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May 11, 2018

미시건에서 샌디에이고까지
5,800킬로미터를 달리다 – part.1

미시건에서 샌디에이고까지 5,800킬로미터를 달리다 – part.1 이미지 미국 브루어리

미국 브루어리 투어 대장정

Great American Beer Road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은 프랑스 보르도나 브루고뉴 지역의 와이너리를 찾아 돌아다니며 맛있는 와인을 맛보고 여행하는 것을 꿈꾸고 미술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고흐를 찾아 피카소를 찾아 마티스를 찾아 박물관을 다니며 마음속에 있는 자신만의 피카소와 대화를 나누기도 할 것이다. 기차를 좋아하는 사람은 평생 한번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그 끝까지 달려보는 것을 소망할 것이다.
이렇듯 자기 내면에 있는 열정의 대상을 향해 가고 싶어한다. 어쩌면 여행은 내 안에 그려놓은 환상을 현실에서 부닥쳐 보고자 하는 무모한 행동일지도 모르겠다.



맥주를 알아가고 크래프트 맥주를 마시면서 언제부턴가 내 안에는 그런 환상이 자라고 있었다. 이런 맥주를 만드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그들이 사는 곳은 어디인가? 어떤 마음으로 무슨 재미로 맥주를 만드는지 궁금했다. 직접 그들을 만나고 대화하고, 만드는 곳을 눈으로 확인하고 싶다는 마음은 점점 커져만 갔다. 평생을 아주 단순한 맛의 맥주를 마셔온 우리나라 대부분의 맥주 소비자들은 이러한 심정을 헤아리기 어렵겠지만 크래프트 맥주를 맛본 사람들이라면 이 심정을 조금 이해할 수도 있으리라 생각된다. 어쨌거나 그렇게 몇 년 동안 내 안에 커져왔던 크래프트 맥주에 대한 환상을 한번은 맞닥뜨려 현실의 이미지로 치환하고 싶었다. 그리하여 크래프트 맥주의 나라 미국을 가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미국에는 크래프트 맥주를 만드는 브루어리(양조장)가 6,000개에 달한다고 하니 그야말로 맥주의 천국이라 할 수 있다. 유럽에서 건너온 와인 생산자들이 미국 서부의 나파 밸리나 소노마 밸리 등에서 대규모로 포도를 재배하고 와인을 만드는 와이너리가 많지만 맥주를 만드는 브루어리처럼 이렇게 많지는 않다. 그 이유를 생각해 보면 와이너리는 포도 농장과 같이 있어야 하는 반면 맥주를 만드는 브루어리는 그것으로부터 자유롭다. 꼭 밀 농장을 하지 않아도 홉 농장을 하지 않아도 주변에서 재료를 사다가 자기만의 스타일로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맥주에는 있다. 마치 비슷한 재료를 사다가 다양한 음식을 만들어 파는 레스토랑과 비슷하다 할 수 있다. 홉 농장을 하지 않아도 주변에서 재료를 사다가 자기만의 스타일로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맥주에는 있다. 마치 비슷한 재료를 사다가 다양한 음식을 만들어 파는 레스토랑과 비슷하다 할 수 있다. 그렇게 미국에는 지역별로 맥주를 만드는 양조장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생긴 것이다. 그것도 불과 30년만에 말이다. 한정된 시간에 그 넓은 미국 땅에 그 많은 양조장을 다 돌아 보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니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평소에 꼭 가보고 싶었던 양조장, 마시고 싶었던 맥주 그리고 주변에 멋진 관광지가 있으면 더 좋을 것이다. 자 이제부터 천천히 맥주 투어를 계획하고 환상의 성을 무너뜨리러 가볼 작당을 해보자.

여행 멤버의 구성

Recruiting travel mates

맥주 브루어리를 여행할 때는 팀을 만들어서 가는 것이 여러모로 유익하다. 특히 나눔(Share)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4인이 한 팀이 되면 가장 좋은데 자동차를 렌트하면 넷이 나누어 비용을 지불해 지출이 4분의 1로 줄어들 뿐 아니라 교대로 운전을 하면 피로도 덜하기 때문이다. 또한 맥주 여행에서는 여러 가지의 맥주를 다양하게 맛보고 싶은 욕심이 나기 마련인데 혼자 다니면 맥주 한 병을 혼자 마셔야 하기 때문에 여러 병을 맛보기 어렵다. 서너 명이 한 팀으로 이동하면 한 병의 맥주를 나누어 시음할 수 있고 가능한 다양하게 맥주를 맛 볼 수 있다. 맥주는 많은데 간은 하나인 것이 얼마나 슬픈 일인지 모른다. 많은 맥주를 하나의 간으로 상대하다 보면 취하기도하고 하루 이틀 지나면 피로도가 상당하기 때문에 가능한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맥주 여행을 다니는 것을 추천한다.

하지만 돈과 시간이 많은 사람이라면 이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혼자서 천천히 하루에 한 두 잔씩 마시면서 몇 개월 동안 여행 다닐 수 있다면 무엇이 걱정이겠는가?멤버 40대 중반의 아재 두 명을 더하여 나까지 세 명으로 구성되었다. 그러니까 불혹 아재 셋이서 미국 맥주 여행을 작당한 것이다. 여행에서 멤버가 왜 특별하느냐면 제일 친한 친구를 일년에 만나는 총 시간보다 한번의 여행에서 동반자들과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먹고 자고 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더 특별한 관계가 되거나 아니면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즉 여행을 한 후에 관계가 ‘도 아니면 모’가 될 수 있는 것은 함정이다. 아재 세 명이 특별히 모난 성격이 없는 것으로 판단되어 그렇게 가기로 의기투합한다.

방문 지역과 브루어리 선정

Selecting the breweries


꼭 방문해야 하는 브루어리를 우선 정하고 그것을 지나는 동선에 있는 괜찮은 브루어리를 찾아서 일정에 넣었다. 일행 중 한 명이 미시건주의 그랜드 래피즈(Grand Rapids)에 있는 파운더스를 꼭 방문해야 하기 때문에 우리는 비행기 도착지를 시카고로 정하고 돌아올 때는 웨스트 코스트 브루어리를 둘러보고 로스엔젤레스에서 귀국한다는 큰 방향을 잡고 나니 얼추 미국 횡단의 루트가 나왔다.

