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맥아. 맥주와 함께 성장할 기회
국산 맥아 소비확대를 위한 맥주 산업 전문가 초청 간담회
7월 30일, 전주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에서 국산 맥아 소비확대를 위한 맥주 산업 전문가 초청 간담회가 열렸다. 이 간담회는 국산 맥주보리 및 맥아의 이용성 증진과 소비확대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로, 농림축산식품부 식량산업과 이영은 주무관, 국세청 주류면허지원센터 장영진 사무관, 충남농업기술원 서세정 박사 등 학계와 정부 관계자를 비롯해 임성빈 한국수제맥주협회 회장 및 국내 맥주 양조장 대표와 양조사들이 참가했다. 국내 수제맥주 업체가 지속해서 증가하는 현재 상황에서 맥아 수요량 역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나, 국내에서 소비되는 맥아는 수입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따라서 국내 맥아 생산기반 구축이 시급하다는 인식에서 본 간담회가 추진되었다. 국내 맥주 생산에서 수입 맥아가 차지하는 비율은 거의 100%에 이른다. 일부 양조장에서 국산 맥아를 사용하는 것을 제외하면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2014년 이후 연도별 맥아 및 맥주보리 수입량을 살펴보면, 2014년 245,834.3t에서 2016년 178,855.2t으로 저점을 기록한 뒤 2017년과 2018년에 조금씩 상승 중이다. 맥주보리 역시 2014년 45,464.3t이 수입되었으며 2018년에는 37,310.8t이 수입되었다. 이처럼 거의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맥아의 수입량이 감소한 것은 국내 맥주 생산량의 변화와 맞닿아 있다. 국내 맥주 생산량 역시 2014년 이후 꾸준히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4캔 1만 원’으로 대변되는 수입 맥주의 공세가 국내 맥주 생산량의 감소로 이어졌고, 맥아 수요 역시 감소한 것이다. 이러한 감소 폭은 대부분 대기업 맥주에 해당하는 것으로, 그에 반해 국내 수제맥주 업체 수는 증가하는 추세다. 2014년 54개 수준이었던 국내 수제맥주 양조장의 개수는 2019년 5월 기준 120개를 돌파했으며, 연말에는 130개 이상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출고 금액 역시 2016년 311억 원, 2017년 433억 원, 2018년 633억 원으로 매년 40% 이상 증가하고 있다. 수제맥주 산업은 혁신을 동력으로 성장하는 지역 밀착형 산업으로서, 시장이 성장함에 따라 관련 원재료 산업 및 원재료 가공 산업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특성을 고려하여 국산 맥주보리 개발과 맥아 생산기반 구축을 도모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국산 맥아의 소비 활성화 및 수입 대체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군산 맥아 공장, 국내 맥아 생산의 전초기지
군산시농업기술센터 이선우 주무관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군산 맥아 가공 특화사업의 추진현황과 국산 맥아 소비확대 방안에 관해 발표했다. 현재 국내 맥주 산업에서는 소규모 맥주 제조가 활성화되며 양조장의 숫자가 큰 폭으로 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주류제조시장은 곡물 소비의 가장 큰 시장이면서도 국내 농업과 연계성이 매우 약한 것이 현실이다. 전남지역은 한국의 대표적인 보리 주산지로, 2011년부터 군산시가 보리 관련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군산맥아 가공 특화사업은 2016년 예산 확보에 이어 2017년부터 총사업비 43억 규모로 진행되고 있으며, 국산 맥아 제조, 정선, 포장시설 등을 신축해 8월 12일부터 가동되었다. 2.5mm 이상의 보리인 1호맥만으로 맥아를 제조하며, 광맥, 흑호 등의 품종을 사용해 캐러멜 몰트까지 제조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연간 생산량은 300t에 다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제품 개발을 위한 250L 규모의 맥주 파일럿 장비도 마련되어 있다. 이선우 주무관 역시 국산 맥아 판매의 가장 큰 걸림돌로 가격을 들면서, 이를 보완하기 위해 국산맥아를 사용하는 맥주 제조업체의 원가 부담을 해소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 방안으로 지역특산주에 맥주를 포함하고, 지역특산주가 사용할 수 있는 농산물의 범위를 해당 시군구에 국한하지 않고 국내 농산물로 확대하는 방법을 제시했으며, 국내 농산물 사용 시 인센티브를 확충해 소비를 촉진해야 함을 강조했다. 임성빈 한국수제맥주협회 회장은 현재의 종가세 체계에서 국산맥아 가격이 세금 증가로 이어지고 있음을 강조하며, 국산 맥아 사용 시 주세 경감 및 지원금 지급 등의 방안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현재 기획재정부 측애 국산 맥아를 사용하는 경우 쌀 수준의 주세 경감 혜택을 적용할 것을 요청 중이라고 밝히고, 국산 맥아 사용에 중점을 둔 단기 지원사업보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맥주 생산자에게는 가격보다 품질과 예측 가능성이 중요
이어진 간담회에서 농림축산식품부 식량산업과 이영은 주무관은 현재 농협과 계약 재배를 통해 재배되지 않은 비계약 물량에 대한 큰 폭의 가격 인하가 불가피함을 밝히고, 농가 소득증대 목적으로 진행된 이모작 활성화 대책이 결과적으로는 생산과잉으로 이어지기에 안정적 수요확보 이전까지는 재배 면적 조절을 유도할 계획임을 밝혔다. 국세청 주류면허지원센터 장영진 사무관은 국내외 맥아 가격 차이로 인한 지원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으나 세율감면 등 직접적인 지원에는 어려움이 있다며, 생산 및 유통 등의 단계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 간접적인 지원 방법을 찾는 것이 더 낫다는 입장을 보였다.
산업 현장에서 직접 맥주를 생산하는 양조장 관계자들은 한목소리로 ‘국산 맥아의 예측 가능한 데이터 제공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맥아의 품질과 특성을 포함한 자세한 데이터가 제공되지 않을 경우 맥주 제조자의 입장에서는 원재료 사용에 있어 항상 위험성을 안고 갈 수밖에 없고, 이러한 상황이 국산 맥아를 기피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지적했다. 이에 군산시 농업기술센터 이선우 주무관은 ‘품질 지표를 제공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으며, 제일 중요한 것은 품질의 균일성이다. 품종개발 단계에서 분석한 자료는 수입산과 비교해 손색이 없었으나, 양산 단계에 들어갔을 때 확인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함께 품질 수준이 미치지 못한다면 마땅히 판매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연구원, 정부 관계자 및 양조장 측 모두 국산맥아 개발의 필요성과 더불어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육성이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했다. 또한 현재의 종가세 구조에서 가격 부담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종량세 전환이 이루어질 전망이기에 가격보다는 품질의 우수성과 균일성을 확인하고 담보할 수 있는 수단이 우선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국산 맥아 산업은 이제 걸음마를 떼기 시작했다. 국내 맥아 산업이 맥주 산업과 동반 성장할 수 있도록 초기 단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시행착오를 줄인다면, 연착륙의 가능성이 높음을 이번 간담회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