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Oct 14, 2019

간판 없는 그 동네에 터지는 감성_을지로 3가
'골목맥주'

백곰 막걸리 & 양조장

서울대 소비 트렌드 분석센터가 꼽은 2019년 10대 트렌드 중 첫 번째는 ‘컨셉의 연출’이다. 컨셉은 특별한 것이 아니어도 된다. 재미있거나 흔하지 않거나, 이미지만으로 직관적인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갬성 터지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컨셉이 될 수 있다. 소비자들은 컨셉을 소비하는 자신이 돋보인다고 느끼고 사진과 동영상을 SNS에 올린다. 이런 감성을 즐길 줄 알아야 ‘인싸’고 ‘요즘 사람’이다. 맥주 업계에서 제품으로는 한글 네이밍이, 공간으로는 성수동의 창고 개조 펍, 익선동의 한옥 펍, 문래동의 철공소 모티브 펍 등이 컨셉 연출의 예로 꼽힐 수 있다. 연출된 컨셉은 새로워야만 소비자들이 차별화된 가치를 느낀다. 그래서 빠르게 빠르게 변화하는 것이 연출된 컨셉의 숙명이다.
왜 그것을 소비하느냐고 물을 때 ‘맛있어서’ 혹은 ‘가성비가 좋아서’가 아니라, ‘분위기 있어서’, ‘특이해서’라고 대답하는게 연출된 컨셉을 즐기는 소비자들의 대답이다. 그런 의미에서 인쇄소 사이 허름한 을지로 골목에 자리 잡은 가게에 줄을 서가며 방문하는 것이 요즘의 감성 소비다.

서울비어프로젝트 (SBP)

을지로 노가리 골목 인근 인쇄소와 공구상 사이에 자리 잡은 서울비어프로젝트엔 간판이 없다. 페이스북에서 사진을 보고 가지 않았다면 찾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저 브루바이넘버스(BBNO), LIC 비어 프로젝트 등 희귀한 맥주들이 줄지어 있는 쇼케이스만이 이곳이 펍임을 알려준다.





서울비어프로젝트는 지금은 비티알커머스와 합병한 스무스인터내셔널를 운영하던 정찬유 대표가 이끌고 있다. 지난해 11월 문을 열어 첫 번째로 미국 현지에서도 구하기 어렵다는 이퀼리브리엄 브루어리(Equilibrium Brewery) 맥주를 판매하면서 이슈를 일으켰다. 이어 아슬린(Aslin), 인터보로(Interboro), 핀백(Finback) 브루어리 맥주를 잇달아 소개해 맥주 애호가들을 흥겹게 했다. 올 들어서는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영국의 BBNO 맥주를 공식 판매했다. 2월에는 노르웨이의 Lervig 브루어리 맥주를 소개한다.





“널리 유통되지 않는 맥주들을 들여와 소개하는 것을 목표로 시작했어요. 매달 라인업을 바꿔가며 운영하고 있습니다.” 물량이 달려 현지에서도 만나기 쉽지 않은 맥주들을 수입해오는 비결이 뭘까.

“브루어리들과 신뢰 관계를 쌓는데 적지 않은 시간이 들었어요. 준비 기간만 2년이 걸렸습니다. 이제는 브루어리들 사이에 좋은 평판이 쌓이면서 한번 관계를 맺은 브루어리가 다른 브루어리를 소개 해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처음에 어렵게 이퀼리브리엄 브루어리와 거래를 트자 다른 브루어리들에도 접근할 수 있었다. 브루어리에서 맥주가 출고된 날 바로 비행기에 실어 오는 등 맥주 품질 관리에 만전을 기한 점도 ‘믿을 수 있는 파트너’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다.

서울비어프로젝트 지하에는 ‘디아더바’ 라는 이름의 공간이 있다. 낮은 천정, 단색으로 꾸며진 아늑한 분위기에 벨기에 람빅, 사워 맥주, 내추럴 와인으로 가득찬 셀러까지 마련돼 있는 맥덕들이 꿈꾸던 공간이다. 세어링 모임 등을 위한 대관을 진행하기도 한다.

정찬유 대표는 오비베어, 만선호프 등 전통의 맥줏집들이 있는 을지로에서 새로운 맥주에 도전해보고 싶어 이 장소를 선택했다고 한다. “낡고 오래됐지만 매력이 있는 곳”이라고 그는 말했다.

