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May 11, 2018

꽃과 맥주

꽃과 맥주 이미지 Flowers and beer

맥주 속에서도 빛을 발하는 꽃의 아름다움

Blooming flowers in beers

유독 추위가 매서웠던 이번 겨울도 어느덧 저물어 가고, 3월이 다가왔다. 조금 있으면 봄을 맞이하여 화사하고 아름답게 개화한 꽃들을 즐길 수 있단 생각에 살짝 설레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이처럼 보는 것만으로도 큰 즐거움을 주는 고마운 것이 꽃인데, 일부는 음식이나 차에서 미각적, 후각적인 즐거움마저 선사해 주기도 한다. 물론 이는 맥주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맥주와 꽃

Beers and flowers

맥주에 꽃이 들어간다고 말하면 신기하다 생각하는 사람이 대다수 일테지만 사실은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정말 극소수의 맥주를 제외하면 모든 맥주엔 다 꽃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바로 홉(Hop) 말이다. 홉은 삼과의 덩굴성 여러해살이풀로,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그 초록색 봉오리 모양의 ‘홉’은 사실 ‘홉이라는 식물의 암꽃’이 더 정확한 표현이다. 다만 ‘홉’보단 ‘홉의 암꽃’이 쓰이는 일이 더욱 많으니 편의상 홉이라고 지칭하고 있는 것이다. 홉이 맥주에 쓰이기 시작한 것은 8세기 후반부터이며 좀 더 본격적으로, 지금과 같이 거의 모든 맥주에 홉이 들어가게 된 것은 훨씬 나중의 일이다.



그전에는 맥주에 홉을 넣는 것에 ‘당연하다’는 느낌은 없었고, 홉 이외의 다른 풀이나 허브, 꽃 등을 다양하게 맥주에 넣곤 했다. 맥주에 꽃을 넣는 것은 지금에 와선 신기한 도전으로 여겨지지만, 맥주 본연의 모습을 생각하면 사실은 그렇지도 않다는 것이다. ‘맥주의 맛’적인 측면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여러 맥주의 시음기를 보다 보면 ‘꽃과 같은 화사함’, 영어론 ‘플로럴(Floral)’ 내지는 ‘플라워리(Flowery)’하다는 표현을 곧잘 찾아볼 수 있다. 물론 맥주에서 꽃의 풍미는 대부분 효모와 홉에서 오는 것이지만, 이미 꽃 같은 맛이 있는 음료에 실제 꽃을 넣는 것이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지 않은가.

맥주에 쓰이는 꽃들

Flowers used in brewing


히비스커스
아직 우리나라엔 그리 많이 소개되지 않았지만, 진취적인 맥주 문화를 가진 미국이나 벨기에 등지에선 꽃을 넣은 맥주가 꽤나 존재한다(물론 홉 이외의 꽃들 말이다). 꽃의 종류가 천차만별이다 보니 맥주에 쓰이는 꽃의 종류도 정말 많은데, 그나마 가장 많이 쓰이는 꽃들을 몇 가지만 꼽아보았다.

일단 대표주자로는 히비스커스(Hibiscus)가 있다. 히비스커스의 꽃은 차나 요리에 널리 쓰이는 재료로써 강렬한 새콤달콤함이 매력이며, 붉은색의 베리류 과일과 비슷한 맛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매력적인 맛 덕분에 맥주에 이용되는 꽃들 중에선 가장 많이 쓰이고 있는 꽃이다.



엘더플라워(Elderflower) 역시 맥주에 굉장히 자주 쓰이는 꽃이다. 허브로 잘 알려진 히비스커스와는 달리 우리나라에선 아직 많이 생소한 꽃이지만, 유럽에선 중세 시절부터 요리, 잼 등에 사용되어온 매력 있는 꽃이다. 구즈베리(Gooseberry)와 비슷한 향과 향미를 지니고 있으며 블랙베리와 잘 익은 자두의 중간 정도의 맛으로도 표현되곤 한다. 이외에 차로 많이 쓰이는 자스민(Jasmine)과 라벤더(Lavender), 캐모마일(Chamomile)과 우리에게 익숙한 꽃인 금잔화, 민들레, 장미 등도 맥주에 자주 쓰이는 꽃들 중 하나이다.
엘더플라워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꽃맥주

‘Flower beers’ available in Korea


바네하임
많진 않지만, 우리나라라고 해서 맥주에 꽃을 넣은 도전을 한 브루어리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곳이 바로 공릉동에 위치한 ‘브로이하우스 바네하임’이다. 바네하임의 꽃 맥주로는 ‘벚꽃 라거’와 ‘장미 맥주’가 있다. ‘벚꽃 라거’는 지역 재료(벚꽃)를 사용해서 만든 인터네셔널 라거(International Lager)이며 ‘장미 맥주’는 허브 에일(Herb Ale)1) 스타일이다. 둘 다 보일링 과정에서 꽃을 사용하였으며 ‘벚꽃 라거’의 벚꽃은 우리나라도 훌륭한 벚꽃 자생지임을 외국에 알리기 위해, ‘장미 맥주’의 장미는 향을 가장 극대화 시켜 표현할 수 있는 재료라 생각되었기에 각각의 꽃을 사용했다고 한다.

