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May 11, 2018

최고의 양조 기술과 장인 정신이 떠받치는
독일 맥주의 미래

독일의 맥주

독일 맥주의 미래

The future of German beer

1516년 4월 23일. 독일 남부 바이에른 공국의 도시인 잉골슈타트에서 북바이에른의 왕 빌헬름 4세는 어떠한 맥주도 보리, 홉, 순수한 물 이외의 다른 재료를 사용할 수 없도록 한 독일청정법(deutsches Reinheitsgebot), 즉, 맥주순수령을 공포했다. 맥주순수령은 가격이 비싼 밀과 귀리에 대한 공국의 지배력을 확보하고 가격 안정을 도모하며 불량재료를 사용한 저질 맥주의 양조를 막는 효과를 가져왔다. 1993년 새로운 ‘맥주법령(Bierverordnung)’이 발표되면서 사실상 맥주순수령은 폐지되었지만 많은 양조장들이 현재도 자국 맥주의 우수성을 표방하는 가치로서 맥주순수령을 지켜 나가고 있다. 맥주순수령이 공포된 이후, 독일 맥주의 질적인 향상이 이루어졌고 이는 맥주가 독일인들의 자부심으로 자리잡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맥주순수령의 두 얼굴

Two faces of Purity Law

20세기 들어 미국을 위시한 많은 나라들이 낮은 비용을 들여 많은 양의 맥주를 양조할 수 있는 부속물(Adjunt) 라거의 생산에 열을 올렸다. 양조장이 아닌 공장에서 생산된 이러한 맥주들은 저렴한 가격과 언제 어디서든 즐길 수 있는 부담 없는 맛으로 세계인의 입 맛을 사로잡았다. 이러한 세계적인 흐름 속에서 독일 맥주는 빛을 발했다. 원료의 순수성과 고집스런 장인 정신으로 대변되는 독일 맥주의 이미지는 맥주순수령이라는 날개를 달고 유럽과 세계로 퍼져나갔다. 2016년 유럽에서 생산된 390억 리터의 맥주 중 약 21%인 83억 리터의 맥주가 독일에서 생산되었으며 이는 독일이 유럽에서 가장 많은 맥주를 생산하는 나라라는 것을 말해준다. 그러나 현대에 이르러 역설적으로 맥주순수령이 독일 맥주의 다양성을 가로막고 있다. 현재도 독일에선 필스너, 둥켈, 바이젠과같은 전통적인 스타일의 맥주가 생산량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맥주순수령의 영향으로 독창적인 재료를 사용하거나 역사적으로 존재했던 맥주를 재탄생 시키는 등의 실험적인 양조가 활발하게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다.



이는 독일에서 덴마크의 미켈러(Mikkeller)나 네덜란드의 드몰렌(De molen), 스코틀랜드의 브루독(Brewdog)과 같은 세계적인 크래프트 양조장이 탄생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견고한 성 같기만 하던 독일 내수 시장도 이러한 다양성의 부재로 인해 외부의 강력한 위협을 받고 있다.
독일 맥주시장에서 수입 맥주의 점유율이 10%를 웃돌고 있으며 미국의 안호이저-부시를 인수해 세계 제1위의 맥주기업이 된 벨기에의 인베브(InBev)는 독일에서도 제 1위의 맥주기업으로 부상했다. 이후 독일의 유명한 맥주회사인 벡스(Beck’s), 디벨스(Diebels), 하세뢰더(Hassroder), 길데(Gilde), 뢰벤브로이(Lowenbrau), 프란치스카너(Franziskaner) 등을 꾸준히 인수하면서 자신들의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다.

서서히 감소하는 맥주 소비량

Beer consumption is slowly decreasing

독일의 맥주 산업은 내부의 정치적, 문화적 도전에도 직면해 있다. 1970년 중반까지 독일인들은 1인당 일년에 150리터의 맥주를 마셨다. 이후 1991년에 1인당 소비량이 141.9리터까지 떨어졌으며 2015년에는 105.9리터가 되었다. 1970년대에 비해 현재 독일인들의 맥주소비는 2/3수준에 머물고 있다. 과거 독일인들은 차를 많이 운전하지 않았고 집과 가까운 거리에서 일했다. 일터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맥주를 마시는 풍경은 독일인들에게는 매우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그러나 생활 패턴이 달라짐에 따라 차량을 이용한 이동이 증대되고 음주 운전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면서 자연히 술을 멀리하는 사람이 많아지게 되었다.