지난 3개월간 희귀한 맥주를 선보이며 관심을 받아왔지만 정대표에게 걱정도 많다.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춰가면서 지 속적으로 새로운 브루어리를 발굴하고 맥주를 들여올 수 있을까를 생각하면 잠이 오지 않을 정도라고. 신선함을 유지하기 위해 생산일 기준 60일 이내 판매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은 만큼 재고 관리도 만만치 않다.

힘든 점도 많지만 접하기 어려운 맥주를 한국 시장에 소개한다는 사명감과 그런 맥주를 즐겁게 즐기는 소비자들이 있기 때문에 계속해나갈 예정이다.

“언젠가는 그동안 소개한 맥주들을 모아 페스티벌을 열고, 서울비어프로젝트를 플랫폼 삼아 해외로 확산해 나가는 것이 꿈입니다. 첫 번째는 도쿄비어프로젝트가 될 겁니다.”








을지맥옥

을지로 대표 노포인 안동장에서 불과 100여 미터 떨어진 좁은 골목. 넥타이를 맨 남자가 맥주잔에 빠져있는 모습을 형 상화한 네온사인이 빛나고 있다. 무슨 뜻 인지 짐작도 안 되는 ‘UV특수인쇄’라고 쓰여 있는 창문을 통해 들여다본 실내는 분홍색 칠을 한 벽에 미러볼이 돌아가면서 어지러운 분위기다. 출입문 옆에는 을지맥옥 현판이 걸려있다.

을지맥옥은 기와탭룸, 연희탭룸을 운영 하는 송주영, 조현민 대표가 꾸민 세번째 공간이다. 인쇄소가 있던 90년된 건물의 기본 틀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영화 ‘블레이드 러너’에 영감을 받아 선택 했다는 분홍색과 네온으로 인해 시공간을 초월한 느낌이 든다.



“낮에는 물건을 실어 나르는 오토바이도 많고 사람들도 분주하게 돌아다니는데 어두워지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쥐 죽은 듯 조용한 공간으로 바뀌더라고요. 그런 면이 매력적으로 느껴지기도 했고, 골목의 밤을 색다르게 연출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아서 이곳을 선택했습니다.”

2018년 5월 오픈한 을지맥옥이 내부 공사를 할 때까지만 해도 을지로 골목이 이렇게 ‘핫’하지는 않았다. 저녁이나 주말에는 아예 지나다니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활성화될 것을 예상하고 이곳에 자리 잡았느냐는 질문에 송주영 대표는 ‘얻어걸렸다’고 했다. “로고에도 표현했듯이 을지로의 직장인을 겨냥했습니다. 그래서 수제맥주지만 피처로도 판매하고 있고요. 이렇게 젊은 친구들이 찾아 오는 장소가 될 줄은 몰랐어요.”



을지맥옥은 자체 레시피로 더쎄를라잇브루잉, 안동브루잉 등과 협력해 맥주를 내놓고 있다. 세션 IPA인 시어써커 (Seersucker)는 누구나 편하게 마실 수 있도록 음용성을 강조했다. 아무리 좋은 맥주여도 질리지 않고 연속해서 마실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시어서커를 시작으로 세종, 앰버 스타일 등으로 자체 레시피 맥주를 늘릴 계획이다.

한옥 펍에서부터 을지로까지 한발 앞서 트렌드를 읽는 두 대표에게 ‘포스트 을지로’는 어디가 될 것인지 물었다.
“이제 다른 지역은 쳐다보지 않고 있어요. 세 개 펍을 내실 있게 운영하는 게 단기적인 계획이고, 장기적으로는 을지맥옥 1층에 양조 장비를 들여놓고 맥주를 생산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빈집 비어있는집



을지로에서 간판이 없는 것쯤은 익숙하다. 가게 정면 상단에 붙어있는 간판이 없을지라도 근처에 가면 단서를 찾을 수 있다. 그러나 허름한 건물 2층에 위치한 빈집 비어있는집을 오픈 전에 찾는 것은 초능력이 필요한 일이다. 그곳이 빈집 비어있는집임을 알려주는 단 하나의 단서인 입간판은 오후 6시 이후에 나온다.

