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 래피즈는 미시건 주에서 디트로이트 다음으로 큰 도시지만 우리에겐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나 또한 맥주를 좋아하지 않았다면, 파운더스(Founders Brewing)를 방문할 일이 아니었다면 아마 가보기 힘든 도시였을 것이다.
혹시 그랜드 래피즈를 ‘가구의 도시’로 알고 방문하는 사람들은 있으리라. 그랜드 래피즈는 가구로 유명했으니까. 그러나 지금은 공식적으로 이 도시를 수식하는 말이 ‘Beer City USA –Grand Rapids’다. Beer City USA라는 수식어를 쓰기 위해 투표까지 했다고 하니 이 도시의 맥주에 대한 애정을 짐작할 수 있다.
지난 여행기에 이어 그랜드 래피즈의 보석 같은 브루어리 몇 개를 더 소개하고 넘어가야겠다. 낯선 도시에 가서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찾을 때 그 분야 전문가에게 물어보는 것보다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파운더스 취재를 마치고 테이스팅을 담당하고 있는 마이클에게 이 동네에 꼭 가봐야 하는 브루어리가 있으면 소개해달라고 했더니 추천해 준 브루어리가 크레스톤 브루어리(Creston Brewery)와 브루어리 비방트(Brewery de Vivant)였다.
크레스톤 브루어리는 시내에서 차로 15분 거리에 있는 마을의 작은 맥주 양조장이다. 1940년대의 건물을 리모델링해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데 그 예스러운 멋과 크래프트 맥주가 아주 잘 어우러진 공간이었다.
맥주나 한잔 할 요량으로 미리 약속을 하지 않고 방문했다. 한국에서 맥주 여행자들이라고 소개하니 바를 지키고 있던 매니저 자로드(Jarrod)가 우리를 환대해 주었다. 맥주 맛 좀 보여달라고 하니 자신 있게 몇 잔을 내어오는데 그 맛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 중에서도 얼그레이 티를 넣은 ESB(Extra Special Bitter) 스타일의 맥주가 나의 미각을 사로잡았다. 얼그레이 향과 ESB의 쌉쌀함이 잘 어우러지고 몰트의 단맛이 뒷맛을 잘 잡아 주면서 전체의 밸런스가 매우 좋았다. 그뿐 아니라 갓 수확한 홉으로 양조했다는 하베스트(Harvest) IPA는 진짜 하베스트 IPA가 무엇인지 알려주기에 충분했다. 생긴지 2년 정도 된 양조장이지만 구성원들의 10년 이상된 충분한 경험과 맥주에 대한 열정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 아닌가 생각되었다.
양조 장비를 보여 줄 수 있냐고 물으니 “Why not?”하며 흔쾌히 따라오라고 한다. 건물 뒤쪽에 있는 양조장으로 가다가 1940년대에 만들어진 수동 엘리베이터를 타게 됐다. 마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묘한 느낌이 들었다.
양조 장비는 ‘과연 이 장비로 그렇게 맛있는 맥주를 만들 수 있을까’하는 의심이 들 정도로 평범했다. 이 시설들을 보니 어느 정도 규모까지는 장비보다 열정이 중요하다는 뻔한 사실을 확신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 소규모 양조장도 열정을 갖고 양조한다면 충분히 가능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크레스톤은 요즘 맥주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스타일 맥주들을 잘 따라가면서 다른 브루어리가 하지 않는 다양한 시도를 함으로써 크래프트 맥주가 무엇인지 잘 보여준다.