‘시카고- 인디애나 뮌스터- 미시건 그랜드 래피즈 – 콜로라도 덴버-포트 콜린스 – 샌프란시스코 – 로스앤젤레스 – 샌디에이고 – 로스앤젤레스’를 구글맵에 연결하니 5,000킬로미터가 넘는 길이었다. 그야말로 대장정이고 맥주를 찾아가는 21세기 실크로드가 아닌가? 그리하여 이번 여행은 Great American Beer Road로 명명되었다. 도시가 결정 되었으니 도시마다 꼭 가봐야 하는 브루어리를 찾아서 하나씩 표시 하다 보니 몇 달의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서 추리고 또 추려야 했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고작 12일이었기 때문이다. 자 이제 아메리칸 비어로드를 하나씩 따라가 보자.

시카고

Chicago

많은 이들에게 바람의 도시(Windy City)로 알려진 도시, 시카고는 나에게는 시카고 불스와 시카고 컵스 그리고 한때를 풍미했던 팝그룹 시카고가 먼저였다. 적어도 맥주를 알기 전까지는…

Goose Island

맥주를 알고부터 시카고하면 떠오르는 것은 구스 아일랜드다. 시카고를 대표하는 크래프트 맥주 회사인 구스 아일랜드는 몇 해전 세계에서 가장 큰 맥주회사 AB인베브에 팔리기 전까지는 그야말로 시카고뿐만 아니라 미국을 대표하는 크래프트 맥주 회사였다. (미국 브루어 협회(Brewers Association)의 정의에 따르면 대기업에 지분 23% 이상을 매각한 회사는 크래프트 맥주로 분류하지 않는다.) 작년부터 한국에도 수입되어 국내 맥주 소비자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구스 아일랜드는 직접 가보니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좋은 콘텐츠를 가지고 있었다.



솔직히 구스 아일랜드는 별로 기대하고 가지 않았다. 그저 최초의 배럴 숙성 맥주인 버번 카운티임페리얼 스타우트나 주면 실컷 마시고 오자고 생각했는데 브루어리 탭룸에서 마시는 맥주들은 너무 신선하고 맛있었다. 특히 줄리엣(Juliet), 할리아(Halia), 마틸다(Matilda) 등의 사워 비어를 생맥주로 마시면서 사워 맥주가 신선할 때 이런 맛이구나 감탄했다. 테이스팅 룸 매니저를 맡고 있는 애런(Aaron)은 멀리 한국에서 왔다고 탭룸의 맥주를 아낌없이 내어주었다. 심지어 같은 맥주의 생산 년도가 다른 맥주를 비교 시음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고 맥주 이야기로 분위기는 한껏 달아 올랐다.



이러면 안되지만 브루어리도 둘러보기 전에 탭룸에서 웰컴 드링크로 이미 반쯤 ‘접신’ 단계에 다다른 것이다. 시음할 때 맥주를 바닥까지 다 마시면 취하는 것을 알면서도 무조건 반사적으로 다 마시게 되는 맥주가 있는데 그것은 맥주가 맛있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그렇게 된다. 아무튼 기대도 안하고 갔던 구스 아일랜드는 그렇게 우리를 맥주로 무장해제 시켰던 것이다. 이제 워밍업 끝났으니 브루어리를 둘러보자는 애런의 말에 우리는 그 맛있는 맥주가 만들어지는 현장으로 들어갔다.

GOOSE ISLAND BREWERY

1800 W FULTON STREET CHICAGO, IL 60612 / TELEPHONE 800-466-7363

시카고의 밤

Night scenery in Chicago

겨우 2박 3일밖에 허락되지 않은 시카고의 마지막 밤에 우리는 맥주로부터 잠시 일탈을 하기로 하고 시카고의 야경을 볼 수 있는 가장 높은 빌딩을 찾아 나섰다. 자정이 다 되어 가는 시간에 우리는 정말 가까스로 존 핸콕 타워에 올라 갈 수 있었다. 시간이 늦어서 전망대는 닫았고 아래층에 도심을 전망할 수 있는 바가 있는데 그곳으로 무작정 들어가니 문닫을 시간이 다 돼서 음식이나 음료를 주문할 수는 없단다. 그래서 잠시 야경을 보다 가도 되겠냐고 물으니 선뜻 그러라고 한다. 창가에 붙어서 시카고를 발 밑으로 내려다 보는 순간 입에서는 그저 감탄사만 나올 뿐이다. 길 건너 보이는 다른 빌딩에는 구름이 걸려 있어 마치 애니메이션에서 보았던 미래 도시를 보고 있는 착각이 들었다. 이 풍경을 어떻게든 카메라에 담아보려고 창에 빛이 반사되지 않도록 최대한 낮은 각도를 찾아 엎드려서 셔터를 눌러댔다.



건축의 도시답게 아름다운 건축물들이 도시 곳곳에 자리잡고 있고 그 건물들의 실루엣과 잘 짜여진 도시의 불빛이 어느덧 별이 되기도 한다. 이곳에서 여유롭게 맥주 한잔 마시면서 잠시라도 멍 때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다가 이 짧은 시간을 볼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한 마음으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를 탔다. 빌딩을 내려와 주변을 잠시 걸어보니 시카고는 옛 것과 현대의 것이 조화롭게 자리하고 있었다. 마치 버번 위스키를 담고 나온 옛 오크통에 새로운 크래프트 맥주를 담아 숙성하여 새롭게 탄생한 버번 카운티 맥주처럼 말이다.

주관적이고 객관적인 유언 Beer. 1

자동차 여행 - Road trip

자동차 여행은 절대로 만만한 일이 아니다. 특히 초행길은 매우 어렵고 야간 운전은 절대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총 열흘 동안 5800킬로미터를 운전하다 보니 운전하는 동안 또는 뒷자리에서 좀비가 되어 있는 동안 별의별 생각을 다하게 된다.

주관적이고 객관적인 유언 Beer. 2

무인 자동차 - Autonomous car

무인자동차의 시대가 오긴 오겠지? 한 5년? 아니 10년은 더 지나야 완전한 무인 자동차의 시대가 가능하지 않을까 싶은데, 10년이면 2027년! 와우… 옛날 공상과학 만화나 영화에 나오던 미래가 이쯤 된 것 같다. 아직도 그 시대를 향해 가고 있는 것이 잘 믿기지는 않지만 무인 자동차 시대가 오면 이렇게 자동차 여행을 하는 것이 엄청 편해질 것은 확실하다. 목적지만 입력하고 Go 버튼만 누르면 어디는 갈 테니 말이다. 탑승자들은 그 사이에 일을 할 수 있고 마음껏 잘 수도 있으며 심지어 맥주도 마실 수 있겠다. 더 이상 화석 연료에 의존하지 않고 전기나 태양열로 움직이는 차들은 주유를 할 필요도 없을 것 같다.

