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구독경제가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구독경제란 정기적으로 구독료를 내고 필요한 상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하는 생활경제패턴을 말한다. 전세계를 열광시킨 ‘넷플릭스’나 ‘무비패스’, ‘후치’ 등이 좋은 예시로 꼽힌다. 주로 신문이나 잡지,책 등에서 쓰이는 구독 서비스는 이제 생활용품과 식품과 주류에까지 확장되고 있다.우리나라 최초의 주류구독 서비스 앱이자 현재 주류 카테고리 분야 다운로드 1위를 기록하고 있는 ‘데일리샷’은 월 9,900원의 구독료를 내면 제휴 가맹점에서 매일 한 잔의 웰컴 드링크를 무료로 마실 수 있다. 서비스 런칭 1년 만에 누적유료 회원 수 5,000명을 돌파했고 현재까지 월간 앱 방문자 수가 3만 명이 넘는다. 2017년에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데일리샷은 현재 공동 창업자들을 비롯해 영업과 디자인, 개발 등 각 분야에서 열 명이 넘는 팀원들이 함께하고 있다.
서울대입구역 근처 스타트업 공유 오피스에서 만난 김민욱 대표와 팀원들 과의 만남은 유난히 젊음과 활기로 가득했다. 스스럼없이 농담을 주고받는 사이에도 업무와 관련된 내용에는 눈빛이 진중했다. 스타트업 창업 동아리에서부터 법인 설립과 투자, 고된 창업 초기 시절을 다져온 서로 간의 신뢰와 믿음이 단단해 보였다. 각자 맡은 일에 대한 열정도 대단했다. 서로 존중하고 성장을 응원하는 문화 덕에 대기업을 비롯해 유명 회사에서 모인 인재들이 여럿 합류했다. 사람들에게 보다 더 좋은 술과 서비스를 소개하고 싶다는 목적으로 쉼 없이 달리고 있는 그들. 그 중심에는 스마트 앱 플랫폼 서비스를 통해 주류 시장에서의 상생을 이야기하는 데일리샷 김민욱 대표가 있었다.
여러 주류 장르 중에서도 국내 크래프트 맥주 시장의 성장성을 높게 평가한 데일리샷은 올 초 브랜드 리뉴얼을 단행하고 수제맥주를 합리적인 가격으로 소개하는 멤버십 서비스를 비롯해 펍 큐레이션과 테이스팅 이벤트, 브루어리 투어 예약 등 다양한 콘텐츠를 확장할 계획을 밝혔다.
처음에는 고개를 갸웃했다. 한 달 구독료 9,900원을 내면 매일 웰컴드링크 한 잔이 무료로 제공된다니. 심지어 샘플러나 시음용 사이즈가 아니다. 기존 매장에서 팔던 맥주 퀄리티와 사이즈 그대로다. 앱에 들어가 방문하고 싶은 매장을 선택하고 ‘오늘의 드링크’를 선택한 뒤 직원에게 보여주기만 하면 된다. 맥덕들에게 익숙한 유명 펍들도눈에 띈다. 선택할 수 있는 맥주 종류도 다양하다. 서울 및 부산 제휴점만 300여개가 넘는다고. 이러면 뭐가 남는가 싶었다.
최근 한 경제지 조사 결과 2030 남녀가 월 평균 음주비용으로 10만 9700원을 쓰는 걸로 집계되었다. 남녀 모두 평균적으로 일주일에 맥주 3잔 정도를 마시는 것으로 나타났고, 수입맥주에 대한 선호도가 2위를 차지했다. 데일리샷 멤버십을 이용하면 한달 하루 한 잔만 마셔도 총 30여잔을 채운다. 제휴가맹점 당 웰컴드링크 1잔 무료 제공이 원칙이기에 마음만 먹는다면 그 이상도 가능하다. 김민욱 대표는 이런 예상이 익숙하다는 듯 미소 지었다.“사실 정말 매일 쓰시는 분은 없었어요. 한 달 동안 제일 많이 쓴 기록이라면 20회 정도 쓰신 분이 기억 나네요. 중년의 남성 분이셨는데 해외 파견 근무 때문에 안타깝게 해지를 하셨죠.
오히려 술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저희 서비스를 많이 이용해서 한 잔으로 끝나지 않아요. 추가 매출은 고스란히 점주 분들께 되 아갑니다. 저희는 손님들이 다양한 제휴점을 찾아가 좋은 술을 마시는 걸 권장 드려요. 그럴려고 만든 서비스구요.”
유료 멤버십이 아니더라도 집 근처에 있는 좋은 펍이나 모임 장소, 데이트 스팟 등 정보를 찾기 위해 이용하는 방문자들도 많다. 데일리샷은 유선상으로나 메일만으로 제휴를 맺은 적이 단 한번도 없다. 100% 실사 방문이 원칙이다. 맥주 탭 리스트부터 컨디션 관리, 테이스팅도 전부 직접 진행한다. 그에 덧붙여 분위기와 친절도, 서비스도 평가한다. 직접 가보고 꼼꼼하게 살펴 선별된 제휴점들이라 자신 있게 소개할 수 있다고. 이제껏 데일리샷 팀이 가 본 매장만 천 개가 넘는다고 한다. ‘구독 서비스’이기에 손님들이 남긴 리뷰도 꼼꼼하게 다 확인한다. 최근에는 맥주에 대해 기록과 평점을 남기는 손님들이 많아 이런 니즈를 충족할 서비스를 고민 중이라고 한다.