또한 건강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면서 맥주의 소비는 감소하고 물과 무알코올 맥주의 소비는 증가하고 있다. 독일인들은 1991년에 79리터의 물을 마셨지만 2015년에는 그 두 배인 152리터의 물을 마셨다. 맥주의 소비는 같은 기간 36리터 줄었다. 현재 독일에서는 400여 개의 무알코올 맥주가 생산되고 있다. 맥주소비량의 증가는 향후에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독일 또한 심각한 인구노령화와 저출산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 정부는 2060년까지 독일의 인구가 1천만 명 이상 감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변해야 산다

Change is the key to survive

이러한 거대한 도전에 맞서 독일 맥주 산업은 변화와 혁신을 모색하고 있다. 독일의 맥주 회사들도 대형화를 통해 초국적 맥주 기업들의 도전에 대응하고 있다. 다른 경쟁 회사들을 합병하거나 지방의 이름 있는 맥주 회사들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대규모화를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베를린을 기점으로 크래프트 양조장의 수가 급증하고 있으며 이들은 새로운 크래프트 맥주를 생산하고 있다.
이와 함께 독일은 자국의 맥주 소비량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세계의 문을 두드리고있다. 독일의 2015년 대비 2016년의 맥주 수출량은 4.2% 증가하였으며 EU회원국이 아닌 나라로의 수출은 8.3% 증가하였다. 최근에는 아시아 지역으로의 맥주 수출량이 획기적으로 늘어나고 있으며 중국과 한국이 이러한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빠른 물살에 몸을 맡기는 것은 쉬운 일이다. 그러나 그 물살의 흐름에 지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만드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현재 독일 맥주는 과거를 터잡아 미래로 나아가는 과도기에 있다. 최고의 양조 기술과 고집스런 장인 정신이 새로운 흐름을 받아들이고 조금씩 자신의 모습을 변화시키는 모습을 기대한다. 클라스는 영원하니까.

독일의 맥주

독일 맥주의 미래

The future of German beer

1516년 4월 23일. 독일 남부 바이에른 공국의 도시인 잉골슈타트에서 북바이에른의 왕 빌헬름 4세는 어떠한 맥주도 보리, 홉, 순수한 물 이외의 다른 재료를 사용할 수 없도록 한 독일청정법(deutsches Reinheitsgebot), 즉, 맥주순수령을 공포했다. 맥주순수령은 가격이 비싼 밀과 귀리에 대한 공국의 지배력을 확보하고 가격 안정을 도모하며 불량재료를 사용한 저질 맥주의 양조를 막는 효과를 가져왔다. 1993년 새로운 ‘맥주법령(Bierverordnung)’이 발표되면서 사실상 맥주순수령은 폐지되었지만 많은 양조장들이 현재도 자국 맥주의 우수성을 표방하는 가치로서 맥주순수령을 지켜 나가고 있다. 맥주순수령이 공포된 이후, 독일 맥주의 질적인 향상이 이루어졌고 이는 맥주가 독일인들의 자부심으로 자리잡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맥주순수령의 두 얼굴

Two faces of Purity Law

20세기 들어 미국을 위시한 많은 나라들이 낮은 비용을 들여 많은 양의 맥주를 양조할 수 있는 부속물(Adjunt) 라거의 생산에 열을 올렸다. 양조장이 아닌 공장에서 생산된 이러한 맥주들은 저렴한 가격과 언제 어디서든 즐길 수 있는 부담 없는 맛으로 세계인의 입 맛을 사로잡았다. 이러한 세계적인 흐름 속에서 독일 맥주는 빛을 발했다. 원료의 순수성과 고집스런 장인 정신으로 대변되는 독일 맥주의 이미지는 맥주순수령이라는 날개를 달고 유럽과 세계로 퍼져나갔다. 2016년 유럽에서 생산된 390억 리터의 맥주 중 약 21%인 83억 리터의 맥주가 독일에서 생산되었으며 이는 독일이 유럽에서 가장 많은 맥주를 생산하는 나라라는 것을 말해준다. 그러나 현대에 이르러 역설적으로 맥주순수령이 독일 맥주의 다양성을 가로막고 있다. 현재도 독일에선 필스너, 둥켈, 바이젠과같은 전통적인 스타일의 맥주가 생산량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맥주순수령의 영향으로 독창적인 재료를 사용하거나 역사적으로 존재했던 맥주를 재탄생 시키는 등의 실험적인 양조가 활발하게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다.