1) 미국 맥주대회 기준으로 식용 장미는 Herb라고 본다.



오랜 준비기간과 많은 실험을 통해 만든 맥주들이어서 인지 두 맥주 다 좋은 반응을 받았으며, ‘벚꽃 라거’의 경우는 해외 대회에 출품을 하여 금메달을 받았다. 이외에 수입된 맥주 중엔 가장 유명한 맥주로 오스트리아의 에델바이스(Edelweiss)를 들 수 있다. 앞서 말한 꽃인 엘더플라워와 민트가 들어가 있으며 꽃과 효모의 화사한 향, 가벼운 음용성 덕분에 많은 대중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맥주다. 또한 히비스커스, 수레국화, 금잔화, 서양산사자, 장미, 라즈베리 잎 등이 들어간 아메리칸 윗 비어인 투 욀(To Øl)의 블라썸(Blossom), 엘더플라워가 들어간 괴즈인 미켈러(Mikkeller)의 스폰탄 엘더플라워(Spontan Elderflower), 자스민, 라벤더, 오렌지 꽃 등이 들어간 트리펠(Tripel)인 애드남스(Adnams)의 트리플 놋(Triple Knot) 등이 우리나라에 소개된 바 있다. 에델바이스 이외에 후술한 맥주들은 현재로선 구하는 데에 다소 애로사항이 있을지 모르겠으나, 조금만 참고 기다리면 봄을 맞아 활짝 피는 꽃처럼 우리를 반겨줄 꽃 맥주들이 다시금 들어오기 시작할 것이다. 그때가 되면 한 번쯤 맥주로도 꽃의 화사함을 입과 코로 만끽해보시길 바란다.

꽃과 맥주 이미지 Flowers and beer

맥주 속에서도 빛을 발하는 꽃의 아름다움

Blooming flowers in beers

유독 추위가 매서웠던 이번 겨울도 어느덧 저물어 가고, 3월이 다가왔다. 조금 있으면 봄을 맞이하여 화사하고 아름답게 개화한 꽃들을 즐길 수 있단 생각에 살짝 설레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이처럼 보는 것만으로도 큰 즐거움을 주는 고마운 것이 꽃인데, 일부는 음식이나 차에서 미각적, 후각적인 즐거움마저 선사해 주기도 한다. 물론 이는 맥주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맥주와 꽃

Beers and flowers

맥주에 꽃이 들어간다고 말하면 신기하다 생각하는 사람이 대다수 일테지만 사실은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정말 극소수의 맥주를 제외하면 모든 맥주엔 다 꽃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바로 홉(Hop) 말이다. 홉은 삼과의 덩굴성 여러해살이풀로,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그 초록색 봉오리 모양

의 ‘홉’은 사실 ‘홉이라는 식물의 암꽃’이 더 정확한 표현이다. 다만 ‘홉’보단 ‘홉의 암꽃’이 쓰이는 일이 더욱 많으니 편의상 홉이라고 지칭하고 있는 것이다. 홉이 맥주에 쓰이기 시작한 것은 8세기 후반부터이며 좀 더 본격적으로, 지금과 같이 거의 모든 맥주에 홉이 들어가게 된 것은 훨씬 나중의 일이다.



그전에는 맥주에 홉을 넣는 것에 ‘당연하다’는 느낌은 없었고, 홉 이외의 다른 풀이나 허브, 꽃 등을 다양하게 맥주에 넣곤 했다. 맥주에 꽃을 넣는 것은 지금에 와선 신기한 도전으로 여겨지지만, 맥주 본연의 모습을 생각하면 사실은 그렇지도 않다는 것이다. ‘맥주의 맛’적인 측면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여러 맥주의 시음기를 보다 보면 ‘꽃과 같은 화사함’, 영어론 ‘플로럴(Floral)’ 내지는 ‘플라워리(Flowery)’하다는 표현을 곧잘 찾아볼 수 있다. 물론 맥주에서 꽃의 풍미는 대부분 효모와 홉에서 오는 것이지만, 이미 꽃 같은 맛이 있는 음료에 실제 꽃을 넣는 것이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지 않은가.