작아도, 그리 오래되지 않아도 괜찮아. 크래프트니까~
1504 Plainfield Ave NE, Grand Rapids, MI 49505 / 616-805-4523 / www.crestonbrewery.com
브루어리 이름과 로고를 보면 왠지 ‘불란서’의 향기가 난다. Vivant라는 단어는 ‘To be alive’또는 ‘to be lively’라는 뜻으로 해석되고 프랑스에서 Bon Vivant라는 말은 먹고 마시는 것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The good Life’라는 의미로 쓰이고 있다고 한다. 종합해보면 멋지게 사는 인생’을 지향하는 브루어리인 것이다. 양조장의 전체 컨셉과 철학은 프랑스어를 쓰는 벨기에 지역의 농촌 양조장 여행을 통해서 얻었다고 한다. 특히 Wallonia라는 남부지역에서 마셨던 맥주가 너무 좋아서 이 지역을 대표하는 깃발의 로고에서 영감을 얻어 브루어리 디자인을 했다고 한다.
비방트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다. 크래프트 맥주 양조장의 스토리와 철학, 지향점 등은 충분히 들여다 볼만하다. 허락된 지면이 많지 않으므로 한가지만 더 얘기하자면 지금 비방트의 탭룸으로 쓰이는 공간은 장례식에서 추도를 하던 곳을 개조한 것이다. 메인 바를 중심으로 멋진 스테인드 글라스를 볼 수 있는데 그것은 교회에서 볼 수 있는 그것과 매우 흡사하다.
맥주의 맛도 깜짝 놀랄만한데 특히 벨지안-프렌치 스타일 세종, 팜하우스 에일이 아주 뛰어나다. 처음부터 이런 스타일의 맥주를 지향하면서 만든 브루어리이기 때문에 사워 에일이나 세종, 팜하우스 에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하루 종일 여기서 맥주를 마셔도 좋으리라. 맥주와 더불어 음식도 중요하게 여겨서 각 스타일에 맞는 푸드 페어링 수준도 일품이다. 맥주와 음식 그리고 스토리가 있는 브루어리 비방트는 그랜드 래피즈의 숨은 보석과 같은 양조장이 아닐까? 할 얘기는 많지만 갈 길이 멀기 때문에 이제 미시건 주를 뒤로하고 콜로라도 주 덴버로 가자고…
925 Cherry St SE, Grand Rapids, MI 49506 / 616-719-1604 / www.breweryvivant.com
이번 여행은 에어비앤비와 구글맵을 중심으로 우버와 인스타그램, 페이스북과 함께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싼 호텔보다 현지인의 삶을 느낄 수 있다는 공간 쉐어 서비스(space share service)인 에어비앤비. 실제로 그들의 삶을 깊이 느끼기엔 부족함이 있지만 잘 이용하면 몇 가지 장점이 있다. 특히 여럿이 함께 하는 여행이라면 집을 한 채 얻어 나눠 써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거실과 부엌을 쓸 수 있어서 요리를 해먹을 수 있고 세탁도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주의 사항이 있으니 2주 동안 다양한 도시에서체험한 에어비앤비 사용 꿀팁을 몇 가지 정리해본다.
에어비앤비는 편리한 서비스다. 우버와 더불어 공유 경제의 대표적인 비즈니스 모델인데 자신의 주거 공간을 여행자에게 빌려주고 돈을 받는 서비스다. 이 서비스도 스마트폰 시대에 GPS와 맵이 만나서 가능하다. 우리가 이번 여행에서 에어비앤비를 택한 이유는 성인 남자 셋이 여행을 하면서 호텔방 세 개를 잡는 것보다 하우스를 렌트하여 쓰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모여서 맥주도 테이스팅하고 라면도 자유롭게 끓여 먹을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역시 단점도 있다.
시카고- 그랜드 래피즈 – 덴버 – 샌프란시스코 – 샌디에고 – 로스앤젤레스에서 에어비앤비 서비스를 이용했는데 각 도시마다 공간의 느낌과 공기가 달랐다.
에어비앤비 올바른 숙소 찾기!
Beer travel tip 1. Airbnb, finding the right place
보통 기 사용자들의 후기를 보게 되는데 칭찬 글 보다 비판적 후기를 꼼꼼히 살펴야 한다. 칭찬 글도 일반적인 내용보다 구체적으로 무엇이 좋다고 얘기하는지 봐야 한다.