열흘 동안 미국에서 약 5800킬로미터를 달리다 보니 무인 자동차 생각이 너무 절실했다. 특히 야간에 동행들은 자고 혼자 운전을 할 때는 더욱더 그러하다. 검은 도로를 끊임 없이 달리면 순간순간 착시 현상도 있어서 현실감을 잃어 버리는 경우도 있다. 이럴 경우 정신을 집중하지 않으면 차선을 이탈하거나 앞차와 추돌하는 사고가 일어날 수 있기에 혼자 중얼거리나 노래를 부르며 졸음을 쫓아야 한다. 그래도 안되면 휴게소에 들러서 눈을 붙여야 한다. 안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으니까.

주관적이고 객관적인 유언 Beer. 3

무인 자동차와 구글 - Autonomous car and Google

몇 년 전 구글이 무인 자동차 사업에 진출한다기에 자동차 회사도 아닌 기업이 무슨 일인가 싶었는데 이번 자동차 여행을 해보니 그것이 자연스럽게 이해가 된다. 이제는 내비게이션이 따로 필요 없고 휴대폰으로 구글맵에 목적지를 검색하고 길 찾기 버튼만 누르면 최단시간, 최단거리를 실시간으로 알려준다. 심지어 한국어로 길안내도 해주니 다른 내비게이션이 무슨 필요가 있겠나? 구글맵 하나만 있으면 세계 어디든 길 잃어 버릴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 그뤠잇 구글!

뮌스터

Indiana Munster

쓰리 플로이즈 브루잉

3 Floyds Brewing Company

쓰리 플로이즈는 가끔씩 미국을 다녀온 맥덕들로부터 구전되어 오는 브루어리였다. 마치 레드 제플린이나 핑크 플로이드 같은 70-80년대 전설의 록밴드처럼 현실성이 없는, 그저 책에나 나올법한 브루어리로 나에게는 인식된 곳이었다. 시카고 주변을 검색하다가 미시건 가는 길에 일리노이주와 인디애나주의 경계 지역에 쓰리 플로이즈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다른 데는 못 가도 여기는 무조건 가봐야 한다고 생각하고 스케줄 표에 Must go를 표시했다.



그리고 홈페이지를 뒤져서 이메일을 보냈다. 한국에서 맥주 잡지를 만들고 있는 사람인데 쓰리 플로이즈를 보고 싶다고… 밑져야 본전이었다. 회신이 안 오면 그냥 가서 맥주 한잔 마시고 티셔츠나 하나 사오면 그것도 좋은 일이었다. 얼마 후 커뮤니케이션 디렉터의 메일을 받고 시간 약속을 한 후 그곳에 도착했다. ‘전설의 맥주 다크 로드(Dark Lord)를 맛 볼 수 있을까?’하는 기대로 쓰리 플로이즈 브루펍의 문을 여는 순간 나는 80년대 헤비메탈의 시대로 공간 이동을 한 것 같은 착각에 빠졌다. 스피커에서는 디스토션(전자 기타의 음을 변형하거나 증폭하는 장치 중 하나)으로 이빠이(왠지 이말이 여기에는 어울릴 것 같다) 찌그러트린 전자 기타 소리와 샤우팅 보이스의 음악이 시끄럽게 흘러 나왔고 갱 영화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덩치 큰 아저씨들이 바에 앉아서 다소곳이 맥주를 마주하고 있었다. 아 이 얼마나 아름다운 풍경인가? 쓰리 플로이즈의 맥주 이름과 라벨 디자인은 역시 하드록이나 헤비메탈 자켓에서 보았던 해골과 좀비, 괴물, 몬스터들로 꾸며진다. 실내 디자인도 컨셉을 유지해서 브루잉 장비의 메탈릭함과 묘하게 어울리게 자리잡고 있었다.



이들의 맥주를 맛보면 디자인이나 이름보다 수수하다. 기괴하고 괴팍하고 날카로울 것 같지만 대단히 균형이 잘 잡혔다는 것을 느낀다. 스타일마다 특징을 잘 표현했으며 밸런스를 통한 음용성도 좋아서 또 마시게 되는 이상한 맥주다. 맥주 평가 사이트 중 가장 많이 사용하고 평가 데이터가 많은 레이트비어닷컴(ratebeer.com)에서 페일 에일 스타일 맥주 전체 1위를 유지하고 있는 좀비 더스트는 특히 균형, 음용성, 스타일의 3박자를 골고루 갖추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브루어리를 방문해도 맛 볼 수 없는 그 유명한 다크 로드는 매년 5월 ‘다크 로드 데이’를 통해서 일년에 딱 하루만 판매를 한다고 하는데 이 맥주를 사기 위해서 팬들이 전세계에서 몰려들어 하루 만에 모두 팔린다고 한다.



이해할 수 없지만 참 놀랍고 멋진 일이다. 맥주 하나 사려고 미리 티켓을 사야 하고 티켓을 산 사람만 다크 로드 데이에 참여할 수 있다고 한다. 헤비메탈 공연과 함께 다크 로드를 축하하며 즐기는 일년에 한번 있는 맥주 축제라고 하니 언젠가 꼭 다시 와보겠다는 다짐을 하고 길을 나선다. 이외 여러 종류의 맥주가 레이트비어에서 100점으로 평가되니 이 지역을 여행할 때 꼭 한번 방문해 보기를 권한다. 불행하게도 우리나라에는 쓰리 플로이즈의 맥주가 수입되지 않아서 구할 수 없다. 미국에서도 이들의 맥주는 5개 주 정도만 유통한다고 하니 너무 서운할 필요는 없겠다.

3 FLOYDS BREWING CO.

9750 INDIANA PARKWAY MUNSTER, INDIANA 46321 / TELEPHONE 219 922 4425

주관적이고 객관적인 유언 Beer. 4

OK Google

구글은 우리에게 친절하게 길을 안내해주면서 우리의 움직임을 다 기록하고 있을 것이다. 이번 여행을 예로 들면 검색 값이 거의 Beer, Brewery였고 그 길을 따라 계속 구글맵이 움직였으니 구글은 나를 ‘미친 맥덕’으로 인식을 하고 다음에 미국에 오면 아마 관련 정보를 쉼 없이 뿌려 줄 것이다. 어느 동네에 도착하면 그 동네에 평점이 가장 좋은 맥주집과 브루어리를 추천해 줄 것이다. (이미 지금도 비슷한 서비스를 하고 있지만…) 구글이 무서운 건 지도가 정확하고 내비게이션 기능이 좋아서가 아니라 이들이 모으는 빅데이터가 있기 때문이다.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쓸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고 그들이 어떤 패턴으로 움직이는지 계속 쌓이고 있기 때문에 어떤 분야를 막론하고 구글의 그물망을 빠져 나가기가 힘들다. 무인 자동차의 시대가 오든 인공지능의 시대가 오든 이 시대의 빅브라더는 구글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생각된다.

