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May 11, 2018

전통주와 크래프트 맥주를 함께

백곰 막걸리 & 양조장

'덕과 덕은 통한다' 백곰 막걸리&양조장 이승훈 대표

“Geeks understand each other” Representative Seunghoon Lee

압구정 로데오 거리. 한때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패션에 예민한 거리이자 유행을 선도하는 공간이었지만 이제는 ‘임대’라는 현수막이 쓸쓸하게 내걸린 텅 빈 가게들이 보인다. 압구정 로데오 골목에서 유난히 많은 사람들이 줄 서 있는 곳이 눈에 띈다. 어딘지 모르게 향수를 일으키는 하얀 외관의 2층 건물과 곰이 술잔을 들고 있는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건물 앞 한 켠에는 국내 크래프트 브루어리의 맥주 배너가 서 있다. 지난해 6월 전통주 주점으로 문을 열어 연일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는 ‘백곰 막걸리&양조장’의 이승훈 대표를 만났다.

크래프트 맥주와 전통주의 연결고리

The link between the craft beer and the traditional liquor

전통주를 앞세우고 있는 백곰 막걸리&양조장의 지하에는 크래프트 펍이 운영되고 있다. 카브루 등 국산 크래프트 맥주 탭이 10개, 더핸드앤몰트 캔을 3종, 그리고 굿맨브루어리의 병맥주를 갖추고 있다.
이승훈 대표는 전통주만큼 맥주를 좋아하기도 해 로컬 크래프트 맥주와 전통주의 접점을 발견했다고 했다. 전통주와 로컬 크래프트 맥주를 같이 소개하기로 한 이유다. “전통주가 지역색과 전통을 지키면서 시대에 맞게 변해가야 하듯이 크래프트 맥주도 정체성 측면에서 국산 재료로 만들고 지역성을 담고 다양성 있게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과거를 고수하면서도 모던하게 바뀌어 가는 모습은 전통주나 크래프트 맥주에서나 모두 필요한 것 아닐까요?”



이런 면에서 이 대표는 전통주와 국산 크래프트 맥주가 서로 시너지를 낼 연결고리를 찾고 있다. “전통주 전문 주점으로 자리 잡은 점을 감안해 국산 보리를 쓰는 맥주를 다루면 스토리가 잘 나올 것 같다”는 그는 “더욱 적극적으로는 ‘막걸리 효모를 쓴 맥주’와 같은 컬래버레이션이 이뤄지면 재미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넘사벽’ 220종의 전통주를 맛볼 수 있는 곳

The Unmatchable’ Where you can find 220 kinds of traditional liquors

청주, 탁주 약주, 증류식 소주 등 전국의 전통주 220종을 경험할 수 있는 곳. 이런 곳은 세상에 또 없다. 이승훈 대표의 전통주에 대한 깊은 이해와 전통주 양조장들과의 끈끈한 유대감 없이는 나올 수 없는 라인업이기 때문이다. 전통주 메뉴판만 10장이 넘어간다. 전통주 양조에 일가견이 있는 유이진 대표까지 합세해 두 전문가 부부가 함께 운영하고 있는 것도 힘이다.

“하루에 재고 조사에만 한 시간 이상이 걸려요. 거래하는 양조장이 200군데 이상이어서 계산서 끊는 것만 해도 엄청난 작업이구요. 이런 비효율적인 ‘짓’이 극단으로 가니까 상업성이 됐네요. 더 이상 술을 쌓아놓을 자리가 없어 집에 업소용 냉장고까지 들여놨어요.”





대중성이 높지 않은 전통주로 ‘흥’하게 된 데에는 올 3월 유명 TV프로그램에 ‘막걸리 안주 맛집’으로 꼽힌 영향이 컸다고 한다. 돈방석에 앉았겠다고 부러워하자 돌아온 대답은 의외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매장을 접을 요량으로 출구 전략을 고민했어요. 더 유명해질 수 없을 정도로 유명한데 적자가 쌓였거든요.” 재고 관리도 어려운 점이었지만 또 다른 이유는 건물의 구조에 있었다. 백곰 막걸리&양조장이 자리 잡은 36년이 됐다는 지하 1층, 지상 2층의 건물은 16년 전까지 가정집으로 쓰였다.
탁 트인 홀이 아니라 과거 방이였을 공간이 각각 분리돼 있어 서브하는 데 큰 노동력이 들어간다. 또 지하 공간은 아예 출입구가 달라 인력이 따로 배치돼야 한다.