에어비앤비가 관광도시에서는 하나의 사업으로 자리잡는 것 같다. 그래서 여러 개의 방과 집을 빌려서 한 호스트가 사업처럼 운영하는 경우도 많다. 이럴 때 청소나 체크인 문제 등이 있을 수 있으며 만나보면 에어비앤비에 업로드된 호스트가 아닌 경우도 있으니 잘 챙겨야 한다. 젊은 호스트가 고급 아파트를 임대하는 경우 특히 잘 봐야 하고 노부부가 운영하는 하우스는 비교적 관리가 잘 되고 문제가 생길 확률이 적다.
부분 부분은 예쁜 소품을 놓고 찍어서 올리지만 그것만 보고 예약을 하고 가보면 전체적으로 실망스러운 경우가 있다. 수영장 사진, 화려한 욕실, 피아노 소품 등등에 끌려 예약하다가는 욕실에서 잠을 잘 수도 있으니 기본적인 편한 침대와 침구, 청결함 등을 중심으로 살펴야 한다.
그러나 가격에 비해서 사진이 너무 화려하면 반드시 체크해야 한다. 너무 욕심 부리지 말고 가진 예산에서 최선의 선택이 좋겠다. 과하면 망친다.
만약에 호스트와 문제가 생기는 경우 그 문제를 호스트와 메시지로 세세하게 남겨 놓아야 한다. 무슨 문제가 생겼는지? 호스트가 어떤 잘못을 했는지? 침착하게 남겨 놓으면 그것이 나중에 근거가 되며 고객센터에서 처음에 이것을 분석하여 환불의 가능성을 따지기 때문이다. 호스트가 다른 메신저로 얘기하자고 권할 경우 아이디가 없다고 하고 가능하면 에어비앤비 내에 있는 메시지 서비스를 이용하여 기록을 남기는 것이 좋다.
호스트와 게스트를 연결해주는 서비스다. 따라서 방을 예약하면 에어비앤비에 돈을 지불하고 에어비앤비는 수수료를 제외한 금액을 호스트에게 주는 시스템이다. 체크아웃을 하고 일정 시간이 지나야 비용을 호스트에게 주는데 혹시 무언가 문제가 생기면 체크아웃 타임 전에 에어비앤비에 이메일을 보내는 것이 좋다. 일단 내 돈을 홀딩한 다음 문제를 해결해야 건질 것이 있는 것이다.
콜로라도 주 덴버는 미국에서도 대표적으로 살기 좋은 도시로 꼽힌단다. 로키 산맥에서 흘러오는 물이 좋아서 그런가? 적어도 나에게는 좋은 맥주 회사가 많은 도시가 살기 좋은 도시인데 그런 점에서는 매우 살기 좋은 도시인 것 같다.
미시건에서 18시간을 밤새 달려와서 점심 겸 저녁을 먹고 숙소에서 바로 골아 떨어졌다. 덴버에서의 에어비앤비 숙소는 주인의 아들이 쓰던 방이라고 했는데 침대와 침구가 너무 포근해서 그야말로 몸이 쏙 들어가 푹 안기는 느낌이었다. 그대로 잠이 들었다가 눈을 떠보니 시간은 밤 아홉 시. 하루밖에 없던 덴버의 밤을 그대로 보내기 아까워 맥주 집을 찾아 나갔다. 부슬비가 내리던 덴버의 밤은 아쉬움과 피곤함에 맥주 한잔으로 마무리하고 다음날 북쪽으로 한 시간 반 거리에 있는 포트 콜린스로 향한다. 그곳에는 그 유명한 뉴벨지움(New Belgium Brewery)이 있다.