빈집 비어있는집은 옆 건물에 있는 와인바 십분의일과 형제격인 매장이다. 십분의일은 을지로 와인바 돌풍을 일으키며 줄 서는 집으로 자리매김했다. 십분의일 창업자들이 ‘와인 맥주’를 컨셉으로 2018년 4월 문 연 곳이 바로 빈집 비어 있는집이다. ‘Beer 있는 집’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일제 시대에 지어진 건물의 서까래를 그대로 노출하고 벽은 붉은 빛으로 단장했다.





빈집 역시 줄 서 기다려야만 들어올 수 있는 곳이다. 주말에는 오픈 전부터 바깥 길까지 긴 줄이 늘어선다. 주로 몽스 카페, 카스텔, 세종 듀퐁, 두체스 드 브루 고뉴, 트리펠 까르멜리엇 등의 큰 병을 판매한다. 허준석 씨가 대표로 빈집의 운영을 맡고 있다.

“간판도 없고 특별한 홍보를 하지도 않아서 이렇게까지 손님이 많이 올 줄은 몰랐습니다. 특별한 와인맥주를 마실 수 있는 곳으로 알려진 것 같아요.”

십분의일과 빈집 창업자들은 각자 본업이 따로 있다. 허준석 씨의 본업은 뮤지션이다. 전 세계 곳곳을 돌면서 공연을 했고 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의 작업에 참여하기도 했다. 빈집의 인테리어도 본인의 취향대로 했다. 벽에는 허준석 씨가 좋아하는 아티스트들의 사진이 걸려 있고 피아노를 비롯한 악기들이 인테리어 소품처럼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특별히 어떤 공간을 만들겠다는 계획보 다는 지금처럼 운영하고 싶어요.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빈집의 다른 지점을 만들어나가고 싶습니다.”




을지로는 소비자들이 원하는 ‘연출된 컨셉’이 집약된 곳이다. 찾아오기 어렵고 판매하는 제품과 운영하는 사람이 유니크하고 주변 상황과 반전되는 공간이 감성을 불러일으킨다. 재개발로 을지로 노포들이 문 닫을 상황에 처해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는 요즘, 을지로 감성이 옛것과 새것의 조화로 꽃피우기를 기대해본다.



백곰 막걸리 & 양조장

서울대 소비 트렌드 분석센터가 꼽은 2019년 10대 트렌드 중 첫 번째는 ‘컨셉의 연출’이다. 컨셉은 특별한 것이 아니어도 된다. 재미있거나 흔하지 않거나, 이미지만으로 직관적인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갬성 터지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컨셉이 될 수 있다. 소비자들은 컨셉을 소비하는 자신이 돋보인다고 느끼고 사진과 동영상을 SNS에 올린다. 이런 감성을 즐길 줄 알아야 ‘인싸’고 ‘요즘 사람’이다. 맥주 업계에서 제품으로는 한글 네이밍이, 공간으로는 성수동의 창고 개조 펍, 익선동의 한옥 펍, 문래동의 철공소 모티브 펍 등이 컨셉 연출의 예로 꼽힐 수 있다. 연출된 컨셉은 새로워야만 소비자들이 차별화된 가치를느낀다. 그래서 빠르게 빠르게 변화하는 것이 연출된 컨셉의 숙명이다.

왜 그것을 소비하느냐고 물을 때 ‘맛있어서’ 혹은 ‘가성비가 좋아서’가 아니라, ‘분위기 있어서’, ‘특이해서’라고 대답하는게 연출된 컨셉을 즐기는 소비자들의 대답이다. 그런 의미에서 인쇄소 사이 허름한 을지로 골목에 자리 잡은 가게에 줄을 서가며 방문하는 것이 요즘의 감성 소비다.

서울비어프로젝트 (SBP)

을지로 노가리 골목 인근 인쇄소와 공구상 사이에 자리 잡은 서울비어프로젝트엔 간판이 없다. 페이스북에서 사진을 보고 가지 않았다면 찾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저 브루바이넘버스(BBNO), LIC 비어 프로젝트 등 희귀한 맥주들이 줄지어 있는 쇼케이스만이 이곳이 펍임을 알려준다.





