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중국 크래프트 맥주 시장의 비중은 단 0.1%에 불과한 반면 전년 대비 40%가 성장할 정도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샤먼 시 주류 유통관리국의 예측에 따르면, 크래프트 맥주 시장은 향후 5년 안에 3%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중국은 맥주는 물보다 싸다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입맛이 고급화되며 프리미엄 맥주의 인기가 증가하고 있다. 수입 맥주는 로컬 맥주에 비해 3-5배 비싸지만 소비자들을 사로잡으며 소비량이 지속적으로 증가 하고 있다. 어느새 젊은 소비자들의 핫플레이스인 클럽이나 바 등에서는 기존의 국산 맥주를 수입 맥주와 크래프트 맥주가 대체하기 시작했을 정도다.
90년대 중반 중국 맥주 시장의 잠재력을 알아챈 외국인 브루어들이 시장에 진출했으나 낮은 가격 경쟁력, 제한된 유통 권한, 지역적 특성에 대한 낮은 이해와 언어적 한계 등으로 부진에 시달렸다. 크래프트 맥주는 서구 문물에 개방된 홍콩에서 온 내국인 을 비롯해 소수의 대학생과 해외 경험이 있는 전문직들에게만 알려진 장르였다. 대부분 중국 소비자들은 80% 시장 점유율을 독차지한 칭다오나 화륜 등 자국 대기업 맥주들이 생산하는 보급형 표준 라거에 익숙했고 수입 맥주의 경우 소규모 브루펍이나 독일식 맥주 홀 같은 곳에서만 마실 수 있었다. 소규모 도시나 지방 거주민들은 다른 종류의 맥주가 있는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다수였다. 음지에서 맥주를 자체적으로 양조하는 홈브루어 들도 있었으나, 해당 방식은 큰 인기를 끌지 못했다.
‘크래프트 맥주’(精酿)는 2000년대 초반, 일본 수입 맥주인 기린 그리고 상하이 REEB에서 자사 맥주의 라벨에 사용하면서부터 알려지기 시작했다. 당시 중국 내수 시장의 대부분을 장악한 라거와 차별화를 위해 프리미엄을 강조하기 위한 전략으로 사용되었는데, 현재의 크래프트 맥주를 정의하는 용어인 ‘精酿啤酒’와는 다르다.
중국의 크래프트 맥주 1세대는 베이징과 상하이 등 외국인이 많고 소비력을 갖춘 대도시로부터 시작되었다. 1999년에 문을 연 Pass by Bar는 당시 구하기 어려웠던 수입 맥주들을 비롯해 하우스 맥주와 로컬 맥주들을 판매하는 것으로 유명해졌다. 2007 년 상하이에 문을 연 ‘Jackie’s Beernest’는 브루펍이자 중국 최초의 크래프트 맥주 보틀숍으로 미국의 Dogfish Head Brewery, Brookly Brewery, Lost Coast Brewery, 그리고 코나 브루잉을 처음으로 소개한 곳이다. 그러나 경영난으로 인해 작년 겨울 문을 닫고 말았다.
현재까지 영향력을 가진 중국의 주요 크래프트 브루어리들은 2008년을 기점으로 탄생하기 시작했다. 상하이의 Boxing Cat과 Reberg Brewery, 뒤이어 중국 최초로 아메리칸 IPA와 스타우트를 생산한 마스터 가오 브루어리는 같은 해 난징에 문을 열었고, 2010년에 베이징의 Great Leap Brewing과 2011년의 imbeer, 2012년에 탭룸을 연 Slow Boat Brewery를 비롯해 2013년에 문을 연 Panda Brewery와 2014년의 Jing-A, 그리고 2015년의 Arrow Factory까지 중국 크래프트 브루어리 1세대의 포문이 열렸다 할 수 있다.
크래프트 맥주 시장을 먼저 선점하고 이끌어 나간 이 브루어리 들은 모두 대형 브루어리로 성장했다. 그러나 현재 크래프트 맥주 1세대라고 부를 수 있는 Boxing Cat과 Master Gao, Great Leap Brewing 세 브루어리의 행보는 시사점이 많다.