콜로라도 지역에서 유학한 후배는 다른 것보다 뉴벨지움의 팻타이어가 그렇게 그리웠다고 한다. 국내에 수입되기 전까지는 그저 그곳에 가야 마실 수 있는 맥주였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겠지만 지금은 수입이 돼서 조금만 수고를 하면 구할 수 있다. 미국의 젊은 브루어가 두툼한 타이어(Fat tire)를 장착한 자전거를 타고 유럽의 맥주로 유명한 지역을 여행하고 콜로라도 포트콜린스 (Fort Collins)로 돌아와서 완전히 새로운 자기만의 여행을 시작했다고 한다. ‘새로운 벨기에’ 뉴벨지움으로…
그리하여 그들의 모든 맥주에는 자전거 로고가 붙여졌다. 그렇게 20여년이 흐르고 지금은 미국 크래프트 맥주업계에서 생산량 기준 4위에 오를 만큼 엄청나게 큰 맥주 회사로 발전했다. 일요일이라 우리는 뉴벨지움의 브루어리 투어 프로그램을 체험 해보기로 했다. 투어 프로그램은 매우 체계적이고 전문적이었다. 정성껏 브루어리 곳곳을 안내하고 맥주 하나하나의 스타일과 맛에 대해서 설명해 주는 투어 가이드에게서 회사를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투어 가이드나 맥주를 서브하는 사람에게 중요한 것은 얼마나 아는 게 많은 가가 아니라 자기 일을 얼마나 사랑하느냐다. 그것이 서비스의 차이를 만든다.
프로그램 중 세 번의 시음 코스가 있었는데 특히 두 번째 코스가 좋았다. 벨기에 현지의 브루어리보다 더 많은 나무통(Oak barrel)을 쌓아놓고 그 안에 모두 맥주를 넣어서 숙성하고 있는 모습이 장관이었다. 25리터의 일반 오크통뿐만 아니라 1톤, 2톤짜리 거대한 나무통(푸더(Fouder)) 사이에 맥주 탭을 설치해 놓고 한잔씩 시음하는 맥주의 맛은 마셔본 사람만 알 수 있다. 브루어리는 생각한 것보다 훨씬 크고 웅장했다. 브루어리 투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두 세팀이 서로 마주치기라도 할 때면 하이파이브를 하면서 지나간다. 맥주를 마시러 왔다는 공통점이 있는 여행자들은 이미 맥주로 서로를 이해하기 때문에 말이 필요 없는 친구가 되어 있다.
뉴벨지움의 자전거는 이들의 회사를 나타내는데 빠질 수 없는 아이콘이었다. 모든 머천다이징 상품에 프린트되어 있는 것은 물론, 회사 전체의 디자인 컨셉에 자전거가 배치되어 있다. 테이블과 의자를 자전거 부품으로 만들어 쓰는가 하면 조명이나 소품도 자전거의 부품으로 제작하여 일관된 컨셉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자전거는 친환경적인 이동 수단이기 때문에 환경을 생각하는 기업과자전거의 이미지를 잘 활용하여 다양한 캠페인을 진행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뉴벨지움은 콜로라도의 친환경적인 이미지와 연결되고 이 지역을 대표하는 브루어리로 자리매김 했다.
이미지는 경험에서 얻어지고 철학으로 이어져 새로운 콘텐츠가 만들어진다. 자전거 여행의 경험에서 얻어진 자전거 이미지가 새로운 벨지움을 만들어 내는 것처럼…
500 Linden St. Fort Collins, Colorado / 970-221-0524 / www.newbelgium.com
낯선 나라에서 바가지요금 택시는 이제 꺼져버려 - 우버
No more expensive taxi rides - Uber
우리나라에서는 금지 서비스인 우버는 자신의 자동차로 택시처럼 원하는 곳에 데려다 주는 서비스다. 지도에서 현위치와 목적지를 찍으면 우버 차량이 데리러 온다.
