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May 11, 2018

술 맛 당기는 이태원 소울푸드와
함께 하는 이 밤이 짧다

심야식당2

심야식당 시즌 2 권주성 대표 인터뷰

Interview with Ju-sung Kwon, the CEO of Bistro Jubari Project

웬만한 식당은 이미 문을 닫은 새벽 3시. 어지러운 이태원 거리를 헤매던 당신과 친구들은 아늑한 공간에 들어가 조촐하게 허기를 달래고 싶어졌다. 이왕이면 성의 없는 음식으로 때우는 게 아니라 맛있는 음식을 제대로 먹고 싶다. 맛있는 음식에는 그에 어울리는 술도 빠질 수 없을 텐데... 실패하고 싶지 않은 당신의 마음을 읽기라도 하듯 이태원역과 녹사평역 사이 골목에 자리한 ‘심야식당 시즌 2’에서는 이 시각에도 맛있는 냄새가 한창이다.



화려한 무늬가 새겨진 그의 ‘고추 바지'는 주방에서 입는 작업복이며, 블루투스 이어폰은 바쁘게 울리는 예약 전화를 절대 놓치지 않도록 돕는 필수 아이템이다. 인터뷰 중에도 연말 모임을 위한 예약전화가 빗발쳐 심야 식당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저녁 7시부터 새벽 5시까지 문을 활짝 열고 늦은 시간 오갈 데 없는 사람들에게 ‘맛있는 안식처’를 선사하는 이곳은 진정한 ‘심야식당’이라고 볼 수 있다. 심야시간에 영업을 하기에 언뜻 피로도가 높지 않을까 우려했지만, 권주성 대표는 어깨를 으쓱하며 자신을 ‘밤에 피는 장미'에 비유했다. 늦은 밤 특유의 고요함이 좋고 그렇기에 밤에 에너지를 더 느끼는 편이라는 설명이다. 또 매일 새벽 해가 뜨는 것을 바라볼 때마다 남들보다 더 사는 느낌을 받는 것이 좋다고 한다.

굳이 심야에 영업한다는 장점이 아니더라도, 다른 곳에서 맛볼 수 없는 독특하고 중독성 있는 메뉴가 수많은 단골을 보유한 심야식당만의 진짜 매력이다. 메뉴마다 유쾌한 작명 센스가 돋보이는데 ‘이태원탕’, ‘스위스 감자전’, ‘고수천국 불식지옥’ 등이 그것이다. 이태원탕은 진한 얼큰함과 속을 달래는 부드러움이 공존하는 국물 요리다. 요즘같이 추운 날씨에 한 국자 뜨면 몸이 녹아들면서 손을 뻗어 술잔을 찾게 되는 맛이다. 게다가 제철을 맞은 통통한 굴이 국물 밴 야채와 함께 입안에 굴러들어와 씹힐 때의 행복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이태원탕이 탄생한 배경은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다. 다양한 나라를 여행하며 그곳만의 정서와 문화가 담긴 음식을 맛 봐온 권주성 대표는 서로 다른 여러 음식들의 장점만을 적절하게 한데 엮어 이태원탕을 만들어냈다. 태국의 소울푸드 똠양꿍을 모티프로 한 이 요리는 프랑스식으로 새우 머리로 육수를 내고 일본식 돈코츠(돼지뼈) 국물과 같은 질감을 내었다. 권 대표는 각 나라의 소울푸드를 잘 배합해서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내는 일이 그가 추구하는 일이며 지금 하고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태원이니까. 이태원이 문화가 섞이는 곳이거든요.” 이보다 더 ‘이태원 요리주점’이라는 타이틀이 잘 어울릴 수 있을까?
더욱 놀라운 점은 이 메뉴의 이름이 처음에는 ‘이태원탕'이 아니라 ‘칼칼 나가사키 짬뽕'이었다는 것이다. 공들여 만든 메뉴가 사람들 사이에서 그저 단순한 짬뽕으로 인식되는 것이 안타 까워 이름을 과감하게 바꿨다. ‘이태원탕'이 되면서 비로소 이 요리는 제 자리를 찾은 것 같다.
심야식당의 또 다른 대표 메뉴 ‘스위스 감자전’은 얇게 채 썬 감자를 부친 전 위에 라끌렛 치즈가 소복하게 얹힌 모양새를 하고있다. 한가운데 놓여있는 수란을 톡 터뜨려 진한 노른자에 전을 찍어 먹으면 세상의 모든 고소함이 입속에 담긴 기분이 든다. 이 역시 문화가 맛있게 뒤섞여 재창조된 별미다. 심야식당이 ‘무국적 창작요리’를 추구한다는 설명이 무슨 말인지 알 것 같다.