박싱캣 브루어리는현재중 국내 맥주 브루어리 중에서도 총 100종이 넘는 라인업과 더불어 3개의 브루펍을 비롯해 전국 유통을 하고 있는 가장 성공한 대형 브루어리 중 하나다. 2017년 세계 최대의 맥주 회사인 AB인베브에 인수되면서 중국 우한시에 위치한 Ab InBev 공장 산하에 대형 생산 라인을 갖추고 생산하고 있다. 알리바바의 Tmall Innovation Center(TMIC)와 MOU를 체결해 중국 크래프트 시장을 대규모로 확장하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이러한 박싱캣의 행보는 중국의 크래프트 맥주 브루어리에 대한 정의에 논란의 불을 붙인 시초가 되었다.
마스터 가오는 블로그에 홈브루잉에 관련한 글을 연재하고 책을 냈으며, 이는 중국 홈브루어들에게 지침서와 같은 책이 되었다. 마스터 가오는 ‘마스터 컵 홈 브루 토너먼트’(Master Cup National Home Brew Tournament’)나 ‘차이나 크래프트 비어 페스티벌’(China Craft Beer Festival), 그리고 ‘차이나 인터네셔 널 크래프트 비어 엑스포’(China International Beer Expo’)등 다양한 국가 행사와 프로그램들을 주최하고 있다.
그레이트 리프 브루잉의 행보는 BA의 방향과 닮아 있다. 대표인 Carl Setzer는 Craft Beer Association of China(CBAC)를 세우고 다양한 기술자들을 초대해 양조 기술에 대한 교육과 전문 가양성에 힘을 쏟고 있으며, 특히 중국의 다양한 식재료들을 통해 중국만의 크래프트 맥주 스타일을 확립하려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는 공식 블로그를 통해 크래프트 시장에 대한 다양한 전망과 현상에 대한 글을 기고하고 있으며, Beijing Invitational Craft Beer Festival에 패널로 참가해 AB인베브의 크래프트 브루어리 매각에 대한 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강자인 판다 브루잉은 20억 위안의 벤처 투자를 유치했고, 2017년 기준 110억 위안의 추가 투자를 달성했다. 이는 국내외 투자자들이 중국의 크래프트 맥주 시장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중국의 크래프트 브루어들은 홈브루잉, 맥주 축제와 대회 중심으로 점차 그 숫자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홈브루잉의 인기가 높아 홈브루어 연합이 강세다. 2012년 베이징 홈브루잉 소사이어티와 상하이 홈브루잉 협회가 출범했고, 2012년 난징에서 첫 마스터 홈브루대회가 성황리에 열렸다. 그 해 연달아 베이징과 상 하이에서도 홈브루잉 페스티벌과 홈브루잉 대회가 정착되었다. 홈브루잉 연합이 강세를 보이면서 전국적으로 사람들이 모이자 크래프트 맥주에 대한 관심도 자연스럽게 높아졌다. 현재 중국에서 가장 유명한 홈브루잉 대회는 마스터 가오가 주최하는 ‘The Master Cup Home Brewing Competition’이며, 대회에서 포럼까지 매년 프로그램을 확장하고 있다.
축제 또한 마찬가지다. 중국의 맥주 문화는 아직까지 혼맥보다는 다수의 사람들과 마시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축제는 맥주 소비의 큰 장이며 새로운 맥주를 소비자에게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Shanghai International Beer Festival, Beijing Invitational Craft Beer Festival, CBAC Festival 등 크래프트 맥주를 중심으로 하는 대형 축제들이 대도시를 중심으로 생기고 있다.