이번 여행에서 우버를 여러 번 이용했는데 LA에서 우버로 처음 엉뚱한 목적지에 도착하는 상황을 만났다. 처음 출발하면서 기사가 지도를 잘 따라 가길래 신경 안 쓰고 있었더니 결국 다른 동네에 와있다. 기사에게 물어보니 자기도 모른단다. 지도를 따라 왔는데 왜 이런지 모르겠다고. 맙소사. 이런 경우 현장에서 취소를 요구해야 한다. 이 친구들은 지금은 안 되고 우버에 연락하라고 하는데 그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따라서 이런 경우 침착하게 물어보면서 휴대폰으로 비디오 촬영을 해두면 나중에 문제 해결하는 데 좋은 근거가 된다. 교통사고가 나면 동영상을 찍어 놓는 것처럼 말이다. 편리한 플랫폼이 세상에 나오면 그것을 이용하여 편법적으로 돈을 벌려고 하는 사람은 꼭 있는 것 같다. 따라서 마냥 좋을 순 없으니 체크 또 체크.
인스타그램
Instagram
외국 여행을 하다가 새로운 친구를 만나면 이제는 인스타그램을 묻는다. 전화번호, 이메일보다 인스타그램이다. 바로 친구 등록하고 인스타를 확인하면 그의 히스토리를 쭈욱 볼 수 있다. 적게는 단 몇 분 동안 상대를 알 수 있고 공통의 관심사가 보이면 자연스럽게 그 이야기로 풀어가면 금새 친해진다. 물론 맥주를 좋아하는 사람은 인스타그램 대부분이 맥주 사진이고 그 맥주를 어떻게 이야기하는지 보면 대충 답이 나온다. “와 너 미국 맥덕이지?!” 이러면 서로 일단 선호도가 쑥쑥 올라간다. “와 너 이 맥주 마셔봤어?” “너 이 브루어리 가봤어?”하면서 아주 금새 친해진다.
그리고 언제든 인스타그램에서 만날 수 있으니 이메일보다 훨씬 매력적이다. 뭐랄까 늘 연결되어 있는 느낌적 느낌!!
우리는 반바지를 입고 출발했는데 중간쯤 달리다 보니 눈이 온다. 초행길에 앞도 잘 보이지 않는 길을 내비게이션 하나에 의존해 가는 인간은 얼마나 나약한가? 어느 순간 위성에서 신호가 끊기거나 잘못 된다면 그 자리에서 그저 멈춰야 하는 참 미미한 존재를 체험하게 하는 구간이다. 그저 조심조심 아무 탈 없이 이 구간을 지나가기를 바라고 또 바랄 뿐이다. 또한 같이 여행하는 사람들을 시험에 들게 하고 서로 의지하게 되는 그런 신들의 장난 같은 시간을 만나게 되는 것은 자동차 여행의 매력일 것이다. 그러나 이런 매력은 그 시간을 빠져 나와야 느낄 수 있는 얄궂은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황금 시대의 금을 찾아 가는 사람들처럼 서부로, 샌프란시스코로 달렸다. 그곳에는 러시안 리버(Russian River Brewing company)가 있으니까! 단지 그 이유만으로도 산 넘고 물 건너 20시간을 달린다. 전날 오후 다섯 시쯤 출발하여 다음날 두 시쯤 도착했으니 제법 빨리 온 셈이다. 유타를 지나 샌프란시코 근처를 달리다 보니 한동안 창 밖의 풍경은 포도밭이었다. ‘아 여기가 그 유명한 캘리포니아 와인의 산지구나’ 생각하면서 아무 와이너리에 들어가 와인도 한잔 하고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나에게는 그것을 다 수용할만한 ‘간’이 없었다.
러시안 리버는 맥주를 찾아 마시다 보면 꼭 환상처럼 맞닥뜨리는 브루어리였다. 2-3년 전만 해도 플라이니 디 앨더(Pliny the Elder)를 마셔봤는지에 따라 맥덕의 급이 달라질 정도로 유명했다. 지금도 플라이니 더 영거(Pliny the Younger)는 1년 중 2월 초 2주 정도만 생맥주로 판매를 하고 있으니 그것을 마시려면 브루어리에 직접 가서 몇 시간을 줄 서서 기다려야 맛을 볼 수 있다. 대낮 임에도 불구하고 러시안 리버 펍은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맥주 하나로 이렇게 세계 각지의 사람들을 불러 모을 수 있다니 평생 한가지 스타일의 맥주를 마셔온 우리로서는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이다.