우리나라의 포털은 언제까지 로컬 서비스만 할 것인가? 그러고 보면 중국은 이 시대를 내다보고 구글이나 페이스북을 금지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사회주의의 이름으로 서비스를 금지 시키고 그 사이 자국의 포털서비스와 소셜미디어, 전자화폐, 이커머스 등을 매우 빠르게 성장 시켜서 2강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듯하다. 그렇다고 보면 향후 빅브라더는 구글과 알리바바인가? IT 강국 대한민국은 어느 서버에 접속해서 살아 갈지 궁금하다.

그랜드 래피즈

Grand Rapids : City of Breweries

사실 이 도시의 이름을 알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마 파운더스가 아니면 평생 가보지 않을 수도 있는 도시가 아닌가 싶은데 막상 가보니 제대로 맥주의 도시였다. 그랜드 래피즈는 미시건주에서 디트로이트 다음으로 두 번째로 큰 도시인데, 시내의 인구는 19만명 정도에 브루어리가 35개라고 하니 그야말로 인구 대비 브루어리가 넘쳐난다 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브루어리가 있으니 바로 파운더스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맥주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는 ‘믿고 마시는 파운더스’라는 말이 생겨 날 정도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브루어리다.

파운더스

Found Founders!!

드디어 파운더스를 만났다. 파운더스 브루어리는 생각보다 규모가 엄청 컸다. 곳곳에는 창립 20주년을 기념하는 포스터와 배너가 걸려져 있고, 대낮부터 사람들은 파운더스 탭하우스에 앉아서 맥주를 즐기고 있었다. 파운더스 브루잉 컴퍼니는 1996년 Mike Stevens와 Dave Engbers에 의해 만들어졌는데 처음에는 다른 브루어리들과 마찬 가지로 지역명(Canal Street)을 따서 브루어리의 이름을 짓게 되었다.



Canal Street 브루어리의 병제품 라벨에 흑백의 사진으로 Canal Street의 전경과 ‘Founders’라는 글자가 함께 새겨져 있었는데 이것이 널리 알려져서 ‘Founders Brewing Company’란 명칭이 사용되게 되었다고 한다.

파운더스는 2000년대 중반부터 미시간 내 가장 유망한 브루어리로 성장하게 되었고, 미국 내 37개 주에 유통하게 되었으며, 연간 생산량이 340,000배럴에 달하게 된다. Founders Brewing Company는 2012년 미국 크래프트 브루어리 중 매출 규모로 30위권에 도달했으며 미국 브루어리 중 전체 41위의 규모로 성장하게 된다. 2016년 현재 미국 전체 맥주 시장에서 16위에 랭크 될 정도로 놀라운 성장을 했다. 하지만 파운더스도 처음부터 성공을 한 것을 아니다. 초창기에 많은 대중들이 좋아할만한 맥주를 만들었는데 생각대로 판매가 되지 않아 거의 파산 직전까지 갔다가 전략을 ‘마니아를 위한 아로마가 풍부하고 깊은 바디감의 특별한 맥주’로 하면서 자리잡아 가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점은 우리나라 양조장에도 시사하는 바가 큰데 대중들이 좋아하는 스타일이라고 무작정 따라 하면서 범용적인 맥주를 만들면 양조장의 특색을 찾기 어려워서 크래프트 맥주를 좋아하는 소비자들에게 구매 동기를 부여하지 못할 수 있다. 세계적으로 사랑 받는 파운더스 포터와 양이 많지 않아서 구하기도 쉽지 않은 KBS(Kentucky Breakfast Stout), 가볍게 즐기는 All day IPA 등은 우리나라에서도 맛볼 수 있으니 맥주를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좋지 않을 수 없다.



엄청난 규모의 브루어리 생산 시설을 둘러본 후 투어 코스의 마지막인 테이스팅 룸에서 마시는 신선한 맥주 한잔에 나의 몸은 중력을 거부 하고 발걸음은 사뿐사뿐 구름 위에 있게 된다. 테이스팅룸에서 우리를 행복하게 해준 마이크와 존은 유쾌한 프로페셔널이었다. 맥주와 사람 들을 대하는 그들의 태도에서 맥주 맛을 전달하는 사람의 중요함을 다시 한번 생각했다. 누가 봐도 젠틀한 전문 경영인처럼 보이는 브라이언 메이 부사장은 한국의 파운더스 팬들에게 더 맛있는 맥주로 꾸준히 만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한다.

파운더스의 사람들은 행복하다. 미팅을 하는 동안, 테이스팅을 하는 동안, 브루어리를 투어하는 동안 지나치며 만났던 모든 직원들이 서로 환하게 인사하는 모습을 보니 파운더스의 맛있는 맥주는 직원들의 행복한 마음’에서 나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주관적이고 객관적인 유언 Beer. 5

OK Google

10년 후쯤 무인자동차의 시대가 완성되면 많은 소비자들은 그 시대에 편입하여 적당한 규칙 아래서 적당한 비용을 써가면서 살 것이다. 그러나 거기에 같이 놀고 싶어하지 않는 계급들은 모두 하늘을 날아 다닐 가능성이 있다. 복잡한 땅 위에서 무엇을 타고 다니는 일도 그들에겐 피곤한 일일 테니까. 고도화된 드론이나 날아다니는 자동차를 타고 무인자동차의 시대를 내려보며 하늘 길을 만들고 거기에 또다른 규칙을 만들어 그 다음 세상을 준비하지 않을까? 잘은 모르겠지만 기술의 발전을 가만히 보면 대부분 이미 개발된 기술과 상품을 시기적절하게 풀어서 돈을 거둬 들이고 있다는 잡망스런 생각은 나만 하는 건가?

테슬라의 전기자동차는 이미 기술적으로 부족함이 없는데 전기자동차 시장은 아직 갈 길이 멀어보인다. 완전한 전기 자동차의 시대가 오려면 세계적인 석유 회사들이 그들의 부를 충분히 충족시키고 다른 먹거리가 완전히 만들어져야 하지 않을까? 기술은 이미 개발되었는데 기름을 다 팔아 먹을 때까지 그것을 가능한 최대한 늦게까지 연장하는 것 같다. 아이폰이 처음 나왔을 때 그 혁명적인 스마트폰을 우리는 3년이나 지나서 쓸 수 있었던 사실을 잊지 않는다. 그때도 그런 생각을 했다. 누가 우리를 3년이나 뒤떨어진 시대를 살게 하지?

그레이트 아메리칸 비어로드는 다음 호에 계속됩니다.