올 초 브랜드 리뉴얼을 마친 데일리샷은 디자인을 ‘맥주’ 컨셉으로 통일했다. 명함은 팀 멤버들이 가장 좋아하는 맥주 스타일의 색으로 꾸미고, 한 잔의 맥주를 연상케 하는 주황색과 흰 색의 비율로 컨셉을 잡았다. 크래프트 맥주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본 것도 있지만 그 동안 많은 술집들을 다니면서 크래프트 맥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가진 술과 사람에 대한 열정과 철학에 공감하게 된 이유가 컸다. 그래서 데일리샷은 맥주를 소개할 때 브루어리나 펍에 대한 이야기를 배너에 많이 노출하고 각 브루어리가 공들여 만든 맥주의 맛과 스타일도 디테일하게 표현하려고 애쓴다. 이렇게 잘 만들어지고 공들여 서브되는 크래프트 맥주야말로 데일리샷이 소비자에게 공유하고 싶은 ‘프리미엄’이라 믿는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더 좋은 맥주를 알리는 것. 그래서 데일리샷 팀은 개발자와 디자이너를 적극 섭외해 잘 할 수 있는 IT와 플랫폼 서비스를 시작했다. 점주들에게도, 소비자들에게도 윈윈하는 혜택을 실현하고 싶었다. 마케팅팀을 비롯한 모든 팀원들이 ‘더 나은 서비스’에 대해 고민하고 다시 회의한다. 초창기에는 가맹점 모집이 도전이었다. 문전박대도 많이 당했다. 섭외하고 싶은 술집을 찾아가 테이블 닦는 것도 돕고 마감 정리도 같이 하면서 제안서를 내밀었다. 주말에는 신촌 인근 찜질방을 하나 잡고 직접 인사를 다니며 커피 배달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런 정성이 통했던 건지 지금도 데일리샷을 믿어준 점주 한 분 한 분들에게 감사하고 더 열심히 하겠다는 마음으로 이어진다고 한다. 데일리샷은 구독 서비스 외에도 여러 기획과 서비스를 진행 중이다. ‘밀리의 서재’와의 책맥 콜라보레이션에 이어 브루어리 투어예매 및 할인 서비스, 프리퀀시 제도를 비롯해 테이스팅 클래스 등 보다 더 크래프트 맥주를 대중들에게 잘 알릴 수 있고,제휴 점주들에게 긍정적 효과를 낼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데일리샷이 추구하는 가치는‘혁신’과 ‘상생’ 그리고 ‘성장’이 있다. 전통적인 주류 시장에서 앱 구독 서비스를 통해 ‘혁신’적인 시스템을 도입하고, 가맹점 점주들과 고객들이 서로 윈윈하는 ‘상생’을 목표하며, 회사 내 팀원들에게는 ‘개인의 성장’을 강조한다. 김 대표는 “저는 자영업자들에게 상처주는 서비스가 기존에 많았다고 생각해요. 과거 소셜커머스가 팔았던 공동구매형 쿠폰을 예로 들어볼게요. 자영업 하시는 분들이 플랫폼을 믿고 해봤더니 막상 팔리긴 팔았고 사람들도 많이 다녀갔는데 플랫폼 수수료를 30% 넘게 떼인 거예요. 그러면 원가와 인건비 빼고는 남는 게 없거든요. 저는 자영업자들을 상처 입히는 이런 수수료 구조가 잘못되었다고 봅니다.” 라고 덧붙였다. 데일리샷의 경우 현재도, 앞으로도 가맹비를 비롯해 손님의 추가 매출에 대한 수수료를 절대 부과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상생이라는 가치에 어긋나기 때문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다 같이 잘 먹고 잘 사는 것. 동화 같은 이야기는 아닐까. 데일리샷은 상생이라는 가치를 공감해주는 점주들과 가치와 철학을 가진 서비스를 선택하는 다수의 소비자들이 모이면 언제든지 가능하다고 믿는다. 그래서 데일리샷의 대부분 업무와 인력은 매장 홍보와 멤버십 서비스에 집중되어 있다. 밤낮으로 일하고 쉴 새없이 전화벨이 울리지만 김민욱 대표를 비롯한 데일리샷 팀원들은 ‘좋은 것을 나누고 싶다’는 확고한 철학으로 불철주야 일하고 있다. 이런 노력 덕인지 데일리샷은 유사 서비스 앱들이 생겨나도 흔들림 없이 주류 앱 서비스 분야에서 독보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데일리샷이 앞으로 나아갈 비전과 향후 계획을 물었다.“한 잔 그 이상의 가치를 주자.”김 대표가 주저없이 대답했다. 점주와 소비 자를 이어주는 좋은 웰컴드링크 한 잔이 그저 술이 아니라 이 술이 가진 스토리, 이 술을 제공하는 매장의 노력, 분위기 등 모든 것들을 그 이상의 경험으로 느끼게 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 는 것. 구독료가 단순히 술 값으로 치부되는 것이 아니라 보다 더 사람과 사람을 이해할 수 있게 하는 장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내비쳤다. 스스로에게 더 좋은 원료와 공정으로 만든 맥주를 선택하는 것도, 단순히 맥주 한 잔이 아닌 그 뒤에 숨겨진 사람들의 땀과 마음을 읽고 상생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한 잔의 좋은 술이 주는 가치를 다시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 앱을 켜고 주위에 있는 펍을 찾아본다. 매일매일 기분 좋은 첫 잔. 한 잔의 행운처럼 함께 어디선가 같은 멤버십을 즐기고 있을 이들을 떠올려 본다. 그 이상의 가치를 위해 오늘도 꺼지지 않는 사무실 불빛과 현장을 누비는 발걸음을 생각한다. 누구보다 열심히, 누구보다 간절하게 더 많은 사람들이 더 좋은 주류 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고민하는 데일리샷의 다음 샷이 무척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