이는 독일에서 덴마크의 미켈러(Mikkeller)나 네덜란드의 드몰렌(De molen), 스코틀랜드의 브루독(Brewdog)과 같은 세계적인 크래프트 양조장이 탄생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견고한 성 같기만 하던 독일 내수 시장도 이러한 다양성의

부재로 인해 외부의 강력한 위협을 받고 있다. 독일 맥주시장에서 수입 맥주의 점유율이 10%를 웃돌고 있으며 미국의 안호이저-부시를 인수해 세계 제1위의 맥주기업이 된 벨기에의 인베브(InBev)는 독일에서도 제 1위의 맥주기업으로 부상했다. 이후 독일의 유명한 맥주회사인 벡스(Beck’s), 디벨스(Diebels), 하세뢰더(Hassroder), 길데(Gilde), 뢰벤브로이(Lowenbrau), 프란치스카너(Franziskaner) 등을 꾸준히 인수하면서 자신들의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다.

서서히 감소하는 맥주 소비량

Beer consumption is slowly decreasing

독일의 맥주 산업은 내부의 정치적, 문화적 도전에도 직면해 있다. 1970년 중반까지 독일인들은 1인당 일년에 150리터의 맥주를 마셨다. 이후 1991년에 1인당 소비량이 141.9리터까지 떨어졌으며 2015년에는 105.9리터가 되었다. 1970년대에 비해 현재 독일인들의 맥주소비는 2/3수준에 머물고 있다. 과거 독일인들은 차를 많이 운전하지 않았고 집과 가까운 거리에서 일했다. 일터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맥주를 마시는 풍경은 독일인들에게는 매우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그러나 생활 패턴이 달라짐에 따라 차량을 이용한 이동이 증대되고 음주 운전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면서 자연히 술을 멀리하는 사람이 많아지게 되었다.

또한 건강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면서 맥주의 소비는 감소하고 물과 무알코올 맥주의 소비는 증가하고 있다. 독일인들은 1991년에 79리터의 물을 마셨지만 2015년에는 그 두 배인 152리터의 물을 마셨다. 맥주의 소비는 같은 기간 36리터 줄었다. 현재 독일에서는 400여 개의 무알코올 맥주가 생산되고 있다. 맥주소비량의 증가는 향후에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독일 또한 심각한 인구노령화와 저출산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 정부는 2060년까지 독일의 인구가 1천만 명 이상 감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변해야 산다

Change is the key to survive

이러한 거대한 도전에 맞서 독일 맥주 산업은 변화와 혁신을 모색하고 있다. 독일의 맥주 회사들도 대형화를 통해 초국적 맥주 기업들의 도전에 대응하고 있다. 다른 경쟁 회사들을 합병하거나 지방의 이름

있는 맥주 회사들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대규모화를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베를린을 기점으로 크래프트 양조장의 수가 급증하고 있으며 이들은 새로운 크래프트 맥주를 생산하고 있다. 이와 함께 독일은 자국의 맥주 소비량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세계의 문을 두드리고있다. 독일의 2015년 대비 2016년의 맥주 수출량은 4.2% 증가하였으며 EU회원국이 아닌 나라로의 수출은 8.3% 증가하였다. 최근에는 아시아 지역으로의 맥주 수출량이 획기적으로 늘어나고 있으며 중국과 한국이 이러한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빠른 물살에 몸을 맡기는 것은 쉬운 일이다. 그러나 그 물살의 흐름에 지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만드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현재 독일 맥주는 과거를 터잡아 미래로 나아가는 과도기에 있다. 최고의 양조 기술과 고집스런 장인 정신이 새로운 흐름을 받아들이고 조금씩 자신의 모습을 변화시키는 모습을 기대한다. 클라스는 영원하니까.

CONTRIBUTING EDITOR 이동석 도아인터내셔널 대표
TRANSLATOR 김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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