미시건에서 샌디에이고까지 5,800킬로미터를 달리다 – part.1 이미지 미국 브루어리

미국 브루어리 투어 대장정

Great American Beer Road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은 프랑스 보르도나 브루고뉴 지역의 와이너리를 찾아 돌아다니며 맛있는 와인을 맛보고 여행하는 것을 꿈꾸고 미술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고흐를 찾아 피카소를 찾아 마티스를 찾아

박물관을 다니며 마음속에 있는 자신만의 피카소와 대화를 나누기도 할 것이다. 기차를 좋아하는 사람은 평생 한번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그 끝까지 달려보는 것을 소망할 것이다.

이렇듯 자기 내면에 있는 열정의 대상을 향해 가고 싶어한다. 어쩌면 여행은 내 안에 그려놓은 환상을 현실에서 부닥쳐 보고자 하는 무모한 행동일지도 모르겠다.맥주를 알아가고 크래프트 맥주를 마시면서 언제부턴가 내 안에는 그런 환상이 자라고 있었다. 이런 맥주를 만드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그들이 사는 곳은 어디인가? 어떤 마음으로 무슨 재미로 맥주를 만드는지 궁금했다. 직접 그들을 만나고 대화하고, 만드는 곳을 눈으로 확인하고 싶다는 마음은 점점 커져만 갔다. 평생을 아주 단순한 맛의 맥주를 마셔온 우리나라 대부분의 맥주 소비자들은 이러한 심정을 헤아리기 어렵겠지만 크래프트 맥주를 맛본 사람들이라면 이 심정을 조금 이해할 수도 있으리라 생각된다. 어쨌거나 그렇게 몇 년 동안 내 안에 커져왔던 크래프트 맥주에 대한 환상을 한번은 맞닥뜨려 현실의 이미지로 치환하고 싶었다. 그리하여 크래프트 맥주의 나라 미국을 가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미국에는 크래프트 맥주를 만드는 브루어리(양조장)가 6,000개에 달한다고 하니 그야말로 맥주의 천국이라 할 수 있다. 유럽에서 건너온 와인 생산자들이 미국 서부의 나파 밸리나 소노마 밸리 등에서 대규모로 포도를 재배하고 와인을 만드는 와이너리가 많지만 맥주를 만드는 브루어리처럼 이렇게 많지는 않다. 그 이유를 생각해 보면 와이너리는 포도 농장과 같이 있어야 하는 반면 맥주를 만드는 브루어리는 그것으로부터 자유롭다. 꼭 밀 농장을 하지 않아도 홉 농장을 하지 않아도 주변에서 재료를 사다가 자기만의 스타일로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맥주에는 있다. 마치 비슷한 재료를 사다가 다양한 음식을 만들어 파는 레스토랑과 비슷하다 할 수 있다. 홉 농장을 하지 않아도 주변에서 재료를 사다가 자기만의 스타일로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맥주에는 있다. 마치 비슷한 재료를 사다가 다양한 음식을 만들어 파는 레스토랑과 비슷하다 할 수 있다. 그렇게 미국에는 지역별로 맥주를 만드는 양조장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생긴 것이다. 그것도 불과 30년만에 말이다. 한정된 시간에 그 넓은 미국 땅에 그 많은 양조장을 다 돌아 보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니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평소에 꼭 가보고 싶었던 양조장, 마시고 싶었던 맥주 그리고 주변에 멋진 관광지가 있으면 더 좋을 것이다. 자 이제부터 천천히 맥주 투어를 계획하고 환상의 성을 무너뜨리러 가볼 작당을 해보자.

여행 멤버의 구성

Recruiting travel mates

맥주 브루어리를 여행할 때는 팀을 만들어서 가는 것이 여러모로 유익하다. 특히 나눔(Share)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4인이 한 팀이 되면 가장 좋은데 자동차를 렌트하면 넷이 나누어 비용을 지불해 지출이 4분의 1로 줄어들 뿐 아니라 교대로 운전을 하면 피로도 덜하기 때문이다. 또한 맥주 여행에서는 여러 가지의 맥주를 다양하게 맛보고 싶은 욕심이 나기 마련인데 혼자 다니면 맥주 한 병을 혼자 마셔야 하기 때문에 여러 병을 맛보기 어렵다. 서너 명이 한 팀으로 이동하면 한 병의 맥주를 나누어 시음할 수 있고 가능한 다양하게 맥주를 맛 볼 수 있다. 맥주는 많은데 간은 하나인 것이 얼마나 슬픈 일인지 모른다. 많은 맥주를 하나의 간으로 상대하다 보면 취하기도하고 하루 이틀 지나면 피로도가 상당하기 때문에 가능한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맥주 여행을 다니는 것을 추천한다.

하지만 돈과 시간이 많은 사람이라면 이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혼자서 천천히 하루에 한 두 잔씩 마시면서 몇 개월 동안 여행 다닐 수 있다면 무엇이 걱정이겠는가?멤버 40대 중반의 아재 두 명을 더하여 나까지 세 명으로 구성되었다. 그러니까 불혹 아재 셋이서 미국 맥주 여행을 작당한 것이다. 여행에서 멤버가 왜 특별하느냐면 제일 친한 친구를 일년에 만나는 총 시간보다 한번의 여행에서 동반자들과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먹고 자고 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더 특별한 관계가 되거나 아니면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즉 여행을 한 후에 관계가 ‘도 아니면 모’가 될 수 있는 것은 함정이다. 아재 세 명이 특별히 모난 성격이 없는 것으로 판단되어 그렇게 가기로 의기투합한다.

방문 지역과 브루어리 선정

Selecting the breweries


꼭 방문해야 하는 브루어리를 우선 정하고 그것을 지나는 동선에 있는 괜찮은 브루어리를 찾아서 일정에 넣었다. 일행 중 한 명이 미시건주의 그랜드 래피즈(Grand Rapids)에 있는 파운더스를 꼭 방문해야 하기 때문에 우리는 비행기 도착지를 시카고로 정하고 돌아올 때는 웨스트 코스트 브루어리를 둘러보고 로스엔젤레스에서 귀국한다는 큰 방향을 잡고 나니 얼추 미국 횡단의 루트가 나왔다.

‘시카고- 인디애나 뮌스터- 미시건 그랜드 래피즈 – 콜로라도 덴버-포트 콜린스 – 샌프란시스코 – 로스앤젤레스 – 샌디에이고 – 로스앤젤레스’를 구글맵에 연결하니 5,000킬로미터가 넘는 길이었다. 그야말로 대장정이고 맥주를 찾아가는 21세기 실크로드가 아닌가? 그리하여 이번 여행은 Great American Beer Road로 명명되었다. 도시가 결정 되었으니 도시마다 꼭 가봐야 하는 브루어리를 찾아서 하나씩 표시 하다 보니 몇 달의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서 추리고 또 추려야 했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고작 12일이었기 때문이다. 자 이제 아메리칸 비어로드를 하나씩 따라가 보자.