특히 220종의 전통주가 있다 보니 술에 대해 이해하고 서빙하는 인력이 필요하다는 점도 비용 증가의 원인이었다. 이 대표는 “손님들은 다양한 걸 경험하려고 찾아다니는 분들이신데 직원들이 트레이닝이 안 돼 있으면 서빙이 안 된다”며 “열정을 가진 직원들을 정규직으로 채용해 전통주 소믈리에, 막걸리 학교 등에서의 교육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를 만든 건 8할이 ‘덕질’

Geeking out made me who I am

이처럼 무리하면서까지 어마어마한 전통주 라인업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뭘까? 이승훈 대표는 대기업의 축산물 MD를 거쳐 축산물 안전 관리인 증원에서 일을 하다 외식업에 뜻을 두고 직장을 그만뒀다. 음식과 그에 맞는 주류에 대해 연구하다 전통주를 접하게 됐는데 그 매력에 푹 빠져버렸다. “그때부터 전국 양조장 투어를 시작했죠. 1년쯤 되니 전통주 양조장들과 네트워크도 쌓게 되고 ‘오타쿠’들 사이에서도 알려지게 되더라구요. 또 시간이 지나다 보니 자연스럽게 전통주를 보는 눈도 생기게 됐죠.” 전국 전통주 양조장 수백 군데를 다니다 보니 맛있는 술이 전국으로 유통되지 못하는 것과 운영자들이 노령화돼 발전을 모색하지 못하는 상황이 안타까웠다. 그래서 소규모 전통주를 세상에 알리고자 외식업의 꿈을 잠시 접어두고 당시 출범한 사단법인 막걸리 협회 초대 사무국장을 맡게 됐다. 이후 더 적극적으로 홍보를 하기 위해 자신의 별명 ‘백곰’을 브랜드로 꿈에 그리던 가게를 연 것이다.

“전통주를 골라 팔았다면 수익성이 좋아졌을 것이지만 백곰의 정신은 그게 아닙니다. 가능하면 더 많은 전국의 전통주들을 더 많이 알리는 것이 목표죠.” 원래 백곰 막걸리&양조장 지하에서 막걸리를 직접 만들기 위해 면허를 받았지만 양조를 망설이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 대표는 “내 술을 양조하면 다른 술을 홍보하는 데 걸림돌이 될 것 같아 그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며 “아직까지는 지역의 다양한 술을 알리는 데 더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백곰 막걸리&양조장
주소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 48길 39
전화번호   02-540-7644
영업시간  월~목 17:30~24:00, 금~토 17:30~01:30, 일요일 공휴일 휴무
홈페이지  whitebear.modoo.at

백곰 막걸리 & 양조장

'덕과 덕은 통한다' 백곰 막걸리&양조장 이승훈 대표

“Geeks understand each other”
Representative Seunghoon Lee

압구정 로데오 거리. 한때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패션에 예민한 거리이자 유행을 선도하는 공간이었지만 이제는 ‘임대’라는 현수막이 쓸쓸하게 내걸린 텅 빈 가게들이 보인다. 압구정 로데오 골목에서 유난히 많은 사람들이 줄 서 있는 곳이 눈에 띈다. 어딘지 모르게 향수를 일으키는 하얀 외관의 2층 건물과 곰이 술잔을 들고 있는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건물 앞 한 켠에는 국내 크래프트 브루어리의 맥주 배너가 서 있다. 지난해 6월 전통주 주점으로 문을 열어 연일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는 ‘백곰 막걸리&양조장’의 이승훈 대표를 만났다.

크래프트 맥주와 전통주의 연결고리

The link between the craft beer and
the traditional liquor

전통주를 앞세우고 있는 백곰 막걸리&양조장의 지하에는 크래프트 펍이 운영되고 있다. 카브루 등 국산 크래프트 맥주 탭이 10개, 더핸드앤몰트 캔을 3종, 그리고 굿맨브루어리의 병맥주를 갖추고 있다.
이승훈 대표는 전통주만큼 맥주를 좋아하기도 해 로컬 크래프트 맥주와 전통주의 접점을 발견했다고 했다. 전통주와 로컬 크래프트 맥주를 같이 소개하기로 한 이유다. “전통주가 지역색과 전통을 지키면서 시대에 맞게 변해가야 하듯이 크래프트 맥주도 정체성 측면에서 국산 재료로 만들고 지역성을 담고 다양성 있게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과거를 고수하면서도 모던하게 바뀌어 가는 모습은 전통주나 크래프트 맥주에서나 모두 필요한 것 아닐까요?”