서울비어프로젝트는 지금은 비티알커머스와 합병한 스무스인터내셔널를 운영하던 정찬유 대표가 이끌고 있다. 지난해 11월 문을 열어 첫 번째로 미국 현지에서도 구하기 어렵다는 이퀼리브리엄 브루어리(Equilibrium Brewery) 맥주를 판매하면서 이슈를 일으켰다. 이어 아슬린(Aslin), 인터보로(Interboro), 핀백(Finback) 브루어리 맥주를 잇달아 소개해 맥주 애호가들을 흥겹게 했다. 올 들어서는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영국의 BBNO 맥주를 공식 판매했다. 2월에는 노르웨이의 Lervig 브루어리 맥주를 소개한다.




“널리 유통되지 않는 맥주들을 들여와 소개하는 것을 목표로 시작했어요. 매달 라인업을 바꿔가며 운영하고 있습니다.” 물량이 달려 현지에서도 만나기 쉽지 않은 맥주들을 수입해오는 비결이 뭘까.

“브루어리들과 신뢰 관계를 쌓는데 적지 않은 시간이 들었어요. 준비 기간만 2년이 걸렸습니다. 이제는 브루어리들 사이에 좋은 평판이 쌓이면서 한번 관계를 맺은 브루어리가 다른 브루어리를 소개 해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처음에 어렵게 이퀼리브리엄 브루어리와 거래를 트자 다른 브루어리들에도 접근할 수 있었다. 브루어리에서 맥주가 출고된 날 바로 비행기에 실어 오는 등 맥주 품질 관리에 만전을 기한 점도 ‘믿을 수 있는 파트너’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다.

서울비어프로젝트 지하에는 ‘디아더바’ 라는 이름의 공간이 있다. 낮은 천정, 단색으로 꾸며진 아늑한 분위기에 벨기에 람빅, 사워 맥주, 내추럴 와인으로 가득찬 셀러까지 마련돼 있는 맥덕들이 꿈꾸던 공간이다. 세어링 모임 등을 위한 대관을 진행하기도 한다.

정찬유 대표는 오비베어, 만선호프 등 전통의 맥줏집들이 있는 을지로에서 새로운 맥주에 도전해보고 싶어 이 장소를 선택했다고 한다. “낡고 오래됐지만 매력이 있는 곳”이라고 그는 말했다.

지난 3개월간 희귀한 맥주를 선보이며 관심을 받아왔지만 정대표에게 걱정도 많다.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춰가면서 지 속적으로 새로운 브루어리를 발굴하고 맥주를 들여올 수 있을까를 생각하면 잠이 오지 않을 정도라고. 신선함을 유지하기 위해 생산일 기준 60일 이내 판매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은 만큼 재고 관리도 만만치 않다.

힘든 점도 많지만 접하기 어려운 맥주를 한국 시장에 소개한다는 사명감과 그런 맥주를 즐겁게 즐기는 소비자들이 있기 때문에 계속해나갈 예정이다.

“언젠가는 그동안 소개한 맥주들을 모아 페스티벌을 열고, 서울비어프로젝트를 플랫폼 삼아 해외로 확산해 나가는 것이 꿈입니다. 첫 번째는 도쿄비어프로젝트가 될 겁니다.”










을지맥옥

을지로 대표 노포인 안동장에서 불과 100여 미터 떨어진 좁은 골목. 넥타이를 맨 남자가 맥주잔에 빠져있는 모습을 형 상화한 네온사인이 빛나고 있다. 무슨 뜻 인지 짐작도 안 되는 ‘UV특수인쇄’라고 쓰여 있는 창문을 통해 들여다본 실내는 분홍색 칠을 한 벽에 미러볼이 돌아가면서 어지러운 분위기다. 출입문 옆에는 을지맥옥 현판이 걸려있다.

을지맥옥은 기와탭룸, 연희탭룸을 운영 하는 송주영, 조현민 대표가 꾸민 세번째 공간이다. 인쇄소가 있던 90년된 건물의 기본 틀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영화 ‘블레이드 러너’에 영감을 받아 선택 했다는 분홍색과 네온으로 인해 시공간을 초월한 느낌이 든다.



“낮에는 물건을 실어 나르는 오토바이도 많고 사람들도 분주하게 돌아다니는데 어두워지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쥐 죽은 듯 조용한 공간으로 바뀌더라고요. 그런 면이 매력적으로 느껴지기도 했고, 골목의 밤을 색다르게 연출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아서 이곳을 선택했습니다.”