시카고

Chicago

많은 이들에게 바람의 도시(Windy City)로 알려진 도시, 시카고는 나에게는 시카고 불스와 시카고 컵스 그리고 한때를 풍미했던 팝그룹 시카고가 먼저였다. 적어도 맥주를 알기 전까지는…

Goose Island

맥주를 알고부터 시카고하면 떠오르는 것은 구스 아일랜드다. 시카고를 대표하는 크래프트 맥주 회사인 구스 아일랜드는 몇 해전 세계에서 가장 큰 맥주회사 AB인베브에 팔리기 전까지는 그야말로 시카고뿐만 아니라 미국을 대표하는 크래프트 맥주 회사였다. (미국 브루어 협회(Brewers Association)의

정의에 따르면 대기업에 지분 23% 이상을 매각한 회사는 크래프트 맥주로 분류하지 않는다.) 작년부터 한국에도 수입되어 국내 맥주 소비자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구스 아일랜드는 직접 가보니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좋은 콘텐츠를 가지고 있었다.



솔직히 구스 아일랜드는 별로 기대하고 가지 않았다. 그저 최초의 배럴 숙성 맥주인 버번 카운티임페리얼 스타우트나 주면 실컷 마시고 오자고 생각했는데 브루어리 탭룸에서 마시는 맥주들은 너무 신선하고 맛있었다. 특히 줄리엣(Juliet), 할리아(Halia), 마틸다(Matilda) 등

의 사워 비어를 생맥주로 마시면서 사워 맥주가 신선할 때 이런 맛이구나 감탄했다. 테이스팅 룸 매니저를 맡고 있는 애런(Aaron)은 멀리 한국에서 왔다고 탭룸의 맥주를 아낌없이 내어주었다. 심지어 같은 맥주의 생산 년도가 다른 맥주를 비교 시음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고 맥주 이야기로 분위기는 한껏 달아 올랐다.



이러면 안되지만 브루어리도 둘러보기 전에 탭룸에서 웰컴 드링크로 이미 반쯤 ‘접신’ 단계에 다다른 것이다. 시음할 때 맥주를 바닥까지 다 마시면 취하는 것을 알면서도 무조건 반사적으로 다 마시게 되는 맥주가 있는데 그것은 맥주가 맛있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그렇게 된다. 아무튼 기대도 안하고 갔던 구스 아일랜드는 그렇게 우리를 맥주로 무장해제 시켰던 것이다. 이제 워밍업 끝났으니 브루어리를 둘러보자는 애런의 말에 우리는 그 맛있는 맥주가 만들어지는 현장으로 들어갔다.

GOOSE ISLAND BREWERY

1800 W FULTON STREET CHICAGO,
IL 60612 / TELEPHONE 800-466-7363

시카고의 밤

Night scenery in Chicago

겨우 2박 3일밖에 허락되지 않은 시카고의 마지막 밤에 우리는 맥주로부터 잠시 일탈을 하기로 하고 시카고의 야경을 볼 수 있는 가장 높은 빌딩을 찾아 나섰다. 자정이 다 되어 가는 시간에 우리는 정말 가까스로 존 핸콕 타워에 올라 갈 수 있었다. 시간이 늦어서 전망대는 닫았고 아래층에 도심을 전망할

수 있는 바가 있는데 그곳으로 무작정 들어가니 문닫을 시간이 다 돼서 음식이나 음료를 주문할 수는 없단다. 그래서 잠시 야경을 보다 가도 되겠냐고 물으니 선뜻 그러라고 한다. 창가에 붙어서 시카고를 발 밑으로 내려다 보는 순간 입에서는 그저 감탄사만 나올 뿐이다. 길 건너 보이는 다른 빌딩에는 구름이 걸려 있어 마치 애니메이션에서 보았던 미래 도시를 보고 있는 착각이 들었다. 이 풍경을 어떻게든 카메라에 담아보려고 창에 빛이 반사되지 않도록 최대한 낮은 각도를 찾아 엎드려서 셔터를 눌러댔다.



건축의 도시답게 아름다운 건축물들이 도시 곳곳에 자리잡고 있고 그 건물들의 실루엣과 잘 짜여진 도시의 불빛이 어느덧 별이 되기도 한다. 이곳에서 여유롭게 맥주 한잔 마시면서 잠시라도 멍 때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다가 이 짧은 시간을 볼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한 마음으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를 탔다. 빌딩을 내려와 주변을 잠시 걸어보니 시카고는 옛 것과 현대의 것이 조화롭게 자리하고 있었다. 마치 버번 위스키를 담고 나온 옛 오크통에 새로운 크래프트 맥주를 담아 숙성하여 새롭게 탄생한 버번 카운티 맥주처럼 말이다.

주관적이고 객관적인 유언 Beer. 1

자동차 여행 - Road trip

자동차 여행은 절대로 만만한 일이 아니다. 특히 초행길은 매우 어렵고 야간 운전은 절대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총 열흘 동안 5800킬로미터를 운전하다 보니 운전하는 동안 또는 뒷자리에서 좀비가 되어 있는 동안 별의별 생각을 다하게 된다.

주관적이고 객관적인 유언 Beer. 2

무인 자동차 - Autonomous car

무인자동차의 시대가 오긴 오겠지? 한 5년? 아니 10년은 더 지나야 완전한 무인 자동차의 시대가 가능하지 않을까 싶은데, 10년이면 2027년! 와우… 옛날 공상과학 만화나 영화에 나오던 미래가 이쯤 된 것 같다. 아직도 그 시대를 향해 가고 있는 것이 잘 믿기지는 않지만 무인 자동차 시대가 오면 이렇게 자동차 여행을 하는 것이 엄청 편해질 것은 확실하다. 목적지만 입력하고 Go 버튼만 누르면 어디는 갈 테니 말이다. 탑승자들은 그 사이에 일을 할 수 있고 마음껏 잘 수도 있으며 심지어 맥주도 마실 수 있겠다. 더 이상 화석 연료에 의존하지 않고 전기나 태양열로 움직이는 차들은 주유를 할 필요도 없을 것 같다.

