿐 아니라 양조에서 나오는 부산물과 화석연료의 사용을 줄인다. 진정한 의미에서 ‘팜 하우스 양조장’인 제스터 킹은 향후 수년간 농장과 재배 품종을 늘릴 계획이다.

지속가능성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미국 양조장만이 아니다. 영국의 ‘Toast Ale’은 버려진 빵을 모아 만든 맥즙으로 양조한 것인데, 그로 인해 발생한 수익금을 음식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려는 비영리 단체에 전부 기부하기도 한다. 한국과 가까운 사례로는 일본 토쿠시마의 Rise & Win 양조장이 있다. 2010년대 초반에 설립된 이 곳은 파손된 타일과 기존 건축물의 폐기 부품 등으로 양조장을 건설해 자원 순환의 원칙을 새로운 단계로 끌어올렸다. 또한 주스를 만들고 남은 유코열매(일본귤의 한 종류)껍질을 양조에 활용하고, 양조 후 스펜트 그레인을 그래놀라 등 제과를 만드는 데 사용한다.

지속가능성의 출발은 지역사회로부터

The Sustainability Starts
from the Local Engagement

아쉽게도 한국 양조장 중 지속가능성과 환경친화적 접근으로 명성을 얻은 곳은 아직 없다. 한국에서는 지속가능성이 아직 생소한 개념이어서인지, 아니면 지속가능성을 위한 투자가 과하다고 여겨서 인지 모르겠으나, 양 측면 모두 개선의 여지가 있다. 지속가능성과 기후변화는 그 영향력 덕분에 빠르게 대중적, 사회적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사회적 압박으로 인해 산업 전반이 더 친환경적이고 효율적 이며 지속가능한 운영을 하게 될 것이고, 양조장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지속가능성에 드는 비용 부담에 관해서는 작년에 “지속가능성 맥주에 지불할 용의1”라는 제목의 연구가 보고되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소비자의 약 60%가 조금 더 높은 비용을 지불해서라도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만든 맥주를 구매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연구는 또한 이들이 “소비자이자 지구의 관리인으로서 자신의 소비 행위와 책임을 자각하고 있다.” 라고 밝혔으며, 크래프트 맥주의 소비자뿐 아니라 ‘카스’나 ‘테라’ 등 대기업 맥주의 소비자 역시 ‘녹색’ 제품에 대해선 더욱더 높은 비용을 지불할 의향이 있다고 보고했다. 따라서 지속가능성 추구는 수익성이 있을 뿐 아니라 새로운 고객을 유입할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지난 몇 십 년간 많은 발전이 이뤄졌지만, 양조장과 양조 공정에 영향을 끼치는 환경적, 경제적 난관은 아직도 무수히 많다. 하지만 희망은 있다. 지속가능성은 세계적 영향력만큼이나 지역적 참여가 중요하다. 서울에 있는 작은 브루어리에서 벨기에 수도원까지, 지속가능성을 실천하는 작은 사례들은 어디에나 있을 것이다. 크래프트 맥주는 본질적으로 지역사회와 깊게 연결되어 있다. 비록 쉽게 알아차리지 못할지라도, 환경을 존중하는 마음은 모든 양조사와 그들이 창조하는 맥주에 깊이 내재해 있다. 누군가의 마음을 얻는 방법으로 한잔의 맥주보다 좋은게 없을 것이다. 모두에게 지속가능성의 열정과 변화의 바람을 불어넣을 산업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맥주 산업일 것이다.


큰 관점에서 본다면 기후변화가 가져올 홍수, 태풍, 그리고 해수면 상승 등의 문제 앞에서 맥주는 아주 작은 사안이다. 맥주 부족 현상은 사소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사실은 수백만 세계 시민의 삶의 질을 뒷받침하는 사회적 안정제가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 미국의 금주법 시대를 생각해보라. 밀주를 사고 팔며 세력를 키우던 조직범죄의 전성기이지 않았는가. 기후변화의 영향이 모두에게 피해를 주듯, 맥주를 향한 사랑도 전 세계가 공유한다. 앞으로도 계속 차가운 맥주와 치킨을 먹고 싶다면, 지속가능성을 위한 움직임 이야말로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임을 인지하고 지역 양조장을 고무해야 한다. 그들의 도움이 없다면, 당신의 다음 잔이 마지막 잔이 될지도 모른다.

WRITER&TRANSLATOR 이종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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