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고성 문베어 브루잉 컴퍼니, 독보적인 품질관리로 승부하다!
동해안 최북단에 위치한 강원도 고성은 동쪽으로는 탁 트인 청정 바다를, 서쪽으로는 태백산맥의 수려한 장관을 뽐낸다. 예로부터 잘 보존된 자연과 맑고 깨끗한 물로 유명하다. 풍부한 해산물과 산에서 나오는 진귀한 약재와 꿀, 사시사철 나물들은 신선의 음식을 닮았다.
이곳에 새로운 크래프트 맥주의 역사를 쓰고자 하는 문베어 브루잉이 자리 잡았다. 자연을 최고의 영감으로 여기는 문베어는 맥주에 산(山)의 이름을 붙인다. 산의 정기를 고스란히 담아낸 듯한 이 맥주들은 고성과 속초를 넘어 전국 각지에 그 기운을 전파하고 있다.
청정 속초의 정기로 탄생하는 맥주
한반도 전역의 고산지대에 서식해온 반달가슴곰은 대한민국의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으로서 보호받고 있다. 금빛으로 반짝이는 반달가슴곰 로고와 함께 국내 유수의 산 이름을 딴 문베어의 맥주를 마주하노라면, 팔도강산을 아끼고 자랑스레 여기는 마음이 듬뿍 느껴진다.
헤드브루어 랍 티틀리는 양조장 설계 과정에서부터 쭉 함께해왔다. 양조장의 위치를 정하고 공간을 설계하며 장비를 갖추는 데만 몇 해가 걸릴 정도로, 하나부터 열까지 꼼꼼히 계획했다. 캐나다 토론토 출신으로 2003년 한국에 정착한 뒤 오랫동안 양조를 해오던 그는 현재 문베어 브루잉 팀을 이끌며 양조와 패키징 작업으로 바쁜 일과를 보내고 있다. 양조장을 막 방문했을 때, 브루잉 팀의 케깅(Kegging) 작업이 한창이었다.
속초에 자리 잡은 계기 중 하나는 ‘물’이다. 문베어는 속초 지역의 지하수를 끌어올려 산소 제거와 살균 및 필터링의 과정을 거친 뒤 맥주 양조에 사용하고 있다. 랍의 설명에 따르면 속초는 물이 좋기로 유명하다. 이곳 지하수가 맥주를 만들기에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요건을 갖추었다고 그는 말한다. "지하 200m에서 물을 끌어다 쓰고 있는데, 물에 미네랄이 별로 없어 맥주 만들기에 좋습니다. 미네랄을 추가하는 건 비용이 적게 들지만, 제거하려면 비용이 많이 들거든요. 그러니 미네랄이 적게 함유된 물이 맥주 만들기엔 좋지요. 어떤 맥주 스타일을 만들든각 스타일에 필요한 미네랄을 투여하면 되니까요.”
철저한 품질 관리와 효율성에 기반한 양조
“산소는 맥주를 망치는 주범입니다. 산소야 말로 맥주의 가장 큰 적이라고 할 수 있죠.”
문베어 브루잉이 최우선으로 삼는 것은 다름 아닌 품질 관리이다. 특히 맥주 본연의 맛을 변질시키고 좋지 않은 풍미를 유발하는 산소를 차단하기 위해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자동화된 병입 라인에는 산소가 최대한 섞여들지 않도록 하는 기술이 탑재되어 있다. 패키징 과정뿐 아니라 발효가 끝난 뒤 맥주를 옮길 때도 혹여나 산소가 유입되지 않도록 감시하고 확인한다.
“양조가 하루 만에 끝나는 것 같지만, 사실 맥주가 만들어지는 과정은 2주 넘게 이어집니다. 양조 이후의 과정 역시 맥주의 품질에 아주 중요한 이유입니다.”
공장장인 김훈 전무 역시 산소의 유입을 대폭 차단하기 위해 패키징 시스템을 차별화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일반적으로 용존산소량(DO)이 150ppm 정도면 ‘관리를 잘한다’고들 말합니다. 문베어는 이 수치를 보통 때 40-50ppm 정도로 유지하고 있으며, 낮을 때는 30-40ppm까지도 낮춥니다." 이처럼 산소의 차단에 각별히신경 쓴 것은 처음에 의도한 본연의 맥주맛을 소비자에게 온전히 전하려는 목적에서 비롯되었다.
대중에게 사랑받는 지역 맥주를 향해
2019년 4월 현재 문베어는 금강산 골든에일, 한라산 윗비어, 백두산 IPA로 총 3가지 종류의 맥주를 만든다. 각각의 맥주에 한반도의 명산을 테마로 하여 이름을 붙였다.
일반적인 브루어리와 달리 메쉬 필터 (Mesh Filter)를 사용한다는 점 또한 특별하다. 보통은 몰트 찌꺼기를 여과하여 맥아즙을 추출하는 라우터 턴(Lauter Tun)을 사용하지만, 문베어는 그 대신 메쉬 필터를 사용함으로써 효율성을 높였다. 맥아 혼합물을 펌핑하고 쥐어짜 내기만 하면, 몰트 찌꺼기는 자연스레 필터에 남고 맥아즙이 추출되는 방식이다.
이러한 시스템은 효율적일 뿐 아니라 더 다양하고 새로운 맥주 양조를 가능케 한다. 무엇보다 라우터 턴을 사용할 때 만들기 힘든 맥주 스타일을 시도할 수 있다는게 장점이라고 랍은 설명했다. “이를 테면 귀리라든지 수수와 같은 재료들은 너무 끈적하기 때문에 전통적인 라우터 턴 방식으로는 맥아즙을 추출하기가 어렵지만, 메쉬 필터로는 가능합니다.”
금강산 골든 에일은 빛에 따라 각기 다른 자태를 드러내는 금강산에서 영감을 받았다. 거리낌 없이 들이켜기 좋은 음용성과 은은한 풍미 덕에 특히 크래프트 맥주 입문자에게 추천할 만하다. 이름만으로 도 웅장함이 느껴지는 백두산 IPA는 강렬한 홉의 향과 쌉싸름한 맛에 초점을 둔 고전적인 IPA이며 현재까지 가장 인기가 많다. 한라산 윗비어는 국내에서 좀처럼 보기 쉽지 않은 벨지안 위트 스타일로, 향긋하고 부드러운 풍미가 도드라진다. 이처럼 문베어의 맥주는 각각의 개성이 살아있으면서도, 누구나 어느 때라도 편하게 즐길 수 있을 법한 균형미가 특징적이다.
문베어 브루잉과 근접해있는 '설악산'의 이름을 딴 맥주 역시 출시할 계획인데, 메밀이나 강릉 커피 등 근방 지역에서 나는 재료를 이용해 만들 계획이다.
캔맥주 유통이 활발해지는 추세인 만큼 문베어는 향후 캔입 계획 또한 염두에 두고 있으며, 양조장 한켠에 자체 탭룸을 오픈하기 위해 공사를 진행 중이다. 또한 로컬 브루어리로서 속초, 넓게는 강원도의 지역 프로그램 및 관광 코스와 연계함으로써 새로운 지역 명소로 거듭날 방침이다.
좋은 맛은 지역과 경계를 뛰어넘는다. 크래프트 맥주를 전에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이라도 부담 없이 즐길만한 맛을 추구하는 문베어는 오늘도 품질에 대한 원칙과 자부심으로 한 발짝씩 힘차게 내디디고 있다.
EDITOR_홍희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