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크래프트 맥주 부문을 성장시킬 수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얻고자 나 또한 지난 몇년간 여러 논의에 참여해왔다. 결국 도달한 나의 결론은, ‘크래프트 맥주’의 개념을 ‘훌륭한 맥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크래프트 맥주란 정확히 무엇인가? 사실 이 질문에 단 한개의 답이 있는 것은 아니다. 모두들 각자의 견해가 있고, 보통은 소유 구조와 연간 생산량이 거론된다. 그런데 일반 소비자들이 이런 것에 대해 관심이 있을까? 딱히 그렇지 않다고 본다. 소비자들이 관심 있는 건 개인 만족과 직결되는 가격과 품질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제품의 위상은 가치, 주류(mainstream), 프리미엄과 슈퍼 프리미엄으로 나뉜다. 이러한 분류는 청바지에서 위스키, 시계에서 TV까지 모두 해당된다.
프리미엄이나 슈퍼 프리미엄으로 분류를 결정짓는 것은 대부분 품질이다. 맥주에서는 앞서 설명한 4개의 항목과 더불어 크래프트 맥주가 있다. 크래프트 맥주는 가격면에서는 프리미엄이나 슈퍼 프리미엄에 해당하지만, 그 자체로는 다섯번째 항목으로 분류된다. 이론적으로 따지면 크래프트 맥주는 대기업 라거 맥주에 비해 높은 품질의 재료를 사용해 프리미엄이나 슈퍼 프리미엄 가격으로 책정되어야 하기 때문에 높은 가격에 대한 타당성을 보여준다. 이는 일반적으로 사실이나, 비싼 재료를 사용한다하여 꼭 좋은 맥주라는 의미는 아니다. 거의 모든 최악의 맥주들은 사실 크래프트 맥주였다. 맥주가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은 탓도 있었고, 올바르게 관리가 되지 않아서인 경우도 있었지만, 사유가 어찌되었든 결과적으로 최악의 맥주들이었다.
소비자는 좋은 제품에 대한 기대를 가진다. 크래프트 맥주를 맥주 내에서도 따로 분류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맥주 시장에 불필요한 장벽을 세우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본다. 한국의 크래프트 맥주 씬은 대부분 ‘맥덕’들로 형성되고있다. 맥주에 대한 열정이 매우 크고 개개인의 취향에 대해 자유롭게 표현하는 편이다. ‘맥덕’이란 명칭처럼 맥덕들이 좋아하는 맥주는 대부분 ‘극단적인(extreme)’ 맛의 맥주로 일반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스타일의 맥주가 아니다. 지난 20년간 미국의 크래프트 맥주 판매 추이를 보면, 가장 잘 팔리는 맥주 종류는 앰버 라거/에일 또는 골든 에일이다. 전세계 어디에서도 알코올 도수 5% 정도 되는 엠버 에일에 흥분하는 맥덕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맥덕 대비 일반적으로 맥주를 마시는 사람의 비율은 1 대 1000 정도 될 것이다. 즉, 이 업계를 성장시키려면 맥덕의 입맛보다는 1000명의 일반 소비자가 무엇을 좋아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점은 사람들이 어디서 크래프트 맥주를 마시는가이다. 크래프트 맥주 펍을 생각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여러 명이 모여 스포츠 중계를 시청할 수 있는 장소? 좋아하는 밴드가 공연하는 곳? 소개팅을 위해 찾는 근사한 바? 아마도 이 모두 해당되지 않을 것이다.
크래프트 맥주 펍은 크래프트 맥주를 찾는 소비자를 위한 곳이다. 이 말인 즉슨, 맥주를 마시는 사람 대비 이런 크래프트 맥주 펍의 수는 현저히 적다는 것이다. 크래프트 맥주 펍은 결국 자칭 ‘크래프트 맥주’ 애호가인 전체 맥주 소비자의 2-3% 정도를 타겟으로 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크래프트 맥주를 미국 스타일 버팔로윙에 비교한다. 칠리헤드(chilihead; 매운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은 맥덕으로 비유할 수 있다. 관심을 끌기 위해 레스토랑은 ‘고스트 페퍼(ghost pepper)’나 ‘데스 소스(death sauce)’ 양념의 버팔로윙을 판매하나 결국 ‘보통’이나 ‘중간’ 매운 맛이 제일 잘 팔릴 것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있다. 이 업계도 다를 바 없다. 크래프트 맥주가 현재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소비자를 만족시킬 수 있는 품질의, 보다 일반적인 맛으로 접근해야 한다. 다음 몇 가지 포인트는 크래프트 맥주 시장이 주 맥주 소비자에 가까이 가는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다가오는 2018년은 한국 크래프트 맥주 시장에 매우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지난 6년간 크래프트 맥주는 극소수만이 들어본 정도였다. 지금까지의 성장세를 이끌어온 가속도를 다음 단계로 이어갈 시기다. 크래프트 맥주를 즐기는 더 많은 소비자를 만들어내기 위해 대중에게 어필할 시기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