맥주에 쓰이는 꽃들

Flowers used in brewing


히비스커스
아직 우리나라엔 그리 많이 소개되지 않았지만, 진취적인 맥주 문화를 가진 미국이나 벨기에 등지에선 꽃을 넣은 맥주가 꽤나 존재한다(물론 홉 이외의 꽃들 말이다). 꽃의 종류가 천차만별이다 보니 맥주에 쓰이는 꽃의 종류도 정말 많은데, 그나마 가장 많이 쓰이는 꽃들을 몇 가지만 꼽아보았다.

일단 대표주자로는 히비스커스(Hibiscus)가 있다. 히비스커스의 꽃은 차나 요리에 널리 쓰이는 재료로써 강렬한 새콤달콤함이 매력이며, 붉은색의 베리류 과일과 비슷한 맛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매력적인 맛 덕분에 맥주에 이용되는 꽃들 중에선 가장 많이 쓰이고 있는 꽃이다.



엘더플라워(Elderflower) 역시 맥주에 굉장히 자주 쓰이는 꽃이다. 허브로 잘 알려진 히비스커스와는 달리 우리나라에선 아직 많이 생소한 꽃이지만, 유럽에선 중세 시절부터 요리, 잼 등에 사용되어온 매력 있는 꽃이다. 구즈베리(Gooseberry)와 비슷한 향과 향미를 지니고 있으며 블랙베리와 잘 익은 자두의
엘더플라워

중간 정도의 맛으로도 표현되곤 한다. 이외에 차로 많이 쓰이는 자스민(Jasmine)과 라벤더(Lavender), 캐모마일(Chamomile)과 우리에게 익숙한 꽃인 금잔화, 민들레, 장미 등도 맥주에 자주 쓰이는 꽃들 중 하나이다.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꽃맥주

‘Flower beers’ available in Korea


바네하임
많진 않지만, 우리나라라고 해서 맥주에 꽃을 넣은 도전을 한 브루어리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곳이 바로 공릉동에 위치한 ‘브로이하우스 바네하임’이다. 바네하임의 꽃 맥주로는 ‘벚꽃 라거’와 ‘장미 맥주’가 있다. ‘벚꽃 라거’는 지역 재료(벚꽃)를 사용해서 만든 인터네셔널 라거(International

Lager)이며 ‘장미 맥주’는 허브 에일(Herb Ale)1) 스타일이다. 둘 다 보일링 과정에서 꽃을 사용하였으며 ‘벚꽃 라거’의 벚꽃은 우리나라도 훌륭한 벚꽃 자생지임을 외국에 알리기 위해, ‘장미 맥주’의 장미는 향을 가장 극대화 시켜 표현할 수 있는 재료라 생각되었기에 각각의 꽃을 사용했다고 한다.

1) 미국 맥주대회 기준으로 식용 장미는 Herb라고 본다. 앞서 말한



오랜 준비기간과 많은 실험을 통해 만든 맥주들이어서 인지 두 맥주 다 좋은 반응을 받았으며, ‘벚꽃 라거’의 경우는 해외 대회에 출품을 하여 금메달을 받았다. 이외에 수입된 맥주 중엔 가장 유명한 맥주로 오스트리아의 에델바이스(Edelweiss)를 들 수 있다.

꽃인 엘더플라워와 민트가 들어가 있으며 꽃과 효모의 화사한 향, 가벼운 음용성 덕분에 많은 대중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맥주다. 또한 히비스커스, 수레국화, 금잔화, 서양산사자, 장미, 라즈베리 잎 등이 들어간 아메리칸 윗 비어인 투 욀(To Øl)의 블라썸(Blossom), 엘더플라워가 들어간 괴즈인 미켈러(Mikkeller)의 스폰탄 엘더플라워(Spontan Elderflower), 자스민, 라벤더, 오렌지 꽃 등이 들어간 트리펠(Tripel)인 애드남스(Adnams)의 트리플 놋(Triple Knot) 등이 우리나라에 소개된 바 있다. 에델바이스 이외에 후술한 맥주들은 현재로선 구하는 데에 다소 애로사항이 있을지 모르겠으나, 조금만 참고 기다리면 봄을 맞아 활짝 피는 꽃처럼 우리를 반겨줄 꽃 맥주들이 다시금 들어오기 시작할 것이다. 그때가 되면 한 번쯤 맥주로도 꽃의 화사함을 입과 코로 만끽해보시길 바란다.

EDITOR 김정환
TRANSLATOR 김혜정

ⓒ 2018 All rights reserved. THE BEERPO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