심야식당은 어느 한 종류의 술만을 고집하지 않는다. 다양한 문화를 접목한 요리가 있으니, 술도 그에 맞게 따라갈 수밖에 없다. 맛있는 요리를 먹으며 죽 늘어선 술을 보고 있노라면 요리와 술의 다양한 궁합을 시도하고 싶어진다. 심야식당에서 맛볼 수 있는 음식과 맥주의 페어링으로 ‘스위스 감자전'과 ‘몽스 카페’를 추천하고 싶다. 고소하고 짭짤한 맛과 라끌렛 치즈 특유의 쿰쿰한 풍미가 몽스 카페의 톡 쏘는 새콤달콤함과 맞물려 조화로웠다. 마치 치즈와 와인의 조합에 구운 맛과 바삭한 질감이 더해진 것 같았다. 권주성 대표는 스위스 감자전의 경우 어떤 맥주와 함께해도 다 잘 어울린다고 강조했다. 맥주 라인업을 구성하는 기준을 묻자 그는 너무도 당연한 듯 ‘내가 마시고 싶은 맥주'라고 말한다. 그중에서도 라오스 맥주 ‘비어라오’를 시중에서 판매되는 맥주 중 가격 대비 가장 추천할만한 라거로 꼽았다.

“내 돈 주고 먹고 싶지 않은 음식은 만들지 않는다’는 그는 심야식당이 그냥 혼자서라도 들어와서 술 마시다 가고 싶은 편한 곳이길 바란다고 한다. 그리곤 덧붙였다. “편한 곳을 만들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이 필요한 거에요.” 이태원의 ‘심야식당 시즌 2’가 왜 ‘심야식당’인지 알 것 같다. 이곳 사장님과 음식이나 술에 관해 이야기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꼴딱 밤을 샐 것만 같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기 전에 서둘러 자리를 떴지만 실제로도 그런 사람이 한둘이 아니라고 한다. 당신도 어느 추운 날 호젓하게 심야식당을 찾았다가 순식간에 단골이 되어버릴지 모를 일이다.



심야식당 시즌 2 주바리 프로젝트
주소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20길 2-10
전화번호  02-3785-3385
영업시간  매일 19:00 - 05:00
페이스북  www.facebook.com/worldsoulfood

심야식당2

심야식당 시즌 2 권주성 대표 인터뷰

Interview with Ju-sung Kwon,
the CEO of Bistro Jubari Project

웬만한 식당은 이미 문을 닫은 새벽 3시. 어지러운 이태원 거리를 헤매던 당신과 친구들은 아늑한 공간에 들어가 조촐하게 허기를 달래고 싶어졌다. 이왕이면 성의 없는 음식으로 때우는 게 아니라 맛있는 음식을 제대로 먹고 싶다. 맛있는 음식에는 그에 어울리는 술도 빠질 수 없을 텐데... 실패하고 싶지 않은 당신의 마음을 읽기라도 하듯 이태원역과 녹사평역 사이 골목에 자리한 ‘심야식당 시즌 2’에서는 이 시각에도 맛있는 냄새가 한창이다.



화려한 무늬가 새겨진 그의 ‘고추 바지'는 주방에서 입는 작업복이며, 블루투스 이어폰은 바쁘게 울리는 예약 전화를 절대 놓치지 않도록 돕는 필수 아이템이다. 인터뷰