열흘 동안 미국에서 약 5800킬로미터를 달리다 보니 무인 자동차 생각이 너무 절실했다. 특히 야간에 동행들은 자고 혼자 운전을 할 때는 더욱더 그러하다. 검은 도로를 끊임 없이 달리면 순간순간 착시 현상도 있어서 현실감을 잃어 버리는 경우도 있다. 이럴 경우 정신을 집중하지 않으면 차선을 이탈하거나 앞차와 추돌하는 사고가 일어날 수 있기에 혼자 중얼거리나 노래를 부르며 졸음을 쫓아야 한다. 그래도 안되면 휴게소에 들러서 눈을 붙여야 한다. 안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으니까.

주관적이고 객관적인 유언 Beer. 3

무인 자동차와 구글 - Autonomous car and Google

몇 년 전 구글이 무인 자동차 사업에 진출한다기에 자동차 회사도 아닌 기업이 무슨 일인가 싶었는데 이번 자동차 여행을 해보니 그것이 자연스럽게 이해가 된다. 이제는 내비게이션이 따로 필요 없고 휴대폰으로 구글맵에 목적지를 검색하고 길 찾기 버튼만 누르면 최단시간, 최단거리를 실시간으로 알려준다. 심지어 한국어로 길안내도 해주니 다른 내비게이션이 무슨 필요가 있겠나? 구글맵 하나만 있으면 세계 어디든 길 잃어 버릴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 그뤠잇 구글!

뮌스터

Indiana Munster

쓰리 플로이즈 브루잉

3 Floyds Brewing Company

쓰리 플로이즈는 가끔씩 미국을 다녀온 맥덕들로부터 구전되어 오는 브루어리였다. 마치 레드 제플린이나 핑크 플로이드 같은 70-80년대 전설의 록밴드처럼 현실성이 없는, 그저 책에나 나올법한 브루어리로 나에게는 인식된 곳이었다. 시카고 주변을 검색하다가 미시건

가는 길에 일리노이주와 인디애나주의 경계 지역에 쓰리 플로이즈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다른 데는 못 가도 여기는 무조건 가봐야 한다고 생각하고 스케줄 표에 Must go를 표시했다.



그리고 홈페이지를 뒤져서 이메일을 보냈다. 한국에서 맥주 잡지를 만들고 있는 사람인데 쓰리 플로이즈를 보고 싶다고… 밑져야 본전이었다. 회신이 안 오면 그냥 가서 맥주 한잔 마시고 티셔츠나 하나 사오면 그것도 좋은 일이었다. 얼마 후 커뮤니케이션 디렉터의 메일을 받고 시간 약속을 한 후 그곳에 도착했다. ‘전설의 맥주 다크 로드(Dark Lord)를 맛 볼 수 있을까?’하는 기대로 쓰리 플로이즈 브루펍의 문을 여는 순간 나는 80년대 헤비메탈의 시대로 공간 이동을 한 것 같은 착각에 빠졌다. 스피커에서는 디스토션(전자 기타의 음을 변형하거나 증폭하는 장치 중 하나)으로 이빠이(왠지 이말이 여기에는 어울릴 것 같다) 찌그러트린 전자 기타 소리와 샤우팅 보이스의 음악이 시끄럽게 흘러 나왔고 갱 영화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덩치 큰 아저씨들이 바에 앉아서 다소곳이 맥주를 마주하고 있었다. 아 이 얼마나 아름다운 풍경인가? 쓰리 플로이즈의 맥주 이름과 라벨 디자인은 역시 하드록이나 헤비메탈 자켓에서 보았던 해골과 좀비, 괴물, 몬스터들로 꾸며진다. 실내 디자인도 컨셉을 유지해서 브루잉 장비의 메탈릭함과 묘하게 어울리게 자리잡고 있었다.



이들의 맥주를 맛보면 디자인이나 이름보다 수수하다. 기괴하고 괴팍하고 날카로울 것 같지만 대단히 균형이 잘 잡혔다는 것을 느낀다. 스타일마다 특징을 잘 표현했으며 밸런스를 통한 음용성도 좋아서 또 마시게 되는 이상한 맥주다. 맥주 평가 사이트 중 가장 많이 사용

하고 평가 데이터가 많은 레이트비어닷컴(ratebeer.com)에서 페일 에일 스타일 맥주 전체 1위를 유지하고 있는 좀비 더스트는 특히 균형, 음용성, 스타일의 3박자를 골고루 갖추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브루어리를 방문해도 맛 볼 수 없는 그 유명한 다크 로드는 매년 5월 ‘다크 로드 데이’를 통해서 일년에 딱 하루만 판매를 한다고 하는데 이 맥주를 사기 위해서 팬들이 전세계에서 몰려들어 하루 만에 모두 팔린다고 한다.



이해할 수 없지만 참 놀랍고 멋진 일이다. 맥주 하나 사려고 미리 티켓을 사야 하고 티켓을 산 사람만 다크 로드 데이에 참여할 수 있다고 한다. 헤비메탈 공연과 함께 다크 로드를 축하하며 즐기는 일년에 한번 있는 맥주 축제라고 하니 언젠가 꼭 다시 와보겠다는 다짐을 하고 길을 나선다. 이외 여러 종류의 맥주가 레이트비어에서 100점으로 평가되니 이 지역을 여행할 때 꼭 한번 방문해 보기를 권한다. 불행하게도 우리나라에는 쓰리 플로이즈의 맥주가 수입되지 않아서 구할 수 없다. 미국에서도 이들의 맥주는 5개 주 정도만 유통한다고 하니 너무 서운할 필요는 없겠다.

3 FLOYDS BREWING CO.

9750 INDIANA PARKWAY MUNSTER,
INDIANA 46321 / TELEPHONE 219 922 4425

주관적이고 객관적인 유언 Beer. 4

OK Google

구글은 우리에게 친절하게 길을 안내해주면서 우리의 움직임을 다 기록하고 있을 것이다. 이번 여행을 예로 들면 검색 값이 거의 Beer, Brewery였고 그 길을 따라 계속 구글맵이 움직였으니 구글은 나를 ‘미친 맥덕’으로 인식을 하고 다음에 미국에 오면 아마 관련 정보를 쉼 없이 뿌려 줄 것이다. 어느 동네에 도착하면 그 동네에 평점이 가장 좋은 맥주집과 브루어리를 추천해 줄 것이다. (이미 지금도 비슷한 서비스를 하고 있지만…) 구글이 무서운 건 지도가 정확하고 내비게이션 기능이 좋아서가 아니라 이들이 모으는 빅데이터가 있기 때문이다.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쓸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고 그들이 어떤 패턴으로 움직이는지 계속 쌓이고 있기 때문에 어떤 분야를 막론하고 구글의 그물망을 빠져 나가기가 힘들다. 무인 자동차의 시대가 오든 인공지능의 시대가 오든 이 시대의 빅브라더는 구글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생각된다.