중국 내 크래프트 맥주 관련 협회와 단체들의 성장도 눈에 띈다. Shanghai Craft Brewers Association이 2012년 출범했다. The Great Leap Brewing을 중심으로 비영리단체인 CBAC(China Craft Beer Association of China) 2015년 이어 출범했다. 또한 2014년 중국 최초의 맥주 잡지인 The Hops Magazine이 창간되 었고, 뒤이어 크래프트 맥주 전문 잡지이자 CBCE를 주관하는 미 디어 그룹 The Beer link가 2015년 정식으로 발간되었다.
2015년에 열린 전국 홈브루잉 대회는 SCBA에 의해 주최되었는데, 단순히 홈브루어 뿐만이 아니라 현직 브루어들과 유명 브루어들, 맥주 애호가를 초청해 본격적인 브루잉 대회로서 확장되었다. 2015년 맥주 평가 사이트 앱인 Beek Geek이 생겼으며, 미국의 BJCP는 중국어 번역판을 만들었다. 시장 규모의 성장에 앞서 크래프트 맥주를 이끌어갈 협회와 크래프트 맥주의 기반이 되는 홈브루어들의 숫자가 빠르게 늘어나며 향후 크래프트 맥주 시장의 성장의 기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가시적인 성과도 있다. 빠르게 발전하는 중국 크래프트 맥주는 2018년에 열린 일본 인터네셔널 비어 컵에서 총 58개의 메달을 수상했으며, 현재 중국에는 300개가 넘는 크래프트 브루어리가 있는 것으로 집계 된다.
크래프트 맥주가 처음부터 사람들에게 환영받았던 것은 아니다. 중국 소비자들은 홉이 많이 들어간 IPA의 쓴 맛에 거부감을 느껴 펍 등에서 한 모금 마시고 돌아가는 경우도 흔했다. 알코올 도수가 높고, 쓴맛이 강한 맥주보다는 단맛, 신맛이 선호되며, 스타우트를 비롯해, 음용성이 좋은 헤이지 IPA, 그리고 사워 비어의 인기가 높다.
현재 중국 크래프트 맥주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나, 여전히 풀어야 할 문제들이 많다. 첫째, 중국 정부의 엄격한 규제로 인해 실제적으로 크래프트 브루어리를 여는 게 매우 어려우며, 유통 허가가 까다롭다는 점이다. 둘째, 다수의 중국인들이 매일 크래프트 맥주를 소비하기에는 가격이 높은 편이다. 셋째, 많은 중국 크래프트 브루어리들이 맥주에 관한 충분한 지식이나 기술, 혹은 자본력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 넷째, 질 좋은 국내외 맥주 원재료들의 수급과 통관이 어렵다. 다섯째, 크래프트 맥주에 대한 관심을 높지만 대부분 매출은 외국 수입 맥주에만 집중되어 있다는 부분이다.
현재 크래프트 브루어리가 늘어가고 크래프트 맥주 시장이 커져가면서, 중국 내에서 ‘크래프트 브루어리’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다시 정립되어야 한다는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는 박싱캣 브루어리를 AB InBev가 인수한 뒤에도 ‘크래프트 맥주’로 여전히 시장을 점령하고 있다는데 문제제기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그레이트 리프 브루잉의 Carl Setzer가 제안하는 안은 이러하다.
중국의 중산층이 4억명을 돌파하고, 소비 고급화 지향으로 브랜드에 대한 젊은 층들의 충성도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맥주 시장은 점차 유명 수입 브랜드와 크래프트 맥주로 관심으로 쏠리고 있다. 즉, 젊은 층을 중심으로 소비의 중심이 질적인 면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수요 역시 세분화되고 있다. 현재 중국 맥주시장에 서는 세분화된 각 시장에서의 경쟁과 수입 맥주들의 가격 경쟁과 함께 기업 차원에서의 맥주 라인업 다양화가 일어날 정도로 뜨거운 경쟁이 예고되어 있다. 특히, 수입 맥주의 다양화가 이끌어낸 크래프트 맥주 흥행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맥주 소비의 방아쇠가 된 수입맥주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크래프트 맥주 시장이 향후 변해가는 방향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