이런 면에서 이 대표는 전통주와 국산 크래프트 맥주가 서로 시너지를 낼 연결고리를 찾고 있다. “전통주 전문 주점으로 자리 잡은 점을 감안해 국산 보리를 쓰는 맥주를 다루면 스토리가 잘 나올 것 같다”는 그는 “더욱 적극적으로는 ‘막걸리 효모를 쓴 맥주’와 같은 컬래버레이션이 이뤄지면 재미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넘사벽’ 220종의 전통주를 맛볼 수 있는 곳

The Unmatchable’ Where you can find
220 kinds of traditional liquors

청주, 탁주 약주, 증류식 소주 등 전국의 전통주 220종을 경험할 수 있는 곳. 이런 곳은 세상에 또 없다. 이승훈 대표의 전통주에 대한 깊은 이해와 전통주 양조장들과의 끈끈한 유대감 없이는 나올 수 없는 라인업이기 때문이다. 전통주 메뉴판만 10장이 넘어간다. 전통주 양조에 일가견이 있는 유이진 대표까지 합세해 두 전문가 부부가 함께 운영하고 있는 것도 힘이다.

“하루에 재고 조사에만 한 시간 이상이 걸려요. 거래하는 양조장이 200군데 이상이어서 계산서 끊는 것만 해도 엄청난 작업이구요. 이런 비효율적인 ‘짓’이 극단으로 가니까 상업성이 됐네요. 더 이상 술을 쌓아놓을 자리가 없어 집에 업소용 냉장고까지 들여놨어요.”

대중성이 높지 않은 전통주로 ‘흥’하게 된 데에는 올 3월 유명 TV프로그램에 ‘막걸리 안주 맛집’으로 꼽힌 영향이 컸다고 한다. 돈방석에 앉았겠다고 부러워하자 돌아온 대답은 의외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매장을 접을 요량으로 출구 전략을 고민했어요. 더 유명해질 수 없을 정도로 유명한데 적자가 쌓였거든요.” 재고 관리도 어려운 점이었지만 또 다른 이유는 건물의 구조에 있었다. 백곰 막걸리&양조장이 자리 잡은 36년이 됐다는 지하 1층, 지상 2층의 건물은 16년 전까지 가정집으로 쓰였다.
탁 트인 홀이 아니라 과거 방이였을 공간이 각각 분리돼 있어 서브하는 데 큰 노동력이 들어간다. 또 지하 공간은 아예 출입구가 달라 인력이 따로 배치돼야 한다.

특히 220종의 전통주가 있다 보니 술에 대해 이해하고 서빙하는 인력이 필요하다는 점도 비용 증가의 원인이었다. 이 대표는 “손님들은 다양한 걸 경험하려고 찾아다니는 분들이신데 직원들이 트레이닝이 안 돼 있으면 서빙이 안 된다”며 “열정을 가진 직원들을 정규직으로 채용해 전통주 소믈리에, 막걸리 학교 등에서의 교육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를 만든 건 8할이 ‘덕질’

Geeking out made me who I am

이처럼 무리하면서까지 어마어마한 전통주 라인업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뭘까? 이승훈 대표는 대기업의 축산물 MD를 거쳐 축산물 안전 관리인 증원에서 일을 하다 외식업에 뜻을 두고 직장을 그만뒀다. 음식과 그에 맞는 주류에 대해 연구하다 전통주를 접하게 됐는데 그 매력에 푹 빠져버렸다. “그때부터 전국 양조장 투어를 시작했죠. 1년쯤 되니 전통주 양조장들과 네트워크도 쌓게 되고 ‘오타쿠’들 사이에서도 알려지게 되더라구요. 또 시간이 지나다 보니 자연스럽게 전통주를 보는 눈도 생기게 됐죠.” 전국 전통주 양조장 수백 군데를 다니다 보니 맛있는 술이 전국으로 유통되지 못하는 것과 운영자들이 노령화돼 발전을 모색하지 못하는 상황이 안타까웠다. 그래서 소규모 전통주를 세상에 알리고자 외식업의 꿈을 잠시 접어두고 당시 출범한 사단법인 막걸리 협회 초대 사무국장을 맡게 됐다. 이후 더 적극적으로 홍보를 하기 위해 자신의 별명 ‘백곰’을 브랜드로 꿈에 그리던 가게를 연 것이다.

“전통주를 골라 팔았다면 수익성이 좋아졌을 것이지만 백곰의 정신은 그게 아닙니다. 가능하면 더 많은 전국의 전통주들을 더 많이 알리는 것이 목표죠.” 원래 백곰 막걸리&양조장 지하에서 막걸리를 직접 만들기 위해 면허를 받았지만 양조를 망설이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 대표는 “내 술을 양조하면 다른 술을 홍보하는 데 걸림돌이 될 것 같아 그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며 “아직까지는 지역의 다양한 술을 알리는 데 더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백곰 막걸리&양조장
주소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 48길 39
전화번호   02-540-7644
영업시간  월~목 17:30~24:00, 금~토 17:30~01:30, 일요일 공휴일 휴무
홈페이지  whitebear.modoo.at

Editor 황지혜
PHOTOGRAPHER 이인기

ⓒ 2018 All rights reserved. THE BEERPO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