2018년 5월 오픈한 을지맥옥이 내부 공사를 할 때까지만 해도 을지로 골목이 이렇게 ‘핫’하지는 않았다. 저녁이나 주말에는 아예 지나다니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활성화될 것을 예상하고 이곳에 자리 잡았느냐는 질문에 송주영 대표는 ‘얻어걸렸다’고 했다. “로고에도 표현했듯이 을지로의 직장인을 겨냥했습니다. 그래서 수제맥주지만 피처로도 판매하고 있고요. 이렇게 젊은 친구들이 찾아 오는 장소가 될 줄은 몰랐어요.”





을지맥옥은 자체 레시피로 더쎄를라잇브루잉, 안동브루잉 등과 협력해 맥주를 내놓고 있다. 세션 IPA인 시어써커 (Seersucker)는 누구나 편하게 마실 수 있도록 음용성을 강조했다. 아무리 좋은 맥주여도 질리지 않고 연속해서 마실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시어서커를 시작으로 세종, 앰버 스타일 등으로 자체 레시피 맥주를 늘릴 계획이다.

한옥 펍에서부터 을지로까지 한발 앞서 트렌드를 읽는 두 대표에게 ‘포스트 을지로’는 어디가 될 것인지 물었다.
“이제 다른 지역은 쳐다보지 않고 있어요. 세 개 펍을 내실 있게 운영하는 게 단기적인 계획이고, 장기적으로는 을지맥옥 1층에 양조 장비를 들여놓고 맥주를 생산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빈집 비어있는집



을지로에서 간판이 없는 것쯤은 익숙하다. 가게 정면 상단에 붙어있는 간판이 없을지라도 근처에 가면 단서를 찾을 수 있다. 그러나 허름한 건물 2층에 위치한 빈집 비어있는집을 오픈 전에 찾는 것은 초능력이 필요한 일이다. 그곳이 빈집 비어있는집임을 알려주는 단 하나의 단서인 입간판은 오후 6시 이후에 나온다.

빈집 비어있는집은 옆 건물에 있는 와인바 십분의일과 형제격인 매장이다. 십분의일은 을지로 와인바 돌풍을 일으키며 줄 서는 집으로 자리매김했다. 십분의일 창업자들이 ‘와인 맥주’를 컨셉으로 2018년 4월 문 연 곳이 바로 빈집 비어 있는집이다. ‘Beer 있는 집’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일제 시대에 지어진 건물의 서까래를 그대로 노출하고 벽은 붉은 빛으로 단장했다.





빈집 역시 줄 서 기다려야만 들어올 수 있는 곳이다. 주말에는 오픈 전부터 바깥 길까지 긴 줄이 늘어선다. 주로 몽스 카페, 카스텔, 세종 듀퐁, 두체스 드 브루 고뉴, 트리펠 까르멜리엇 등의 큰 병을 판매한다. 허준석 씨가 대표로 빈집의 운영을 맡고 있다.

“간판도 없고 특별한 홍보를 하지도 않아서 이렇게까지 손님이 많이 올 줄은 몰랐습니다. 특별한 와인맥주를 마실 수 있는 곳으로 알려진 것 같아요.”

십분의일과 빈집 창업자들은 각자 본업이 따로 있다. 허준석 씨의 본업은 뮤지션이다. 전 세계 곳곳을 돌면서 공연을 했고 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의 작업에 참여하기도 했다. 빈집의 인테리어도 본인의 취향대로 했다. 벽에는 허준석 씨가 좋아하는 아티스트들의 사진이 걸려 있고 피아노를 비롯한 악기들이 인테리어 소품처럼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특별히 어떤 공간을 만들겠다는 계획보 다는 지금처럼 운영하고 싶어요.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빈집의 다른 지점을 만들어나가고 싶습니다.”




을지로는 소비자들이 원하는 ‘연출된 컨셉’이 집약된 곳이다. 찾아오기 어렵고 판매하는 제품과 운영하는 사람이 유니크하고 주변 상황과 반전되는 공간이 감성을 불러일으킨다. 재개발로 을지로 노포들이 문 닫을 상황에 처해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는 요즘, 을지로 감성이 옛것과 새것의 조화로 꽃피우기를 기대해본다.



Editor 황지혜
PHOTOGRAPHER 홍희주

ⓒ 2018 All rights reserved. THE BEERPOST.