우리나라의 포털은 언제까지 로컬 서비스만 할 것인가? 그러고 보면 중국은 이 시대를 내다보고 구글이나 페이스북을 금지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사회주의의 이름으로 서비스를 금지 시키고 그 사이 자국의 포털서비스와 소셜미디어, 전자화폐, 이커머스 등을 매우 빠르게 성장 시켜서 2강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듯하다. 그렇다고 보면 향후 빅브라더는 구글과 알리바바인가? IT 강국 대한민국은 어느 서버에 접속해서 살아 갈지 궁금하다.

그랜드 래피즈

Grand Rapids : City of Breweries

사실 이 도시의 이름을 알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마 파운더스가 아니면 평생 가보지 않을 수도 있는 도시가 아닌가 싶은데 막상 가보니 제대로 맥주의 도시였다. 그랜드 래피즈는 미시건주에서 디트로이트 다음으로 두 번째로 큰 도시인데, 시내의 인구는 19만명 정도에 브루어리가 35개라고 하니 그야말로 인구 대비 브루어리가 넘쳐난다 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브루어리가 있으니 바로 파운더스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맥주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는 ‘믿고 마시는 파운더스’라는 말이 생겨 날 정도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브루어리다.

파운더스

Found Founders!!

드디어 파운더스를 만났다. 파운더스 브루어리는 생각보다 규모가 엄청 컸다. 곳곳에는 창립 20주년을 기념하는 포스터와 배너가 걸려져 있고, 대낮부터 사람들은 파운더스 탭하우스에 앉아서 맥주를 즐기고 있었다. 파운더스 브루잉 컴퍼니는 1996년 Mike Stevens와 Dave Engbers에 의해 만들어졌는데 처음에는 다른 브루어리들과 마찬 가지로 지역명(Canal Street)을 따서 브루어리의 이름을 짓게 되었다.



Canal Street 브루어리의 병제품 라벨에 흑백의 사진으로 Canal Street의 전경과 ‘Founders’라는 글자가 함께 새겨져 있었는데 이것이 널리 알려져서 ‘Founders Brewing Company’란 명칭이 사용되게 되었다고 한다.

파운더스는 2000년대 중반부터 미시간 내 가장 유망한 브루어리로 성장하게 되었고, 미국 내 37개 주에 유통하게 되었으며, 연간 생산량이 340,000배럴에 달하게 된다. Founders Brewing Company는 2012년 미국 크래프트 브루어리 중 매출 규모로 30위권에 도달했으며 미국 브루어리 중 전체 41위의 규모로 성장하게 된다. 2016년 현재 미국 전체 맥주 시장에서 16위에 랭크 될 정도로 놀라운 성장을 했다. 하지만 파운더스도 처음부터 성공을 한 것을 아니다. 초창기에 많은 대중들이 좋아할만한 맥주를 만들었는데 생각대로 판매가 되지 않아 거의 파산 직전까지 갔다가 전략을 ‘마니아를 위한 아로마가 풍부하고 깊은 바디감의 특별한 맥주’로 하면서 자리잡아 가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점은 우리나라 양조장에도 시사하는 바가 큰데 대중들이 좋아하는 스타일이라고 무작정 따라 하면서 범용적인 맥주를 만들면 양조장의 특색을 찾기 어려워서 크래프트 맥주를 좋아하는 소비자들에게 구매 동기를 부여하지 못할 수 있다. 세계적으로 사랑 받는 파운더스 포터와 양이 많지 않아서 구하기도 쉽지 않은 KBS(Kentucky Breakfast Stout), 가볍게 즐기는 All day IPA 등은 우리나라에서도 맛볼 수 있으니 맥주를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좋지 않을 수 없다.



엄청난 규모의 브루어리 생산 시설을 둘러본 후 투어 코스의 마지막인 테이스팅 룸에서 마시는 신선한 맥주 한잔에 나의 몸은 중력을 거부 하고 발걸음은 사뿐사뿐 구름 위에 있게 된다. 테이스팅룸에서 우리를 행복하게 해준 마이크와 존은 유쾌한 프로페셔널이었다.

맥주와 사람 들을 대하는 그들의 태도에서 맥주 맛을 전달하는 사람의 중요함을 다시 한번 생각했다. 누가 봐도 젠틀한 전문 경영인처럼 보이는 브라이언 메이 부사장은 한국의 파운더스 팬들에게 더 맛있는 맥주로 꾸준히 만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한다. 파운더스의 사람들은 행복하다. 미팅을 하는 동안, 테이스팅을 하는 동안, 브루어리를 투어하는 동안 지나치며 만났던 모든 직원들이 서로 환하게 인사하는 모습을 보니 파운더스의 맛있는 맥주는 직원들의 행복한 마음’에서 나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주관적이고 객관적인 유언 Beer. 5

OK Google

10년 후쯤 무인자동차의 시대가 완성되면 많은 소비자들은 그 시대에 편입하여 적당한 규칙 아래서 적당한 비용을 써가면서 살 것이다. 그러나 거기에 같이 놀고 싶어하지 않는 계급들은 모두 하늘을 날아 다닐 가능성이 있다. 복잡한 땅 위에서 무엇을 타고 다니는 일도 그들에겐 피곤한 일일 테니까. 고도화된 드론이나 날아다니는 자동차를 타고 무인자동차의 시대를 내려보며 하늘 길을 만들고 거기에 또다른 규칙을 만들어 그 다음 세상을 준비하지 않을까? 잘은 모르겠지만 기술의 발전을 가만히 보면 대부분 이미 개발된 기술과 상품을 시기적절하게 풀어서 돈을 거둬 들이고 있다는 잡망스런 생각은 나만 하는 건가?

테슬라의 전기자동차는 이미 기술적으로 부족함이 없는데 전기자동차 시장은 아직 갈 길이 멀어보인다. 완전한 전기 자동차의 시대가 오려면 세계적인 석유 회사들이 그들의 부를 충분히 충족시키고 다른 먹거리가 완전히 만들어져야 하지 않을까? 기술은 이미 개발되었는데 기름을 다 팔아 먹을 때까지 그것을 가능한 최대한 늦게까지 연장하는 것 같다. 아이폰이 처음 나왔을 때 그 혁명적인 스마트폰을 우리는 3년이나 지나서 쓸 수 있었던 사실을 잊지 않는다. 그때도 그런 생각을 했다. 누가 우리를 3년이나 뒤떨어진 시대를 살게 하지?

그레이트 아메리칸 비어로드는 다음 호에 계속됩니다.

EDITOR & PHOTO 이인기
TRANSLATOR 김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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