중에도 연말 모임을 위한 예약전화가 빗발쳐 심야 식당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저녁 7시부터 새벽 5시까지 문을 활짝 열고 늦은 시간 오갈 데 없는 사람들에게 ‘맛있는 안식처’를 선사하는 이곳은 진정한 ‘심야식당’이라고 볼 수 있다. 심야시간에 영업을 하기에 언뜻 피로도가 높지 않을까 우려했지만, 권주성 대표는 어깨를 으쓱하며 자신을 ‘밤에 피는 장미'에 비유했다. 늦은 밤 특유의 고요함이 좋고 그렇기에 밤에 에너지를 더 느끼는 편이라는 설명이다. 또 매일 새벽 해가 뜨는 것을 바라볼 때마다 남들보다 더 사는 느낌을 받는 것이 좋다고 한다. 굳이 심야에 영업한다는 장점이 아니더라도, 다른 곳에서 맛볼 수 없는 독특하고 중독성 있는 메뉴가 수많은 단골을 보유한 심야식당만의 진짜 매력이다. 메뉴마다 유쾌한 작명 센스가 돋보이는데 ‘이태원탕’, ‘스위스 감자전’, ‘고수천국 불식지옥’ 등이 그것이다. 이태원탕은 진한 얼큰함과 속을 달래는 부드러움이 공존하는 국물 요리다. 요즘같이 추운 날씨에 한 국자 뜨면 몸이 녹아들면서 손을 뻗어 술잔을 찾게 되는 맛이다. 게다가 제철을 맞은 통통한 굴이 국물 밴 야채와 함께 입안에 굴러들어와 씹힐 때의 행복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이태원탕이 탄생한 배경은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다. 다양한 나라를 여행하며 그곳만의 정서와 문화가 담긴 음식을 맛 봐온 권주성 대표는 서로 다른 여러 음식들의 장점만을 적절하게 한데 엮어 이태원탕을 만들어냈다. 태국의 소울푸드 똠양꿍을 모티프로 한 이 요리는 프랑스식으로 새우 머리로 육수를 내고 일본식 돈코츠(돼지뼈) 국물과 같은 질감을 내었다. 권 대표는 각 나라의 소울푸드를 잘 배합해서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내는 일이 그가 추구하는 일이며 지금 하고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태원이니까. 이태원이 문화가 섞이는 곳이거든요.” 이보다 더 ‘이태원 요리주점’이라는 타이틀이 잘 어울릴 수 있을까?
더욱 놀라운 점은 이 메뉴의 이름이 처음에는 ‘이태원탕'이 아니라 ‘칼칼 나가사키

짬뽕'이었다는 것이다. 공들여 만든 메뉴가 사람들 사이에서 그저 단순한 짬뽕으로 인식되는 것이 안타 까워 이름을 과감하게 바꿨다. ‘이태원탕'이 되면서 비로소 이 요리는 제 자리를 찾은 것 같다.
심야식당의 또 다른 대표 메뉴 ‘스위스 감자전’은 얇게 채 썬 감자를 부친 전 위에 라끌렛 치즈가 소복하게 얹힌 모양새를 하고있다. 한가운데 놓여있는 수란을 톡 터뜨려 진한 노른자에 전을 찍어 먹으면 세상의 모든 고소함이 입속에 담긴 기분이 든다. 이 역시 문화가 맛있게 뒤섞여 재창조된 별미다. 심야식당이 ‘무국적 창작요리’를 추구한다는 설명이 무슨 말인지 알 것 같다.

심야식당은 어느 한 종류의 술만을 고집하지 않는다. 다양한 문화를 접목한 요리가 있으니, 술도 그에 맞게 따라갈 수밖에 없다. 맛있는 요리를 먹으며 죽 늘어선 술을 보고 있노라면 요리와 술의 다양한 궁합을 시도하고 싶어진다. 심야식당에서 맛볼 수 있는 음식과 맥주의 페어링으로 ‘스위스 감자전'과 ‘몽스 카페’를 추천하고 싶다. 고소하고 짭짤한 맛과 라끌렛 치즈 특유의 쿰쿰한 풍미가 몽스 카페의 톡 쏘는 새콤달콤함과 맞물려 조화로웠다. 마치 치즈와 와인의 조합에 구운 맛과 바삭한 질감이 더해진 것 같았다. 권주성 대표는 스위스 감자전의 경우 어떤 맥주와 함께해도 다 잘 어울린다고 강조했다. 맥주 라인업을 구성하는 기준을 묻자 그는 너무도 당연한 듯 ‘내가 마시고 싶은 맥주'라고 말한다. 그중에서도 라오스 맥주 ‘비어라오’를 시중에서 판매되는 맥주 중 가격 대비 가장 추천할만한 라거로 꼽았다.

“내 돈 주고 먹고 싶지 않은 음식은 만들지 않는다’는 그는 심야식당이 그냥 혼자서라도 들어와서 술 마시다 가고 싶은 편한 곳이길 바란다고 한다. 그리곤 덧붙였다. “편한 곳을 만들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이 필요한 거에요.” 이태원의 ‘심야식당 시즌 2’가 왜 ‘심야식당’인지 알 것 같다. 이곳 사장님과 음식이나 술에 관해 이야기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꼴딱 밤을 샐 것만 같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기 전에 서둘러 자리를 떴지만 실제로도 그런 사람이 한둘이 아니라고 한다. 당신도 어느 추운 날 호젓하게 심야식당을 찾았다가 순식간에 단골이 되어버릴지 모를 일이다.



심야식당 시즌 2 주바리 프로젝트
주소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20길 2-10
전화번호  02-3785-3385
영업시간  매일 19:00 - 05:00
페이스북  www.facebook.com/worldsoulfood

Editor & TRANSLATOR 홍희주
PHOTOGRAPHER 이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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