이것저것 맥주를 맛보고 싶을 때는 샘플러를 시키는 게 정석인데 러시안 리버의 샘플러는 한번에 무려 19가지의 맥주가 나온다. 길게 두 줄로 나오는데 한쪽은 캘리포니아 에일(California ales), 다른 한쪽은 벨기에 스타일 맥주(Belgian Inspired ales)다.
캘리포니아 에일은 플라이니 디 엘더나, 블란인드 피그(Blind pig)처럼 주로 신선한 홉을 이용해서 양조한 홉 아로마가 강조된 맥주들이고, 벨지안 인스파이어드 에일은 벨기에 특유의 람빅이나 세종 등을 미국 스타일에 맞게 양조한 맥주들이다. 러시안 리버 맥
주 중 댐네이션(Damnation), 리젝션(Rejection), 서플리케이션(Supplication) 등 뒤에 ‘tion’으로 끝나는 맥주는 대부분 벨지안 스타일 맥주라고 보면 된다.
하나하나 맛을 보고 자기 취향에 맞는 맥주를 찾았다면 파인트 잔으로 한잔 시켜서 오롯이 마셔봐야 비로소 제 맛을 느낄 수 있게 된다. 미국 맥주 여행을 하면서 참 부러운 현상은 가는 곳마다 시간을 가리지 않고 맥주를 마시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곰곰이 왜 그럴까 생각해 보면 답은 하나다. “맛있으니까” 맛있으니까 마시러 오는 것이다. 보고 싶은 영화가 개봉하면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보듯이 맛있는 맥주가 나오면 마시러 가고 맛있는 맥주를 만드는 양조장이 있는 곳에 찾아가는 것이다. 크래프트 맥주를 문화로 접근하되 가장 기본이 되는 것, 즉 프로덕트가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으면 문화로 발전시키기 어렵다. 그러니 절대 잊지 말자. Product first, Beer First!
725 4th Street, Santa Rosa, CA 95404 / 707-545-2337 / russianriverbrewing.com
맥주여행 꿀팁3. 와이파이 도시락
Beer travel tip 3. Wifi lunch box
이번 여행에서 매우 중요했던 것이 ‘와이파이 도시락’이다. 계약 기간 동안 와이파이 공유기를 켜놓으면 서너 명은 접속해서 인터넷을 쓸 수 있다. 자동차 여행의 경우 계속 구글맵을 따라가야 하므로 와이파이가 아니면 통신접속으로 길을 안내 받아야 하는데 여러 사람이 한번에 쓰기에는 와이파이 도시락이 좋다. 공유기만 가지고 다니면 일정 공간 안에서 언제든 접속하고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다. 특히 소셜미디어에 뭐든 올리는 것에 길들여진 사람에게는 ‘머스트 해브’ 아이템이다.
그런데, 참 좋긴 좋은 물건인데, 잠시 생각해보면 와이파이도 참 웃기다. 물리적 거리를 통제하고, 계약 시간을 넘어가면 서비스가 바로 중지되는 것처럼 시간을 통제한다. 통신 회사들은 거리와 시간, 그리고 속도를 통제하면서 돈을 긁어 모은다. 세상에 이미 많이 존재하는 것인데 그것을 통제할 수 있는 기관과 회사가 우리의 사용 범위를 제어한다. 지하철을 타면 스마트폰이 자동으로 와이파이에 접속할 때마다 내가 와이파이를 쓰는 건지 와이파이가 나를 쓰는 건지 알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와이파이, 넌 누구냐?
그레이트 아메리칸 비어로드 Part3에서 웨스트 코스트 브루어리 편이 계속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